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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오랫동안 잘 사귀었는데, 결혼 앞두고 헤어진 이유는?

by 무한 2018. 10. 2.

많은 커플이, 결혼을 앞두고 상대를 개조하려 하다 끝장나곤 한다. 특히 여성대원들이

 

-날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내 요구에 귀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갈구고 고문하곤 하는데, 이번 사연의 주인공인 C양 역시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다 관계의 뿌리까지 뽑아버렸다고 할 수 있겠다.

 

헤어진 지금도 C양은

 

-날 이제 안 좋아하는 거냐. 정말 그런 거라면, 나도 마음 정리하고 다른 사람 만나겠다.

 

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는데, 그런 태도는 상대로 하여금 남아 있던 작은 정까지도 떨어지게 만들며, C양과 끝내기로 한 게 잘한 선택이라는 확신을 더해줄 뿐이다. 지금 C양이 해야 하는 건 좋아함, 사랑, 싫어짐, 뭐 그런 형태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눈에 보이고 피부에 와닿았던 것들에 대한 것이니, 오늘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자.

 

 

1. 당연한 게 아니라, 상대가 참고 맞춰주었던 것들.

 

오랫동안 안 싸우고 잘 지내는데 내가 편하기까지 할 때에는,

 

-(이만큼 안 싸우고 잘 지내며 내가 편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상대가 몸과 마음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들이 많진 않은지?

 

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 만남이 유지되는 경우, 두 사람이 정말 잘 맞아서가 아니라, 한쪽의 일방적인 이해와 희생이 있기에 버텨내고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뭐, 그렇게 크게 상대가 양보하거나 이해하는 거 없는데요?”

 

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을 수 있는데, 바로 그 지점이 문제다. 그냥 늘 그래왔으니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분들에 대해, ‘그 일이 정반대로 벌어져도 난 괜찮은가?’를 살펴보길 권한다.

 

상대는 이쪽에 대해 많은 걸 알며 이쪽이 하는 얘기를 늘 잘 들어주는데 이쪽은 아는 게 없거나 궁금해한 적 없는 것이라든지, 내가 화났을 때 상대는 앞에서 갖은 재롱을 부려가며 기분을 풀어줘야 하지만 내 잘못으로 인해 상대가 화를 내는 건 배신이자 배반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라든지, 늘 기다리거나 부담하거나 몸을 좀 더 움직여야 하는 건 상대인 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오랫동안 안 싸우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 그냥 저절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분명 상대의 희생과 이해와 양보에 적잖이 신세를 진 부분이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C양의 사연에서 가장 마지막에 벌어진 상황만 보더라도, 둘은

 

-남친 실수로 C양이 화나면, 남친은 따라다니면서 화를 풀어주려 함.

-C양 실수로 남친이 화나면, C양은 연락을 두절한 채 삐쳐있음.

 

이라는, 불공평하고 갑갑한 관계였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은가. 이후 연락이 닿자 상대는 더 이상 못 하겠다며 헤어지자고 했고, 그 와중에도 C양은 ‘내가 싫어져서 헤어지자는 거냐’며 따지기만 했다. C양의 정당화와 합리화에 지쳐 더는 못 하겠다는 상대에게 “우리는 서로 다르니까 다른 부분을 맞춰가야 하는 거 아니냐. 왜 맞춰갈 생각을 하지 않고 헤어지려 하는 거냐.”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건 상대를 더 질리게 만드는 일일 뿐이니, 이별통보에 놀라 막 우겨서라도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상대에게 C양과 이 연애는 어떤 느낌이었을지 입장을 바꿔 찬찬히 생각해 봤으면 한다.

 

 

2. 결혼까지 생각하느라 더 갈궜던 부분들.

 

‘이제 결혼해야 하니, 상대는 완벽한 남자에 가까워져야 한다’라니! 물론 그 유명한

 

-여자는 남자에 대해 ‘결혼하면 바뀌겠지’하는 생각을 하고, 남자는 여자에 대해 ‘결혼해서도 그대로겠지’하는 생각을 한다.

 

라는 말이 있으며, C양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긴 하다. 특히 ‘우리’로 생각하기보다는 여전히 ‘너와 나’로 분리해 생각하는 커플들이 저 지점에서 고전하며, 결혼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온도 차이로 심한 갈등을 겪곤 한다.

