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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소개팅 애프터 이후로 달라진 그 남자, 정리하자네요.

by 무한 2018. 10. 11.

아무래도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만 많이 듣고 임한 첫 소개팅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이번 소개팅에서 보인 K양의 태도는

 

-소극적이며 수동적이어서, 아무 매력 없음.

 

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모습에 가까웠다. 냉정하게 따지자면, K양이 한 거라고는

 

-상대에게 호감이 생겼으며, 그래서 또 만나자고 하길 기다림.

 

이란 것밖에 없잖은가. K양과 비슷한 태도를 보이는 여성대원들은 내게

 

“남자가 여자에게 호감있을 땐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나요?”

 

등의 질문을 열심히 하곤 하는데, 대부분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건

 

-여자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반응해주며, 관계에 집중하고 이어가려 할 때.

 

라는 기반 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영화 얘기가 나왔을 때라면, 서로 선호하는 장르와 재미있게 본 영화들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재미있는 거지, 상대 혼자 이쪽을 인터뷰하듯 무슨 영화 좋아하는지, 뭘 재미있게 봤는지, 요즘 나온 영화 중 보고 싶은 것 있는지를 물어가야 한다면 점점 지루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이것 외에도 K양의 태도에는 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오늘 그 부분들을 함께 살펴보자.

 

소개팅 애프터 이후로 달라진 그 남자, 정리하자네요.

 

1. 쿵짝이 안 맞아….

 

기분이 좋거나 신났을 때의 표현을, K양의 경우 보통 사람들의 1/4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서 다음에 어디 같이 가자는 이야기가 나올 경우, 다른 사람들은 대개

 

-오오 진짜 괜찮아 보인다!

-나도 지금 검색해 봤어!

-저거 사진으로만 봐도 맛있어 보이네!

 

등의 리액션을 하곤 하는데, K양은

 

-그으랭.

 

하고 만다. 기다리던 얘기라 기분이 엄청 좋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만 표현하며 그냥 속으로 좋아하고 마는 것이다.

 

그게 낯가림 때문이든 뭐든, 아직 이쪽에 대해 잘 모르며 지금으로선 이쪽이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대 입장에선, 미지근하며 별로 탐탁찮은 반응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K양 역시, 만약 K양이 내게 카톡으로 말을 걸었는데, 내가 “반갑습니다! 사연 주신 거 읽어봤어요!”하면 다음 말을 하기 쉽지만, 내가 그저 “네. 하실 말씀이?”라고 하면 괜히 말 걸었나 싶을 것 아닌가.

 

상대는 막 사진 보내며 자기 일상 공유하려 하고 K양에게도 묻고 하는데 K양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기 바빴으며, 상대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보다는 ‘상대가 날 더 잘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큰 까닭인지 대화할 떡밥 하나 던지고는 흥미롭게 이어지지 않으면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첫인상이 좋았더라도, 애프터, 삼프터 이후 계속되는 이런 모습이, 상대의 마음을 뜨게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2. 나만 아는 대화법.

 

내 지인 중에, 조수석에 앉아 길을 설명하며

 

“저기서 저쪽으로 가. 아니 저쪽! 저쪽!”

 

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지인이 있다. 자신이야 그 길을 다 아니 ‘저기’나 ‘저쪽’이 어디를 의미하는지 알 수 있겠지만, 운전석에 앉은 사람으로서는 그게 어디쯤에서 좌측이나 우측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 난감해지기 마련이다.

 

내 지인의 저런 태도처럼, 카톡 대화를 할 때 ‘풍부한 설명’이나 ‘정확한 표현’을 하지 않아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안타깝지만 K양 역시 좀 이런 타입으로, 문장부호를 생략하거나, 주어를 생략해 오해를 만들곤 한다. 대화를 하나 보자.

 

상대 – 뭐하고 있나요~

K양 – 누워있지 ㅎㅎ

K양 – 웹툰 보고 있지 ㅎㅎ

상대 – 웹툰 뭐 보는데?

K양 – 아니~ 오빠 웹툰 보고 있을 거라고

상대 – 아, 나?

 

정말 어쩌다 한 번 저러는 거라면 상관없는데, 앞서 말한 대로 문장부호나 주어를 생략해 의미전달이 안 되고, 이어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듣는’ 게 안 되어 자꾸 삐끗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카톡을 주고 받는 시차 때문에 생긴 일이긴 하지만

 

K양 – 비 진짜 많이 온다. ㅠㅠ 집에 어떻게 가지?

(잠시 후)

상대 – 어딘데?

