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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호의적인 남자도 질리게 만들고 만 철갑녀, 문제는?

by 무한 2018. 9. 19.

Y양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연애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계가 다 무난하며 모임에서도 사람들의 신임을 얻을 정도로 활동하고 있으니, ‘나쁜 사람’으로 보일 모습은 딱히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남자’, 특히 ‘나랑 연애하게 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남자’에게 Y양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보통의 여성대원들이

 

썸남 > 최측근 > 지인 > 타인

 

의 부등호 형태로 호감을 베풀거나 호의를 보이는 것과 달리, Y양은

 

최측근 > 지인 > 타인 > 썸남

 

의 형태로 이성을 대한다. 때문에 상대는 그냥 '아는 사이'일 땐 Y양과 잘 지내지만, 썸남이 되어 더 연락하고 가까워지려 할수록 갈굼을 당하거나, 비꼼을 당하거나, 관계를 쫑내겠다는 위협에 시달리고 만다.

 

호의적인 남자도 질리게 만들고 만 철갑녀, 문제는?

 

 

Y양의 썸남이 될 경우, 그는 Y양의 ‘최측근’에서 ‘썸남’으로 넘어오며 모진 고문을 당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그 역시 ‘같은 모임의 아는 남자’인 까닭에 시달릴 일이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지만, Y양과 썸을 타기 시작하며 곧바로 여러 시험에 들어야 하며, 합격점을 못 받을 경우 다른 것을 구실로 엄한 형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Y양과 같은 모임에 속해 있는 남자다. Y양은 나랑 모임에서 만나 화기애애하게 놀 때에는 좋았으며, 나 역시 Y양에게 사적인 연락을 하며 가까워졌다. 그런데 좀 가까워지다 보니, 어느 새 모임에서 Y양이 내게 집중하지 않으면 난 일부러 Y양을 투명인간 취급하기도 했고, 누구보다 앞서 괜히 Y양을 몰아세우는 말을 하기도 했으며, 사적인 연락에서 역시 퉁명스럽게 대했다.

 

이전 같으면 난 모임에서 놀러가는 걸 정할 때에도 자연스레 연락해서 Y양이 원하는 쪽으로 물어봤을 텐데, 비뚤어진 마음을 가진 까닭에 Y양을 소외시킨 채 다른 사람들과만 상의해서 정했다. 직접 티를 내진 않았지만 다른 걸 트집 잡아 냉랭하게 대했으며, 일부러 선연락을 안 한 채 Y양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기도 했다.

 

Y양과 가까워질수록 내가 저런 태도를 보인다면, Y양도 질색하지 않겠는가? 나아가 시치미 뚝 뗀 채 만날 약속을 잡았다가도, 일부러 연락 안 하고 있다가 당일에야

 

“오늘 우리 보는 건가요? 피곤하면 담에 보든가요.”

 

하고, 더불어 그 일로 말싸움 비슷한 걸 하다가

 

“앞으로 Y양이랑 약속 잡을 일 없을 거예요. 아뇨 Y양이 사과할 일은 아니죠. 잘못한 게 없는데요. 됐고, 암튼 알겠어요.”

 

라며 연락을 끊는다면, 나와 더 친해지겠다는 마음은 고사하고 계속해서 연락을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지 않을까?

 

 

Y양은 내게

 

“남자분이 먼저 적극적으로 대한다거나 그런 게 없어서, 제 딴에는 더 소심해지고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중이라고 해서 썸남이 ‘Y양 말고는 관심있는 게 없는 사람’처럼 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Y양이 혼자 기대하고는 일부러 상대를 시험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상대에겐 그게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보일 뿐이며, 무슨 사건이 있거나 갈등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Y양 혼자 전부 추측해 비뚤어진 마음을 먹고 상대를 괴롭히면 상대는 Y양에 대해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닌 듯’이란 평가를 하게 될 수 있다.

 

Y양이

 

“그 전에 대화를 했는데, 이 남자 진짜 아무렇지 않게 평온하게 말하더라고요? 짜증나고 불편했던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라, 저만 그랬다 싶기도 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현실에서 발 떼고 Y양 혼자 너무 앞서 나가 섀도 복싱을 했다는 증거다. 또, 그 대화로 인해 Y양의 오해였다는 게 밝혀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운함이 폭발하더라고요. 저는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이 남자는 너무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니…. 실망을 넘어 진짜 너무….”

 

라며 화풀이를 하면, 앞으로 상대에겐 Y양과 말을 섞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이 될 수 있고 말이다.

 

Y양이 여린 까닭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완전히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고 난 뒤에야 아낌없이 사랑하고 싶어하겠다는 건 알겠다. 알겠는데, 그렇다고 언제까지 상대를 평가하며 시험에 들게하면, 친해지는 것 자체가 고행인 그 과정을 견딜 사람은 많지 않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연애도 결국은 대인관계인 건데, Y양은 친구나 지인에게 절대 하지 않을 이상한 행동과 말들을 썸남에게 하지 않았는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뭐가 뭔지 몰라 막 헷갈릴 땐

 

-아는 사람에게 절대 안 할 말과 행동을 썸남에게 할 경우, 이 관계는 그냥 끝장.

 

이라는 걸 꼭 떠올렸으면 한다. 그리고 Y양이 화가 났든 실망을 했든, 그걸 풀어주려 최대한 애쓰는 상대에게 30분 넘도록 동어반복하며 그냥 신경질만 내고 있으면, 더 노력해서 풀기보다는 그냥 인연을 끊고 싶어 할 거라는 것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더불어

 

“이렇게 대화하는 거랑 얼굴 보고 얘기하는 거랑 다르니, 만나서 얘기를 하자.”

 

라고 까지 하는 상대에게, 대답을 회피한 채 자야하니 끊겠다는 식으로 대응을 하는 건, ‘잘 될 가능성’이나 ‘풀릴 가능성’ 까지를 Y양 손으로 뿌리까지 뽑아 버리는 거라는 것도 기억해뒀으면 한다. 못이기는 척 하면서라도 나가서 풀었어야지, 그걸 그렇게 확 끊어 버리면….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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