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의 호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쉽기 마련인데, 안타깝게도 스스로의 엄격한 필터링으로 그런 순간들을 봉쇄하는 여성대원들이 종종 있다. 상대 눈앞에서 지나가기만 해도 어쩌면 추격본능을 발휘하게 만들 수 있는 걸, 반대로 몰래 숨어 힐끔힐끔 바라보기만 하는 거랄까.
그래서 오늘은 그런 여성대원들을 위해, 남자들이 ‘얘 나한테 관심 있나?’하게 되는 순간들을 좀 소개할까 한다. 이건 그간 내가 받은 사연 중 남성대원들이 착각과 오해의 늪에 빠지게 되는 지점, 그리고 썸의 첫 단추가 끼워지는 지점, 또 사실 별 거 아닌데 상대가 심쿵하게 되는 지점들을 추린 것이니, 상대에게 ‘호감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에 어려워하는 대원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눈이 자주 마주칠 때.
이건 눈만 마주쳐도 상대가 관심 있다고 착각하는 대원들 때문에 내가 아주 힘들어하는 지점이기도 한데, 실제로 ‘눈이 자꾸 마주쳤다’는 걸 증거로 혼자 두근두근해가며 내게 사연을 보내는 남성대원들이 가장 많다. 그들 중엔 자기가 삼십 분 내내 계속 쳐다보니까 상대도 쳐다본 걸 두곤
“그 짧은 시간에 정말 세 번 정도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중 한 번은, 한 2초? 3초? 정도 눈이 마주친 채 피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무 감정도 없는 거라면 계속 그렇게 마주치고, 또 피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라며 흥분된 어조로 급하게 묻는 대원들도 있는데, 여하튼 눈이 자주 마주치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렇게 호감에 대한 심증을 갖게 되는 남자들이 10명 중 8명 정도 된다.
그런데 저렇게 ‘눈 마주침’으로 상대에게 궁금함을 선물할 수 있는 기회를, 그저 상대 뒤에서 바라보거나 흰자위로 곁눈질만 하는 까닭에 놓치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눈이 마주치는 건 불편하니 그냥 멀리서 새 관찰하듯 숨어 바라보거나, 마음껏 추적해 볼 수 있는 SNS같은 것만 들여다보는 건데, 그렇게 상대의 사각지대만 찾아가지 말고 이젠 앞에서도 좀 상대에게 힌트를 남겨봤으면 한다.
2. 먼저 말을 걸어왔을 때.
말을 걸 다른 사람들도 많은 모임에서 굳이 그 남자에게만, 그냥 정말 별 의미 없는
“이거(음식) 좀 맵죠?”
라며 먼저 말을 건다면, 남자는 계속 그녀를 신경 쓰게 될 수 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는 걸 물을 때(또는 물어볼 다른 사람도 많은데 이쪽에게만 물을 때)
라는 것이며, 상대가 이성과의 대화가 익숙치 않은 솔로부대원이라면 먼저 말을 걸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그와 ‘밑져도 최소 카톡친구’의 관계를 만들 수 있으리라 난 생각한다.
여자 입장에선 상대가 낯을 너무 가리는 것 같아서, 또는 모임에 잘 섞이지 못하는 것 같아서 챙겨주려는 마음으로 말을 걸었을 뿐인데, 이후 상대가 갑자기 방언 터진 듯 말을 걸어오거나 먼저 말을 건 것이 그 기반에 호감이 있었기 때문인 거라 착각하며 들이대는 사례가 많으며, 들이댐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먼저 말 걸기’를 통해 그 모임을 서로를 제외하고는 별 의미 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 사례도 있다. 모임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지만,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 또렷하게 각인된 채 먼저 호감을 갖게 된 사례도 있고 말이다.
혹 썸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모임에 나가게 되었다며 평소 안 입던 옷도 사서 입고 준비도 두 시간씩 해가며 공을 들이는 여성대원들이 있는데, 난 그녀들에게 두 시간 공들인 걸 남자들은 잘 모르니 차라리 자리에 나가 두 번 정도 상대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길 권하고 싶다. 상대가 얼어 있을 때라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 그리고 어색한 인사 같은 거 말고 작년부터 알아온 사람이 자연스레 묻는 것처럼 물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두었다 활용해 보길 권한다.
그간 얕게만 알아온 사이라면, 상대 신상이나 사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것(연애 제외)을 몇 개 묻는 게 효과적이다. 그 질문을 활용해, 상대에게
‘왜 나한테 그런 걸 묻지? 나한테 관심 있나?’
라는 궁금증을 심어주도록 하자.
3. 미소와 리액션이 가득할 때.
98.82%의 남자들은, 자신의 드립에 상대가 웃을 때
‘좋았어! 됐어! 통했어!’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본인이 꺼낸 얘기에 상대가 웃었다는 걸 자신의 재치가 인정받은 거라 여기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는 사이이긴 하지만 코드가 맞는 까닭에 자신의 드립이 통하는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난 지금 이 글을 쓰며 ‘이런 건 열일곱 살쯤에 이미 깨우쳤어야 하는 건데….’라는 생각도 동시에 하고 있긴 한데, 여하튼 분명 머리론 알고 있을 것 같은 이 부분도 현실에선
“웅ㅎ”
“거기보단 저기가 낫지.”
“난 아닌데? 다 그런 건 아니지.”
