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글모음/노멀로그다이어리

노멀로그를 반(半) 접습니다.

by 무한 2010. 1. 7.
1. 난 뭐하는 놈인가

오빠가 자동차를 사서 드라이브를 시켜줬다는 사연과 더불어 "오빠가 저한테 관심있는 건가요?" 따위의 질문을 받으며 블로그를 돌아보다가, 예전에 글 쓰는 모임에서 만났던 누군가의 댓글을 발견했다.

그간 나는 시인이 되었네. 등단한 지 1년 됐어.
이름을 필명으로 쓰고 있고, 너도 곧 <작가>되어 얼굴 보게될 날 기다릴게.


고교시절 '영양빵'이라는 싸구려 샌드위치, 그걸 들고 교실까지 뛰어오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후배, 마냥 꼬마애 같던 녀석이, 곧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미니홈피에서 보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일산주공아파트에 와버린 코끼리가 된 것 같았다. 다른 코끼리들은 오카방고에서 물을 찾아 대이동을 시작했을 시기에, 창 밖 눈 쌓인 나무나 눈만 꿈뻑 꿈뻑 거리며 쳐다보았다.

너무 빠르다. 어제 2010년 다이어리를 고르던 것 같은데 벌써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다. 아직 스물 세살 어디쯤 인 것 같은데, 내년이면 이십대도 마지막이다. 어디선가 놓치고 걸어온 듯한 청춘의 실마리는 어디가서 찾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읽을 내 친구들, 너희들도 어른이 되는 건 처음일텐데,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굵은 목소리를 내는 게 사실 난 좀 어려워. 내가 모르는 어떤 학원을 다닌 듯 일률적으로 그러는 것은 더.


2. 아파트 옥상에 앉아 있는 게 펭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시집을 읽다가, 마음끼리의 대화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누구나 그런 생각은 해."
"근데 진짜 이 정도는 쓸 수 있어."
"넌 안 썼잖아."
"뭐?"
"니가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를 넌 안썼잖아."
"……"
"눈만 높아진거야. 그러니 남들은 낮아 보이고, 니 형편없음을 못 보는거지."


<생활의 달인>을 보다가, 나도 좀 연습하면 할 수 있을 걸 가지고 나온 사람을 봤다. 십여 년간 해 온 일이라는데, 저거 십 년 하면 누가 저렇게 못하나. 그러는 지금 난, 못 하잖아. 글이라고 제대로 쓴 것은 몇 편이나 되는가. 누구는 사과박스 한 가득 단편을 써 놓았다는데. 난. 근성도 없는 자식. 답답한 마음에, 그 벌어진 듯한 격차에, 내 형편없음에, 커피도 다 떨어진 마당에, 맞은 편 옥상을 봤다.

'아! 저건 펭귄!'

날아갔다.


3. 비데가 없으면 똥을 못 누는 아이들

호랑이가 폐암 3기로 입원해 있을 때, 학원에서 꼬마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다. 아직 담배나 술을 할 수 없는 꼬마들이라 '죽은 시인의 사회'같은 분위기를 낼 수는 없었고, 농경생활과 저수지의 관계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첫 사랑에 대해 물어볼 줄도 모르는 학생들이라니. "첫 사랑 얘기 해주세요." 라고 하면 열 네시간 짜리 대서사시를 들려줬을 텐데. 아무튼 그 중 하나가 수업시간에 손을 들었다.

"선생님 저 화장실 갔다 올게요."
"그래. 최선을 다해서 싸라. 큰 거 작은 거 가리지 말고."

(말 떨어지기 무섭게 녀석이 책가방을 싼다.)

"야, 너 어디가?"
"집이요."
"화장실 간다며?"
"학원엔 비데가 없잖아요."
"그럼 그냥 싸면 되잖아?"
"비데 없으면 못 싸요."
"……"



대한민국에 새로 나타난 '비데 없이 똥 못누는 종족'을 만난 것이다. 비데 따위 없어도 야산에 올라가 미션을 해결할 줄 아는 나는 좀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너희가 노상을 아느냐' 군대가면 비데 따위는 없다. 잠깐, 근데 비데가 계속 진화하면 어쩌지. 중학교에도 설치되고, 고등학교에도 설치되고, 대학에도, 군대에도, 그럼 아직 비데앞에서 숫총각인 난.

