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오글거리게 만드는 남자, 문제는?
한 여자사람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해보자.
그냥 딱 저기까지만 읽어도 '이뭐병'의 느낌이 들지 않는가? 가방사진 하나 찍어 놓고 "홍콩에 쇼핑 갔을 때 산 가방. 아직 한국엔 없는 모델." 따위의 글을 봤을 때도 그렇고 말이다. 저게 누가 얼굴 뻘개지도록 지적해 주거나, 남에게서 자신의 저 오글거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깨닫기 힘들다.
흑역사를 들추려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다. 나도 꼬꼬마 시절에 음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리듬을 타곤 했다. 그게 이상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해봤는데, 어느 날 허심탄회하게 지내던 여자사람 친구들에게
이라는 말을 듣고 그만 두게 되었다. 그 친구들과 난 "넌 전혜빈이 아니라 조혜련 닮았어." 따위의 직언을 나누는 사이였기에, 그 전쟁 같은 우정 속에서 서로가 이성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하튼 취향은 존중한다. 존중하긴 하는데, 존중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냥 모른 체하고 싶은 대원들이 좀 있다. 오늘은 그런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한 번 뜨끔하고 나면, 다음번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남자 특유의 승부근성을 발휘해 "내가 내 마음대로 살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라고 발끈하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그대에게 리듬체조를 하는 이성친구가 있는데, 함께 있을 때마다 벽이나 기둥 등에 한 쪽 다리를 올려 찢어 댄다고 해보자. 얼굴이 후끈후끈 할 것 같지 않은가?
허공에 계속 주먹질을 해대는 남자나, 함께 거리를 걷다가 발차기 하는 남자, 또는 시내에서 뜬금없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남자와 같이 있는 여자는 바로 저런 느낌을 받는다.
무슨 얘긴진 잘 알겠는데, 습관적으로 그러는 남자랑 같이 다니고 싶은 여자는 없다는 것도 좀 이해해 주길 바란다. 복싱장이나 태권도장, 헬스장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거기서 저런 거 하라고 있는 거다. 한 무리의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그 중 어느 여자사람이
라며 전철역에서도 점프 뛰어 돌고, 길거리에서도 점프 뛰어 돌고, 햄버거 먹고 나오면서도 점프 뛰어 돈다고 해보자. 집에 가서 열심히 혼자 돌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맨정신 일 땐 저런 행동을 하지 않지만, 술만 마시면 변하는 대원들도 있었다. 괜히 입간판을 주먹으로 치며 쎈 척을 한다든가, 가만히 서 있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발로 찬다든가, 점프력을 기른다며 가로수 잎을 뜯는 대원들. 그들은 그 모습이 여자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난 그냥 가슴이 아플 뿐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이 '마초형'이라면, 그와 달리 행동이 아닌 말이나 글로 상대를 오글거리게 만드는 '여성형 허세'를 보이는 남성대원들도 있었다.
뭐 이런 식의 글을 페이스북에 적는 남자들 말이다.
지금 내 손이 오그라들어서 타자 치기가 힘들다. 저런 허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독된다는 거다.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듯,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보다 등 뒤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자기 자신과 얘기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다.
누군가 저 글을 읽고 단순히 '퍼가요~'식의 '힘내요~'라는 댓글을 남기면, 혼잣말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상대를 앞에 두고는 밥 먹잔 얘기도 못 하면서, 뒤에선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봤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 비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술 마신 뒤에 저러는 거라면 이해라도 할 텐데, 술도 안 먹은 상태에서 주말에 약속 있냐고 묻다가 뜬금없이 저런 얘기를 하니 상대에겐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어제는
라는 이야기를 보내고, 오늘은
라는 말을 하는 남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저런 '혼자 하는 역할극 카톡'을 받아 보는 상대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같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가 다음 날 함께 화해 모드로 가는 거라면 문제가 없지만, 상대는 가만히 있는데 혼자 널뛰기를 하는 거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런 대원들에겐 럼블 피쉬의 <I Go>라는 노래를 권해주고 싶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여자친구와 헤어진 고참이 매일 부르고 다니던 노래다. 그 고참은 청소를 할 때도, 삽질을 할 때도, PX를 갈 때도 늘 저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저 주문이 통했는지, 고참은 제대 후에 다른 사람을 만났고, 며칠 후면 그 고참의 둘째 아이 돌잔치를 한다. 그대도 그대를 감정과잉의 늪에서 건져 올려 줄 밝은 주문을 하나 마련해 두기 바란다.
