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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정지

by 무한 2009. 6. 1.
난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야.
이미 한 번 데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거야.
온전히 마음을 다 바쳐 '미친짓'을 할 수 없단 얘기야.

소심하고 여려지고 어릴때 보다 더 조심스러워져
전화기가 뜨거울 때 까지 통화하던 일에 대해서는 그저
철 없을때 이야기 처럼 여기고 거지같은 현실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분에 넘치는 선물을 마련하는 일에 더
이상은 앞뒤 가리지 않고 지를 수가 없어

쿨한척 하지만 그대로 드러난 맨살을 감추는 일이란 걸 알아
서른 다섯의 승현이 형도 이야기 하잖아
이제 연애 같은건 지겹단다
굳은 살이 박힌 남자와 이제 막 처음 시작하는 여자가 만나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아냐
둘 중 누구에게도 책임이 있거나 잘못을 한 건 아냐
그건 장미꽃과 사랑에 빠진 어린왕자
이야기 처럼 길들여짐에 대한 부분이니 말야

말 없이 안고 싶지만 그녀는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고
딱딱한 돌처럼 굳은 남자는 쉽게 바뀌지 않아 어렵고
편지라도 써서 그녀를 잡아야 하지만 그래서 다시 만나도 곧
서로가 왜 멀어졌는지를 떠올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거고
한 번 이별을 말했다면 다음에는 말하기가 쉬워진다는 거

자, 난 여기서 일시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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