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의 솔로생활, 이 누나와 청산하고 싶습니다.
- 2018. 8. 10. 13:34
- Written by 무한™
S군. 구애의 춤은 그렇게 함부로 추는 게 아니야. 멍석이 깔린 자리를 봤다고 해서 다짜고짜 추면 안돼. 특히 앞으로 은퇴 전까지는 쭉 봐야 할 가능성이 높은 직장 내에서, 그냥 상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해서, 또는 내 들이댐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추면 곤란하지. 다행히 S군은 거기서 이제 겨우 두 번째 추는 춤이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여자 네트워크엔 찝쩍이로 소문이 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어. 그러니 춤을 위해 밟던 스텝은 일단 좀 멈춰 두기로 하자고.
내가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셋은
-상대는 이제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 시기임.
-S군은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호감’ 보다 ‘솔로생활 청산’의 목적이 큼.
-대화 중에 상대는 거절의 의사를 벌써 몇 차례 표현한 적 있음.
이기 때문이야. 상대가 동료이자 누나로서 부드럽게 밀어내고 있기에 S군은 그걸 ‘거절’이라 느끼지 않는 것 같고, 나아가 S군이 구애의 춤으로 상대를 감동시켜 사귄다고 해도 애초에 솔로생활 청산이 목적이기에 그 관계는 그걸로 목적이 다 한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그래버리면 상대는 그냥 S군의 ‘첫 연애’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 게 될 수 있거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마 S군은
“전 신청서에, 김칫국 드링킹 이긴 하지만 이 분과의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는데요? 그걸 생각 안 할 수 있는 나이차가 아니라서요.”
라며 발끈할 수 있겠지. S군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진 알겠어. 알겠는데, 두 사람이 사적으로 연락하게 된 지 얼마나 됐어?
-일주일.
그래서 난 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나가서 담배를 하나더 피우고 들어오게 되었거든. 뭐, 저것만이면 내가 말도 안 해. S군은 내게
“이 정도 대화를 했으면 많이 가까워진 거라 생각해 밥 먹자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단둘이 밥 먹는 건 좀 그렇지 않냐는 대답이 돌아와, 제 멘탈이 너무 흔들렸습니다.”
라고도 했잖아. 이 정도면 0.2mm 미만 두께의 유리멘탈인 거지. 우리가 보통 식탁에 까는 유리가 5mm 강화유리인데, 그 유리의 몇 배가 더 약한 거야, 어? 내가 문과 출신이라 계산은 생략할 테니 S군이 한 번 계산해 봐.
둘의 대화도 그래. 지금까지 상대가 화를 내지 않으니 S군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S군은 상대의 나이를 놀리는 듯한 호칭을 썼잖아? 물론 그게 장난이라는 걸 둘 다 알긴 하지만, 그게 반복적으로 나오면 짜증나거든. 이러다간 언젠가
“넌 뭔데 나한테 자꾸 연락해서 사람 기분 나쁜 얘기하고 그래? 내가 웃으면서 받아주니까 만만하지?”
라는 이야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어. 말 놓는 건 상대도 승낙했으니 그렇다 쳐도, 아예 맞먹으려 며칠만에 이름으로 불러버리는 건 분명 당황스러운 행동이고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화내지 않으며 그러지 말라고 한 건 ‘직장 동료이자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동생’에 대한 배려인 거지, 결코 거기에 거부감이 안 들거나 속으로는 그걸 좋아한다는 시그널이 아니야. 난 솔직히 이 관계가 연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선을 자꾸 넘는 S군에게 곧 상대가 한 번 정색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게 더 걱정돼.
난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대략 ‘그곳에서 제일 친한 누나동생’을 목표로 삼고 가까워지길 권할게. 최소 6개월은 급격한 들이댐 없이 대화하며 친해져야 상대 역시 S군에 대해 뭘 좀 알게 되고 그러는 거지, 지금으로선 S군이 그냥 예전에 들이댄 적 있는 사람에게처럼 한 번 들이대 보는 건지 아닌지 알기 어렵잖아. 게다가 연락하고 지낸 지 일주일 만에 밖에서 단둘이 보자고 하는데, 상대 입장에선 만약 거기에 승낙하게 되면 이제 S군은 만남을 계속 보채거나 고백을 준비할 것 같아 보이거든. 내가 봐도 그렇고 말이야.
