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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눈을 낮춰도 결혼하기 어렵다는 여자, 왜일까? 외 2편

by 무한 2015. 3. 30.

폰카로 찍는 사진은 그저 단순한 기록용일뿐이라고 생각하던 것에 대해 반성했다. 지난 매뉴얼에서 배경으로 쓸 사진 기부를 부탁드린 이후 많은 독자 분들께서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이건 뭐 배경으로 사용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사진에 있는 곳 어딘가요? 어디 가면 저런 풍경을 볼 수 있나요?"

 

라는 걸 묻고 싶어지는 사진이 많았다. 해바라기가 빼곡하게 들어 찬 곳이라든가 백사장 위에 카페가 있는 곳, 바닷물 색깔이 맑은 옥색인 곳, 도시가 미니어처처럼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저런 구름이 어떻게 하늘에 떠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뭉게구름이 바다 위에 가득한 곳, 풍성한 벚꽃들이 나무에서 폭발하듯 피어 있는 곳 등 바로 PC 배경화면으로 사용해도 좋을 사진이 많았다.

 

일상에서의 발견이 빛나는 사진들도 눈에 띄었다. 벚꽃 잎이 떨어진 도로에 비친 그림자 사진, 비 내린 후 고인 물에 반영된 도시 사진, 형형색색 깃발과 파란 하늘의 조화가 담긴 사진, 지나치기 쉬운 패턴을 포착한 사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글귀를 찍은 사진 등, 나 역시 한 번쯤은 만났겠지만 그냥 지나갔을 그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신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독자 분들의 사진에 자극 받아, 주말에 밥 먹으러 간 곳 주차장에서 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폰 카메라에 있는 '파노라마'기능을 이용해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욕심 같아선 저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지고 있는 해의 붉은 반영(아래가 한강이었다)과 하늘의 구름을 함께 담고 싶었는데, '등갈비냐, 사진이냐'의 기로에서 난 등갈비를 택했다. 미(美) 보다 미(味)를 택하는 나란 남자. 여하튼 오늘 다뤄야 할 사연이 많으니 감사인사는 여기까지 하고(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내 방식의 감사인사다.), 출발해 보자.

 

 

 

1. 눈을 낮춰도 결혼하기 어렵다는 여자, 왜일까?

 

이건 답이 금방 나오는 사연이다. T양이 눈을 낮춰도 결혼하기 어려운 이유는, T양이 말하는 '눈을 낮춘다'는 게,

 

-상대에 대한 매력을 별로 느끼지 못 하며 함께 있는 것도 그다지 즐겁지 않지만, 참는 것.

 

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T양은 눈을 낮춘 것에 대한 보상을 바라듯

 

"이제는 흐르는 물 같은 사람을 만나서 비오는 날 같이 우산 쓰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과 만나 친구처럼 지내는 연애, 결혼을 하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삼십대 중반의 남자들이 하려는 '편한 연애'와 좀 닮아 있는 모습이다. 삼십대 중반의 남자 중 일부는,

 

'이제 내가 홀딱 반할만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냥 만나서 사귀며 신경을 덜 써도 되는 편한 연애를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전까지의 연애가 눈치 볼 것도 많고 업무도 많은 치열한 직장생활이었다면, 앞으로의 연애는 그냥 결근 하면 일당에서 까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느낌으로 하려는 태도라고 할까. 이런 태도로 연애에 임하면 결국 상대와의 아무 친밀감도 형성되지 않아 종말을 맞거나, 어차피 '아르바이트'를 하는 느낌으로 시작한 관계라 진지하기 이어가긴 내가 더 아깝다는 생각을 해 종말을 맞거나, 말과 행동에서 드러나는 그 무성의함을 결국 상대도 눈치 채 종말을 맞곤 한다.

 

난 T양이 말하는 방식대로 연애를 하면, 바로 위와 같은 종말들을 경험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더불어 T양이 눈을 낮췄다는 식으로 말은 하지만, 결국 마음에 들지 않으면 '통과'를 외친다는 지점 역시 문제가 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작년 말부터 남자를 많이 만나기를 했는데, 지금은 모두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그 남자들 중에 연애를 길게 하거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외통수다. 이제는 상대가 좀 덜 매력적이라도 눈을 낮춰 만나보겠다는 말과, 눈을 낮춰 상대들을 만나봤는데 매력적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말이 모순된다. 이럴 바에는 그냥 눈을 낮출 것 없이 예전처럼 뜨고 있는 게 어떨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눈을 왜 그렇게 떠?"

 

라고 말할 남자는 없을 테니까.(응?) 웃자고 한 소리고.