'여자는 속지 않는다.'는 말을 늘 곁에 두길 바란다. 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자들은 눈이 밝다. 특히 남자의 '있는 척, 잘난 척, 아는 척' 이런 '척'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다만 대놓고 말만 안 할 뿐이다. 내게 도착한 여성대원들의 사연엔
저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몰라서 거기에 넘어간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지만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어 함께 있는 거란 얘기다. 남자는 여자친구 앞에서 길거리 펀치머신 신기록을 세워다고 자랑하지만, 여자는
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그걸 모른 채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이건 솔로부대원들에게 쓰는 매뉴얼이니 이 부분은 생략하자.
여하튼 연출은 안 들킬 수가 없다. 상대가 그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속는 걸 알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여자도 다 안다. 대학생 때 우리 과에는 코트를 입고 다니며 느끼한 표정을 짓고, 말을 짧게 하는 남자 선배가 하나 있었다. 그 선배는 과방에 들어와 삐딱하게 앉아서는 수입맥주를 마시곤 했다.
부활절이 있던 주엔 교회에서 얻어왔는지 삶은 달걀을 여러 개 들고 와선, 후배들에게 느끼한 미소와 함께 나눠주며 "네 세상을 깨고 나와."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그 선배는 몰랐겠지만, 우리는 뒤에서 그 선배를 '언어장애(늘 말을 짧게 밖에 안 해서)', '이라또(또라이)', '맥주(졸업 후 알콜중독)' 등으로 불렀다.
보여지기 위해 꾸미지 말자. 익숙하지도 않은데 익숙한 척 하느라 자신도 힘들고, 그걸 보는 사람도 힘든 것 아닌가. 뒤꿈치를 땅에 대고 걷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자 뒤꿈치를 들고 걷다 보면, 오래 걷지도 못할 뿐더러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거나, 이제 막 제대한 남자, 그리고 24세 이하의 남자는 오늘 매뉴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그 때는 몸 만들었다며 웃통 벗고 사진 찍어도 괜찮고, 면허를 딴 기쁨에 차를 세워놓고 찍어도 괜찮다. 즐겨 마시는 와인이라며 생전 처음 먹어보는 와인 사진을 찍어서 올리거나, 처음 해외를 다녀온 뒤에 들떠 "프랑스에 또 가고 싶다. 꿈같던 나라." 따위의 이야기를 해도 좋다. 그 때 아니면 언제 그런 허세를 부려 보겠는가. 딱 그때까지만 하고, 그 이후에는 좀 더 신중하고 겸허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아직 늦은 건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말하면 잡을 수 있다고
악마가 내 귀에 속삭인다."
악마가 속삭이지도 않았는데, 속삭였다고 뻥 치지 말자는 얘기다. 오늘은 여기까지!
▲ "너하고 이 오토바이 성능하고 혼동하지 마. 저능아 같아 보여." 영화 <비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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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사람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해보자.
"내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건 담배가 아니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건 담배가 아니고…."
그냥 딱 저기까지만 읽어도 '이뭐병'의 느낌이 들지 않는가? 가방사진 하나 찍어 놓고 "홍콩에 쇼핑 갔을 때 산 가방. 아직 한국엔 없는 모델." 따위의 글을 봤을 때도 그렇고 말이다. 저게 누가 얼굴 뻘개지도록 지적해 주거나, 남에게서 자신의 저 오글거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깨닫기 힘들다.
흑역사를 들추려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다. 나도 꼬꼬마 시절에 음악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리듬을 타곤 했다. 그게 이상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해봤는데, 어느 날 허심탄회하게 지내던 여자사람 친구들에게
"너 음악 들을 때 고개 흔드는 거, 안 하면 안 돼?
그거 자동차에 있는 장식용 인형 목 흔들리는 것 같아.
왜 목만 움직이는 인형 있잖아. 미안."
그거 자동차에 있는 장식용 인형 목 흔들리는 것 같아.
왜 목만 움직이는 인형 있잖아. 미안."
