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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돌싱인 남친과의 연애, 그가 돌싱이라 이렇게 힘든 걸까요?

by 무한 2017. 12. 27.

남친이 돌싱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난 J씨에게

 

“근데 이 연애를, 왜 해야 하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먼저 하고 싶다. 호감을 느껴 사귀기로 하긴 했지만, 연애 중 J씨가 해야 할 거라곤 이해와 인내, 그리고 상대의 생각과 다른 부분을 전부 ‘틀림’으로 받아들이곤 고쳐야 하는 것밖에 없는데, 그래도 밥 같이 먹고 데이트하며 여행갈 수 있으니, 그냥 그렇게 만나면 그게 연애인 걸까?

 

 

 

상대가 ‘돌싱’이라는 것 때문에, J씨가 얼마나 많은 부분들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지를 보길 바란다. 상대가 돌싱이니 그저 어디 예약해서 거기 놀러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갈 뿐 평소 방치해두는 걸 이해해야 하며, 나아가 ‘사정 상 너랑은 할 수 없다’고 한 것들을 이전 가족들과는 하는 걸

 

‘그래, 남친은 돌싱이고, 그들과는 가족인 거니까….’

 

하며 다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심지어 상대의 전부인과 잘 살고 있는 상대의 아이가 어느 날 아프다고 하면,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이젠 좀 괜찮아졌는지 까지를 알아서 물어야 하는 걸까?

 

 

J씨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어이없다’고 표현했는데, 사실 그것들은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가깝다. 상대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갈등이 생겼을 때

 

“난 이 말을 꺼내기까지 정말 고민 많이 하고 어려웠는데, 넌 그거 하나 이해 못해주냐.”

 

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며, 정말 저런 형태의 사고방식에서 우러나온 분노까지를 표출한다는 건데, 그런 사람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 인생이 피폐해질 수 있다. 문제의 원인이 100% 상대에게 있어도 이쪽은 늘 ‘이해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이쪽은 ‘그거 하나 이해 못해주는 사람’이란 죄목으로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 수 있으니 말이다.

 

돌싱인 상대의 이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 하지 않은 채 그것 또한 이미 벌어진 상대의 인생 중 일부라 생각하며 품어주는 거 좋다. 좋은데, J씨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연애 시작 100일도 안되어

 

“전부인은 잘 지내? 아이는? 아픈 곳 없고?”

 

하며 그것까지 챙겨주는 게 당연하다는 것인가? J씨가 그런 얘기 불편하다고 한 것도 아니고 백 번 양보해 다 받아들이며 들어주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대의 사정까지를 이해해주고 있었던 건데, 거기에 대고 ‘챙겨가며 물어주지 않아 섭섭하다’고 이야기하는 건,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사고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난 생각한다.

 

J씨는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하는데, 나 역시 상대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안다. 그걸 모른 채 J씨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만 일방적으로 다 이해하고 맞추고 알아서 챙겨야 하는 거라면 이 연애는 왜 지속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거다. J씨에겐 이게 마음의 안방을 내준 연애인데, 상대는 안방에 이전 가족들 두고, 서재는 자신이 쓰고, 창 없는 작은 방 정도만 J씨에게 내줘선 안 되는 것 아닌가.

 

상대가 자신의 상황 때문에 자신도 괴롭다며 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저 애틋하게 생각하거나 동정심 같은 것만 갖진 말자. 그러느라 하나 둘 다 이해하고 참고 양보하기 시작하면 J씨는 현재 머무는 상대 마음의 그 작은 방까지도 내줘야 할 수 있다. 그러니 상대가 말도 안 되는 얘기들로 ‘네 이해심 부족’이란 결론을 내려 하면, 그땐

 

“오빠, 그럼 난 뭐야? 오빠가 바라는 이해와 양보를 다 하고, 말하지 않은 것들도 다 알아서 챙기는 게 내 역할인 거야? 난 한 번도 오빠가 나에게 미안해해야 할 상황이란 얘기 하지 않았잖아. 다 이해하고 받아들였어.

근데 그런 내게 오빠가 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뭐야? 가족 건강 괜찮냐고 왜 묻지 않냐? 너랑 나랑 결혼이 되겠냐? 결혼한다 해도 결혼은 애 다 큰 후에나 하고 싶다? 하나하나 말하려 들지 말고 그냥 대충 넘어가자?

그런 것들에 내가 너무 힘들어 오빠에게 하소연을 하면, 오빠는 또 ‘이게 다 내가 돌싱이라서 그런 것’ 같다며 오빠 잘못인 걸로 하고 자라고 할 뿐이잖아. 오빠가 돌싱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오빠가 오빠 여자친구에게 내어주는 자리가 얼마나 작은지 봐봐. 오빠 상황과 감정만 앞세워 날 혼내듯 말하기 전에, 오빠 여자친구인 내가 어떤 처지에서 하소연을 한 건지도 보고.”

 

라는 이야기를 꼭 해주길 바란다.

 

끝으로 하나 더 얘기하자면, 이런 경우 훗날 상대와 헤어질 생각까지를 하게 되었을 때, 상대가

 

-네 선택이 맞을 것. 나 같은 돌싱 말고, 그냥 보통 남자 만나는 게 너한테 맞을 것.

 

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 때문에 지쳐 헤어지는 것’이 마치 ‘돌싱인 상대를 버리는 것’인 것처럼 몰릴 수 있는데, 그땐 “내가 지금까지 오빠를 만났던 건 뭐라고 생각하는지?”를 꼭 짚길 권한다. 또, 상대가 돌싱인 게 J씨가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고 거기엔 손톱 하나만큼도 J씨는 관련이 없는데, 자꾸 상대가 그것만 들먹이며 결국엔 자학하는 것에 동정심이나 죄책감을 느끼진 말았으면 한다. 만나며 겪어본 결과, ‘오빠와 함께하는 현재가 행복하지 않으며, 함께할 미래 역시 행복할 것 같지 않아서’ 헤어지는 것임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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