 

T양이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해 낮췄다는 T양의 눈높이에는, 사실 별 문제가 없었다. 그것보다는 인간적인 친밀감 형성을 하지 못 한 채 그저 역할극을 하듯 연애 했다는 게 이전 연애들의 문제였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언제 한 번 T양이 신청서를 가득 채워 사연을 주면 그때 다루기로 하자. 이번 사연에 등장하는 구남친 관련 이야기들은 예시 정도로만 덧붙여진 것이라 정확하게 짚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2. 웃픈 짝사랑.

 

안녕 선희씨. 제목에 '웃픈'이라고 써서 미안해. 그런데 진짜 사연 읽다가 이렇게 육성으로 터진 건 오랜만이거든. 이거 선희씨는 전혀 그런 의도로 쓴 말이 아닐 텐데, 난 선희씨가

 

"내가 좋아하면 안 될 사람을 사랑해서 상처를 받다보니, 이젠 몸까지 아프구나…. 내 몸이 그만 사랑하라고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엉엉 울었습니다."

 

라고 쓴 부분에서 커피를 뿜었어. 상대에게 카톡 보내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친 건 사실 상대랑 아무 관련 없는 건데, 선희씨는 저걸 본인의 짝사랑과 절대적인 관련이 있다고 여기고 있거든. 아 진짜 이거 웃으면 안 되는 건데,

 

"그에게 저는 수고 많았다는 답장을 하다가 지하철 계단에서 발을 잘못 디뎌서 넘어졌고, 못 걷겠어서 절뚝절뚝 거리며 역내에 있는 벤치에 가서 앉았는데…(중략)…인대가 늘어났다고 하더라고요…."

 

나 왜 자꾸 저게 상상이 되는 거지? 예전에 마두도서관 갔을 때 어떤 여자 분이 폰 보면서 걷다가 계단에서 그대로 굴렀거든. 그걸 보고 난 '저 정도면 최소한 어디 하나 부러졌을 텐데.'하며 그쪽으로 가 봤는데, 그 여자 분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단에 앉아서 폰을 보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잘못 본 건가 하고 그 여자 분을 다시 한 번 봤는데, 그 여자 분 무릎에서 피가 배어나오고 있더라고. 내려가면서 얼굴을 보니까 무표정하려 노력하는데 정말 너무 아픈지 눈물은 자동으로 흐르고 있더라고. 이 일이 떠올라서 선희씨가 말한 장면이 상상됐나봐. 웃어서 미안해.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몸까지 힘든 일을 당한 선희씨를 나도 응원해 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선희씨 사연은 99.82% 선희씨의 의미부여 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선희씨는

 

"그 사람,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이렇게 헷갈리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잘해주지 말아야 하는 건데, 그 사람은…. 그리고 절 희망고문 하고 자신의 어장에 넣어두기도 했고…."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보기엔 사연에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 그래서 난 이게, 선희씨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며 하게 된 오해, 그리고 이성과의 관계에서 처음 겪는 일들에 대한 혼란으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해. 거기다 풍부한 선희씨의 감수성이 더해져서 문제가 좀 더 복잡해 진 거지.

 

빠르게 얘기할 테니까 잘 봐봐. 같은 직장에 다니니까 당연히 퇴근시간이 같잖아. 그런데 퇴근 후 집에 가는 방향도 같아. 그러면 의식적으로 피하고 싶지 않은 이상 대개는 같이 갈 수 있는 거야. 그 외에 그가 따로 선희씨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든지, 아니면 카톡 등으로 연락을 해왔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잖아. 그러니까 이건, 같은 통근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선희씨는 여자친구도 있는 남자가 왜 퇴근길을 같이 가려고 한 건지 내게 물을 수 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일부러 거리를 두려 시차를 두고 퇴근하는 게 더 이상한 모양이 되기도 해. 비슷하게 나가면서 말 한 마디 안 하고 남남처럼 걷는 것도 좀 멋쩍은 일이고 말이야.

 

게다가 직장 내에서 그는 선희씨의 바로 윗 선임, 선희씨는 그의 바로 아래 후임이자 첫 후임이었잖아. 그러면 다정다감한 그의 성격 상 간식 같은 거 좀 주고 그럴 수 있어. 이것 역시 그가 자기 책상서랍에만 먹을 거 넣어 놓고 혼자 야금야금 먹는 게 더 이상하잖아? 또, 당연히 그가 선임이니까 회사 비품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거나, 업무를 알려주거나, 선희씨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주거나, 뭐 그런 게 다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 이것에 대해 선희씨는

 

"저에게 엄청 잘해줬습니다. 먹을 것도 가져다주고,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고, 절 공주 대하듯 예의 바르게 대해주었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내가 보기에 그는 그냥 '화목한 직장생활'을 위해 후임인 선희씨를 챙긴 것 같아. 선희씨는 상대처럼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남자를 만난 적 없기에 그걸 '마음이 있어서 하는 행동'이라 오해한 것 같고 말이야.