또, S군의 입장에선 상대가 말을 돌리거나 끊는 걸로 느껴질 수 있는데, 그건 상대가 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사용하는 현명한 배려이자 리드야. 상대가 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대화를 ‘인간적인 관심사’들로 주제를 돌려 대화를 하려 하는 거고, 받아주니까 막 더더 빠져들어 드립치고 아예 드러누우려 하는 걸 ‘대화 끊기’로 사전에 막는 거거든. 이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렇게 유도해주는 걸 고마워해야 하는 거지, 거기에 대고
“ㅋㅋㅋㅋㅋ 끊는 게 아침드라마급 ㅋㅋ”
만 하고 있을 게 아니야.
S군이 현재 ‘가능성’을 찾는 관계는, 보통 사람들이 ‘아는 사이’가 되어 점점 친해지는 과정일 때 수준이라고 적어둘게. 다른 사람들은 그곳이 고속도로가 아닌 시내라는 걸 알기에, 대략 50~60km/h 정도로 주행하거든. 그러다가 진입로 들어섰다 싶으면 거기서부터 90, 100, 110 늘려가기 마련인데, S군은 길만 보이면 그냥 ‘엇?! 밟아도 문제 없나?!’ 하면서 시내에서 120Km/h로 밟아버려. 그러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거거든. 지금은
“내가 단둘이 밥 먹자고 했는데, 상대는 ‘전에 만났던 동료들과 같이 먹자’는 답을 하기에 멘탈 부서짐.”
따위의 얘기를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여럿이서라도 ‘같이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 좀 더 보고 알아가야 할 때니까,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며 가능성만 점치려 하지 말고, 최소한 상대의 가족관계와 생일 정도는 알고 난 후에 ‘결혼까지 생각’같은 얘기를 하든가 하자고. 알았지? 자 그럼, 요즘은 하도 더워서 불금 보내라는 말도 덥게 느껴지는데, 여하튼 다들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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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2018.08.1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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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18.08.1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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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나영2018.08.11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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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ㅍㄹ2018.08.11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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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2018.08.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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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솔이신 사연자분도 매우 안타깝고... 상대 누나분도 더더욱 힘드시겠어요 ㅠㅠ
무한님이 글중에서 여러번 글쓰신적이 많아요!
호감이 있더라도 바로 들이대다가 엎지르지 말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제일 친한/소중한 선후배나 동기가 되는게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고, 그리고 고백은 일단잠시 넣어두고 한 사람을 알았으면 80일~ 계절이 두번 바뀔때까지는 고백 마음 일단 접어 넣어두고 상대방을 알라구요.
헛발질 하는 사연들 보면 이제 안지 3일, 일주일 되었는데 고백하고 싶다 고백했다 내용들이 많은데, 그런분들은 매우매우 천천히 하세요. 저도 금사빠 기질이있는것을 스스로 알아서 20대 초반에는 헛발질 했지만 무한님글로 열심히 단련해서 그래도 사람구실(?)은 할수 있을정도로 진화했져. 쨘했던 옛날생각이 나서 사연자분 상황을 보면 눈물부터 나네요 ㅠ
네이버2018.08.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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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솔이신 사연자분도 매우 안타깝고... 상대 누나분도 더더욱 힘드시겠어요 ㅠㅠ
무한님이 글중에서 여러번 글쓰신적이 많아요!
호감이 있더라도 바로 들이대다가 엎지르지 말고 직장이나 학교에서 제일 친한/소중한 선후배나 동기가 되는게 좋은 관계가 될 수 있고, 그리고 고백은 일단잠시 넣어두고 한 사람을 알았으면 80일~ 계절이 두번 바뀔때까지는 고백 마음 일단 접어 넣어두고 상대방을 알라구요.
