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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미팅으로 만난 여대생 그녀와 한 달째 카톡만. 외 1편

by 무한 2015. 3. 26.

딱 이맘때 쯤 대학생 대원들의 1차 연애사연이 물밀 듯이 밀려온다. 개강 후 같은 학과의, 또는 같은 교양수업을 듣는 다른 학과의 학생을 바라만 보다 이제 들이대기 시작할 시점이며, 새로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도 몇 번 가지고 친해진 까닭에 이제 본격적으로 누굴 좋아하거나 썸을 타기 알맞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대원들이 이 흐름을 따르는 건 아니다. 연애조급증을 앓고 있는 어떤 대원은 개강 후 20일도 안 되어 고백했다가 벌써 퇴짜를 맞기도 했고, 금사빠인 어떤 대원은 그새 '잘생긴 동기'에서 '동아리 오빠'로 짝사랑을 갈아타기도 했다. 모성애 가득한 어느 대원은 보호해주고 싶은 신입생 후배에게 벌써부터 밥과 책을 사주고 있으며, 주변의 아는 여자를 멸종시키는 어느 대원은 신입생 A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다시 B를 좋아한다고 번복해 여학생 네트워크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여하튼 오늘은 대학생 대원들의 사연을 다룰 예정인데, 그 전에 짧은 공지를 몇 가지 하자.

 

- 댓글 순서(역순으로) 바꾸는 건 기능 제공이 없어 불가능하다.

- 한글 2007이 깔려 있을 경우 폰트 문제로 익스플로러가 종료될 수 있다.

-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했는데, 25명 이상 좋아해야 주소 변경 가능하다. 도와달라.

- 포스팅 중간 광고는 고구마 장사가 힘들어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를 좀 부탁드린다.

- 사파리에서 종료되는 현상은 원인을 못 찾고 있다. 폰트 문제로 추측만 하는 중이다.

- 해당 글 카테고리 표시는 조만간 하단부에 배치하도록 하겠다.

- 검색창을, 모바일에선 메뉴 버튼 눌렀을 때도 나오도록 만들어 두겠다.

- 상단 파란색이 칙칙하다는 것에 대해선…, 오래 보면 사랑스러워질 수 있으니 좀 두고 보자.

- 관리자 댓글과 비밀댓글 색상을 변경하고 싶은데 css가 안 먹는다. 왜 그런 걸까?

 

짧게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짧지 않은 느낌이다. 뭔가 하나를 빼먹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그건 생각나면 그때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 자 그럼,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미팅으로 만난 여대생 그녀와 한 달째 카톡만.

 

가슴이 아프다. A군의 카톡 대화 한 문장 한 문장이 정확하게 헛발질을 하는 내용들뿐이라 뭐부터 이야기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A군의 사연 하나로도 이 매뉴얼을 통째로 다 써야 할 느낌인데, 사연이 많이 밀려 그럴 수 없으니 짧고 굵게 짚어가 보자.

 

ⓐ상대가 누나인 거 잘 알겠으니까, 그 놈의 '누나' 소리는 그만하자.

 

하루 동안 대화를 나누며 대체 '누나'가 몇 번 나오는 건가?

 

"누나 뭐해요? 누나 밥 먹었어요? 누나 밖이에요? 누나 프사 누나 사진이에요? 누나는요? 누나 자요? 누나 무슨 일 있어요? 누나도 잘 자요."

 

동방예의지국의 대학생답게 깍듯한 건 좋지만, 말을 걸 때마다 '누나'라는 호칭을 붙이면 상대에겐 그냥 꼬꼬마처럼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겨우 한 살 차이인데 "누나 되게 바쁘시네요." 같은 존칭까지 쓸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너 라고 부를게~ 뭐라고 하든지~ 남자로 느끼도록 꽉 안아줄게."하라는 건 아니고, 꼭 '누나'라고 불러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아예 호칭을 생략하자는 거다.

 

ⓑ자신이 하려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고 하자.

 

미팅에서 만난 이후 지금까지 이쪽과 대화를 하고 있는 상대에게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라고 묻는 건,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행동이다. 게다가 이런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야기만을 계속하면 그냥 '팬클럽'이 되어 SNS 프로필 사진 칭찬만 하거나, '식사 조사단'처럼 "누나 밥 먹었어요?"라는 이야기만을 하게 될 수 있다. 하루에 서른한 가지 주제에 대한 서른한 번의 질문을 하진 말자. 하나의 주제를 꺼냈으면 그걸로 이어가길 바란다. 지금처럼 프로필 사진 얘기하다 여행 얘기하다가 강아지 얘기 하다가 친구 얘기 하다가…, 그러면 곤란하다.

