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매뉴얼에 데이트 통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거기엔 흥미로운 여러 댓글들이 달렸다.
-데이트 통장이 진짜 남녀평등이다.
-임금 차이 통계가 37%나 되는데, 데이트 통장이 만고의 진리라 할 수 있나.
-우린 월급날이 달라서 통장은 안 쓰고 그때그때 알아서 낸다.
-데이트 통장을 해야만 일방적이지 않을 수 있다면 그건 그 관계의 문제다.
-연인 사이에 굳이 각박하게 1원까지 따져가며 나눠 내고 싶진 않다.
-난 이전 연애에서 데이트 통장 써봤는데, 앞으론 절대 안 쓸 거다.
-그냥 각자의 방식 아니냐. 데이트 통장 안 쓴다고 더 우월한 것도 아니고.
그간 내가 받은 사연을 통계로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는 커플’의 비율을 보면, 2%를 잡아도 많이 잡는 것 같다.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는 커플 사연’과 ‘데이트 통장 얘기를 꺼냈다가 거절당하거나 싸우는 커플 사연’의 비율이 거의 엇비슷할 정도이며, 대부분 연애 초반 한두 달 서로 덮어두고 돈을 쓰다가 감당하기가 벅차지자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1. 남들이 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는 방식은?
통장에 넣는 돈은 나이대에 따라 다른데, 대략
20대 초반 – 각각 10만원, 또는 15만원.
20대 중후반 – 남친 30만원, 여친 20만원.
30대 초중반 – 남친 40만원, 여친 30만원.
30대 후반 – 그런 거 만들고 할 때가 좋을 때지(응?).
정도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칼같이 5:5를 지키는 커플보다는 여유가 되는 사람이 6, 상대가 4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며, 간혹 기형적으로 10:0으로 부담하지만 제한 없이 쓰게 되는 돈에 버거워 10을 부담하는 쪽에서 데이트 통장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 그 제안을 듣고는 0을 부담하는 쪽에서 ‘난 데이트 통장은 별론데? 정해놓고 그러는 거 싫어.’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는 커플은, 대략
-주 3회 이상 만남.(거의 매일 만남)
-한쪽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덮어두고 쓰다 보니 감당이 안 되어 제안.
라는 특징 중 하나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애를 시작하곤 급격하게 서로에게 몰입하게 되는 시점에 매일 만나다 보니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의 지출을 하게 되었다는 사연은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자신이 먼저 계산해버리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아 계속 부담하게 되거나 아무래도 좀 일방적인 지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데이트 통장을 제안하는 사례도 많다.
그럼 그런 상황에서,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이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자세히 나눠보자.
2. 데이트 통장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고민이 더 커진 사례들은?
가장 흔한 문제는,
-그동안 곤란함을 겪었던 이유가 ‘통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즉흥적인 지출이 많고 씀씀이가 커서’였기 때문이기에, 통장개설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
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서로 25만원씩 돈을 부어 50만원의 데이트비용을 마련해도, 그것 외에 막 50만원씩 카드로 긁어버리는 까닭에 여전히 곤란함이 남게 된다. 또, 데이트 통장이 무슨 마르지 않는 잔고를 자랑하는 것도 아닌데, 통장에 돈이 있다는 생각에 2주도 안 되어 바닥이 드러나게 써버리는 사례도 있다.
그다음으로는,
-넣기로 한 돈을 제 날짜에 안 넣어 갈등이 생기는 문제. 통장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써버리는 문제.
도 종종 벌어진다. 다음 주에 넣겠다, 21일까지는 꼭 넣겠다 하다가 한 달 두 달 미뤄 흐지부지 되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말도 안 하곤 급전이 필요하다며 데이트 통장에 있는 돈을 마음대로 썼다가 나중에 채워 넣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서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와중에 조금씩이라도 모아 알뜰하게 지출해보자는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없는 돈을 만들어서 넣을 수 없기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당황스럽게도 횡령까지 해버리는 일이 벌어지는 거라 보면 되겠다.
또,
-천원 단위까지 따지는 문제. 데이트 통장에 있는 돈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하려는 문제.
