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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갑자기 연락없는 남자, 썸남의 마음이 식은 이유는?

by 무한 2022. 1. 11.

이번 매뉴얼에선, 둘의 관계가 썸이 아닌 '일시적인 친분 쌓기'의 과정이었는데 그걸 썸으로 착각했다거나, 상대가 그저 집에 와서 라면 먹고 가게 할 생각으로 들이대다가 안 통하자 접었다거나 하는 사연들을 논외로 하자. 그런 경우들 말고, 진짜 좀 뭔가 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썸남이 '갑자기 연락없는 남자'가 되었다거나, 이쪽의 잘못으로 인해 썸남의 마음이 식을 수 있는 사례들만 추려봤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해 보자.

 

1. 인터뷰 하듯 물어야만 답하며, 'And you?'가 없어서.

이건 아마, 10년 넘게 연애매뉴얼을 작성하며 가장 많이 얘기한 지점인 것 같다.

 

-본인처럼 그렇게 리액션 하는 사람을 만나면, 본인도 더는 대화하기 싫을 수 있습니다.

 

낯을 가려서든, 소심해서든, 상대 앞에서 머릿속이 하얘져서든,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며 절대 되물어 볼 줄 모른다면, 나에게 그냥 무조건적인 애정을 가지고 대시하거나, 나와 사귀고 싶어 안달이 난 상대 외에는 가까워지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맹목적으로 들이대는 사람들과도 당장은 가깝게 지낼지 모르겠지만, 결국 길게는 보금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얼마간 머물다만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게 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라는 걸, 혼자 속으로 생각할 때만 별 상상을 다해가며 키워가지만 말고, 상대가 안부 묻고 밥 먹었냐고 물었으면 상대에게도 밥 먹었냐고 물어가며 아주 작게라도 표현해 보자. 오늘은 일 많이 해서 피곤한 하루일 것 같다고 상대가 말하면, 피곤해서 오자마자 누웠다고 대답만 하고 끝내지 말고, 상대 컨디션은 어떤지도 물어보자. 이렇게 좀 뭐가 오가야 서로 챙겨주고 챙김을 받는다 생각하며 그 사이에서 뭐라도 싹트는 거지, 관심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그제야 좀 떠들다가 잘 자라고 빠빠이 하고 다음 날 일어나서 안부인사 받고 뭐 어쩌고 하다 또 만나자는 말만 기다리다간, 챙김을 받을 줄만 알고 줄 줄은 모르는 사람으로 굳어져 버릴 수 있다. 

 

 

2. 느린 답장과 긴 부재에 마음 이탈.

카톡을 꼭 실시간 대화를 위한 메신저가 아닌, 이메일 주고 받듯 사용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며 각자의 스타일인 것 아니냐고 하는 항변이 있었다. 있었는데, 그렇게 실시간 대화는 절대 꿈꿀 수 없으며 심지어 카톡 확인을 하고도 아주 한가하게 시간이 많이 남을 때에만 대답을 한다면, 그걸 다 이해하며 똑같은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과 밖에 만날 수 없을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난 이것에 대해 물을 한 1분 끓이다가, 49분 쉬고 다시 또 1분 끓이다가, 129분 쉬고 또 1분 끓이다가 하는 것과 같아서 절대 팔팔 끓을 수 없을 거라 말한 적 있는데, 보통은 정말 마음이 가고 호감이 크면 자꾸 기다리게 되고 확인하게 되기에 그렇지 않은 건 '딱 그 정도의 호감과 관심'으로 보일 수 있다고 해두겠다.

 

덧붙여 자기 할 거 다 하느라 생기는 '긴 부재' 역시, 상대에게는 '이 관계는 그것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일할 땐 일에 집중하는 타입이라 연락을 못 하고, 퇴근하고는 자기관리를 위해 운동을 해야 하니 연락을 못 하고, 그 이후엔 씻고 할 게 있어서 또 그걸 해야 하니 연락을 못 하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그 사이사이의 아주 짧은 순간, 또는 주말에 몇 시간 정도 내서 만나거나 대화하는 게 전부인 상황. 이렇듯 '짬날 때' 정도만 연애에 할애할 거라면, 거기에 과연 어떤 상대가 자신의 소중한 시간들을 다 쏟아가며 만나려고 할지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또, 상대가 급한 일이 있다며 한 시간 반 동안 답장을 안 했다고, 거기에 맞춰 똑같이 한 시간 반 일부러 답장을 안 하는 것 역시 바보 같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어제 친구와 만난다고 했던 상대가 저녁 내내 연락 없다가, 오늘 아침에야 연락을 했다고 해서 느린 답장과 단답으로 복수를 하는 사례도 있는데, 따지고 보면 이쪽도 사정이 있을 때 거기에 몰두하느라 연락을 생략할 때도 있으면서, 내가 하는 건 그럴만해서 그런 거고 상대가 하는 건 일부러 날 약올리거나 관계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만 해석하진 말았으면 한다. 

