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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44

사귀자니 부족해 보이고, 마음을 접자니 아쉬운 사귀자니 부족해 보이고, 마음을 접자니 아쉬운 E씨가 금요일에 결판을 내겠다는 메일만 안 보냈어도, 사실 난 좀 더 E씨의 사연을 받고 싶었다. E씨의 사연을 읽을 때면, '철저하게 상황과 자신의 마음을 분석하는 사람의 연애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연애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뭐, 여하튼. 자신의 감정을 본인이 물끄러미 바라본다는 점에 있어 E씨는 문학소년과 비슷하다. 하지만 공학소년으로 청년기를 보낸 E씨는 문학소년과 달리 계산이 빠르다. 문학소년처럼 대책 없이 자신을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지 않는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거나,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보다 안전한 선택이 무엇인가를 고민할 뿐이다. 사연을 통해 E씨가 한 얘기 중 틀린 것은 하나도 없다. 만약 그게 '연애'.. 2012. 6. 7.
다가오는 남자를 시들하게 만드는 여자들의 특징 다가오는 남자를 시들하게 만드는 여자들의 특징 사연에 "그때까진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라는 문장을 적어 보내는 대원들이 있다. 그런 대원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난 오래 전에 친했던 P군이 생각났다. 열 몇 살쯤이었을까. P군은 또래가 엄두도 못내는 일을 벌이며 자부심을 갖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도깨비다리(6미터 쯤 되는 다리로, 아래는 폭신한 밭이 있다.)에서 뛰어내려 담력을 과시한다든가, 축구공을 발로 차 달려오는 기차를 맞춘 뒤 '난 어른들에게 혼나는 게 두렵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든가 하는 일로 말이다. 동네에 불꽃놀이가 유행했을 때였다. 당시 문방구 주인아줌마는 '아이들에게 폭죽을 파는 것은 괜찮다. 라이터만 함께 팔지 않는다면.'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쉽.. 2012. 4. 18.
사귀면 상처를 줄 것 같다는 남자, 속마음은? 사귀면 상처를 줄 것 같다는 남자, 속마음은? 늘 얘기하지만, 당장 뭔가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다급함부터 내려두자. 지금 그대는 물속에서 난감한 일을 당한 북극곰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 "무..무한님! 큰일 났어요! 도와주세요!" (출처-이미지검색) 거기서 발버둥 쳐봐야 계속해서 숨만 막힐 뿐이다. 당황스럽기에 뭐라도 시도해 어서 위기를 벗어나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러다간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 우선 숨 쉴 수 있는 뭍으로 올라가자. ▲ 올라와서 숨부터 좀 쉬자. (출처-이미지검색) "나랑 사귀면 힘들어 질 거라고 했잖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에게 묻고 따지며 다그치지 말고, 우선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런 뒤 하나하나 짚어보는 거다. 대체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나 말이다. 이 과.. 2012. 1. 4.
남자친구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진 여자들에게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결혼을 허락할 수 없다는 남자친구의 부모님. 그런 부모님을 만날 때에는 흙을 한 줌 준비해 가라는 건 훼이크고, 여자처자 하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그대에게 먼저 위로를 전한다. '결혼'이 '거래'가 되어버린 그 상황과, 그 와중에 귀를 팔랑거리며 갈팡질팡하던 그 녀석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가. "사실, 나도 확신이 들지 않아. 하지만 널 안 보겠다는 건 아니야." 울라는 건지, 웃으라는 건지.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그 사람을 몰아 부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단지, 지금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어요."라는 얘기를 하는 대원들. 그런 대원들을 위해 준비했다. 공중에 붕 떠 바람에 날리고 있는 상대에게 물어봐야 소용없다. 밤마다 무너지는.. 2011.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