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군. 구애의 춤은 그렇게 함부로 추는 게 아니야. 멍석이 깔린 자리를 봤다고 해서 다짜고짜 추면 안돼. 특히 앞으로 은퇴 전까지는 쭉 봐야 할 가능성이 높은 직장 내에서, 그냥 상대가 눈에 들어왔다고 해서, 또는 내 들이댐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작정 추면 곤란하지. 다행히 S군은 거기서 이제 겨우 두 번째 추는 춤이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여자 네트워크엔 찝쩍이로 소문이 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어. 그러니 춤을 위해 밟던 스텝은 일단 좀 멈춰 두기로 하자고.
내가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셋은
-상대는 이제 ‘연애’뿐만 아니라 ‘결혼’도 생각해야 하는 시기임.
-S군은 아무래도 ‘상대에 대한 호감’ 보다 ‘솔로생활 청산’의 목적이 큼.
-대화 중에 상대는 거절의 의사를 벌써 몇 차례 표현한 적 있음.
이기 때문이야. 상대가 동료이자 누나로서 부드럽게 밀어내고 있기에 S군은 그걸 ‘거절’이라 느끼지 않는 것 같고, 나아가 S군이 구애의 춤으로 상대를 감동시켜 사귄다고 해도 애초에 솔로생활 청산이 목적이기에 그 관계는 그걸로 목적이 다 한 관계가 될 수 있고, 또 그래버리면 상대는 그냥 S군의 ‘첫 연애’를 위한 봉사활동을 한 게 될 수 있거든.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아마 S군은
“전 신청서에, 김칫국 드링킹 이긴 하지만 이 분과의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는데요? 그걸 생각 안 할 수 있는 나이차가 아니라서요.”
라며 발끈할 수 있겠지. S군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진 알겠어. 알겠는데, 두 사람이 사적으로 연락하게 된 지 얼마나 됐어?
-일주일.
그래서 난 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나가서 담배를 하나더 피우고 들어오게 되었거든. 뭐, 저것만이면 내가 말도 안 해. S군은 내게
“이 정도 대화를 했으면 많이 가까워진 거라 생각해 밥 먹자는 얘기를 했거든요. 그랬더니 단둘이 밥 먹는 건 좀 그렇지 않냐는 대답이 돌아와, 제 멘탈이 너무 흔들렸습니다.”
라고도 했잖아. 이 정도면 0.2mm 미만 두께의 유리멘탈인 거지. 우리가 보통 식탁에 까는 유리가 5mm 강화유리인데, 그 유리의 몇 배가 더 약한 거야, 어? 내가 문과 출신이라 계산은 생략할 테니 S군이 한 번 계산해 봐.
둘의 대화도 그래. 지금까지 상대가 화를 내지 않으니 S군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S군은 상대의 나이를 놀리는 듯한 호칭을 썼잖아? 물론 그게 장난이라는 걸 둘 다 알긴 하지만, 그게 반복적으로 나오면 짜증나거든. 이러다간 언젠가
“넌 뭔데 나한테 자꾸 연락해서 사람 기분 나쁜 얘기하고 그래? 내가 웃으면서 받아주니까 만만하지?”
라는 이야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어. 말 놓는 건 상대도 승낙했으니 그렇다 쳐도, 아예 맞먹으려 며칠만에 이름으로 불러버리는 건 분명 당황스러운 행동이고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화내지 않으며 그러지 말라고 한 건 ‘직장 동료이자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자동생’에 대한 배려인 거지, 결코 거기에 거부감이 안 들거나 속으로는 그걸 좋아한다는 시그널이 아니야. 난 솔직히 이 관계가 연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선을 자꾸 넘는 S군에게 곧 상대가 한 번 정색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그게 더 걱정돼.
난 상대와의 관계에 대해, 대략 ‘그곳에서 제일 친한 누나동생’을 목표로 삼고 가까워지길 권할게. 최소 6개월은 급격한 들이댐 없이 대화하며 친해져야 상대 역시 S군에 대해 뭘 좀 알게 되고 그러는 거지, 지금으로선 S군이 그냥 예전에 들이댄 적 있는 사람에게처럼 한 번 들이대 보는 건지 아닌지 알기 어렵잖아. 게다가 연락하고 지낸 지 일주일 만에 밖에서 단둘이 보자고 하는데, 상대 입장에선 만약 거기에 승낙하게 되면 이제 S군은 만남을 계속 보채거나 고백을 준비할 것 같아 보이거든. 내가 봐도 그렇고 말이야.
또, S군의 입장에선 상대가 말을 돌리거나 끊는 걸로 느껴질 수 있는데, 그건 상대가 이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사용하는 현명한 배려이자 리드야. 상대가 딴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대화를 ‘인간적인 관심사’들로 주제를 돌려 대화를 하려 하는 거고, 받아주니까 막 더더 빠져들어 드립치고 아예 드러누우려 하는 걸 ‘대화 끊기’로 사전에 막는 거거든. 이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그렇게 유도해주는 걸 고마워해야 하는 거지, 거기에 대고
“ㅋㅋㅋㅋㅋ 끊는 게 아침드라마급 ㅋㅋ”
만 하고 있을 게 아니야.
S군이 현재 ‘가능성’을 찾는 관계는, 보통 사람들이 ‘아는 사이’가 되어 점점 친해지는 과정일 때 수준이라고 적어둘게. 다른 사람들은 그곳이 고속도로가 아닌 시내라는 걸 알기에, 대략 50~60km/h 정도로 주행하거든. 그러다가 진입로 들어섰다 싶으면 거기서부터 90, 100, 110 늘려가기 마련인데, S군은 길만 보이면 그냥 ‘엇?! 밟아도 문제 없나?!’ 하면서 시내에서 120Km/h로 밟아버려. 그러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거거든. 지금은
“내가 단둘이 밥 먹자고 했는데, 상대는 ‘전에 만났던 동료들과 같이 먹자’는 답을 하기에 멘탈 부서짐.”
따위의 얘기를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여럿이서라도 ‘같이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 좀 더 보고 알아가야 할 때니까,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며 가능성만 점치려 하지 말고, 최소한 상대의 가족관계와 생일 정도는 알고 난 후에 ‘결혼까지 생각’같은 얘기를 하든가 하자고. 알았지? 자 그럼, 요즘은 하도 더워서 불금 보내라는 말도 덥게 느껴지는데, 여하튼 다들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연애매뉴얼(연재중) > 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년 모태솔로의 소개팅, 전 왜 또 망한 거죠? (32) | 2018.09.11 |
---|---|
자긴 지금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는 그녀, 어쩌죠? (23) | 2018.08.28 |
모두에게 친절한 썸남, 그의 마음이 헷갈려요. (27) | 2018.07.17 |
처참하게 퇴짜 맞는 남자들의, 들이댐 5단 콤보. (33) | 2018.07.11 |
그녀에게 번호 준 뒤 카톡 잘하고, 만나기도 했는데, 왜 끝난 거죠? (27) | 2018.07.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