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까지는 동반입대편을 꼭 올려달라는 요청도 있었고, rogic님께서 내일 늦은나이에 입대를 하는 관계로 원래 주말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금요일 밤에 '돼지껍데기'요리를 해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레시피를 뒤져 돼지껍데기 요리를 해 먹었다가 배탈이 나고 말았다.
덕분에 황금같은 주말을 시름시름 앓으며 변기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폭풍같은 배탈이 지나고 난 후에야 이렇게 정신을 차려 매뉴얼을 작성한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꼭 다른 네티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바는, 참고한 그 레시피가 사람이 먹는 것이 맞는지, 혹시 블로거가 애견간식으로 만드는 레시피를 올려놓은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라는 것이다. (돼지껍데기 말린 요리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애견이 껌처럼 씹는 요리다.)
자, 일단 매뉴얼을 처음 경험하시는 분들을 위한 전편 링크
군생활 매뉴얼, 보충대 마스터 전략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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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는게 좋을까? (무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 동반입대는 무조건 전방?
내가 부대에서 동반입대한 고참이나 동기, 후임을 보며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동반입대를 결정하게 된 것은, 긴장감있는 대화나 차분한 의논으로 동반입대를 결정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90%가 동반입대를 결정하게 된 까닭을 '술먹다가'로 이야기 했다. 그러니까, 술자리에서
"너 군대 언제 갈려고?"
"글쎄, 조만간 가야지"
"그래? 같이갈까?"
"그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나중에 같이 PC방에 가서 지원을 한다. 지원을 해 놓고 우울한 마음을 스타크래프트나 스페셜포스로 달래다가 얼마 후, 함께 머리 깎고 들어가는 것이다.
군인들 사이에서 '동반입대'는 포병 아니면 보병으로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운전병, 의무병 등 주특기를 받고 오려면 동반입대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전공이나 적성, 특기에 맞는 주특기를 받고자 할 경우 상세한 설명을 국방부 홈페이지등을 통해 알아보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동반입대를 할 경우에는 전방으로만 배치가 된다. 전방이라고해서 무조건 철책과 가까운 그런 지역은 아니고, 경기도와 강원도 정도를 전방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김포나 수방사 정도 까지도 '전방'의 개념이니, 동반입대를 하면 산골에 있는 부대를 가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보직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동반입대'는 그 범위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으니 힘든 군생활에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다. 무엇이 더 낫다고는 쉽게 말하기 힘들다. 군대란 그만큼 변수가 많은 곳이고, 심리적인 부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반입대를 했을 경우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아래에서 다시 살펴보자.
2. 힘이 되는 내 친구
훈련소 시절부터, 자대에 가는 순간까지, 친구는 분명 위안이 될 것이고, 서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는 훼이크고. 어느정도 함께라는 심정으로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친구 아버님이 별을 달고(?) 계시다면 얘기는 좀 달라지지만, 군대를 힘든곳이라고 한다면 혼자 있든 둘이 있든 힘들다.
그러나 분명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 때가 있다. 보충대에서 부터 동반입대 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항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 멍하니 있는 일반입대자들에 비해 어느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훈련소기간에도 훈련 중 타는 목마름으로 시달릴 때, 모르는 사람에게 물 좀 달라고 하긴 아무래도 어려울 수 있지만, 친구간에는 나누어 마시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대에 배치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같은 중대까지 가는 까닭에 한 건물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대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같은 중대(같은 학교) 다른 소대(다른 반)로 배치가 된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같은 중대, 같은 소대로까지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 훈련소에서 자대배치를 받으며
'아.. 꿈의 17사, 환상의 25사 라도 되어라..'
이런 심정을 가지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부대로 복불복(?)이 되더라도 같이 가는 친구가 있기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만 쏟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같이 할 고생'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자기최면이라고 할까? 아무튼 많은 의지가 된다.
