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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욱하며 다혈질인 남친, 제가 참았어야 하나요?

by 무한 2018. 9. 22.

E양은 내게

 

“남친의 욱하며 다혈질인 성격이 이상한 건가요, 아니면 제가 못 참은 건가요?”

 

라고 물었는데, 이건 꼭 둘 중 하나에게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 보기 힘들다. 누가 더 이상한 거냐고 묻는다면 난 당연히 ‘다른 사람을 만나 연애해도 반드시 또 문제가 될 부분들’이 많은 남친이 더 이상하다고 답하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100% 그의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말하자면, E양에게는 화를 부르는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서운함도 큼.

-그냥 넘어가 주는 일이 거의 없음.

-상대가 사과해도, 양보 없이 끝장토론을 함.

-반대로 상대에겐 ‘그것도 이해 못 해주냐’는 뉘앙스로 말함.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욱하며 다혈질인 남친, 제가 참았어야 하나요?

 

 

얼마 전 매뉴얼에서도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관계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로 상대가 잘못한 게 아니라면, 그 부분만 짚어서 이야기한 후 상대가 하는 사과를 받아줄 필요가 있다. 상대가 미안하다고 하는데 화 안 났다고 답하며 냉랭하게만 굴거나, 그냥 입 꾹 닫곤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래 버리면, 상대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갈등과는 또 다른, 이쪽의 태도로 인한 새 갈등이 더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상대 입장에선,

 

-미안하다고 해도 대답 안 함.

-웃으면, 웃음이 나오냐고 함.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폭발함.

-밥 먹자. 뭐 사줄까? 해도 반응 없음.

 

의 상황을 견디는 게 너무 힘든 일일 수 있다. 이런 상황까지 가는 걸 막기 위해 내가 권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상황에서든 내 기분을 풀게 할 수 있는 만능 키워드 만들기.

 

인데, 내 경우 회나 치킨을 먹자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기분이 풀린다. 더불어 그냥 듣기만 해도 빵 터지는 둘만의 의미가 담긴 단어나, 몸짓이나, 성대모사나, 드립 등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는, 벼랑 끝 대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진땀만 흘리고 있는 상황을 얼른 수습할 수 있어야 하며, 통화하거나 만나자마자 갈구기 시작하거나, 대화 중 8할이 서운함 토로와 지적이거나, 결국 둘 다 화내며 돌아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가선 안 된다는 거다. 그럴 경우, 그 관계는 그냥 ‘만나거나 대화하면 너무 피곤하며 진 빠지는 관계’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또, E양의 연애관 자체가, ‘고립된 연애’, ‘연애 하나에만 집중하는 연애’인 까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상대도 데이트 전엔 데이트 기대하고, 후에는 여운이 남아야 함.

-일 많아서 늦는 것도 좀 그런데,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할애해야 함.

-며칠 후에 우리 몇백일 기념일인지 모르면 섭섭함.

-데이트 장소 같은 것도, 내게 물어보고 정하려고 하는 거 좀 싫음.

-내가 지난번에 말한 내 스케줄 기억 못 하고 있으면 기분 나쁨.

-내가 장난으로 한 거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받아줘야 함.

 

위와 같은 E양의 연애관은, E양만 즐거울 수 있는 연애관인 것 아닐까? 아주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저게 모두 충족되어야만 E양이 불안을 극복하고 안심할 수 있는 경우, 상대에겐 그 관계가 연애 아닌 접대의 의무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E양과 함께 오로지 연애에만 고립되지 않을 경우 지적과 불평을 듣게 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또, E양은 보통의 사람들과 비교해 상당히 정적인 사람인데, 상대는 완전히 반대에 위치한 ‘활동가’ 타입인 까닭에 둘 사이엔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E양은 그냥 상대가 E양과 함께 있어주며 E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데, 상대는 E양과 함께 돌아다니고 싶어 하며 친목과 의리를 중시해 남들에게 간 쓸개 빼주러 다니는 타입이니 말이다.

 

 

이렇게 적어두면 E양이 갈등의 원인제공자이며 그래서 상대가 폭발하고 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니라는 걸 여기서 다시 한 번 밝혀두기로 하자. E양이 사연을 보냈고, E양이 이번과 같은 연애는 절대 또 하고 싶어하지 않기에 교정해야 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한 거지,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결함은 분명 상대에게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통화하다 짜증 나면 그냥 끊어버리고, 데이트하다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생기면 표정부터 변해 화내다 혼자 가 버리는 사람과는 빨리 헤어질수록 좋다. 이별 후 둘을 공통으로 아는 지인에게도 상대는 “정리했어.”라고 서둘러 말해버린 것 같던데, 연애 중은 물론이고 이별 후에도 이렇게 존중과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과는 여러 생각할 것 없이 헤어지는 게 맞는 거다.

 

E양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하는 것이니 맞춰갔어야 했나?’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던데, 집에 비유하자면 안방 혼자 쓰고 거실도 사람들 와야 하니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겠다고 말하는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는 거다. 상대는 자기가 부를 때까지 작은 방에서 문 닫고 나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에 가까운데, 그런 사람에게 맞춰가며 같이 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행히 신경질 부리고 공포분위기 조성하는 것 정도만 경험했을 뿐 욕설이나 폭언은 경험하지 않았으니, 추석 전 헤어진 건 조상님이 도우신 거라 생각하며 새 마음으로 새 사람과 만나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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