이라는 말을 듣고 그만 두게 되었다. 그 친구들과 난 "넌 전혜빈이 아니라 조혜련 닮았어." 따위의 직언을 나누는 사이였기에, 그 전쟁 같은 우정 속에서 서로가 이성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여하튼 취향은 존중한다. 존중하긴 하는데, 존중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냥 모른 체하고 싶은 대원들이 좀 있다. 오늘은 그런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한 번 뜨끔하고 나면, 다음번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남자 특유의 승부근성을 발휘해 "내가 내 마음대로 살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라고 발끈하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1. 친구가 전철역에서 다리를 찢는다면?
그대에게 리듬체조를 하는 이성친구가 있는데, 함께 있을 때마다 벽이나 기둥 등에 한 쪽 다리를 올려 찢어 댄다고 해보자. 얼굴이 후끈후끈 할 것 같지 않은가?
허공에 계속 주먹질을 해대는 남자나, 함께 거리를 걷다가 발차기 하는 남자, 또는 시내에서 뜬금없이 팔굽혀펴기를 하는 남자와 같이 있는 여자는 바로 저런 느낌을 받는다.
"절대 허세나 그런 거 아니고요,
주먹 나오는 각도랑 상대방 움직임 등을
제 몸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하는 거거든요."
주먹 나오는 각도랑 상대방 움직임 등을
제 몸에 각인시키기 위해서 습관적으로 하는 거거든요."
무슨 얘긴진 잘 알겠는데, 습관적으로 그러는 남자랑 같이 다니고 싶은 여자는 없다는 것도 좀 이해해 주길 바란다. 복싱장이나 태권도장, 헬스장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거기서 저런 거 하라고 있는 거다. 한 무리의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그 중 어느 여자사람이
"이거 허세가 아니고, 나 요즘 피겨 배우고 있어서
트리플 악셀 연습하는 거야. 점프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해."
트리플 악셀 연습하는 거야. 점프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해."
라며 전철역에서도 점프 뛰어 돌고, 길거리에서도 점프 뛰어 돌고, 햄버거 먹고 나오면서도 점프 뛰어 돈다고 해보자. 집에 가서 열심히 혼자 돌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맨정신 일 땐 저런 행동을 하지 않지만, 술만 마시면 변하는 대원들도 있었다. 괜히 입간판을 주먹으로 치며 쎈 척을 한다든가, 가만히 서 있는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발로 찬다든가, 점프력을 기른다며 가로수 잎을 뜯는 대원들. 그들은 그 모습이 여자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난 그냥 가슴이 아플 뿐이다.
2. 여성형 허세
위에서 이야기 한 것이 '마초형'이라면, 그와 달리 행동이 아닌 말이나 글로 상대를 오글거리게 만드는 '여성형 허세'를 보이는 남성대원들도 있었다.
"… 이런 내 마음을 그녀는 알까?"
뭐 이런 식의 글을 페이스북에 적는 남자들 말이다.
"지금 내 눈에 뭔가 흐르고 있어. 다 너 때문이야."
지금 내 손이 오그라들어서 타자 치기가 힘들다. 저런 허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독된다는 거다.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듯,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능력보다 등 뒤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자기 자신과 얘기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다.
누군가 저 글을 읽고 단순히 '퍼가요~'식의 '힘내요~'라는 댓글을 남기면, 혼잣말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상대를 앞에 두고는 밥 먹잔 얘기도 못 하면서, 뒤에선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다 해봤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 비련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내가 너무 들이대서, 부담스럽게 해서 미안하다."
술 마신 뒤에 저러는 거라면 이해라도 할 텐데, 술도 안 먹은 상태에서 주말에 약속 있냐고 묻다가 뜬금없이 저런 얘기를 하니 상대에겐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다. 어제는
"이젠 더 이상 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잘 지내."
라는 이야기를 보내고, 오늘은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 난 너여야 하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하는 남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저런 '혼자 하는 역할극 카톡'을 받아 보는 상대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같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가 다음 날 함께 화해 모드로 가는 거라면 문제가 없지만, 상대는 가만히 있는데 혼자 널뛰기를 하는 거라면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런 대원들에겐 럼블 피쉬의 <I Go>라는 노래를 권해주고 싶다.