이등병 생활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소대로 온다면, 혼나는 것도 같이 혼나고 누군가 일을 시켜도 같이 하게되니, 혼자 망망대해에 나침반 없이 서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억울한 일이 있거나, 뒷담화(?)도 모여서 함께 하는 등 서로간의 고참에 대한 정보교환도 자유롭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데, 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이쯤되면, 대부분 이 글을 읽는 꼬꼬마 가이들은 '그래, 동반입대만이 희망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반입대의 이 밝은면(?)만을 이야기 할거면, 내가 제목을 '동반입대 완전강추, 함께 들어가라' 따위로 짓지 않았을까? 아쉽지만 바로 아래에서 어두운 면을 살펴보자.
3. 짐이 되는 내 친구
사실, 이 부분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위에서 잠시나마 부풀려 주었던 희망을 여기서 터트려야 한다니,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그래도 알려야 할 것은 알려야 하는 까닭에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대했을 대 보충대와 훈련소에서 배식조나 지원조로 편성되어 설겆이나 취사장의 잡일(?)을 돕는 사람들을 뽑았다. 훈련을 빼주고 그 일만 한다면야 좋겠지만, 훈련은 훈련대로 다 받고, 일은 일대로 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는 일이었다. 당시에 취사병들이 챙겨주는 부식이나, 맛있는 음식이 나왔을 때 몇 개 먹어볼 수 있다고 좋아하는 가이들도 있었지만, 별로 추천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선발되는 것이 동반입대병이다. 두명이 있으니 조별로 운영하기도 편하고, 친한 사이니 둘을 붙여 놓았을 때 마찰이 생길 일도 없다. 뭐, 이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하면 추억이고, 남들 못해본 경험이니 한 번쯤 해볼만하다고 이야기하는 예비역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추다.
위에 '힘이 되는 내 친구'라는 부분에서, 이등병때 힘이되는 동반입대 친구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소대가 갈리면, 그것도 쓸모없는 일. 가끔 친구가 있는 소대까지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등병이 혼자 타 소대에 자주 들락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시간에 소대에서는 정리안된 물품들로 일병들이 혼나고 있다면? 아니면 일일결산을 하느라 소대원들이 다 모여 전달사항을 듣고 있다면?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안해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리라 생각된다.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함께 있다는 것은 둘 간에는 의지가 될 수 있지만, 비교가 되기도 한다. 둘 중 자신이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함께 동반입대한 친구는 'A급이야' 라는 소리를 듣는데, 자신은 '너 우리 힘들게 할려고 입대했지?' 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 친구에게 이상한 경쟁의식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비교는 일병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아니, 병장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후임들이 듣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 할 것이다. '동반입대라는데, 하나는 천사고, 하나는 악마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역해서도 '동반입대'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인의 특권인 '뻥'을 칠 수가 없다. 서로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가이들은 '마을버스 만한 독수리를 봤다', '헬기를 타봤다', '사격을 잘한다', '축구를 잘해 포상휴가를 받았다', '애들이 다 좋아하는 고참이었다' 이런 주옥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결혼한 후에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와이프에게 묘사해 놓은 군생활이 집들이 온 동반입대 친구에 의해 산산조각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얘가 무슨 헬기를 타요, 이등병때 취사병 착출 됐는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다.
4. 친해지거나, 더 멀어지거나
이 부분이 가장 포인트다. 같이 동반입대한 친구와 군생활을 함께하면 더 친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어느정도 짬이 된 이후로는 서로 마찰이 생기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할 요인이 많다. 그것은 소대내에서 서열을 정하는 것에도 그렇고, 친구 외의 다른 병사들과의 인간관계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군대라는 곳이 일차원적인 감정들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고, 뭔가 그 친구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한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대학교 동기와 동반입대한 고참이 있었는데, 그 고참이 동반입대 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저런 놈인지 몰랐지"
학교다닐 때 친구라고 해도 24시간 붙어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 보고, 방과 후 함께 어울릴 때 보고, 그렇게 같이 '노는 일'을 한다. 하지만 같은 소대로 배치된다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것이며, 2년동안 그 모습을 다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새롭게 발견하는 좋은 면이 있다면, 나쁜 면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휴학시절, 친구 자취방에 2주간 놀러갔던 경험이 있는데, 3일간 잘 놀던 것과 비교해 그 이후부터는 마치 해충이나 짐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함께 놀며 웃고 즐기던 시간들에는 느끼지 못한 것들이 함께 생활하며 하나 둘 드러난다는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좋지만, 결혼하고 나면 누구나 겪는다는, 그런 감정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비약일까?
