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홈페이지가 너무 그리워서 아무에게도 말은 안했지만, 나 말고는 주소를 모르는 그곳에 혼자 들러 예전 글들을 하나씩 다 읽어보고 있어. 정리되지도 않았고, 아무렇게나 써 놓은 글들이 차라리 나에겐 반가워.
군대에 다녀와 새로 만들어 놓고, 들어오는 사람이라고는 페이지를 수집하러 들르는 구글 로봇이 전부였지만, 더 솔직하고, 부담없고, 어느 날은 술먹고 오바이트하듯 쓴 글을 다음날 아침 삭제버튼을 누르며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곳이 내 마음 머물던 고향이었어.
블로그는 너무 외로워.
사람들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들어오고, 댓글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이 달리긴 하지만 낯설어. 내 맨살이 아니라 두꺼운 옷 입고 둔해진 느낌이야. 내 블로그로의 유입을 위해 댓글에 형식적인 답글을 달고, 답방을 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사실, 무관심이 무서워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 우리가 댓글과 답글을 나누고, 답방과 서로 품앗이하듯 무언의 그룹을 형성해 가면 행복해질까? 무관심이 무서워 꽁꽁 싸맨 그 여린부위를 서로 핥아주고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난 다이어리를 쓸거야. 누가 읽어주길 바라지 않는 독백의 공간이 필요해. 어딘가로 발행하지도 않고, 내 블로그에 차곡차곡 기록할 수 있는 이야기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고 싶지 않아.
왜 재미도 없고 아무 감동도 없고, 나와는 관심사마저 다른 글 아래에서까지 배꼽인사를 나누어야해? 인기를 얻고 싶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블로그에 댓글 하나씩만 달아도 내 글에 댓글은 수십개 달리겠지만, 그보다 더 값진 건 내 글과 코드가 맞아 달아주는 댓글 하나가 아닐까?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남들 하는 만큼 따라하면서 지금처럼 글을 써봐. 성공할거야."
그런 성공이라면 개나 줘버려. 난 맞지도 않는 키를 들고 드디어 키를 찾았다며 속으론 들킬까 벌벌 떨지 않을거야. 떠들썩하게 데뷔했던 배우도 몇 년 지나고 나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블로그는 무슨 강철로 된 무지개야? UMC노래 가사처럼 지 꼰대들 하는거 다 따라하고 있잖아.
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 박정희 시대에 살아는 봤냐?
너무 일방적인 주장이다 하면 / 물타기 하지 마라, 양비론이냐
연예인 얘기를 하면 / 유재석을 씹으면 사람도 아니다
컴퓨터 얘기를 꺼내 놓으면 / 개발자세요? 아니면서...
좋아하는 음악 얘기를 하면 / 누구누구 아세요? 계보 몰라요?
어쩌다 술먹고 적은 글에까지 / 논리적 비약이 심하네요
솔직히 나도, "니들 다 피곤해"
미니홈피도 닫은지 오랜데, 내 블로그에 나를 위한 공간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팬티바람에 선풍기 쐬가며 식혜를 홀짝임과 함께 크리미널 마인즈를 보는 재미 외에도 말이야.
여린마음동호회회장 무한을 그리워했던 친구들, 반가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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