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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점점 무덤덤해지다 결국 이별을 말한 여자친구

by 무한 2014. 7. 28.

점점 무덤덤해지다 결국 이별을 말한 여자친구

K씨, 내가 카톡파일 보낼 때 '초반 일주일, 후반 일주일, 중간엔 중요한 내용만'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한 건, 내가 읽기에 편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사연을 보내는 입장에서도 그 대화들을 돌아보며 금이 간 부분들을 발견했으면 해서 그런 거야. K씨는 1년이 넘는 카톡대화를 전부 다 갖다 붙여서 A4 4천 페이지가 넘어가던데, 이러면 내가 읽지를 못 해. 별 의미 없는 짧은 대화들은 쭉쭉 넘기면서 긴 문장으로 대화한 것들만 봤는데도 힘들더라.

 

그리고 카톡을 캡쳐해서 보내준 것도 있던데, 되도록이면 텍스트 파일로 보내주는 게 나로서는 체크하기가 수월해. 난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 글자를 두껍게 하고 색을 입히거든. 그래야 다시 한 번 읽을 때 찾기가 쉬우니까. 그런데 이미지로만 된 파일이 있으면 내가 다시 다 옮겨 써야 하거든. 그러니 나중에 또 사연을 보낼 때에는 '정리된 카톡 텍스트 파일'을 넘겨줬으면 좋겠어. 뭐, 아예 대놓고 "카톡파일 많아서 읽기 귀찮은데 그냥 내보내기로 다 보내면 안 되나요?"라구 묻는 분들에 비하면, 그래도 한 장 한 장 다 캡쳐한 K군의 정성이 대단하기에 오늘은 K씨의 사연만 다루기로 했어. (사실, 이걸 다 읽었는데 한 꼭지로 끝내기엔 나도 억울해서….) 여하튼 출발해 보자.

 

 

1. '함께'인 부분과 '따로'인 부분.

 

K씨의 사연을 포함한 몇몇 사연들을 읽으며 내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떻게 연인을 놔두고 다른 친구들과 여행을 갈 수 있는가, 또는 다른 이성과 놀 수 있는가?'하는 점이야. 그게 진짜 친구들끼리 오래 전부터 약속해서 가는 여행이라든가, 아니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라든가, 하면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그게 아니고 단순히 유희를 위해 놀러 가면서도 그건 대인관계니까 연애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오히려 자신이 앞장서서 여행을 계획한 다음,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야. 근데 생각해 보면, 연애와 대인관계는 같은 동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기에 전혀 상관없는 게 아니지.

 

"제가 정말 그냥 친구일 뿐인 이성들과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는데,

여자친구가 삐치더라고요. 자긴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저 혼자 타국에서 자기 없이도 재미있게 노는 것 같아서 밉다고."

 

그렇게 여자친구가 삐치는 게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 난 그게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그냥 친구일 뿐인 이성들과…."라는 소리는 그만 하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봐봐. K씨는 사귀면서 여자친구에게 자신이 1순위가 아닌 것 같다고 징징거렸잖아. 나중엔 여자친구가 학교 남자선배와 카톡한 거 보고 질투와 의심에 불타기도 했고 말이야. 그 일 가지고도 '엄청난 사건'처럼 말하는 K씨인데, 반대로 K씨가 한국에 있고 여자친구가 '아는 남자 선배'들과 여행을 갔다고 해봐. 그녀가 여행지에서 그들과 다정하게 붙어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고도 생각해 보고.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아? 1시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걸며 여자친구의 상황을 시시각각 체크하고 싶어질 것 같지 않아?

 

난 K씨의 사연을 읽으면서, K씨가 '내가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면, 여자친구는 이러이러한 기분이 들겠다'는 걸 파악 못 하는 게 참 답답했어.

 

"여자친구가 자신에게 말하고 만나는 건 괜찮다고 해서 말하고 만났는데,

그래도 삐치더군요. 그러면서 다시 이성을 만날 땐 말하지 말고 만나라고 했어요.

그래서 말 하지 않고 만났는데 나중에 같이 찍은 사진이 걸렸거든요.

그랬더니 또 그것 보고 삐치더라고요.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진짜 말 안 하냐고."

