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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4

애프터까지 좋았는데, 그녀는 왜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하죠? 난 조카가 꼬꼬마일 때 공부를 가르친 적 있어서인지, 조카와 TV를 볼 일이 생기면 자꾸 뭔가를 설명하려 들곤 한다. 사극을 보면서도 복장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슷한 시기 서양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데, 그럴 때마다 조카와는 조카 – 삼촌 그건 좀 TMI요. 무한 – 어 미안. 이라는 대화를 하게 된다. ‘안물안궁(안 물어봤어 안 궁금해)’인 걸 자꾸 내가 설명충이 되어 말하니 그만하라고 하는 건데, 요 부분이 이렇게 잘 아는 우리끼리는 서로 말해주며 제동을 걸 수 있지만, 그게 아닌 경우라면 상대의 ‘예의상 리액션’이 긍정적인 반응인 줄 알고 계속해서 하게 될 수 있다. 사연의 주인공인 S씨가 이번 소개팅을 망친 가장 큰 이유를, 난 S씨의 ‘TMI(Too Much Information)’ 때.. 2019. 2. 2.
취향도 잘 맞고 매너도 좋은 남자, 그와 사귀고 싶어요. 그러니까 이게 사람 성격이고 취향이고 뭐 그런 건데, 소영씨는 좀 긴장 푼 모습으로 편하게 대하기가 살짝 어려운 타입입니다. 같이 영화를 봐도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는 질색할 것 같고, 유행가 얘기를 했다가는 수준 낮은 사람처럼 보일 것 같으며, 와인 마시자고 해야지 소주 마시자고 했다간 미개하게 여겨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특이하고 흥미롭기는 한데, 편하지가 않습니다. 보통 소영씨 타입의 대원들이 보낸 사연을 보면 독백하듯 써내려가는 ‘사연신청서’엔 풍부한 인문학적 교양이 보이더라도 카톡에선 사람 냄새가 나기 마련인데, 소영씨의 경우는 사연신청서와 카톡대화 둘 다 잘 다려진 옷 같습니다. 각이 잘 잡혀있는 건 좋은데, 그래서야 어디 좀 철퍼덕 앉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소영씨도, 상대와 대화하려면 막.. 2018. 9. 18.
여자를 오글거리게 만드는 남자, 문제는? 여자를 오글거리게 만드는 남자, 문제는? 한 여자사람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해보자. "내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건 담배가 아니고…." 그냥 딱 저기까지만 읽어도 '이뭐병'의 느낌이 들지 않는가? 가방사진 하나 찍어 놓고 "홍콩에 쇼핑 갔을 때 산 가방. 아직 한국엔 없는 모델." 따위의 글을 봤을 때도 그렇고 말이다. 저게 누가 얼굴 뻘개지도록 지적해 주거나, 남에게서 자신의 저 오글거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깨닫기 힘들다. 흑역사를 들추려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다. 나도 꼬꼬마 시절에 음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리듬을 타곤 했다. 그게 이상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해봤는데, 어느 날 허심탄회하게 지내던 여자사람.. 2012. 8. 22.
여자를 질리게 하는 소개팅남의 행동들 돌아보면, 난 물생활(집에 어항을 두고 물고기를 키우는 것)을 하며 물고기를 참 많이 죽였다. 처음엔 몰라서 그랬다. 물고기에게도 산소가 필요하다는 걸 몰랐기에 그냥 통에다 물을 채워 고기를 넣어 줬다. 녀석들은 며칠간 열심히 버티다가, 결국 배를 하늘 쪽으로 돌린 채 물에 둥둥 떴다. 그 후엔 급한 마음 때문에 일을 저지르기도 했다. 물고기를 어항에 넣긴 전엔, 온도 차이나 수질 차이로 인한 쇼크를 받지 않도록 '물 맞댐'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난 어항에서 헤엄치는 고기가 빨리 보고 싶었고, '괜찮겠지 뭐.'하는 생각으로 고기들을 넣었다. 역시 녀석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물생활에 대한 지식을 늘리고, 조급증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일을 저질렀다. 한 어항엔 해치거나 괴롭힐 위험이 없는 .. 2011.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