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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생에 첫 소개팅 후 차단당한 남자, 이유는? 외 1편

by 무한 2015. 4. 1.

드디어 4월이 되었고, 이제 개기월식이 있는 저녁까지 3일 남았다. 벚꽃은 매해 볼 수 있지만 이번 개기월식은 놓치면 3년을 기다려야 하니 미리미리 준비하자. 4월 4일 저녁 7시 15분부터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부분식이 시작되고, 8시 45분부터 12분간은 지구 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려 '레드문'이 보이며, 이후 10시 45분까지 달이 지구그림자에서 나오는 부분식이 진행된다고 한다. 작년에 찍어 놓았던 사진을 잠시 재탕하자면,

 

 

 

위와 같은 모습을 반대 형태까지 완전하게 볼 수 있다.(저 사진은 내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식이 진행된 이후부터 찍어 이전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촬영을 할 경우 노출을 달의 형태에 따라 다르게 줘야 하는데, 내 경우 조리개는 F8~F11, ISO는 100~800, 셔터스피드는 1/30s~2s까지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위의 사진은 코스트코에서 파는 꼬꼬마용 천체망원경에 DSLR을 물려서 찍었다. 이번엔 천체망원경, 500mm렌즈, 휴대용 적도의, 이렇게 세 개를 돌릴 생각인데 카메라가 한 대 부족해 고민 중이다. 500mm도 구입 후 낮에만 찍어봤는데, 오늘 저녁부터는 나가서 연습을 해둬야겠다.

 

개기월식은 사실 "우와!"소리가 나올 만큼 드라마틱하진 않다. 카톡 몇 개 보내다 쳐다보면 '오오, 벌써 저만큼 가렸네.'하고, 또 다시 카톡 몇 개 보내다 쳐다보면 '오오, 이제 절반까지 가렸어.'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함께 볼만한 가치가 있는 건, 월식 얘기가 나올 때마다 두고두고 생각나기도 하거니와 뉴스에서 '슈퍼문' 얘기나 '보름달' 얘기만 나와도 그것보다 더 신기한 경험을 한 까닭에 잊히지 않고 기억되기 때문이다. 가로등 환한 도시에서도 개기월식을 보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동쪽이 시원하게 트인 곳에서 좋은 사람과 월식 볼 약속을 잡으시길 권한다. 자 그럼 월식 얘기는 이쯤하고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생에 첫 소개팅 후 차단당한 남자, 이유는?

 

이건 애초부터 망할 가능성이 높은 소개팅이었다. N군이 상대와 소개팅을 하게 된 과정만 보더라도, 상대가 주선자에게 반해 친해지던 와중에 주선자가 뜬금없이 잡은 소개팅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건 내가 와플이 맛있어서 종종 사 먹다 와플 장수와 친해졌는데, 와플 장수가 옆 매대에서 팔고 있는 과일주스도 한 번 사먹어 보라고 해서 사먹어 본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뭐, 과정이 그렇더라도 운이 좋으면 오히려 후자와 잘 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N군의 이번 소개팅에선, 주선자가 너무 늦게 빠졌다. 게다가 주선자가 상대에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닌 척 하며 발을 내미는' 부분들이 많았다. 둘이 보기 민망하면 자신과 같이 보자고 하거나,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으로 두 사람보고 놀러오라고 하는 모습 등, N군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오지랖이 과했던 것이다. 실제로 N군이 상대와 만난 이후에도 주선자는 상대에게 카톡을 보내며 소감을 묻고 장난을 치던데, 그건 도움이 되긴커녕 방해만 되는 행동들이다. 주선자의 그 행동들로 인해 상대에겐, 이 소개팅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소개팅으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소개를 받은 이후 대부분의 대화를 '3인 단체카톡'으로 했다는 것 역시, 이 소개팅이 망하는 것에 크게 한 몫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단체카톡 대화를 보면, N군은 친구인 주선자와 소개 받은 상대가 그 방에 같이 있으니, 두 사람 중 누구도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어정쩡한 이야기들만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나라도 친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소개팅 상대와만 대화할 순 없기에 1:1의 관계에 집중하진 못 하고 '두루두루 살피는 대화'를 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단톡으로 셋이 대화를 나눈 것의 문제점은 또 있다. N군이 친구를 대할 때의 말투와 상대를 대할 때의 말투가 달라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가, 결국 친구가 상대를 대하는 것처럼 N군 역시 편하게 상대를 대한 부분이다. 더불어 N군이 단톡방에서 상대를 앞에 두곤, 친구와 '남자들끼리 대화할 때 사용하는 말투'로 대화한 것 역시 긍정적이진 않다.

 

"오늘 안에 오긴 한다냐?"

"몸 안 상하냐?"