물론, 반대로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별로 친하지는 않고 의례적인 사이였지만, 서로의 좋은 점들을 보고는, 평생 가깝게 지낼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의 경험으로 다시 대학에 복학해서 그 학과를 주름잡는(?) 경우도 있고, 호흡이 잘 맞는 콤비가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개인적으로 동반입대는 그리 권하지 않는다. 군대에 대한 불안이 크며 평상시에도 친구들과 있을 때가 훨씬 안정적이라면 동반입대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혼자서 입대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다면 혼자서 군생활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동반입대를 하나 혼자 입대를 하나, 군생활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에게 의지할 생각으로 동반입대를 한 사람이라고 해도,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히 혼자서 스스로 서는 법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군대도 갔다왔는데 이까짓거' 라는 단단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동반입대가 불안을 좀 덜어줄 수도 있고, 막연함에 대한 어느정도 의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수 많은 예비역들이 다 마쳤고, 지금도 현역 군인들이 하루 하루 보내며 온 몸으로 버티고 있다. 가이들이라고 해서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보일러병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귀뚜라미 보일러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L모군(26세, 안양1번가거주)의 주옥같은 명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둘이오나 혼자오나 국방부 시계는 똑같이 간다"
<덧> 다음편은 어느 곰신이라고 밝혀주신,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여성독자께서 요청하신 군인과 여친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덧2> 주말에 탈이나서 댓글을 다 달지 못했는데, 예비역분들이 남겨주신, 또 독자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답글을 달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을 누르시면, 재입대 꿈을 안 꾸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덕분에 황금같은 주말을 시름시름 앓으며 변기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폭풍같은 배탈이 지나고 난 후에야 이렇게 정신을 차려 매뉴얼을 작성한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꼭 다른 네티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은 바는, 참고한 그 레시피가 사람이 먹는 것이 맞는지, 혹시 블로거가 애견간식으로 만드는 레시피를 올려놓은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라는 것이다. (돼지껍데기 말린 요리는 사람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애견이 껌처럼 씹는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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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 동반입대는 무조건 전방?
내가 부대에서 동반입대한 고참이나 동기, 후임을 보며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이들 대부분이 동반입대를 결정하게 된 것은, 긴장감있는 대화나 차분한 의논으로 동반입대를 결정한 것이 아니란 사실이다. 90%가 동반입대를 결정하게 된 까닭을 '술먹다가'로 이야기 했다. 그러니까, 술자리에서
"너 군대 언제 갈려고?"
"글쎄, 조만간 가야지"
"그래? 같이갈까?"
"그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나중에 같이 PC방에 가서 지원을 한다. 지원을 해 놓고 우울한 마음을 스타크래프트나 스페셜포스로 달래다가 얼마 후, 함께 머리 깎고 들어가는 것이다.
군인들 사이에서 '동반입대'는 포병 아니면 보병으로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운전병, 의무병 등 주특기를 받고 오려면 동반입대를 선택해서는 안된다. 전공이나 적성, 특기에 맞는 주특기를 받고자 할 경우 상세한 설명을 국방부 홈페이지등을 통해 알아보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동반입대를 할 경우에는 전방으로만 배치가 된다. 전방이라고해서 무조건 철책과 가까운 그런 지역은 아니고, 경기도와 강원도 정도를 전방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김포나 수방사 정도 까지도 '전방'의 개념이니, 동반입대를 하면 산골에 있는 부대를 가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해, 보직을 결정하는 것에 있어서 '동반입대'는 그 범위가 좁아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둘이 함께 있으니 힘든 군생활에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다. 무엇이 더 낫다고는 쉽게 말하기 힘들다. 군대란 그만큼 변수가 많은 곳이고, 심리적인 부분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반입대를 했을 경우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아래에서 다시 살펴보자.