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데이트 하러 오는 길에 택시를 타서 발생한 3,000원은 데이트 비용이라 볼 수 없으니 입금하라는 사례도 있었고, 자기 누나 생일인데 서로의 가족을 챙기는 거니 선물 사는 건 데이트 통장에 있는 돈으로 하자는 사례도 있었다. 상대의 생일선물을 커플통장에 있는 돈으로 사서 빈정이 상하게 되거나, 통장의 잔고가 없어서 자신이 5만2천원을 지출하고 교통비도 냈으니, 2만 7천 2백원을 입금하라고 한 사례도 있었고 말이다. 이런 사연들의 경우 훗날 이별 후에도, ‘내가 이별통보를 받았으니 통장에 있는 돈은 내가 갖겠다’는 상대를 경험하며 인간성의 바닥을 보게 되는 일로 이어지곤 했다.
이처럼 씀씀이의 문제라거나, 이기적인 마음의 문제라거나, 네 돈은 안 아깝지만 내 돈은 아까운 거란 사고방식의 문제라거나 하는 일들이 근본에 깔려 있는 경우, 통장을 만들어도 해결되지 않거나 통장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았다.
3. 데이트 통장을 잘 활용하는 사례들은?
데이트 통장을 잘 활용하는 커플들은, ‘데이트 통장이 없어도 데이트 비용과 관련한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다. 각자가 부담하는 데이트 비용도 ‘우리 돈’이라고 생각하는 커플들은, 통장이 있든 없든 적절히 조율하며 과하지 않게 잘 조절해가며 만난다.
내 경우 ‘데이트 통장’은 사용하지 않지만 ‘목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한 커플통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통장의 돈은 여행을 가거나, 커플 아이템을 사거나, 둘이 함께 사용할 물품들을 구입 하는 것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여행의 경우 갑자기 목돈을 마련해서 가려고 하면 부담이 되거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여행지에 간 까닭에 돈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 틈틈이 모아 둔 돈을 그때 사용하면 보다 마음 편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데이트 통장을 잘 활용하는 커플들의 경우,
-통장 개설 전 평소 쓰던 돈보다 살짝 여유있게 넣어둠.
-아니면 아예 통장에는 부담 없는 금액만 넣고 자비 지출함.
-얼마 이상의 지출만 데이트 통장의 돈으로 해결함.
-통장의 돈을 절대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음. 결산도 함께함.
-거기서 월세가 빠지거나 뭐가 빠지거나 하는 식으로 사용 안 함.
등의 특징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많이 넣고 쪼들리지 않게 사용하거나, 아니면 부담 없을 정도로 적게 넣고 그건 보너스처럼 사용하거나, 몇천 원 단위까지 세세하게 따져가며 사용하진 않는 것이다. 또, 당연히 돈 넣는 날짜에 늦거나 통장의 돈을 사적으로 쓰지 않으며, 데이트 시 결산도 함께 하며 둘이 그 달에 뭘 했는지 짚어 보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커플들의 경우 데이트 통장의 돈을 한쪽 월세로 지불하고 어쩌고 하며 돈을 빼돌렸네 아니네, 그때 술은 네가 더 마셨네 뭐했네 하며 싸우곤 한다. 또, 같이 가서 뭘 먹을 때도 한쪽은 고기를 2인분 먹거나 냉면까지 시켜서 먹는데 그걸 더치페이 하는 건 불공평한 거 아니냐며 싸우는 경우도 있는데, 문제없이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는 커플들의 관계에선 그런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여하튼 그간 매뉴얼을 통해 ‘데이트 통장’이나 ‘커플 통장’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한 적 없기에, 사연에 등장했던 사례들을 모아 통계를 내고 소개하는 식으로 매뉴얼을 작성해 봤다. 돈 안 쓰는 상대에게 지쳐 ‘5만원씩이라도 넣으라’며 통장을 개설하니 진짜 딱 5만원만 넣고는 통장에 있는 돈 다 마음대로 써도 아는 줄 안다는 사연도 있었는데, 그런 연애는 붙들고 고민할 것 없이 통장과 함께 폐기하는 게 낫다고도 적어두도록 하겠다. 자 그럼, 다들 불금 보내시길!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연애매뉴얼(연재중) > 순위로살펴보는연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마음을 식게 만드는 잘못된 카톡 대화법 BEST3 (30) | 2018.08.02 |
---|---|
남자친구를 지치게 만드는 여자의 행동 BEST3 (38) | 2018.05.09 |
남자들이 여자의 호감이라 생각하는 네 가지 순간 (41) | 2018.02.24 |
썸남의 연락이 뜸해진 이유, 연애사연 기준 가장 빈번한 사례들 (36) | 2017.11.03 |
남친의 이별통보를 무르게 만든 여자들, 그 비법은? (42) | 2017.08.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