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이, 잠시 헤어졌을 때 만나던 여자와 연락을 해요.
- 2018. 9. 7. 21:10
- Written by 무한™
친하게 지내는 ‘아는 동생’이 이 사연을 들고 왔다면, 난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말해줬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A. 남친이 그 여자와 연락하는 걸 걸린 게, 벌써 여러 번이라서.
현재 남친은 계속 ‘정말 상대와 다 끝냈으니 믿어달라’고 하는 중이고 J양은 그런 남친을 믿어도 좋은지를 내게 묻고 있는데, 난
-남친이 J양 앞에서 그 여자를 차단하고 연락하지 말라고 메시지 보냄.
-얼마 후 남친이 그 여자와 연락하고 있는 걸 J양에게 들킴.
-답장만 한 것일 뿐이라는 말 믿고 만나던 중, 프사 보고 있던 거 들킴.
-그 여자 카스 들어가니 남친과 찍은 걸로 추정되는 사진 많음. 추궁.
-그 여자 카스에 사진 다 사라짐. 남친이 지우라고 요구했다고 함.
-다 차단하고 삭제하며 정리된 줄 알았는데, 다시 친구 등록되어있음.
등의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까닭에, ‘그를 믿어도 좋은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답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정말 다 끝냈고 정리했다고 말하며 J양의 눈앞에서 삭제한 것까지 확인시켜주긴 하지만, 몰래 다시 폰을 보면 어김없이 그 여자가 친구추가 되어있는 상황. 이게 한두 번도 아닌데, 그렇다면 이건 누가 봐도 불신의 문제가 아니라 앞뒤가 다른 상대의 문제인 것 아닐까?
진짜 자신은 이제 그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의심이 든다면 자기 폰을 봐도 좋다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폰을 확인하니 그 여자의 사진이 나온다. 이게 뭐냐고 따져 묻자 ‘봐주기로 한 거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냐.’고 오히려 상대는 화를 낸다. J양도 바보가 아닌 까닭에 그런 상대와 헤어지겠다는 생각으로 연락을 끊기도 했는데, 얼마 후 또 상대가 찾아와 ‘진짜 이제 다 정리됐다. 믿어달라’는 이야기를 해 다시 만나는 중이다. 이쯤 되면, 못 믿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 아무 의심 없이 그 말을 믿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닐까?
B. 오래 사귀긴 했지만, 둘만 있던 고립된 연애라서.
그러니까 뭐가 너무, 없다. 4년을 사귀었는데, 가족은 물론이고 서로의 친구도 본 적 없으며, 둘 다 이십대 초중반도 아닌데 부모님들께서도 그냥 ‘누군가와 연애중이다’라는 것만 알고 계실 뿐이라는 게 좀 그렇다.
데이트 역시 집데이트가 주를 이루며, 둘의 재회라는 것 역시
-다시 사귀는 사이이니, 집에 놀러도 갈 수 있고 자고 갈 수도 있음.
이라는 걸 제외하고 뭐가 더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대화 또한
-남친이 주로 ‘뭐해? 어디야? 밥 먹었어? 도착했어?’를 묻는 게 8할.
-J양이 뭔가를 얘기하면 남친의 반응은 ‘그래’, ‘그렇구나.’ 정도.
-문답은 자주 하는데, 그게 예의상 단답을 그냥 길게 늘려 답하는 수준.
인 까닭에,
-그것마저 안 하면 너무 건조하며, 둘이 한 마디도 안 하고 지낼 것 같아서.
대화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물론 그렇게라도 누군가 계속 묻고 챙겨주려 하면 챙김받는 느낌이 들긴 하겠지만, 그냥 그 이유 하나로 계속 이 관계를 이어가는 게 정말 맞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J양은 어차피 자신도 지금 당장 결혼을 할 상황이 아니라서 상관없다는 식으로 내게 말했는데, 지금까지 모두 접어두고 유예하기만 한 그것들이, 지금이라도 하려면 할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거나 현실화하기 어려운 것들인지에 대해서도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봤으면 한다.
C. 상대가 ‘기-승-전-내맘대로’라서.
J양은 남친에 대해
-배려심이 깊고, 감정변화를 잘 캐치해 상황대처를 하는 타입.
이라고 말했는데, 난 그렇게 말하는 J양에게
“그의 그 배려심과 상황대처가, 둘 사이에 갈등이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발휘되던가요?”
라고 묻고 싶다. J양은 다른 문장에서 남친에 대해
-하지만 배려해주는 듯하다가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음.