 

이래도 삐치고 저래도 삐친다며 이상하다고 하지 말고, 딱 5분 정도만이라도 입장을 바꿔 '그녀의 속마음'이 무엇일지 고민해봐. 반대의 경우라면 K씨가 가장 서운할 만한 게 뭐야? '나를 두고 다른 이성을 만난다는 것'일 거 아냐. '그냥 친구'인 이성과의 만남을 허락 해주고 안 해주고를 떠나서, 여자친구가 그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냥 서운할 수 있잖아. K씨는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데, 그녀는 현재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럼 이성인 사람들과는 대인관계를 다 끊으라는 건가요?

늘 여자친구가 1순위가 되어야 한다면, 이성은 아무도 만나지 말라는 건가요?

동성 친구들과 놀러가는 것도, 여친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 거니 가지 말고요?"

 

꼭 그런 건 아니야. 이게 왜 K씨의 경우엔 더 문제가 되는지,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 해줄게.

 

 

2. 기반이 부실한 평소연애.

 

사귀던 중 여자친구가 K씨에게

 

"오빤 이러려고 나 만나?"

 

라는 이야기 한 적 있잖아. 근데 내가 봐도 형식적인 데이트만 있을 뿐, 서로 딱히 공감하는 것도 없고, 취향이 다르면 개인플레이 하고, 둘 중 하나가 고민을 털어 놔도 "힘내!"같은 의무적인 응원만 할 뿐 자세히 들어보고 함께 고민하려는 태도도 부족했거든.

 

친구에 비교하자면 그냥 '같은 반 친구'인 느낌인데, 어쨌든 사귀기로 해서 연인은 되었어. 진심으로 서로에게 빠져서는 바보 같은 짓 같은 것도 함께 할 수 있을 때 쌓이는 게 우정인데, 그런 건 없이 하트 보내고 애교 부리며 그저 몸과 몸이 만나는 데이트만 한 거야. '연인 코스프레'인 거지.

 

아니라고는 하지 마. K씨에게 그녀가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사연 중간 중간에 K씨가 했던 '너도 당해봐라'라는 마음으로 했다는 행동들은 하지 않았을 거고, 그녀가 서운하게 했다고 해서 곤란에 처한 그녀를 그냥 방치해 두지도 않았을 거야. 손익을 따져가며 하는 연애였기에, 그 모습들에 대한 피곤은 둘 모두에게 축적되었을 거고.

 

"전 제가 곤란해지면서까지 여자친구에게 찾아간 적도 있고,

여자친구에게 감동을 주고자 이런저런 선물을 하고 챙겨주기도 했는데요?

그런 건 손익으로만 따지면 제가 손해를 본 것일 텐데, 그래도 제가 손익을 따진 걸까요?"

 

그게 내가 보기엔, K씨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거란 얘기야. 난 그 헌신이, 오히려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 K씨 자신을 위한 거라고 봐. 그래야 멋있는 거 같고, 또 그래야 여자친구가 K씨를 더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라고 말이야. 여하튼 그런 행동들로 인해 겉은 화려한데, 속은 아무래도 부실해. K씨는, 자신이 

 

'내가 이렇게 하면, 그녀가 감동하겠지?'

 

라고 생각해서 무슨 일을 벌였는데, 그 일에 여자친구가 기대한 만큼의 리액션을 안 보이면 오히려 그걸로 인해 여자친구에게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 있거든. 그런 행동들로 인해

 

'난 이렇게까지 널 사랑하고 있다.'

 

라는 걸 전하려 하지만, 그러다가도 여자친구가 K씨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하면, K씨는 순식간에 '남보다 못한 남자'로 돌변해. 게다가 헌신하는 사람들 중 일부가 그러는 것처럼, K씨 역시

 

'난 그때 그렇게까지 했는데, 얜 지금 그것의 절반도 안 되게 갚고 있네.'

 

라는 마음을 가질 때가 있거든. 선물을 예로 들자면, 내가 K씨 생일에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맥북을 선물했는데, 내 생일에 K씨가 책 한 권 선물해서, 내가 분노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생각해 봐봐. 내가 이렇게 화낼 게 아니라, 애초에 나도 내 분수와 주제에 맞는 선물을 했으면 되는 거잖아. 무리해서 준비한 선물을 건네 놓고 돌려받을 것만 생각하거나 기대하고 있을 게 아니라 말이야.