"근데, 무슨 소리야? 블로그를 반 접는다길래 들어보니까, 헛소리만 하네?"

아, 미안. 앞 동에 이사를 왔나본데, 이삿짐차에서 노래를 동네 떠나가도록 틀어놓고 있거든. 누가 좀 뭐라고 해줬으면 좋겠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어. 그것도 김태우 노래만 나와. 그거 외우는 건지 <사랑비>만 지금 한 열 세번 정도 내린 것 같아. 이 얘길 하다보니까, 군병원에 있을 때 목격한 일이 떠오르네.

군병원에 전화기가 1층 로비에만 있었거든. KT전화기는 말야. 위엔 16뭐뭐인가 그따위 밖에 없었어. 그래서 동전넣고 하려면 1층으로 가야 하는데, 그 날 나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지. 내가 기다리는 줄 옆에 옆에 전화기에 한 녀석이 짝다리 짚고 서서 1시간 동안 통화를 하는 거야. 그 바로 뒤에 있던 애가 열받아서 "아저씨, 통화 좀 합시다." 라고 10분 간격으로 세 번 정도 얘기했는데도 띠껍다는 표정만 짓고 계속 통화 하는 거야. 거기도 군대니까 10시면 자야하잖아. 근데 10시가 가깝도록 안 끊으니까 뒤에 있는 애가 앞에서 통화 하는 놈 뒤통수를 잡아서 전화기에 밀어버렸어. 앞에 있는 놈 기절했는데, 때린 놈은 흥분이 안 가라앉았는지 발로 계속 밟았고. 누워있는 녀석 머리만 의지와 상관없이 공중으로 떴다가 떨어지길 반복했지. 누가 가서 신고를 했는지 당직사령이 달려나왔고, 때린 녀석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지. 기절한 놈은 옮겨지고, 때린 놈은 끌려가고. 그리곤 전화기 앞에서 대기하던 녀석들 모두 병실로 올라가라고 하더군. 

아, 나 전화 못했는데, 시베리안. 


4. 하고 싶은 거 할게요

죄송해요. 고백할게요. 인터넷이라고 너무 우습게 생각했어요. 연재소설, 별 생각 없이 썼어요. 그것도 그냥 즉흥으로 만들어 냈어요. 불량식품을 판 것처럼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솔직히 쪽팔려요. 인터넷 글쓰기와 오프라인 글쓰기는 다르게 하겠다고 혼자 마음을 먹었지만,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이제 그저 자리만 채우고 있던 코너들을 정리할게요. 그래서, 

움직이지마다쳐, 코너 삭제됩니다.  

궁금해 하실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니, 뒷 얘기를 그냥 들려드릴게요. 두진이랑 힘찬이랑 지금 오해가 있는데, 그 오해는 풀리지 않아요. 이 부분은 '말 안하면 알 수 없다.' 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엔 결국 둘이 잘 되요. 여기선 '이상형이 아니라도 서로 맞춰가며 사랑할 수 있다.' 라는 걸 전달하고 싶었구요, 현수랑 설희의 비중은 줄어들다가 소식을 잘 모르게 되요. 민규는 가수가 되고, 연말에 시상식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누구라고 말은 안하지만 두진이에게 사과를 해요. 두진이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요. 힘찬이랑 두진이는 그 장면을 TV로 같이 보게 되구요. 그 장면 뒤에 마지막 장면이 나오는데요, 힘찬이가 두진이 귀고리를 잡아요. 그리곤 "움직이지마, 다쳐" 라고 말하곤 키스를 하는, 그런 소설 이었어요. 그래서 제목이 "움직이지마다쳐" 였죠. 끄응.

노멀로그소개팅, 코너 삭제됩니다.