 

선희씨가 그를 떠보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했을 때, 그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확실하게 밝혔잖아. 뿐만 아니라 그는 선희씨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선희씨에게 집에 잘 들어갔냐고 연락을 하거나 사적으로 선희씨를 챙긴 적이 없어. 어딜 봐도 '어장관리'라거나 '희망고문'의 모습은 안 보이거든. 그냥 그가 젠틀했던 거고, 선희씨는 그 모습에 반했던 거야. 만약 정말 그에게 마음이 있었던 거라면 선희씨가 이직을 하며 그에게 밥을 먹자고 했을 때 그가 응했거나, 아니면 퇴사 후 선희씨가 연락했을 때 답장을 했겠지. 근데 그것도 아니잖아.

 

이렇듯 착각인 게 분명한 사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희씨 사연을 다루는 건, 선희씨가 자신의 생각만으로 이상한 분노를 하며 그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야. 선희씨는 그가 자신을 찔러봤다고 생각하며, 또 어장관리와 희망고문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에게

 

"사람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잘해주지 마세요."

 

라는 충고를 해주려 준비하고 있고 말이아.(아니, 저 말은 이미 해버렸지….) 저 말을 들은 상대는 '이건 대체 뭔 소린가?'싶을 거야. 화기애애한 직장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하고, 또 후임을 챙기려 노력했으며, 거기다 먹을 것까지 좋았는데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을 들은 거잖아. 사심 담긴 카톡을 보내거나 털 끝 하나 건드린 적 없는데 졸지에 나쁜 놈 된 거야. 심지어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늘 굳건하게 말하고, 또 오해할 일 없도록 선희씨가 먼저 밥 먹자고 요청해도 거절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되어버린 거거든.

 

이런 와중에도 화가 안 풀려 그가 바람둥이인 것 같다며 쏘아 붙여 줄 기회를 노리고 있는 건, '이상한 여자'가 되는 지름길이야. 여기서 안 좋은 쪽으로 두 단계 진화한 어떤 사연을 보면, 서른일곱의 어떤 여성분이 같은 어학원에 다니는 스물세 살 청년에게

 

"사람들이 다 너랑 내가 사귀는 줄 안다. 어떻게 할 거냐?"

 

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거든. 저 여성분도 선희씨랑 비슷한 얘기를 해. 상대의 눈빛이 어땠다든가, 아니면 분위기가 어땠다든가, 어떠어떠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든가 하는 얘기. 전부 그녀 자신의 상상과 의미부여로 만든 이야기들뿐이야. 저 여성분은 그 청년에게 집요하게 연락하며 "어쨌든 만나서 상의하자."라고 말했는데, 선희씨는 그러지 않으리라 믿어.

 

난 이 기회에 선희씨가, 호의와 친절을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남친'이라 여기며 전부 다 연애와 엮어서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이성'으로 곁에 두는 법도 배웠으면 좋겠어. 그게 안 된다면 주변의 좋은 이성마저도 전부 선희씨가 멸종시키고 말 테니까. 그렇게 주변의 좋은 이성들을 멸종시키면서 "왜 제 주위엔 자꾸 저를 찔러 보는 사람들만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요."하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역시 선희씨는 그러지 않았으면 해. 알았지?

 

 

3. 퇴사를 앞두고 직장동료와 술자리를 가졌는데….

 

언젠가 유명한 정치인 한 분이, 아래와 같은 뉘앙스의 이야기를 논란이 된 적이 있었죠.

 

"(허위공약에 대하여)정치인이 당선 되려면 무슨 이야기를 못 하겠느냐."

 

저는 S양의 썸남이 S양에게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들이 전부 저런 마음으로 한 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목적을 위해서 늘어놓은 이야기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마음을 털어 놓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그간 아무 낌새도 없다가, S양이 자리를 마련하자 술에 취해

 

"S양은 좋은 여자 같았다. 그래서 내가 만나기엔 부담스러워서 감정을 드러내지 못 했다. 예쁘고 능력 있고 좋은 여자 같아서 만나면 안 될 거라 생각했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 좀 앞뒤가 안 맞습니다. 사적으로 연락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S양에게 연락한 적 없으며, 전부터 S양이 먼저 그의 관심을 유도하려 멘트를 던졌지만 그가 별 반응을 안 보이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그는 퇴사 몇 주 전 S양이 밥 한 번 먹자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러자고 대답만 하고 몇 주 동안 연락도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건, '퇴사 전 밥 한 끼 같이 하자'는 S양의 요청에 그는 자신이 파견 나가 있는 곳으로 S양으로 오라고 했다는 점입니다. 만나기엔 부담스러워서 그간 감정을 드러내지 못 했다는 사람이, "이쪽으로 오면 밥 사주겠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개 이런 태도는 상대가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떠보기 위해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의 마음으로 던지는 멘트이기 때문입니다.