K양 – 집이지 ㅎㅎ

 

라는 대화는 좀 괴상하다. 카톡 길게 보낸다고 허리가 휠 정도로 과금 되는 것도 아닌데, 너무 막 다 생략하고 ‘용건만 간단히. 간단히 한 걸 더 간단히.’ 보내진 말았으면 한다. 저런 상황에선 일반적으로 ‘겨우 집에 왔다’거나 ‘지금 막 집에 들어왔어. 오빠는?’이라고 말하기 마련인데, K양은 받는 사람이 뭘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간단히만 말해버리는 문제가 있으니, 문장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든 전화통화를 늘리든 하길 권하고 싶다.

 

 

3. 자잘한 세 가지 문제.

 

첫째. K양이 상대와 잘 되길 바란 건

 

-상대가 날 잘 챙겨주는 것 같아서.

 

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처음 막 연락해 챙겨줄 때처럼 적극적으로 연락하며 챙겨주길’ 바라고만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이야기했듯 일방적으로 이쪽만 챙김 받으려 할 경우 상대는 ‘내가 왜 혼자 접대하고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둘째. 상대는 어장관리를 하는 게 아니며 이쪽이 놀아나는(?) 것도 아니다. K양은 상대가 연락을 끊거나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서 미지근하게 이 관계를 이어가는 것 같다며 ‘놀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했는데, 이게 꼭 그렇게

 

-좋으면 전력질주, 아니면 차단

 

식의 극단적 선택지만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와 소개팅을 하든 상대가 전력질주 하기만 바라게 될 것이며, 조금이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일 경우 ‘어장관리인가?’하는 의심부터 하게 될 수 있다.

 

더불어 ‘상대의 전력질주’만 바라기 전에, K양은 뭘 얼마나 했는지도 꼭 돌아봤으면 한다. 상대가 어디어디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도 K양은 ‘그으랭’만 하고 말았으며, 상대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습도 안 보이지 않았는가. 퇴근 후 상대가 어디 간다고 하면 보통 ‘잘 다녀와~ 나는 ~하고 있을 거야 ㅎㅎ’ 정도로 받아주기 마련인데, 이 지점에서도 K양은 ‘으응’정도만 반응하고 말았으니, 이런 블랙홀 같은 태도가 상대의 호감을 다 흡수해 버리고 만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셋째.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다가, 나중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말로 통보를 한 것 역시 문제다. 둘의 관계는 그래도 주선자가 있는 소개팅이니 상대가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해주긴 했지만, K양이 상대에게 했듯

 

“난 서로 호감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아닌 것 같네. 그래서 확신도 안 들고, 이렇게 지내봐야 감정소모만 될 것 같다.”

 

라고 말해버리면, 그건 끝내자는 의미가 98.72% 담긴 말일 뿐, ‘상대가 부정하고 사과하며 다시 사귀게 되는 계기’가 되긴 어렵다.

 

그리고 저 말이 나온 시점도 ‘만날 날짜 조율’을 하다가 나온 건데, K양 입장에선 상대가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으니 그런 거겠지만,

 

-내 약속은 진짜 중요해서 미룰 수 없는 게 맞다. 그런데 상대는, 그냥 핑계 대고 약속 있다고 하는 건가?

 

라는 식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K양 역시 한발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네…. 내 반응에 상대는 좀 황당했겠네.’하는 생각을 할 수 있으리라 난 생각한다.

 

 

이게, K양이 수년의 긴 연애를 끝낸 후 처음으로 소개팅을 한 거라 그럴 수 있는데, 지금 좀 달리 생각해야 하는 건

 

-수년간 사귄 이전 연애의 남친과 지금 막 만난 소개팅남은 절대 같지 않음. 소개팅남에게 K양은 아직까지 ‘남’일 뿐임.

 

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 남자분이, 잘 되어가는 것처럼 연락은 다 하셔놓고, 제가 말을 꺼내니 정리하자고 하는 것에 화가 나네요.”

 

지금은 K양도 능동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때지, 그저 기대하는 마음만 가지고 상대가 뭘 어떻게 하나 지켜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K양은 K양이 자기 자신이니 뭐가 어떤지 잘 알겠지만, 드러나는 모습만 본 상대는

 

-리액션도 별로 없고, 가끔 상식을 벗어난 듯한 화법으로 얘기하고, 그러다가 만날 날짜 잡던 중 감정소비 하지 말자는 식으로 통보하는 여자.

 

를 잠깐 만났던 거라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니 앞으로 소개팅을 할 경우, ‘상대에게 난 어떻게 보일지’까지를 생각하며 좀 더 바짝 다가앉아 열심히 표현하길 권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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