이건 재미있긴 하지만, 위험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몇 번 이야기 했지만, 이상한 사람들이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또 만약 제가 소개하는 사람들이 -이 분들도 메일을 통해 신청한 거니까- 이상한 사람일 경우가 있을 수도 있구요. 사실 두 쪽의 메일을 모두 다 받아봤어요. 나오는 여자분마다 메일을 보내신 분도 있고, 무작정 만나자고 하신 분도 있고, 스토커처럼 어디서 일하는 지 안다면서 이상한 얘기 한 사람도 있었고, 노멀팅의 주인공을 만나고 와서 인터뷰를 너무 미화한 거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고, 어장관리 하고 싶어하는 거 같아 보인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고, 아무튼 그래요. 커플이 탄생하기도 했지만, 많은 부작용 때문에 막을 내리게 되었네요.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노멀문학상, 코너 삭제됩니다.

아쉬워요. 참여를 많이 해 주신 때도 있었지만, 별 참여가 없었던 때도 있었거든요. 아마 상품이 마음에 안드셨던 것 같은데, 저도 그게 참 고민이었어요. 볼펜 업체에서 상품협찬을 의뢰하면 볼펜 몇 십 자루를 줄 수도 없는거고, 그런 애매한 사항이 있더라구요. 게다가 선정이 안 되신 분들이 빈정상해 하시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수상자는 한 명인데, 응모하신 분들은 많으니까, 선정이 안 되신 분들은 모두 기분나빠 하실 때, 난감하더라구요. 계속 진행하다간 악감정만 쌓이게 될 것 같아서 이만 접을게요. 아직 발표가 안된 4회 수상작은 오늘 중으로 <노멀로그 응급실> 카페에서 발표를 할 예정이에요.

노멀로그설문조사, 코너 삭제됩니다.

댓글로 추천해주신 책, 영화, 미드 그것만 다 봐도 인생이 끝날 것 같아요. 그래서 뭘 더 묻기가 망설여 집니다. 책 추천의 경우는 엑셀파일로 정리해뒀고, 열심히 읽을 예정이에요. 답변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개인적인 글쓰기에 맞게 블로그를 최적화 할 예정이라, 삭제를 하게 되었어요.

자기소개서매뉴얼, 코너 삭제됩니다.

그동안 대필 및 첨삭했던 경험을 토대로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는데, 소개서를 써달라는 메일만 가득 오네요. 돈을 준다는, 밥을 산다느니, 하는 분도 계시지만 자기소개서 매뉴얼은 스스로 쓸 수 있도록 해 드리고자 시작했지, 절대 대필이나 첨삭을 해서 뭘 얻으려고 한 게 아닙니다. 양해의 말씀을 드렸더니 역시 악감정을 가지시네요. 예전에 하이패스 기계를 싸게 구할 방법이 있어서 그걸 시중가의 반 가격으로 판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구입하시는 분들이 "이왕 파는 김에 카드도 같이 살 수 있게 신경을 쓰는게 어떻겠냐", "집도 가까운데 착불로 보내지 말고 가져다 주면 안되냐" 이런 얼빠지는 소리를 늘어 놓았었는데, 소개서를 읽고 어색한 부분을 이야기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전부 자신이 쓰곤 한 번도 읽지 않은 소개서를 보내주시네요. 게다가 중간중간 괄호 열고 "여긴 뭐라고 쓸까요?" 라고 적어주시는데. 전 잠도 줄여가며 열심히 글 쓰고 있어요. 괜히 악감정만 쌓이는 것 같아서 코너를 삭제합니다.

케이군이야기, 코너 삭제됩니다.