헛발질 하는 사연들 보면 이제 안지 3일, 일주일 되었는데 고백하고 싶다 고백했다 내용들이 많은데, 그런분들은 매우매우 천천히 하세요. 저도 금사빠 기질이있는것을 스스로 알아서 20대 초반에는 헛발질 했지만 무한님글로 열심히 단련해서 그래도 사람구실(?)은 할수 있을정도로 진화했져. 쨘했던 옛날생각이 나서 사연자분 상황을 보면 눈물부터 나네요 ㅠ
순2018.08.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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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서니2018.08.1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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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yyy2018.08.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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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나라는 사람에 대해 내가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얼마나 아는지 금방 느끼게 될거에요.
그거 답 다 채울때까지 고백은 노노
글구 그 누나 나이를 30대로 예상해봤을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말씀드리는데요...
진짜 내가 나이먹고 먹고사니즘땜에 이런애까지 상대해야되다니 라는 생각들면서 가끔 서글퍼져요. 인생에 대해서
랫2018.08.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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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얼마나 내가 만만해보이면 이런 뭣모르는 애까지 나한테 와서 날 무시하는건지....
본인은 상대에게 '호감'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받는 사람은 '이놈이 날 무시하네' 이러고 있는거죠. 또륵.
아는형2018.08.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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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둘이 결혼해서 애낳고 잘살고 있습니다. 오 >o<
인생 모르는것 ㅋ (아직도 그 여자애가 저한테 그앤 참 싸가지가 없다며 흉보던게 기억에 남아있네요)
마나오링2018.10.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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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2018.08.1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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싶고요~
0.2mm 미만유리보다는...2018.08.14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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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저도 사람을 많이 만나거나 상황을 잘 파악하는 타입은 못 되지만, 나이로 사람 놀리기나 자기 말에 취해 폭주하는 걸 일주일만에 직장 동료 관계에서......그건 무례하고 상대 무시하는 태도가 되니까, 제발 그만두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S군은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호감’ 보다 ‘솔로생활 청산’의 목적이 큼.]이라는 무한 님의 분석, 진지하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상대 분께 보이시는 태도가 S군이 '그 분을 사랑해서' 보이는 거 정말 맞아요? 조그만 실수도 이미지 크게 상하기 쉬울 만큼, 안 지 얼마 안 된 사이에서? 그것도 동아리나 동창회가 아니라 먹고 사는 직장 내에서요? 상대 분이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도도한 편이셨다면, S군 쪽에게 핵직구 날려서 이불킥 14년치급 창피를 주셨을 수도 있어 보여요.(어디까지나 제 상상입니다.) 제 댓글은 적당히 읽고 흘려도 좋으니까, 부디 무한 님의 분석과 이유만은 찬찬히 읽고 좀 더 스스로 돌아보실 수 있기를 바라요.
Years2018.08.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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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분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일주일만에 이성적 호감 있다고 들이대는 남자를 좋게볼 여자가 많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천천히 사람대 사람으로 알아가면서 호감을 적립하고, 그걸 바탕으로 친해져보는 게 좋은 루트죠. 공략이 아니라, 그렇게 서로 잘 알아가다보면 서로 아니구나 깨닫고 접기도 하고, 알아 가다보니 더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진심이 깊어지기도 하니 결과는 모르는 것이구요. 꼭 연애를 하겠다가 아니라 결과를 몰라도 이 사람을 알아가고 나를 조금씩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접근하면 좋겠지요.
2018.08.1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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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2018.08.15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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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2018.08.1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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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몰라요.2018.08.1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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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남자분이 여자분의 반응을 좀 보면서 하는게 좋아요. 무한님말씀대로 여자커뮤니티에 다 돌거든요. 여자들이 모이면 하는게 어차피 남자얘기니까요. 남자도 마찬가지고요. 회사에서 사람♫♫♩만드는게 소문이니까 이게 안 좋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각 안나오면 빨리 접던지 아니면 그 누나분만 올인해서 결혼할 마음으로 대시하면서 진지함과 안정감을 어필하시는게 좋아보입니다. 여자분도 리스크 짊어지며 사내연애를 하는거니까 그 점도 이해하셔야합니다.
Normal One2018.08.17 22: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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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2018.08.1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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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군2018.08.21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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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18.08.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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