 

ⓒ데이트 신청을 할 때에는 두 가지 선택지를 내밀자.

 

A군의 데이트신청 레퍼토리를 보면, "누나, 우리 그날 만날 수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상대가 선약이 있다고 하면

 

'아, 성급했어. 성급했어. 내가 너무 성급해서 꽝이 되어 버렸네. 침착해야해. 앞으로 일주일간 쿨한 척 다시 기회를 보다가, 나중에 다시 도전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달이 지구를 돌듯 공전만 하고 있다.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이나, 아니면 다음 주 수요일쯤 어때요?"라며 두 가지 선택지를 내밀길 권한다. 난 상대도 A군을 만나길 꺼리지 않지만, A군이 최악의 타이밍만을 골라 데이트신청을 하는 까닭에 계속 틀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두 개의 선택지를 내밀어 상대가 고를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상대가 현재 이쪽을 무슨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A군은 상대에게 A군의 무엇을 보여준 적 있는가? 아직 아무 것도 보여준 적 없으면서 A군에 대한 상대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만을 알아내려 하는 건, 복권을 사서 긁어 보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이다. 그렇게 연애를 요행에 맡기지 말고, 만들어 가보자. 그리고 "누나는 제게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라며 움츠러들지 말자. 본인마저도 스스로를 응원하지 않으면 세상에 A군을 응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연애가 목적이 아니라, 이십대 초반인 지금부터 훗날까지 이어갈 '좋은 인연'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며 다가가 보길 바란다.

 

 

2. 좋아한다고 해서 고백했는데, 퇴짜 맞았어요.

 

L군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내가 그렇게 뒤쫓지 말고 앞장서라고 한 거야. 이 사연을 요약하면, 상대는 처음에 L군이 '조니 뎁' 같아서 매력을 느꼈던 건데, 만나면 만날수록 L군은 '조니 뎁' 보다는 '쟈니 윤'에 가까웠기에 맹숭맹숭 해졌다고 할 수 있어.(아 L군은 '쟈니 윤'을 모를 세대니까 설명하자면, 쟈니 윤은 한국의 '루이스 C.K.'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스탠딩 코미디를 하시던 분이야.)

 

쉽게 말해서, 그녀가 생각해선 L군의 이미지와 실제 L군의 이미지가 너무 달랐던 거야. 더 쉽게 말하자면 그녀에게 L군이 '만나다보니, 깨는 남자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스무 살 이었을 때로 기억하는데, 모 신문사의 문화부 기자를 만날 일이 있었어. 난 그 분의 기사와 칼럼을 읽으며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바람이 우연히 이루어진 거지. 그런데 난 그때 그 분을 안 만났으면 차라리 더 나았을 거라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어. 그 분과의 만남으로 인해 기자에 대한, 그리고 작가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거든. 신문으로 봐 왔던 그 분의 이미지는 젠틀하면서도 따뜻한 사람이었는데, 만났을 때 그 분은 자신의 편견과 아집을 대단한 노하우라도 되는 양 내놓으셨어. 특히 내가 사랑하는 작가에 대해 "그 작가는 이제 옛날처럼 소설 못 쓴다."라고 말한 게 충격적이기까지 했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이 TV에 나올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껴. 어떤 작가는 글보다 TV에서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작가들은 TV에 출연할 때 자신의 총명함을 집에 놔두고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그 작가의 글에서 느껴졌던 힘을 방송에 나온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을 때, 나 혼자 간직하고 있던 팬심이 산산조각 나고 말아.

 

바로 이런 것과 비슷하게, 상대가 L군에게 가졌던 환상이 점점 조각났다고 보면 될 것 같아. 상대가 L군을 좋아한다고 말한 초반을 보면 그녀는 L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

 

-L군은 리더십도 있고, 대인관계도 뛰어나다.

-L군은 화술에 능하며 재치 있게 대답할 줄 안다.

-L군과 친해지면 배울 점도 많고 즐거울 일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만나보니 현실에서의 L군은, 동성친구 같은 느낌의 수다쟁이였던 거야. 둘의 만남 초반에 상대가 L군 칭찬 한 번 했을 때 L군은 그걸 가지고 상대와 정확히 37분동안 얘기했거든. 그건 그냥

 

"어익후, 이렇게 비행기 태우면 마일리지 쌓일 것 같은데!"