아끼던 코너인데. 안타깝네요. 별로 심장이 튼튼하지 못해서 막을 내려야 할 것 같아요. 전 슬램덩크의 '오마주'라고 생각하고 연재했는데, 만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어렵게 되었네요. 왜 안올리냐고 기다리시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콩밥을 싫어해요. 별반 단속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도, 주위 분들 중 블로그에 음악 하나, 그것도 몇 년 전에, 올렸다가 이제야 변호사사무실에서 뭔가 날라온 경우도 많네요. 마지막으로 연재된 부분에 많은 분들이 'mul' 이다, 'water' 다 의견을 주셨는데, 답은 'self' 에요. 분식집에서 케이군이 본 거죠. "물은 셀프" 그래서 답을 그렇게 적어낸 거에요. 이건 제가 7년 전에 써 놓은 글이 있는데, 인터넷 검색하다보니까 그대로 있네요. '케이군 이야기' 검색해 보시면 24편 전부 보실 수 있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래 모두 엑박이라는 충격적 사실! 덕분에 저는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양해 부탁드려요.

블로그읽어주는남자, 코너 삭제됩니다.

블로그에 관심이 참 많았어요, 그만큼 치열한 고민들에 대한 의견을 쓰기도 했었고요. 근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블로깅'이 아니라 '홈페이지' 였던 것 같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참 할말이 많은데요, 이건 말이 말을 물고, 또 말을 물고 또 무는, 그런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요 길게 적진 않을게요. 현재 글을 쓰기 가장 접합한 매체가 '블로그'라서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웹툰처럼 글(그림)이 연재되고 독자가 읽고 볼 수 있는 형태이며, 다이어리처럼 사용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처럼 매뉴얼을 연재하고 싶기도 해요. 이건 앞으로 진행하다보면 차차 정립이 될 거라 생각해요. 제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니까요. 죽고 새로 태어남의 반복이죠. 에, 뭐, 안타까워 하실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코너를 삭제할게요.


그렇다고 다 없애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새로 생기는 코너들도 있거든요. 그건 진짜 쓰고 싶었던 글 위주로 작성해나갈 예정이에요. 코너를 소개하기 보단, 하나씩 공개하면서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5. 끝으로, 웃긴 염려

그동안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분리해서 진행하려 한 가장 큰 이유는 '도용' 이었다.

"네까짓 게 뭐라고 도용을 걱정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작가들이 블로그에 연재소설을 쓰는 것 외에 다른 이야기들을 올리지 않는 까닭은 그 '생각의 씨앗'이 대책없이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방을 소개하는 어느 책에는 자신의 '밑천'이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로, 서재를 공개하지 않은 작가도 있는 걸로 안다.

연재하고 있는 매뉴얼의 내용이 고스란히 어느 신문의 연재만화로 그려져 나갔다는 이야기나, 네쇼날 동네 그래픽 사진 밑에 써 놓은 글을 살짝 바꿔 온라인 문학상을 받은 분도 있다는 이야기는 차치하더라도, 소설 <혀>의 표절 논란을 지켜보고서는 식겁했다. 신춘문예에 보낸 글은 당선되지 않고, 그 소설을 심사했던 기성 소설가가 장편으로 만들어 버린 일. 마이너 언론사를 제외하곤 다른 신문사에서는 아예 다루지 않은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리라 생각한다. 힘이 있으면 도둑질을 하고도 '무죄'가 된다고 하니, 힘이 없는 사람들은 알아서 문단속을 잘 해야 할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은 글을 블로그에 적고자 한 이유는, 허송세월이 길어지는 까닭이다.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무엇이 허송세월인지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이 즐겁지 않은 까닭이다. 스스로 글쓰기의 즐거움을 느껴야 날개짓을 더 하지 않겠는가.

노멀로그의 글을 그대로 갔다가 재발행하는 블로그도 있고, 부분 부분 내용을 바꿔서 올리고 있는 블로그도 있다. 생각의 씨앗을 호주머니에 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줄기를 잘라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난 마르지 않는 샘을 더 부지런히 찾을테니. 그래서 '웃긴 염려' 라고 했다. 


앞으로의 글은, 그동안 노멀로그를 찾아주시던 분들과 성향이 맞지 않거나, 관심사가 다르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좀 더 솔직히 내 갈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그동안 들러주신 은혜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이 배에 올라탄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