2. 힘이 되는 내 친구
훈련소 시절부터, 자대에 가는 순간까지, 친구는 분명 위안이 될 것이고, 서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는 훼이크고. 어느정도 함께라는 심정으로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결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친구 아버님이 별을 달고(?) 계시다면 얘기는 좀 달라지지만, 군대를 힘든곳이라고 한다면 혼자 있든 둘이 있든 힘들다.
그러나 분명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 때가 있다. 보충대에서 부터 동반입대 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항상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혼자 멍하니 있는 일반입대자들에 비해 어느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훈련소기간에도 훈련 중 타는 목마름으로 시달릴 때, 모르는 사람에게 물 좀 달라고 하긴 아무래도 어려울 수 있지만, 친구간에는 나누어 마시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자대에 배치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같은 중대까지 가는 까닭에 한 건물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대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같은 중대(같은 학교) 다른 소대(다른 반)로 배치가 된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같은 중대, 같은 소대로까지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 훈련소에서 자대배치를 받으며
'아.. 꿈의 17사, 환상의 25사 라도 되어라..'
이런 심정을 가지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부대로 복불복(?)이 되더라도 같이 가는 친구가 있기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만 쏟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같이 할 고생'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자기최면이라고 할까? 아무튼 많은 의지가 된다.
이등병 생활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소대로 온다면, 혼나는 것도 같이 혼나고 누군가 일을 시켜도 같이 하게되니, 혼자 망망대해에 나침반 없이 서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억울한 일이 있거나, 뒷담화(?)도 모여서 함께 하는 등 서로간의 고참에 대한 정보교환도 자유롭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데, 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이쯤되면, 대부분 이 글을 읽는 꼬꼬마 가이들은 '그래, 동반입대만이 희망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반입대의 이 밝은면(?)만을 이야기 할거면, 내가 제목을 '동반입대 완전강추, 함께 들어가라' 따위로 짓지 않았을까? 아쉽지만 바로 아래에서 어두운 면을 살펴보자.
3. 짐이 되는 내 친구
사실, 이 부분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위에서 잠시나마 부풀려 주었던 희망을 여기서 터트려야 한다니,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그래도 알려야 할 것은 알려야 하는 까닭에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다.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대했을 대 보충대와 훈련소에서 배식조나 지원조로 편성되어 설겆이나 취사장의 잡일(?)을 돕는 사람들을 뽑았다. 훈련을 빼주고 그 일만 한다면야 좋겠지만, 훈련은 훈련대로 다 받고, 일은 일대로 하는, 별로 하고 싶지 않는 일이었다. 당시에 취사병들이 챙겨주는 부식이나, 맛있는 음식이 나왔을 때 몇 개 먹어볼 수 있다고 좋아하는 가이들도 있었지만, 별로 추천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선발되는 것이 동반입대병이다. 두명이 있으니 조별로 운영하기도 편하고, 친한 사이니 둘을 붙여 놓았을 때 마찰이 생길 일도 없다. 뭐, 이것도 추억이라고 생각하면 추억이고, 남들 못해본 경험이니 한 번쯤 해볼만하다고 이야기하는 예비역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추다.