 

사실 K씨의 여자친구도 그래. 그녀 역시 K씨 자체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게 좋았던 것 같아. 그래서 둘만의 단단한 무언가가 생기기도 전에 밖에 내보이는 것을 좋아했고, 연애 하고 있다는 걸 자랑하려는 듯 남들이 볼 수 있는 '감동 이벤트'같은 걸 계획하기도 했지. K씨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실제로 둘은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행복한 연애 잘 하고 있다는 걸 보이고자 꽃 들고 찾아가거나, 사람들이 볼 수 있게 공개 감동편지를 적거나 한 것 같아.

 

쉽게 말해 연애를 위한 연애인데, 그렇기 때문에 저 위에서 말한 '연애는 연애고, 대인관계는 대인관계'라는 것에도 두 사람 모두 금방 두려워졌을 거야. 마음속으로 우리는 연인이라고 열심히 최면을 걸어도, 둘 사이에 서로에 대한 애정이 빈약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거든. 그건 피부로 느껴지는 거잖아. 이 모래 위에 지은 듯한 연애 때문에 K씨는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집착하게 되었고, 여자친구 역시 이 연애가 허물어지더라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다른 기반'을 만들어 두었다고 적어둘게.(단, 여자친구의 '다른 기반'이 꼭 남자라는 건 아니야. 그건 '연애를 제외한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3. "저는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우선, K씨에겐 자기 스스로 아무 확신도 가질 수 없는 단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여. K씨는 지금은 누군가에게 물어서, 연애할 때에는 여자친구에게 물어서 답을 들어야만 그 답대로 행동을 했거든. 그렇게 확인 받아야만 겨우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 어려운 법이야. 그런 사람은 같이 옷을 사러 가면서도

 

"옷 비싸지 않을까?

"거기 내가 사려는 옷 있을까?"

"나 현금 20만원 들고 가는데 초과되면 어쩌지? 카드로 한다고 해도 될까?"

 

라고 묻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그래서 힘이 되긴커녕, 상대를 피곤하고 부담스럽게 만들고 말지.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에도 K씨는 계속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회를 더 주면 안 되냐, 마지막으로 안아 보면 안 되냐, 지금 나 다 깨닫고 달라졌는데 받아주면 안 되냐,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야. 여자친구는 연애 후반부에 K씨가 '부탁과 요구'를 한 것이 힘들어 헤어지자고 한 것인데, 지금도 K씨는 '부탁과 요구'만 하고 있잖아. 재회를 요청하러 갔다가 여자친구가 받아주지 않으면 혼자 이제 정말 끝이라고 여겼다가도, 다시 마음에 바람이 불면 또 찾아가서 재회를 요청하고 있고 말이야.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어.

 

또, 연애 후반부에 상대가 '폭력적인 성향'으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의 태도를 K씨가 보인 것도 문제야. 저 위에서 이야기 했듯 K씨는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르게 상대가 행동하면 급격히 실망하며 상대에게 서운함을 표시하거나 상처를 내려고 하는 타입인데, 연애 후반부에는 K씨가 실망할 때 상대를 위협하는 모습까지 보였잖아. K씨는 물론 장난이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는 거야.

 

여자친구에게, 요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억지로 붙잡고는 그 얘기를 하라고 요구한 것, 그리고 다음 주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달라고 말했다가 여자친구가 스케줄을 봐야 한다고 말하자 흉기를 여자친구 앞에 들이 밀었던 것 등이 여자친구에겐 공포였던 거야.

 

"그건 정말 장난이었습니다. 여자친구는 제가 장난을 쳤을 때,

당시 TV뉴스에서 원한을 품은 남자가 여자 집에 들어가 그 부모를 죽이고

여자까지 죽이려 했던 뉴스가 떠올랐다며 무서웠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장난으로 그랬던 거고, 사귀던 중에 여자친구도 제게 그런 장난을 쳐왔습니다."

 

바로 그 말이, 그동안 둘이 서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었다는 반증이 되는 거야. 처음 만난 그 날 두 사람에게 스파크가 튀어 사귀게 되었고, 그 후 여보 자기 하며 열심히 데이트를 하긴 했어. 그럴 때 서로에게 'K씨는 어떤 사람, 그녀는 어떤 사람'이라는 신뢰가 쌓였으면 K씨가 장난을 쳐도 무섭지 않았을 텐데,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니까 어떻게 돌변할지 몰라 무서워지는 게 당연한 거거든.

