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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처참하게 퇴짜 맞는 남자들의, 들이댐 5단 콤보.

by 무한 2018. 7. 11.

했다 하면 무조건 망하는, 들이댐 5단 콤보의 이야기를 오늘 좀 해볼까 한다. 지난주에 발행한 매뉴얼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데, 이거 내가 그간 각각의 사연들에서 제발 하지 말라고 권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흩어져 있다 보니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남성대원들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래에서 소개할 콤보들을 행한 적 있다고 너무 상심하진 말라는 얘길 먼저 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품고 다가가는 게 처음일 땐 누구나 행할 수 있는 실수이며, 나 역시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흑역사에 저 콤보가 포함되어 있다. 중요한 건 똑같은 헛발질을 다시 안 하는 거지 헛발질을 한 적 있다는 사실이 아니니, 뭐가 왜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를 파악하며 교정하는 데 의의를 두자. 자 그럼, 출발.

 

 

1. 선영아 잘 지내니?

 

인사말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잊힐만할 때쯤 한 번씩 ‘잘 지내니?’로 시작해 일단 상대가 나와의 대화에 집중해주기만 바라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상대와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다가 뭔가에 실망하거나 상심해

 

‘이 관계도 이제 끝났나 보다. 연락하지 말아야지….’

 

하고는 잠수탔다가, 마음에 바람이 불면 혼자 막 용기를 내 안부를 비명처럼 묻기만 하는 건 최악의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계절별로 발행되는 계간지도 아닌데, 봄에 잘 지내니? 여름에 잘 지내니? 가을에 잘 지내니? 겨울에 잘 지내니? 하진 말자.

 

더불어 저기서, ‘~니?’ 하는 말투가 문제인 경우도 꽤 많다. 특히 자신보다 어린 여자사람과 친근한 관계를 맺어본 적 없는 대원들은 ‘~니?’, ‘~렴’의 말투를 사용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손주에게 사용할 법한 그런 말투는 이 글을 보는 것과 동시에 사용을 중지하길 권한다. 지나가는 여자사람 백 명을 붙잡고 물어봤을 때, 이성으로부터 “밥 먹었니? 아직이면 점심 맛있게 먹으렴.” 같은 메시지를 받으면, 취향이 독특한 한 사람 정도를 제외하곤 다들 충격과 공포에 빠진다는 대답을 할 테니 말이다.

 

 

2. 오늘 저녁에 뭐해? 저녁 같이 먹을래?

 

역시나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둘의 대화가 좀 화기애애하며 밥 먹자고 하면 대략 80% 이상의 확률로 승낙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을 때 저렇게 물어야지, 그냥 저 말에 온 기대를 다 건 뒤 상대가 받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지닌 채 던지는 건 옳지 않다.

 

그러니까 이게 좀, 핑퐁핑퐁 오가는 대화가 가능할 때 저런 수를 두어야 한다. 아직 카톡대화도 어색한 사이인데 혼자서만 막 마음을 키우고 상대와 더 연결되어 있고 싶어 하다, ‘안부인사+밥먹을래’의 콤보만을 자꾸 사용하면, 상대에겐 밥 먹자고 시간 내달라는 말만 하는 ‘밥무새’처럼 여겨질 수 있다.

 

거기에 상대가 거절하면 “응 그래.”하고 대화를 팽개치거나 “다음엔 꼭 같이 먹자” 같은 말을 해선 부담을 주고, 다음번엔 “오늘은 시간 돼? 밥 먹을래?”라며 ‘네가 지난번에 거절했고, 다음에 먹자고 한 말엔 알았다고 했다’는 걸 상기시키며 밥타령을 불러대면, “죄송한데, 솔직히 좀 부담스러워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나아가 상대로부터 답장도 늦게 오는 데다, 얼마 전 이쪽에서 말실수 하나 한 것 때문에 상대의 기분이 얹잖은 것 같을 때 저런 수를 두는 건,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저는 제가 실수했던 게 미안하니까, 밥 사면서 사과하려고 한 건데요?”

 

그럴 땐, 지금도 상대와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게 맞는 거다. 이쪽은 그게 자신의 계획이니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가 느끼기엔 지난번에 기분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해놓곤 이번에 아무렇지 않게 밥 먹자는 이야기 꺼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질러갈 수 있는 걸 괜히 빙빙 돌아가려다, 상대에게 오해를 사진 말았으면 한다.

 

 

3. 내가 너에게 실수한 거 있니?

 

내가 너에게 실수한 거 있냐고 묻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실수다. 쭉 돌아봤을 때 이쪽의 어떤 말이나 행동 이후 상대의 반응이 급격히 달라졌다면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보며 스스로 실수를 발견하고 사과를 해야지, 언젠가부터 상대의 반응이 별로이며 만나자고 해도 거절한다고 해서 ‘내가 실수한 게 있어서 그런 거냐’고 물어선 안 된다.

 

실수한 거 있냐는 질문에 대해, 상대가 뭐라고 대답하든 상황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하자.