등의 형태로 나타나곤 한다. 상대가 기대한 반응은 “ㅎㅎㅎㅎㅎㅎㅎㅎㅎ”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데 그걸 그냥 축약해 버린다거나, 상대의 생각이 그렇다는 걸 굳이 다른 것과 비교해가며 깎아 내리려 한다거나, 고지식하게 판단해 조금이라도 다르면 대립하는 타입인 까닭에 ‘리액션’대신 ‘액션’을 취해버리는 것이다.
난 그런 대원들에게, 두 가지 정도를 권하고 싶다. 첫째는 ‘술 두 번 같이 마셔본 사이가 되기 전까지는 얼굴 굳히지 말 것’이다. 특히 정치 얘기 나오면 평행선을 그리며 끝장토론을 하거나 술기운 올라 서로 공격하는 사례가 많은데, 상대가 조롱에 가까운 얘기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상대의 정치관’정도로 여겼으면 한다.
둘째는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의 절반도 안 되는 리액견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점검해 보자는 거다. 자신은 자신이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니 잘 모를 수 있는데, 상대의 리액션과 이쪽의 리액션만 비교해 봐도 8:2 정도의 무덤덤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 사례들이 있다. ‘내가 나처럼 리액션해주는 사람과 대화하면 어떤 느낌일까?’를 주제로 둔 채 자신의 카톡대화를 쭉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4. 대화에 집중하며, 우쭈쭈쭈 해줄 때.
자신이 ‘폰 붙잡고 사는 타입’이 아니기에 답장을 뜨문뜨문하거나 어쩌다 한 번 폰을 확인한다고 말하는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뭐 메신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는 자유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상대는 이쪽과 대화를 하고 싶어 말을 건 건데, 답장을 5분 후에, 13분 후에, 42분 후에 하는 식으로 대한다면 결국 둘 다 집중하지 않는 얕은 대화만을 나누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그게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업무 때문이라거나 대답을 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그런 거라 이야기하는 대원들이 또 종종 있는데, 그런 거라면 가능한 한 자신이 현재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실시간 대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라도 꺼내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는 그냥 예의상 말을 건 걸로, 사실 관심도 없는데 물은 걸로, 또는 일부러 밀당을 하려는 듯 조금씩 답장을 늦게 하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끔 상대에게 뭐라도 대답을 하거나 다음 이야기를 꺼내야할지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느라, 2~3분 동안 침묵하고 있는 대원들도 있는데, 혼자 막 두뇌 풀가동하다 과부하가 걸려 아무 말도 못하느니 일단 “ㅎㅎㅎ”나 “ㅋㅋㅋ”를 찍어 보내거나 이모티콘이라도 먼저 자리 좀 지키고 있으라고 일단 찍는 게 낫다. 이건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나무늘보급 속도로 대답을 해 어색한 침묵 만드는 문제가 있으니, 거기에 불편해진 상대가 얼른 대화를 마무리 하고 자기 할 일로 시선을 돌리지 않도록 고민은 적게, 반응은 재빨리 하도록 하자.
남자와의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여자들의 대화법을 보면, 마법의 키워드 “진짜?, 그래서?, 헐, 대박, ㅋㅋㅋ”정도를 돌려 사용하며 한 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저러다 보면 상대가 알아서 자기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을 때 물어주기도 하며, 그러다 보면 그냥 회사 동료였던 남자의 커피취향을 알게 되거나 거래처 남자의 취미가 제빵이라는 것까지를 알게 되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제빵에 관심 있다는 그와 제과점순례 할 약속을 잡거나, 다음에 한 번 직접 만든 빵 먹어보기로 하거나, 그가 빵 만들고 있을 때 또 ‘우쭈쭈쭈’를 듣고 싶어 사진 찍어 보내는 일로 이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단,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땐 ‘우쭈쭈쭈’의 빈도와 수위가 너무 높아져 그냥 팬클럽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또 사실 이쪽이 한 번 마이크 잡으면 놓지 않는 타입이라거나 대화가 끝나는 게 두려워 아무말 대잔치를 해서라도 대화를 이어가려는 타입이라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 외에 그냥 ‘가장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끝판왕은, 스킨십을 활용하는 거다. 스킨십이라고 하면 혼자 또 이상한 미소부터 짓는 음란마귀 씌인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건 상대의 옷깃이나 팔뚝을 잡거나, 팔이나 무릎을 치거나(때리는 게 아니다), 손 크기를 재보자며 손을 대보거나 하는 정도다.
모임에서 노래방 같을 때 이성과 옆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옆에 앉은 이성이 살짝 닿은 무릎을 오랫동안 피하지 않고 있었다며 그건 100% 호감인 거 아니냐는 대원, 그리고 책상 위에서 손이 살짝 닿았는데 역시 얼마간 피하지 않고 있었다며 이 정도면 고백해도 성공하는 각 아니냐는 대원, 뒤에서 내 눈을 가리는 장난을 쳤는데 마음이 없다면 그런 장난은 칠 리 없으니 아무래도 날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대원 등이 상당히 많다. 물론 저 이야기들엔 이성과의 접촉에 대한 허용도가 높거나 동성과 같은 존재라 생각해 그렇게 된 거라는 슬픈 이야기들이 숨어있기도 한데, 여하튼 ‘남자는 여자의 작은 스킨십도 호감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해 필살기가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하길 권한다.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난 오랜만에 요거트를 만들려고 8시간을 기다렸는데, 8시간 후에 확인해 보니 내가 꽂아 놓은 코드는 믹서기 코드였다.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8시간 더 기다리는 동안 사연을 읽게 될 것 같으니, 이번 주말엔 일요일에도 매뉴얼을 발행하기로 하자. 그럼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며,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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