 

정도로 대충 받고 넘기는 게 나았을 텐데, L군은

 

"아 진짜? 나 안 그런데? 내가 그래? 그렇다면 아마 그건 이러이러해서 생긴 습관일 거고, 또 다른 부분은 내가 예전에…."

 

라며 그녀의 환상에서 스스로를 끌어내렸어.

 

마술도 그 비법을 알고 나면 시시해보이잖아. 어느 마술사가 눈앞에서 동전을 사라지게 하면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해지지만, 그가 그걸 손에 어떻게 숨기는지를 설명하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똑같은 마술을 하면, 아무 감흥이 없지. 손바닥을 움추려 거기에 동전을 보관하고 있는 중이라는 걸 아니까. 이것과 같은 원리로 L군은 스스로를 스포일러하면서 그녀의 관심과 흥미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뭐,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 그녀가 마음대로 가진 환상을 L군이 어쩔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데 그 이후 L군은 '그녀가 원할만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거든. 그녀가 L군에게 관심을 가졌던 건 'L군다운 모습'때문인데, L군은 '그녀가 원할만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 거야. 핀트가 어긋난 게 보이지?

 

물론 그러는 와중에 둘은 꽤 가까워져 현재 '수다친구'가 되긴 했어. 그래서 지금 L군은 그녀가 다른 남자의 이야기를 해도

 

"걔가 어쨌는데, 어쨌는데? 아 진짜? 걔 대단하다. 완전 어른 사람 같다."

 

라며 리액션을 해주고 있지. 미안해 잠깐만, 나 눈물 좀 닦고. L군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거라고. 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잘못하면 이러다 나중엔 같이 길거리 걸으며

 

"야 저 남자 좀 봐봐. 진짜 잘 생겼다. 그치? 딱 네 스타일인데?"

 

라는 얘기 하게 된다니까? 상대의 얘기를 어디까지 어떻게 받아줘야 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봐봐. 이걸 단순히 '기다림'이라 생각하며 몇 달 이렇게 지내다 다시 고백할 생각만 하진 말고 말이야.

 

L군은 현 상황에 대한 내 대답이 듣고 싶다고 했는데, 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적어둘게. 상대가 말하는 "이성으로는 아니지만, 넌 내게 특별하다."라는 얘기를 나는,

 

"넌 내게 동성친구의 느낌이다. 미안하다."

 

라고 해석했어. 그렇게 해석하면 그녀의 말이나 행동, 그리고 L군 고백에 대한 그녀의 답변들이 모두 설명이 되거든. 그래서 난, L군이 여기서 더 "어머어머, 정말?" 같은 거 하고 있지 말고 벗어났으면 해. L군이 기대했을 답변을 못 해줘서 미안해.

 

 

몇 시간 전부터 집 초인종이 자동으로 눌리고 있다. 문을 열어보면 아무도 없어서 난 처음엔 누가 장난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범인을 잡으려 초인종이 울리는 순간 문을 열기도 했는데, 역시 밖엔 아무도 없었다. 옆집 꼬마 소행인가 싶어 계속 밖을 보고 있기도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벨이 울렸다. 현관문을 열어 놓고 있는 순간에도 벨이 울리는 걸 확인했다.

 

얼마 전부터 우리 집이 있는 7층에, 아무도 탄 사람이 없는데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7층에서 누른 사람이 없음에도 내려갈 때 7층에서 엘리베이터가 한 번 멈추는 까닭에 같은 동 사람들은 구시렁대기도 했다. 7층에 사는 난 관리아저씨에게 '아무도 탄 사람이 없는데 엘리베이터가 7층에 멈추고 문이 열리는 걸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건 승강기 회사 직원들이 와서 고치긴 했는데, 오늘부터는 초인종이 멋대로 울리고 있다. 이 부근이 무덤이 있던 곳이라는 건 내가 꼬꼬마시절 이쪽으로 사슴벌레 잡으러 와본 적 있어서 분명히 알긴 하는데….

 

오늘 작정하고 사연을 여러 개 다루려고 했는데, 초인종 소리 때문에 집중도 안 되는데다 살짝 무서워져서 이만 줄일까 한다. 방금 관리사무소에서 다녀갔는데, 초인종 자체를 껐다가 내일쯤 다시 켜보라고 한다. 지금 얼른 찬송가 불러야 해서 더 길게 못 쓰겠다.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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