라고도 이야기했는데, 내가 염려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다. 그는 아무 문제 없이 안전한 상황에서는 ‘J양을 접대하는 을인 척’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자기 선택에 따르며 전에 이별통보를 한 것도 상대였고, J양이 뭔가를 확인하려 할 때 절대 공개하지 않은 채 이별을 감수하고서라도 억지로 넘기고 마는 모습 역시 가지고 있다.
그리고 솔직히 난, 그가 뭘 얼마나 J양을 위해 배려해주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열심히 물어가며 밥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하고, J양이 먹고 싶어하는 게 있으면 그가 그냥 대부분 다 따라주는 거? 그런 자잘한 것들에선 아홉 번 양보를 받지만 정작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상대로부터 1mm의 양보도 받을 수 없는 거라면, 그게 과연 정상적인 배려일까?
J양은
“이런 케이스도 좋게 발전한 경우가 있나요? 좋게 발전할 수 있다면 유지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궁금해요.”
라고 내게 물었는데, 이런 사례의 경우 얼마간 유지는 가능하지만 저절로 좋아지는 일은 없으며, 이 사연엔 ‘남친의 다른 여자 문제’를 제외하고서도 다른 문제들이 있는 까닭에 지속 가능한 관계로 보기 힘들다는 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J양은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들었던 지인들도 하나 같이 입을 모아 헤어지길 권하는 중이라 했는데, 열에 아홉이 반대하는 그런 연애는 그만두는 게 맞는 거란 얘기도 해주고 싶다. 당장 헤어지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안부 묻고 편들어주던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기에 휑한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것 자체가 사실 좀 잘못된 것이었으니 거기에만 모든 의미를 다 부여하진 말았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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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2018.09.0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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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2018.09.0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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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2018.09.0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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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2018.09.0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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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2018.09.0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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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2018.09.0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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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나비 2018.09.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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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바람2018.09.0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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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래 사귀다보면 같이 놀러갈거 먹을거 안부 이런거아니면 할말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진지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하는건지.. 삶이 그렇게 힘든게 없을수도 있는데 우울한 이야기를 짜내서 깊은이야기를 꼭 해야하는건지.. 근데 그 깊은이야기와 서로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대화의 주제는 대체 뭔지.. 모르겠어요 정말.. 이사연자분과 똑같은 연애를 하고있는사람으로써 혼란스럽네요..
루나2018.09.0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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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런 부분의 핵심은 단순히 소개시켜주느냐 그 자체가 아니고, 이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인지가 핵심인 거죠. 단순히 둘이 좋아하고 잘 지내지만 주변을 소개시켜주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건 문제가 없을테지만 뭔가 걸려지는 게 있어서 안하는 경우라면 정상적인 관계가 아닌 경우가 많잖아요?
전 솔직히 신랑이랑 너무 많이 싸우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다보니 헤어졌다 만났다 하는걸 주변에 말하는것도 쪽팔려서 말 안한 것도 크거든요.
에어컨바람님이 왜 주변에 말을 안하고 싶으신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오래 사귀어도 할말은 엄청 많던데... 전 진짜 무난한 인생이라 뭐가 없는데도 맨날맨날 말할게 생기던걸요.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얘기, 진상손님 이야기 등등부터 인터넷에서 단순히 재밌는 내용 본거라던지, 신랑이 좋아할만한 쇼핑템을 링크해준다던지, 둘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보고 얘기한다던지(유튜브 채널이나 기사 같은 것들요)... 요즘 뉴스화 되는 많은 주제들도 있고요.
할말 많은 날도 있고 할말없는 날도 있겠지만 늘 할말이 없어서 안부만 묻고.. 그런다면 그건 조금 문제가 있는 관계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루나2018.09.0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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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말없으면 어색하고, 어떻게든 어떤 말을 해야할 것 같고 겉핥기식으로 사귀는 것 같고 그러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되어요
에어컨바람2018.09.08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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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연애..2018.09.0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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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그손 놔줘야 겠어요 ....
ㅅㄹ2018.09.0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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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2018.09.0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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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2018.09.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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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2018.09.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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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제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잘 몰라서
그냥 이것저것 끄적이다 말다 하곤 합니다.
글 하면 무한님이 제일 먼저 떠오르니깐 한번 말씀드려봤어요.
신혼생활은 잘하고 계시죠? 이제 완연한 가을 날씨인데 놀러도 가시고 즐겁게 보내세요.
요즘 너무 보고 갑니다만 외친 것 같아서 오랫만에 길게 답글 달아봅니다. ^^
희서니2018.09.1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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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감사합니다!
ㅇㅇ2019.01.0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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걍 헤어지세요 헤어지고나서 생각해보면 소름끼칠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