 

그러니까 이게, C양 남친의 입장에서 보자면

 

-열심히 잘 참고 이해하고 맞춰가며 이제 결혼 문 앞까지 왔는데, 여친은 그게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하는 걸 본 예선이라고 하며, 이제 여기서부터 더 노오오오력을 하며 섬세하고 뚝심있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함.

 

같은 느낌인 거다. 그는 지금까지 연애하며 경험한 범위 내에서 C양과 알콩달콩 살 수 있으며, 그 이상으로 잘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C양의 지적과 잔소리를 들어보니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환골탈태를 해야 겨우 ‘C양이 만족하는 남편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라 할 수 있겠다.

 

상대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결혼 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당장 지적을 해서라도 고치겠다는 다짐을 받아 두거나,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어서라도 결혼 전에 고치려 들 수 있다. 하지만 C양의 경우에서처럼, 그게 불공평한 상황을 상대가 감내하고 있는 와중에 더더더더 바뀌라고 요구하는 것일 수 있으며, 아홉 가지 장점을 가진 사람에게 한 가지 단점을 고치라고 주문하는 것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C양이 말했듯 C양 남친은 다정하고, 책임감 강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인정받는 걸 좋아해 연애에서의 성실도도 변함 없지 않았는가. 그는 헤어지자는 말을 한 뒤, C양이 매달리자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말을 꺼내 일단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찌 보면 웃길 정도로- 연락 안 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지기로 한 동안 위급상황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는 남자인데, 이런 사람을 자꾸 궁지로 모니 그는 버티고 버티다 ‘아 몰라. 나 안 해. 더는 못 해.’하고 만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그가 오랜 연애를 이렇게 끝내려고 한다며 분노만 하기 보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돌아보길 바란다.

 

 

3. 남아 있는 가능성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면?

 

상대가 뭐라고 이별통보를 했든, 그것까지를 이쪽은 ‘연애 중 우리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로 생각하려 애쓰자. 일단 그렇게 이쪽을 진정시켜야 가능성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 수 있는 거지, 놀람과 분노와 당황으로 유치하게 굴거나, 억지를 부리거나, 당장 복수하려 든다면 불씨는 꺼지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일 때 가장 바보 같은 요구는,

 

“전화해줘. 통화하고 싶어.”

“헤어지더라도 얼굴 보고 얘기해.”

“내가 싫어진 거야? 솔직히 말해줘.”

 

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연애하며 싸우다 저런 방식으로 몇 번 풀기도 했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봉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미 몇 번 시도해봤지만 결국 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상대는 피로감을 느끼는 중일 수 있다. 그런 상대에게 자꾸 또 돌려서 요구하거나 감정에만 기댄 채 호소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쪽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 것까지만 하도록 하자.

 

더불어 상대를 자극하거나, 그냥 진흙탕 싸움을 하려 드는 것은 참 미련한 행위라는 것도 잊지 말자. 너랑 사귀어온 시간들이 후회된다든지, 넌 비겁하다든지, 완전히 싫어진 거면 나도 딴 사람 만나겠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접착이 가능한 실금이 난 관계도 산산조각 날 수 있다. 또, 싸울 때 이쪽이 늘 우기고 억지를 부리며 닦달하는 것에 상대가 지친 건데, 거기에 대고 여전히 계속 이쪽이 바라는 결론만 반복해서 말하면, 상대는 완전히 질려버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두 사람이 아무 공감대나 추억 없이 그저 연애 역할극을 해왔다거나, 데이트메이트 정도로 만나왔던 게 아니라면, 상대의 마음도 분명 이쪽의 마음과 같은 부분이 있을 거라 믿어 보도록 하자. 당장은 서로의 마음이 엇갈려, 어떻게든 빨리 긍정적인 결론을 내고 싶어 하는 이쪽의 마음과 해결하고 싶지도 않고 해결되지도 않아 멀리 밀어두고 싶어 하는 상대의 마음으로 나뉜 것이니, 늘 얘기하지만 마구 휘저어 일어난 흙탕물이 다시 좀 맑아질 때까지는 기다려보기로 하자.

 

그 시간이 지나 서로 미움과 분노를 가라앉힌 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바로 그때 덤덤하게 할 이야기들을 지금 준비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 돌아봐야 할 것들을 위에다 열심히 적어두었으니, 둘의 연애를 차분히 복기하며 그때 너와 나, 우리는 어땠을지를 짚어가 보자.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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