 

술자리에서 외모칭찬을 하고, 위와 같은 '허위 고백'을 털어 놓으며, 나아가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만지는 과정을 밟은 것도 분명 그가 한 말과는 맞질 않는 부분입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더 나아가 뽀뽀를 해도 S양이 가만히 있으니 키스까지 하려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습니다. 손이 올라온 것도 아니고, 더 강압적으로 그랬던 건 아니니까요. 만약 그랬다면 정이 확 떨어졌겠죠."

 

남의 얘기라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S양의 이야기가 아니라 S양 친구의 이야깁니다. S양 친구가 퇴사를 하기 전 직장동료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직장동료라고는 하지만, 서로 얼굴만 알 뿐인 먼 부서의 동료입니다. 서로의 생일도 모르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이 사람이 유부남인지 총각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과 만난 친구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며 "손이 올라온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S양은 뭐라고 대답해 주시겠습니까?

 

그 날 이후로도 그는 예전처럼 S양과 '남남'으로 지낼 뿐입니다. S양이 선톡을 하자 바쁜 일 끝나고 보자는 대답을 했을 뿐이며, 그 약속 역시 언제라고 확실한 기약은 없는 '다음에 한 번 보자'는 식의 약속일뿐입니다. 저는 사실 이런 와중에 S양이

 

"제가 원하던 고백까지 받긴 했지만 뭔가 찝찝한 기분…. 그냥 그가 맨정신에 고백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왜 저 사람은 술의 힘을 빌려서 그랬을까. 하는 아쉬움이…."

"창피해서 연락을 못 하는 건지, 아님 술 깨고 보니 실수했다는 생각에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좀 놀랍습니다. 저는 저걸 '술의 힘을 빌려서 한 고백'이 아니라 '술주정'이라고 보며, '술 깨고 창피해서 연락 못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술 깨니까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연락 안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S양의 지인이 한 의심과 똑같은 부분이 걱정 됩니다. 그가 연애 중이거나 유부남일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그가 한 고백이 사실이라면 둘이 만나도 되는 거였는데, 그는 일부러 자신의 팀 동료들과 회식자리를 잡아가며 S양을 그 자리로 불렀습니다. 아무래도 '구실'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진행되다가

 

"네가 물어본 적 없잖아? 그리고 내가 만나기엔 부담스러워서 감정을 드러낸 적 없다고 난 초반에 분명히 말했는데?"

 

라는 하늘 무너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니, 사실 더 묻고 뭐 하고 할 필요 없이 그냥 이 관계는 접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S양이 먼저 연락하고 찾아가야만 겨우 만날 수 있는 관계, 또 그렇게 만나서 술에 취해야만 달콤한 얘기들을 속삭이는 관계 같은 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제가 선톡했을 때 그가 답을 바로 준 것으로 봐선 제 카톡을 기다린 것 같기도 하고…."

 

긍정적인 태도는 분명 좋은 것이지만, 그게 정도를 너무 벗어나게 되면 약물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나중에 상대가 양다리였음이 밝혀져도 "그래도 그가 계속 숨길 수 있는 걸 저에게 털어놔 주었다는 점이 솔직하려는 노력으로 보이기도 하고…."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늘 얘기하지만 상대의 말이 아닌 행동을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S양도 명확히 보실 수 있으실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열심히 쓴 매뉴얼을 다시 쓰느라 늦어버렸다. 분명 사연의 앞뒤가 맞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매뉴얼을 쓰고 있었는데, 다 쓰고 사연 주신 분의 메일을 보니

 

"지금은 사귀는 사람이 없어서 '상대'란을 제가 희망사항으로 채워 넣었어요."

 

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어쩐지, 나이랑 연봉이 무슨 '저보다 플러스마이너스….'라고 되어 있어서 '이건 안다는 건가, 모른다는 건가?'하고 있었는데…. 그 상상력과 열정엔 박수를 쳐 드리고 싶지만, 상상 속 가족관계까지 '부모님, 형, 본인'이라고 디테일하게 훼이크를 쓰시면 내가 말려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니 무슨 상상을

 

"보이는 건 내향적인데 의외로 에너지 많아서 활동적. 음악을 좋아하고 먹는 것도 좋아함. 뭐든지 잘 먹음. 성향은 보수적이지만 진보의 얘기를 들을 줄 앎. 자신의 성향만을 앞세워 주장하진 않음."

 

이라며 이렇게 디테일하게 하는가. 완전 깜빡 속았네.

 

이제 하룻밤만 더 자면 2015년 3월과도 영영 안녕이다. 2015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4이 지나가고 있다. 시간의 급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좀 더 돛을 활짝 펴고 항해해야 할 것 같다. 2015년 1/4을 지나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계획을 정비하시는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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