 

[실수한 거 없다고 할 경우]

-> “아 그래? 다행이네. 난 또 혹시 내가 뭘 잘못해서 우리가 좀 멀어진 건가 했지 ㅎㅎㅎ”

 

[실수한 거 있다고 할 경우]

-> “진짜 미안해. 정말 그런 의도로 그랬던 건 아니야. 이렇게 용서를 구할게. 한번만 용서해주면 안 될까?”

 

카톡 하나 보내서 막 그렇게 손쉽게 ‘실수에 대한 사과와 관계개선’까지를 하려 해선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하죠? 분명 상대와의 분위기가 변했는데요?”

 

그걸 같이 알아보고 방법을 찾기 위해 내가 사연을 받고 매뉴얼을 발행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엉망인 상황을 만든 후에야 내게 “마지막으로 고백은 해보고 끝내려 합니다.”라며 고백의 기술 같은 것만 묻지 말고, 분명 뭔가 달라졌다 싶을 때 바로 사연을 보내도록 하자.

 

 

4. 난 너랑 더 자주 연락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그게 정말 그렇게, “난 너랑 더 자주 연락하고 친해지고 싶은데….”라는 카톡을 보내서 될 일일까? 밑도 끝도 없이, 게다가 점점 엉망이 되는 것 같다는 위기감에 나름 용기를 낸답시고 그렇게 말하면, 상대는 “어머, 그런 거였어요? 전 몰랐어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라며 기쁨의 눈물을 만 갈래로 흘릴까?

 

상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카톡 몇 번 하다가 생각처럼 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내가 바라는 것’을 그냥 툭 던져선 안 된다. 그간 상대와 연락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으며, 톡 보내면 답장이 오고, 심지어 만나서 밥도 먹을 수 있는 관계였는데 그걸 활용은 못 하곤, 답답하다며 저 말 한 마디로 ‘자주 연락하고 친해진 사이’가 되길 바라는 건 그저 ‘희망사항 말하기’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또, 저걸 나름의

 

-서툴게 한 고백.

-용기 내서 말한 진심.

 

이었다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어서 난 또 가슴이 답답하며 손발이 떨리는 걸 느낀다. 그렇게 말로만 용기를 내거나 진심을 전하려는 것 대신에, 멍석은 이미 깔려있으니 그냥 좀 편하게 얘기하고 천천히 알아가 보자. 다른 주제로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고백하겠다며 혼자 여러 생각하느라 침묵으로 날리곤, 이후 다짜고짜 ‘내가 바라는 것’을 상대에게 던진 뒤 상대의 처분에 따르겠다며 거듭 확인해달란 요청하지 말고.

 

 

5. 나만 우리가 서로 호감 있다고 생각한 거니?

 

상대에게

 

“나만 우리가 서로 호감 있다고 생각한 거니?”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싸우자는 얘기를 달리 하는 것이며, 저런 얘기는 울고 싶어 누가 뺨이라도 때려줬으면 좋을 것 같을 때, 뺨 때려달라고 하는 얘기라는 걸 여기서 확실히 해두자.

 

아이스아메리카노의 얼음을 씹어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정쩡한 상황에서 저런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발끈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로 호감을 가지고 연락하다가도 무언가 때문에 싫어질 수 있는 것이고, 또 호감을 가지고 연락하는 사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사귀어야 하는 것도 아니잖은가.

 

분명 며칠 전까지 썸에 가까웠는데 갑자기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될 땐,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를 생각해 보며 어떻게 수습할지를 고민해야지, 그냥 막 따지듯

 

“우리 서로 호감 갖고 있던 거 아님? 넌 아닌데 나만 착각한 거?”

 

라고 말해버리면, 거기서부터는 상대가 이제 폰에 이쪽 이름만 떠도 경기를 일으키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성에게 다가가는 것이 익숙치 않다 보니 투박할 순 있는데, 그렇다고 그냥 ‘내 마음’을 기준에 놓고 과격하게 나가면 안 된다는 걸 잊지 말자. 그 과격함에 상대가 불쾌해하면 다시 또 급격하게 태세전환해 사과하고 그 벌로 앞으로 다신 연락하지 않겠다고 하는 거, 그곳이 많은 선배대원들이 스러져간 사고다발지역이라는 것도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을, 하나의 관계에서 한 번에 모두 쏟아내고는 장렬히 산화하고 만 대원들도 있다. 그 정도면 뭐 거의 관계가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거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누굴 만나든 매번 그렇게 끝나는 건 아니니 너무 상심하진 말았으면 한다. 이번에 뭘 어떻게 잘못해서 그렇게 다 타버리고 만 건지를 알면, 다음부터 안 그럴 수 있다. 그걸 돌아볼 생각도 안 하고는 그냥 상대만 바뀌면 되는 줄 알고 금방 또 다른 이성에게 똑같은 패턴으로 들이대는 대원들도 있는데, 내가 친절히 이 콤보들을 모아 이렇게 설명해 두었으니, 이 매뉴얼을 읽고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를 살펴 같은 헛발질을 반복하진 말았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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