 

여기다가 K씨의 '집착'과 '이별을 물러달란 요구', '재회를 위한 이벤트'등이 더해져서 더 무서워지는 거야. K씨가 찾아갔을 때 여자친구가

 

"아까 어떤 사람이 택시에서 내리길래 오빠인 줄 알고 집으로 뛰어 도망 들어왔다.

복도에 발소리가 들려서, 오빠인 줄 알고 무서워서 집에 불을 끈 거다.

솔직히 지금 오빠가 찾아와서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무섭다."

 

라는 이야기를 했잖아. 이 정도면 심각한 거야. K씨가 생각하듯, 이거 단순하게 꽃다발 들고 여자친구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만난다고 해결될 수준이 아니야. 여자친구 지인들에게 연락해 여자친구 동선을 파악하는 게 K씨 입장에선 '재회를 위한 감동 이벤트'를 위한 사전작업이겠지만, 여자친구에겐 그게 스토킹과 다를 바 없는 일이라고.

 

"이제는 너에게 징징거리는 남자친구가 아니라,

너의 짐을 덜어주고 기댈 수 있는, 그런 남자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라면서, 그녀가 무섭다고 말하는데도 계속 들이대면, 농담이 아니라 경찰서에 가게 될 수도 있어. 그녀가 보기엔 그것 역시 K씨 '징징거림'의 연속일 뿐일 테고 말이야. 헤어지기 전에 K씨는 그녀에게 "남자 생겼냐, 나랑 헤어질 거냐?"라고 계속 묻기도 했잖아. 그때부터 K씨는 그녀에게 '연인'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되었던 거야. 혼자 의심하며 확인 받으려 하고, 그러면서 억지로라도 사랑한다는 말 들으려는 남자였으니 말이야.

 

난, 계절이 두 번 바뀌기 전까진 그녀에게 연락하거나 찾아가지 않길 권해주고 싶어. 그녀가 "나중에 서로 감정이 다 정리되면 그때 보자."라고 얘기한 건, 다음 주나 다음 달을 말하는 게 아니야. 그건 "나중에 술 한 잔 하자."와 같은 예의상의 말에 더 가까우니까, 거기에 희망을 품고 있진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은 그녀에게 K씨가 공포의 대상일 뿐이니까, 차단했나 안 했나 본다며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도 그만 두길 바라.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런 행동들이 전부 K씨를 더욱 무서운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 뿐이니까.

 

 

K씨가 원하는 '여자친구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유일한 해결책은 K씨가 그녀에게 '사귀고 싶은 남자'가 되는 것뿐이야. 지금 그녀에게 K씨는 '떼어내고 싶은 남자'거든. 계속 반성문 써서 보내고, 재회를 요구하러 와서도 포옹을 하거나 뽀뽀를 하려하고, 무서우니까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며, 꽃다발 사가지고 와서 눈물로 재회요청하면 다 되는 줄 알고, 차단했나 안 했나 확인하려 전화를 걸어 대니까. 그러니까 일단 지금 하고 있는 걸 전부 그만 둬. 이런 상황에서

 

"딱 2주만 더 만나보자. 2주 지나도 마음에 변화가 없으면 내가 포기하겠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래봐야 2주 머슴살이 하다가 다시 차일 가능성이 98.72%니까 그런 짓은 하지 말길 바라. 차라리 그녀에게 추억을 걸어 볼 시간을 주거나, K씨와의 연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게 훨씬 현명한 거야. 지금은 K씨가 들이대서 K씨에 대해 더욱 끔찍하게 생각할 시간 밖에 없으니까, 그러지 말고 그녀에게도 시간을 주자고. 그녀가 생각하는 동안 K씨 역시 남들에게 묻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며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아보고 말이야.

 

정상적인 연애를 한 거라면, 두 사람 다 비슷하게 아파야 맞는 거야. 이별 후엔 시간이 지날수록 미련이 남고, 내가 상대에게 못 해줬던 일들이 떠올라 후회를 하게 되니까. 그러니 바닥도 안 보이도록 휘저어 흙탕물을 만들어가면서까지 뭔가를 찾으려 하지 말고, 우선은 그냥 둔 채 잔잔하고 맑아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오늘부터 딱 100일 정도만이라도 그녀에게 연락하지 말고, K씨 다리에 힘준 채 스스로 살아봐. 그렇게 살 수 있어야 더 이상 징징거리지도 않을 거고, 그래야 다시 그녀를 만나더라도 무릎 꿇은 채 빌지 않고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 할 수 있을 테니까.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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