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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학벌, 직업 모두 엘리트인 여자. 왜 연애만 어려울까?

by 무한 2018. 6. 18.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원들은 대개 직관이 뛰어나고, 욕심이 있으며, 매끄러운 대인관계를 위해 만든 캐릭터를 갖고 있고, 전문지식 외에 잡지식도 많으며, 스트레스가 될 것 같은 일에 대해서는 허무주의나 회의주의 프로세서를 가동해 얼른 접어버리는 특기를 보유하고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좋은 학벌과 직업을 가지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성공을 위해서는 분명 장점이 되는 저 부분들이, 연애, 결혼에 대해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밖에서 봤을 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스펙을 가지고 있으니

 

“넌 알아서 잘 할 거야.”

 

라는 이야기들을 듣겠지만, ‘연애와 결혼’이 ‘공부와 취직’과는 다른 까닭에 고전을 겪기도 하고, 자신은 별로 바라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주변에선 ‘눈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래서

 

‘내가 눈이 높아? 그럼 그냥 눈 낮춰서 적당해 보이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러긴 싫은데? 난 혼자 살 팔잔가? 그냥, 나랑 비슷한 정도인 사람도 없는 거야?’

 

하는 혼란에 빠지기도 하며, 주변의 소개로 스펙 비슷한 사람을 만나봐도 ‘마음이 전혀 안 동하는데, 그래도 그냥 노력하며 만나야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에 피곤함만 느끼기도 한다. 오늘은 이 지점에서 침전하고 있는 대원들을 도와보도록 하자.

 

 

1.똑똑해서, 답부터 성급히 구하려는 문제.

 

서두에서 말한 대로 엘리트 대원들은 직관이 뛰어나다 보니, 새로 알게 된 이성에 대해 저절로 평가를 하며 그에 대한 답부터 내리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새로운 이성을 알게 되었다는 한 대원의 말을 보자.

 

“그런데 거리 문제나 학벌 차이, 그리고 상대에게 연애 경험이 별로 없다는 것 등이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 사람이랑은 잘 안 될 거야’라는 마음이 들고, 때문에 저도 모르게 답도 느릿느릿 하면서 관계를 닫아가려 하더라고요.”

 

저렇듯 상대를 한 번 보고도 ‘리스크가 될 부분’을 찾아내는 능력이, 엘리트 대원들은 보통의 경우에 비해 3.7배 정도 발달해 있다. 보통의 대원들이

 

“이번에 썸을 타게 된 이 분은 만나자는 말을 너무 안 해요. 카톡을 엄청 잘하는데, 언제 보자고 말을 안 하네요.”

 

정도의 이야기를 내게 해온다면, 엘리트 대원들은

 

“이번에 썸을 타게 된 분은 부모님의 노후 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저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면 된다고 생각해서 만나는 것에는 불만이 없는데, 이성적으로 따져봤을 때 장남인 그는 부모님의 노후까지를 책임지게 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의 직업과 학벌은 물론이고 외모, 취미, 성격, 대인관계, 가정환경, 철학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만점에 가깝지 않으면

 

‘어차피 이런 리스크 때문에 잘 안 되거나 문제가 생길 텐데, 뭐하러 마음을 쓰고 공을 들이나.’

 

하는 마음에 ‘대인관계용 처세술’로 나쁘지 않은 관계를 좀 유지하다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만다. 상대의 학벌과 직업 좋아도 외모가 이쪽의 마음을 끌지 못하면 거기에 몰입해 불만을 키우거나, 당장은 상대에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가정환경이 염려될 경우 갈등의 순간에 ‘바로 저런 모습이 가정환경 때문에 생긴 모습이 아닐까’하며 심증을 갖는 식이다. 상대가 발끈하는 건 이쪽이 좀 함부로 대했기 때문인데, 그걸 ‘내 배경에 대한 상대의 열등감과 자격지심 때문’이라며 자기 편한 대로만 왜곡해서 해석하는 사례도 있고 말이다.

 

이것과 관련해 난,

 

-수치와 등급과 조건으로 사람을 보면, 그냥 그 정도로만 보임.

-말은 타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음.

-연애와 결혼은 문제를 푸는 과정이지, 답을 잘 골라 마냥 즐기는 게 아님.

 

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사람 중 완벽한 사람 없으며, 가장 친한 친구와도 안 맞는 부분이 있고, 또 친구 사귈 때 스펙 보고 사귄 것은 아닐 것 아닌가. 연애를 제외한 다른 대인관계는 그렇게 맺고 노력하며 잘 유지하면서, 연애와 결혼에 대해서만 특별히 ‘완벽함’, ‘정답’을 추구하며 상대를 털어서 먼지 나나 안 나나만 확인하진 말자.

 

 

2.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남들이 보는 모습은 일치하는가?