"엉 일욜ㅋ"

 

주선자인 N군의 친구 역시 쿨한 척 말을 툭툭 던지며 폼을 잡는데, 난 이게 여자 입장에서 보자면 좀 이상한 사람 둘이서 쇼를 하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선자인 N군의 친구 역시 단톡방에 여자가 있으니 '들으라고 하는 소리'들을 꺼내기도 했고, 셋이 있는 단톡방에서 N군에게

 

"임마 ㅋㅋㅋ 이럴 때일수록 남자답게 잘 리드해봐."

 

라며 대놓고 지적과 충고를 겸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저건 도움이 아니라 훼방이다. 이게 성별이 바뀐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저 말은

 

"야, 언니가 어렵게 마련한 자리니까 적극적으로 좀 어필해 봐. 내숭은 접어두고~"

 

라는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것과 같다. 저 말을 들은 쪽에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 단톡방에선 분위기를 주도해갈 필요가 없기에 말을 툭툭 던지는 주선자가 더 괜찮아 보인다. 훈수 두는 사람이 장기를 두고 있는 사람보다 장기를 더 잘 두는 것처럼 보이는 대비효과라고 할까? 그걸 소개팅 상대 앞에서 주선자가 하고 있으니, N군은 상대적으로 쩔쩔매고 재미없어 보이는 역효과가 일어났던 것 같다.

 

어쨌든 이건 N군이 뭔가를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소개팅 상대가 관심 있던 게 사실은 주선자였고, 주선자는 N군에게 '토스' 한 번 해준다 생각하며 양보하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양보를 좀 지저분하게 해서 망한 것 같다는 게 내 결론이다. 아무리 봐도 단톡방 주인공은 주선자였는데, N군이 상대와 만나기 전까지 그 단톡방에 열흘이나 같이 있었다는 게 좀 안타깝다.

 

친구가 함께해 준다면 확실히 안정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난 이걸 '친구 찬스'라고 부르는데, 혼자서라면 나 혼자 리드를 하거나 드립을 쳐 감당해야 할 부분을, 친구와 함께라면 친구가 어색한 침묵이 흐르지 않도록 절반 정도는 감당해 주기에 편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N군 역시 상대와의 첫 만남에 주선자인 친구까지 넣으려 노력했을 수 있고, 셋이 밥 먹고 노래방을 가자느니 하는 이야기를 했을 수 있다. 그런데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친구와 함께하면 부담이 절반 정도 덜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반대로 매력이 절반으로 감소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다음에 다시 소개팅을 하게 된다면, '친구찬스'는 목숨이 위태로울 때가 아니면 사용하지 말길 권한다.  

 

 

2. 재회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오전 7시 부터 오전 11시까지 연인 간 연락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면, 아마 이별하는 커플들이 지금보다 30%가량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속된말로

 

'아침부터 짜증나게'

 

불평과 불만, 신세한탄, 징징거림을 늘어놓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이거 전에도 제가 한 번 어떤 여성대원의 '아침 멘트' 만을 싹 모아다가 소개한 적 있는데, 대략

 

"버스가 안 와서 짜증난다. 뭘 집에 빼놓고 와서 짜증난다. 출근하기 싫어서 짜증난다. 비와서 짜증난다. 난 늘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출근하는 것 같아서 짜증난다. 거래처에서 아침부터 전화해서 짜증난다. 회사 가서 누구누구 볼 생각 하니 또 짜증난다. 오늘은 그냥 이상하게 짜증난다. 다 싫고 다 짜증난다."

 

라는 멘트들이 매일 아침 상대에게 전송되었던 것입니다.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던 그 여성대원의 입장에서는 몰랐겠지만, 모아 놓고 보니 365일 중 300일 정도의 첫 마디가 불평과 불만, 신세한탄, 징징거림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카카오 측과 상의해 '짜증'이라는 단어를 '흥이'라고 강제로 변환해 전송하게만 만들어도 이별하는 커플들이 많이 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짜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마법의 단어인 'ㅋㅋ'가 뒤에 강제적으로 붙게 만들거나 말입니다.

 

"버스가 안 와서 흥이 난다."

"오늘은 그냥 이상하게 짜증난다. ㅋㅋ"

 

한결 부드럽지 않습니까? 쉽게 짜증을 내거나 욱하는 성질을 고치는 게 너무 어렵다면, 표현을 바꾸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에게 서운한 게 생겨서 따지고 싶을 때는, 상대 앞에서 '내 서운함을 불꽃으로 표현한 춤'같은 걸 추는 겁니다. 이게 농담인 듯 농담 아닌 농담 같은 말로 들리겠지만, 얼어붙어 잘못 건드리면 깨질 것 같은 순간에 추는 말춤 한 번은, 즐거울 때 추는 말춤 수백 배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뜬금포가 터지면 둘의 마음엔 다시 따듯한 여유가 찾아오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연애에도 서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두는 것은 좋지만, 둘의 미래까지를 지금의 관점으로만 전부 다 재단해 두진 말길 권하고 싶습니다. 군대에서 이등병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탈영을 하는 건, 자신이 처한 '이등병'이라는 시각에서만 미래까지를 그려보기 때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대에 가서 연병장에 모인 500명 넘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들이 다 집에 가야 나도 집에 간다.'