내 인생은 Beautiful
가끔 쓰러져도 Wonderful
구겨진 가슴을 펴고 걷는 거야 Smiley Smiley
가끔 쓰러져도 Wonderful
구겨진 가슴을 펴고 걷는 거야 Smiley Smiley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여자친구와 헤어진 고참이 매일 부르고 다니던 노래다. 그 고참은 청소를 할 때도, 삽질을 할 때도, PX를 갈 때도 늘 저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저 주문이 통했는지, 고참은 제대 후에 다른 사람을 만났고, 며칠 후면 그 고참의 둘째 아이 돌잔치를 한다. 그대도 그대를 감정과잉의 늪에서 건져 올려 줄 밝은 주문을 하나 마련해 두기 바란다.
3. 연출만 하는 남자
'여자는 속지 않는다.'는 말을 늘 곁에 두길 바란다. 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자들은 눈이 밝다. 특히 남자의 '있는 척, 잘난 척, 아는 척' 이런 '척'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다만 대놓고 말만 안 할 뿐이다. 내게 도착한 여성대원들의 사연엔
"오빠가 허세는 좀 있어도 개념이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허세나 허풍을 부리긴 하지만 뭐, 저한테 잘해주니까요."
"허세부리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래도 귀여워요. 애 같아서 좋아요."
"허세나 허풍을 부리긴 하지만 뭐, 저한테 잘해주니까요."
"허세부리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그래도 귀여워요. 애 같아서 좋아요."
저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몰라서 거기에 넘어간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지만 다른 부분이 마음에 들어 함께 있는 거란 얘기다. 남자는 여자친구 앞에서 길거리 펀치머신 신기록을 세워다고 자랑하지만, 여자는
"점수에 연연하며 코트까지 벗고 펀치를 하더라구요. 그 모습이 귀여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그걸 모른 채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완전히 넘어왔다고 생각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이건 솔로부대원들에게 쓰는 매뉴얼이니 이 부분은 생략하자.
여하튼 연출은 안 들킬 수가 없다. 상대가 그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속는 걸 알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여자도 다 안다. 대학생 때 우리 과에는 코트를 입고 다니며 느끼한 표정을 짓고, 말을 짧게 하는 남자 선배가 하나 있었다. 그 선배는 과방에 들어와 삐딱하게 앉아서는 수입맥주를 마시곤 했다.
부활절이 있던 주엔 교회에서 얻어왔는지 삶은 달걀을 여러 개 들고 와선, 후배들에게 느끼한 미소와 함께 나눠주며 "네 세상을 깨고 나와."라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그 선배는 몰랐겠지만, 우리는 뒤에서 그 선배를 '언어장애(늘 말을 짧게 밖에 안 해서)', '이라또(또라이)', '맥주(졸업 후 알콜중독)' 등으로 불렀다.
보여지기 위해 꾸미지 말자. 익숙하지도 않은데 익숙한 척 하느라 자신도 힘들고, 그걸 보는 사람도 힘든 것 아닌가. 뒤꿈치를 땅에 대고 걷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자 뒤꿈치를 들고 걷다 보면, 오래 걷지도 못할 뿐더러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거나, 이제 막 제대한 남자, 그리고 24세 이하의 남자는 오늘 매뉴얼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좋다. 그 때는 몸 만들었다며 웃통 벗고 사진 찍어도 괜찮고, 면허를 딴 기쁨에 차를 세워놓고 찍어도 괜찮다. 즐겨 마시는 와인이라며 생전 처음 먹어보는 와인 사진을 찍어서 올리거나, 처음 해외를 다녀온 뒤에 들떠 "프랑스에 또 가고 싶다. 꿈같던 나라." 따위의 이야기를 해도 좋다. 그 때 아니면 언제 그런 허세를 부려 보겠는가. 딱 그때까지만 하고, 그 이후에는 좀 더 신중하고 겸허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아직 늦은 건 아니라고,
지금이라도 말하면 잡을 수 있다고
악마가 내 귀에 속삭인다."
악마가 속삭이지도 않았는데, 속삭였다고 뻥 치지 말자는 얘기다. 오늘은 여기까지!
▲ "너하고 이 오토바이 성능하고 혼동하지 마. 저능아 같아 보여." 영화 <비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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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처음하는 남자가 저지르는 안타까운 일들
착한 성격 때문에 연애하기 힘들다는 남자, 정말일까?
금사빠 남자가 여자를 좋아할 때 벌어지는 일들
전 여자친구가 망나니 같은 남자와 사귄다면?
여자가 이별을 결심하게 만드는 남자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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