 

3.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몇 번 밀어냈다.

놀랍게도, '상대가 만나자고 몇 번 말했음에도 이쪽에서 거절했기에 식어버린 관계'가 존재한다. 보통, 호감 가는 사람이 내일 만나자고 말을 꺼냈는데 이쪽의 선약이 있어서 못 만날 경우, 아쉬움을 듬뿍 담아 표현하며 양해를 구해 다른 날을 잡거나 하기 마련인데,

 

-선약이 있는데 상대가 그 날 만나자고 해 못 만난 건, 내 잘못 아님.

 

이라고만 생각하고 마는 대원들이 있어 나는 가끔 할 말을 잃곤 한다.

 

내 잘못이든 아니든 두어 번 그렇게 거절해서 못 만났으면, 그 다음번에도 또 상대가 길일을 택해 만나자고 하길 기다리고만 있을 게 아니라, 이쪽도 무슨 초딩이 아니니 약속을 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무엇때문인지 약속을 잡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그게 '거절'인지도 잘 파악하지 못한 채 두어 번 거절한 후 상대의 연락이 줄고 마음이 식은 것 같다며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이 있다.

 

내게 실망일 수 있는 건, 상대에게도 실망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반대로 이쪽이 용기를 내서 내일 시간 어떠냐고 물었는데 상대가 내일 선약 있다고만 답하고 별 말 없으면 이쪽은 절망까지 할 수 있으면서, 그건 생각하지 않고 상대가 계속해서 들이대고 노력하는 것만을 '호감'으로 평가하며 기대만 하진 말자. 더불어 저 위의 소제목 2번에서 말했던 것처럼, '상대와의 대화나 만남'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것들에 대해, '상대가 그런다고 해도 난 실망하지 않겠는가?'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상대가 늘 운동 간다고 대화를 단절하거나, 일 때문에 연락 못한다고 하거나, 넷플릭스 시리즈 보느라 답장 못 했다고 해도 이쪽은 과연 다 이해하며 유쾌할 수 있는지를. 

 

4. 대화의 8할이, 일상의 스트레스 공유.

썸남이 생겼으니 썸남과 일상을 공유하며 친해지는 건 좋다. 좋은데, 자신이 공유하는 일상이라는 게 대부분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는 아닌지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쪽이 불안해하거나 불만을 가지는 것들에 대해 썸남이 챙겨주고 조언해주니 당장은 좋겠지만,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줄 알았던 이쪽이

 

-알고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징징징징.

 

인 걸 계속 느끼게 되는 순간 썸남의 마음은 식을 수 있다. 일상 속 짜증이나 재수 없는 회사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웬만하면 1절 정도만 해야지, 이거 완전 짜증 나지 않겠냐며 구구절절 다 설명하며 계속 실시간 보고하듯 말해버리면, 이전에 이쪽에 대해 상대가 가졌던 이미지는 좀 많이 깨질 수 있다. 

 

꽤 많은 대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에 대해 겁쟁이나 어린애처럼 묘사하거나, 부정적인 사건에만 꽂혀 그것만 공유하려 하거나, 상대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 상대가 그걸 부정해주길 바라곤 한다. 그렇게 자꾸 상대에게만 모든 걸 맡기고 해결해주길 바라다 보면 "아 근데 내일 눈 올까요? 눈 오면 운전 어떻게 하지 ㅠㅠ" 따위의 의미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말만 거듭하게 될 수 있으니,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슬픔도 묻어놓고.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댓글에 답글을 좀 달려고 했더니 메인 페이지에서는 로그인이 풀려 관리자 아이디로 댓글을 달 수 없다. 심지어 관리자로 로그인된 상황에서도 해당 페이지에서 비밀 댓글을 볼 수 없던데, 주말쯤 스킨도 좀 바꾸며 손을 봐야 할 것 같다. 먼지 털고, 녹도 좀 닦고, 기름 치고 하다 보면 다시 또 화성(경기도 화성 아님ㅋ)까지 쏘아 올릴만한 준비가 될 테니, 그때까지 슬슬 예열하며 궤도를 잡아 볼까 한다.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면 또 저녁에 <돌싱포맨>볼 수 있는 화요일이니, 조금만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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