 

라고 생각하면 앞이 깜깜합니다. 그런데 막상 지내다 보면 계급이 올라가는 재미도 있고, 앞 뒤 양 옆을 봐도 모두 군인인 그 곳만의 재미가 또 있습니다. 더불어 후임이 들어오는 재미, 계급이 올라가며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세안제를 쓸 수 있는 재미, 병장이 되면 젓가락도 사용해 볼 수 있는 재미, 취사병과 친해지면 계란후라이를 먹을 수 있는 재미 등 여러 재미들이 있습니다. 이거 뭔가 제가 예시를 잘못 선택해서 더 암울한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여하튼 '이등병'으로만 2년을 보내는 것은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이 정말 바짝 긴장한 채 좁은 시각으로만 미래를 그려봤었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혼을 안 할 것이라는, 결혼에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다는 걸 말했다."

 

너무 그렇게 미래를 바짝 잘라 둘 필요는 없습니다. 대개 뭔가를 만들 때만 보더라도, 길면 나중에라도 더 잘라서 쓸 수 있지만 짧으면 늘릴 수 없어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게다가 마음이라는 건 유동적이라 담긴 그릇의 모양에 따라 물의 형태가 변하듯 변할 수 있는 것인데, 이걸 지금 확고하게 정해서 못 박아 두면 훗날 자신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모양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친구 중 하나도 스마트폰이 막 나왔던 초기에

 

"난 아날로그적 감성이 좋다. 스마트폰은 너무 인위적이라 싫다. 버튼을 꾹꾹 눌러서 쓰던 시절이 사라져가는 게 슬프다. 남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지만, 난 폴더 폰 쓰면서 구시대의 감성을 지키겠다."

 

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금은 그 친구가 누구보다 카스에 사진을 열심히 올리고 댓글 달며 지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친구를 '김감성'이라고 부르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안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하나씩 닫혀갈 가능성의 창문을 지금 손수 다 닫지 말자는 겁니다. 그 가능성의 창을 못 닫아서 고민이라는 사연을 저는 지금까지 받아 본 적도 없거니와 주변에서 본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 가능성의 창문을 열지 못 해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톨쩌귀, 수톨쩌귀, 배목걸새,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내 가슴에 창 내고저~"

 

하는 사연들이 가득할 뿐입니다.

 

강철 같은 신념으로 결혼에 결사반대 하시는 거라면 저도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둘이 함께 나아갈 '공동의 목표'는 정해두시길 권합니다. 이게 없으면 연애가 지속될수록 결승점 없는 곳을 달리는 방황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책임이 없으면 계획도 없어진다는 말처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냥 지금처럼 지내다 취향 변하고 관심사 달라지면 끝, 뭐 그럴 건 아니잖습니까? 이대로만 만나다 보면 나의 지루함마저도 상대의 불성실함에서 비롯된 거라고 착각하게 돼 필연적으로 다투게 되니, 함께 지날 수 있는 지점들을 많이 만들고 그 지점들을 향해 나아가시길 권합니다.

 

 

고백할 게 하나 있다. 그간 매뉴얼에 등장하는 '공쥬님' 뭐 이런 건 전부 내 상상으로 만들어 낸 거고, 사실 난 아직 연애를 한 번도 못 해 본 삼십대 중반의 여자사람이다.

 

역시 실패인가? 만우절이라 나도 뭔가 한 건 하고 싶지만, 장난을 치기엔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 버린 것 같다. 왜 때문일까?(응?) 만우절을 맞아 다른 연애블로거들의 문체를 흉내 내는 특집 글을 발행하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혹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들어 그만 두었다. 만약 내가

 

"무한이다. 오늘은 생에 첫 소개팅 후 차단당했다라고 말하는 남자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생에 첫 소개팅 후 차단당한 남자가 왜 나는 차단을 당한거냐라고 내게 사연을 보냈다. 차단을 당했다라는 것은 카톡 차단을 당했다라는 것을 말한다. 난 카톡을 차단 해 본 적이 100번이 넘지만 카톡을 차단당해 본 적은 없다. 그 여자가 왜 카톡을 차단했을까라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여자가 카톡을 차단한 적 있는데 그 여자는 내게 카톡을 차단한 이유에 대해 카톡을 차단하고 싶어서 차단했다라고 말했다."

 

라며 흉내내 글을 쓰면, 다른 연애 블로그도 함께 구독하는 분들은 누굴 따라한 건지 금방 알 것 같았다. 그러니 이런 패러디는 훗날 다른 블로거들과 협의가 되고 나면 그때 한 번 발행하기로 하고, 이번 만우절은 조용히 넘어가기로 하자. 그럼, 언제나 좋은 모습 보이도록.(응?) 이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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