위에 '힘이 되는 내 친구'라는 부분에서, 이등병때 힘이되는 동반입대 친구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소대가 갈리면, 그것도 쓸모없는 일. 가끔 친구가 있는 소대까지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등병이 혼자 타 소대에 자주 들락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시간에 소대에서는 정리안된 물품들로 일병들이 혼나고 있다면? 아니면 일일결산을 하느라 소대원들이 다 모여 전달사항을 듣고 있다면?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를 안해도 어느정도 짐작이 가리라 생각된다.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함께 있다는 것은 둘 간에는 의지가 될 수 있지만, 비교가 되기도 한다. 둘 중 자신이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함께 동반입대한 친구는 'A급이야' 라는 소리를 듣는데, 자신은 '너 우리 힘들게 할려고 입대했지?' 소리를 듣고 있다면, 그 친구에게 이상한 경쟁의식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비교는 일병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아니, 병장이 되어서도 계속된다. 후임들이 듣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 할 것이다. '동반입대라는데, 하나는 천사고, 하나는 악마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역해서도 '동반입대'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인의 특권인 '뻥'을 칠 수가 없다. 서로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가이들은 '마을버스 만한 독수리를 봤다', '헬기를 타봤다', '사격을 잘한다', '축구를 잘해 포상휴가를 받았다', '애들이 다 좋아하는 고참이었다' 이런 주옥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결혼한 후에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와이프에게 묘사해 놓은 군생활이 집들이 온 동반입대 친구에 의해 산산조각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얘가 무슨 헬기를 타요, 이등병때 취사병 착출 됐는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다.
4. 친해지거나, 더 멀어지거나
이 부분이 가장 포인트다. 같이 동반입대한 친구와 군생활을 함께하면 더 친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어느정도 짬이 된 이후로는 서로 마찰이 생기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할 요인이 많다. 그것은 소대내에서 서열을 정하는 것에도 그렇고, 친구 외의 다른 병사들과의 인간관계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군대라는 곳이 일차원적인 감정들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고, 뭔가 그 친구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한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대학교 동기와 동반입대한 고참이 있었는데, 그 고참이 동반입대 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저런 놈인지 몰랐지"
학교다닐 때 친구라고 해도 24시간 붙어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에서 보고, 방과 후 함께 어울릴 때 보고, 그렇게 같이 '노는 일'을 한다. 하지만 같은 소대로 배치된다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것이며, 2년동안 그 모습을 다 지켜볼 수 있게 된다. 새롭게 발견하는 좋은 면이 있다면, 나쁜 면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휴학시절, 친구 자취방에 2주간 놀러갔던 경험이 있는데, 3일간 잘 놀던 것과 비교해 그 이후부터는 마치 해충이나 짐과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을 느꼈다. 친구에 따라 다르겠지만, 함께 놀며 웃고 즐기던 시간들에는 느끼지 못한 것들이 함께 생활하며 하나 둘 드러난다는 것이다. 연애시절에는 좋지만, 결혼하고 나면 누구나 겪는다는, 그런 감정이라고 이야기하면 너무 비약일까?
물론, 반대로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별로 친하지는 않고 의례적인 사이였지만, 서로의 좋은 점들을 보고는, 평생 가깝게 지낼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군대에서의 경험으로 다시 대학에 복학해서 그 학과를 주름잡는(?) 경우도 있고, 호흡이 잘 맞는 콤비가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개인적으로 동반입대는 그리 권하지 않는다. 군대에 대한 불안이 크며 평상시에도 친구들과 있을 때가 훨씬 안정적이라면 동반입대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혼자서 입대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다면 혼자서 군생활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동반입대를 하나 혼자 입대를 하나, 군생활이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에게 의지할 생각으로 동반입대를 한 사람이라고 해도, 군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히 혼자서 스스로 서는 법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군대도 갔다왔는데 이까짓거' 라는 단단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동반입대가 불안을 좀 덜어줄 수도 있고, 막연함에 대한 어느정도 의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수 많은 예비역들이 다 마쳤고, 지금도 현역 군인들이 하루 하루 보내며 온 몸으로 버티고 있다. 가이들이라고 해서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마지막으로 보일러병으로 근무하다, 지금은 귀뚜라미 보일러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L모군(26세, 안양1번가거주)의 주옥같은 명언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둘이오나 혼자오나 국방부 시계는 똑같이 간다"
<덧> 다음편은 어느 곰신이라고 밝혀주신, 남자친구를 군에 보낸 여성독자께서 요청하신 군인과 여친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올 예정입니다.
<덧2> 주말에 탈이나서 댓글을 다 달지 못했는데, 예비역분들이 남겨주신, 또 독자 분들이 남겨주신 댓글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다 답글을 달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을 누르시면, 재입대 꿈을 안 꾸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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