 

서두에서 내가, 엘리트 대원들은 ‘매끄러운 대인관계를 위해 만든 캐릭터를 갖고’있다고 했는데, 이건 역시나 똑똑한 까닭에 자신이 무슨 모습을 보여줬을 때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까지를 얼핏이라도 생각해 본 후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건 대개 계산해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오히려 허당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딴 건 잘하지만 이러이러한 것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을 풀고 만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엘리트 대원들은 전문지식과 상식, 잡지식이 많은 까닭에 주로 연상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사례가 많은데, 때문에 언니오빠들에게 ‘똘똘하지만 허당인 부분도 있는 동생’ 정도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건 잘하지만, 상대와 동등하거나 연하인 상대들과의 관계는 어려워하는 모습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엔 연애에서까지, ‘똘똘하지만 허당인 부분도 있는,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업 가진 여친’이란 이미지 정도만 보여주곤 한다. 좋을 때 좋아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 그 초반의 호감이 소진되기 전까지 만나고 밥 먹고 손 잡는 게 어렵진 않다. 하지만 이후 그게 다 소진되고 나면 연애 역할극도 지겹고, 상대도 처음과 좀 달라진 것 같고, 콩깍지가 벗겨지며 보게 되는 상대의 단점들로 인해 ‘미래까지 생각할 관계는 아니’라는 생각까지를 하며 빠르게 마음 정리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게, 그러는 쪽에서는

 

-상대를 사귀어 보며 한계를 느껴 헤어진 연애.

 

인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상대에겐 그냥 ‘넌 여자친구 난 남자친구’ 하며 모임 하듯 얼굴 붉힐 일 없이 화기애애하게 만나다가 끝난 연애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인간 김희주’와 사귄 게 아니라 그냥 ‘어떤 여자친구’와 사귀다가 헤어진 느낌이랄까. 오답이나 갈등을 잘 허용하지 않는 엘리트 대원들의 특성 상, 그냥 무난하게 만나다 무난하게 헤어진 연애를 하고 마는 것이다.(이런 연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별 후 상대로부터 미련 담긴 연락 한 번 안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완벽한 남자를 만나 안정적인 연애와 결혼 하기’를 고민하기보다,

 

-처음 가진 서로의 이미지로 불협화음 없는 관계만을 위해 노력하다, 호감이 식고 콩깍지가 벗겨지면 굳바이 하는 연애.

 

를 극복하는 것을 고민하길 권하고 싶다. 그러려면 상대 기분 안 좋을까봐 무작정 듣기 좋은 소리만 해서는 안 되며, 허당인 것처럼 보이는 부분 이면엔 깊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보여줘야 하고, 자신이 보고 있는 큰 판에 대해서도 상대와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하며, 대화를 위해 털어놓는 사소한 고민거리 외에 인생을 걸고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툭 터놓고 말하다 보면 한 80정도 된다고 생각한 상대방의 크기가, 나를 기준으로 정한 100보다 더 크기도 하다는 것에 놀랄 수 있다. 이건 마치 ‘나’라는 산꼭대기에서 다른 산꼭대기들을 구경만 하다 보니 거기서 거기인 산들처럼 보이다가, 직접 올라가 보니 낮다고 생각했던 어느 산에도 갖은 나무와 꽃과 새와 물과 길과 그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과 같으니, 이번 연애부터는 서로라는 숲을 탐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만나보길 권한다.

 

 

3.여우에게 배우기.

 

여우라고 하면 ‘여우 같은 여자’를 이야기 하는 거라 생각할 텐데, 그건 아니고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 얘기다. 여우의 대사를 보자.

 

“지금 너는 나에게 수많은 아이와 다름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아.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물론 너도 내가 필요하지 않지. 나도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한테 너라는 존재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는 거고, 너한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니까.”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하며, 그 아래에 나오는 대화문도 소개해 주고 싶다.

 

여우 – 혹시 그 별에도 사냥꾼이 있니?

어린 왕자 – 아니, 없어.

여우 – 참 좋다! 그럼, 닭은?

어린 왕자 – 없어.

여우 - 세상에 완벽한 곳은 없군.

 

역시 내가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알 거라 생각한다. 끝으로 하나 더. 어린 왕자가 장미들에게 한 말도 보자.

 

“너희는 아름답지만 의미가 없어. 누구도 너희를 위해 죽을 수는 없을 테니까. 물론 내 꽃도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너희와 똑같아 보이겠지. 하지만 너희 모두보다 내 꽃 하나가 내게는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게 물을 주고, 유리 덮개를 씌워줬으니까. 바람막이로 꽃을 가렸고 벌레를 잡아줬으니까. (중략) 그리고 꽃이 투덜대거나 잘난 체를 해도 받아줬고, 가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내 꽃이었기 때문에!”

 

연애나 결혼이, 완벽한 상대를 선택해 길들일 필요가 없이 그냥 저절로 다 되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길들어가며 의미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자. 또, 황량한 겨울도 겪어봐야 어느 나무가 그때까지 푸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저 상대와 먹고 마시고 노는 것 외에 서운함과 화남과 짜증의 순간도 모두 겪어보길 권한다. 그런 순간에 보이는 존중과 책임감이 의미 있는 것이며, 확신을 가지려 애써 찾고 추측하지 않아도 그런 모습이 서로에 대한 확신으로 굳게 자리 잡을 테니 말이다.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저녁 약속이 있는 까닭에 배웅글을 쓰긴 어려울 것 같고, 한국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있는 날이니 좋은 사람들과 시원한 맥주 한잔하며 즐겁게 관람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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