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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왜 뻔뻔한 여자들이 연애를 더 잘할까? 외 2편

by 무한 2015. 4. 17.

벚꽃놀이를 갔을 때의 일이다. 야간축제는 10시에 끝났는데, 축제가 끝나자 행사장 초입에 있던 간이 카페에서 남은 팝콘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직원이 선착순으로 와서 줄 서는 사람 열 몇 명에게 팝콘을 준다고 했고, 난 팝콘을 가져다 내가 돌보고 있는 동네 새들에게 나눠줄 생각으로 줄을 섰다.

 

앞에 선 몇 사람이 팝콘을 받아가고 내 차례가 가까워왔을 때, 내 앞에 있던 여자가 팝콘을 나눠주고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

 

"이왕 주시는 거, 음료수도 하나 같이 주시면 안 돼요?"

 

난 속으로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하는 생각을 했다. 팝콘이야 남으면 다음 날 팔 수 없으니 나눠주는 건데, 그걸 받아가는 와중에 언제든 팔 수 있는 냉장고 속 음료수를 달라고 하다니. 직원 역시 음료수는 판매하는 거라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여자는

 

"그럼 저거라도 한 잔만 주세요. 팝콘만 먹으면 너무 목말라요."

 

라며 반쯤 남아 있는 탄산수를 가리켰다. 그곳에서 메뉴에 있는 뭔가를 만들 때 쓰는 것 같은, 반쯤 남은 탄산수였다. 난 직원이 거절할 줄 알았다. 그런데 '면전에서 문 닫기'의 심리적 효과가 나타난 건지, 한 번 큰 부탁을 거절한 그 직원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종이컵에 탄산수를 따라주었다. 그 다음 차례였던 나는, 조용히 팝콘만 받고 돌아왔다.

 

 

1. 왜 뻔뻔한 여자들이 연애를 더 잘할까?

 

위와 같은 일을 저지르는 걸 어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위의 상황은 좀 극단적으로 뻔뻔한 경우인데, 저걸 조금만 희석시켜도 '좋은 계기'를 만들 때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다.

 

그간 내가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 했던 것들과 비교해 보자. 우선, '부탁'을 활용하는 것에서 '뻔뻔한 여자'들은 만점에 가깝다. 그녀들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일단 부탁부터 하고 본다. '신세 진다'는 개념이 거의 없기에, 이성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에도 편의점에서 "봉투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부탁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쉽게 말을 걸거나 부탁을 하는 것이, 이성에게는 '낮은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보통의 여자라면 당연히 처음 알게 된 남자에게 어디까지 태워다 달라는 얘기를 할 생각을 못 하는데, 뻔뻔한 여자들은 별 어려움 없이 그런 부탁을 한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대가로 같이 차를 타고 가며 좀 웃어주거나 리액션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보통의 경우들 보다는 아무래도 금방 가까워질 수 있다.

 

뻔뻔한 여자 특유의 오만함이, 어떤 경우에는 '자존감'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사실 그건 '내가 주인공이고 나머진 다 들러리.'라는 좀 비뚤어진 생각인데, 그게 자존감과 닮아 있는 까닭에 사람이나 사랑 때문에 고민할 일이 없어지기도 한다. 이성과 만나 그에게 밥을 얻어먹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보통의 경우는 다음에 이쪽에서 밥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그가 밥을 산 게 이쪽에게 호감이 있어서 한 행동일지 등을 고민하곤 한다. 그런데 뻔뻔한 여자는 '내 덕분에 그 사람도 여자랑 밥 한 끼 먹은 거잖아.'라는 생각을 해 버린다. 무식해서 아무 걱정 없이 용감한 것과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면서도 용기를 낸 것은 분명 다른 건데, 오래 두고 보지 않으면 그 둘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오만함'이 때로는 '자존감'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적어두겠다.

 

그리고 '필요할 때만 찾아와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 놓는 행위'가, 남자들의 보호본능과 추격본능을 자극하기도 한다. 뻔뻔한 여자들은 '본인 사정'이 중요하지 '상대의 사정'은 중요하지 않은 까닭에 아무 때나 그냥 곤란한 일이 생기면 연락을 하곤 한다. 그렇게 밤이든, 새벽이든 연락해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 놓으면, 상대는 그게 정말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대응을 해주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녀들은 상대가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습관화 된 멘트로 "진짜 너밖에 없다. 고마워. 나중에 내가 밥 살게." 등의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럼 또 남자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동시에 그녀의 칭찬에 우쭐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와 좀 더 가까워진 것이며 그녀가 자신을 은인처럼 생각할 거려 여기곤 하는데, 당연히 그녀 입장에선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며 '필요한 게 없으니 연락도 할 일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까닭에 남자는 궁금해지게 된다.

 

하나하나 다 찾아 적자면 끝이 없을 것 같으니 이쯤만 하기로 하자. 사연을 보낸 Y양은, 여자들 사이에서 뻔뻔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할 정도인 친구가 연애는 잘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는데,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 결국 이성에게도 '인간적인 실망'을 안겨주게 되어 길게 갈 수 없을 거라는 답을 드리고 싶다. 아, 그런데 동성에게만 뻔뻔할 뿐 이성에게는 헌신하는 특별 케이스도 있긴 하다. 여자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선 절대 돈 안 내고 남의 것 빌려 쓰는 여자가, 남자를 사귀면 자신이 돈 다 쓰고 그 남자 선물까지 해주는 경우 말이다. Y양이 준 사연만으로는 그걸 분간하기 어려우니, 여기다가는 그런 경우도 있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도록 하겠다.

 

 

2. '남자의 본능'에 대한 이 강의들, 맞는 건가요?

 

이런 질문을 주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그 글을 쓰고 계신 분은 그 분 나름의 이유와 목적이 있어서 쓰신 걸 텐데, 그 글을 검증해 달라고 하시면 제가 태클을 거는 모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 그 분이 누군지 모르며, 아무 감정도 없고, 이건 그저 글에 대한 느낌일 뿐이라는 걸 밝히며 짧게 적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대상을 모욕하거나 증오하는 것에는 쉽게 선동당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실들 중 그것에 해당하는 것들만 갖다 붙이고, 뭉뚱그려 말하거나 일반화 시키면 그게 진실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터부시되던 부분에 대해 폭로하는 제스쳐를 취하며 이야기 하면, 그것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본 적 없는 여러 사람들을 휘두를 수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읽는 사람의 마음상태와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도 합니다. 남친의 바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여자에게

 

"남자는 애 아니면 개다. 남자는 오로지 성욕에 따라 움직인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면 그녀가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보내주신 글들은 수위가 전부 높은데다가, 여기다 옮겨 적으면 직접적으로 태클을 거는 모양이 될 수 있기에 옮기진 않겠습니다. 다만, 그 글을 읽으며 혼란스러웠다고 하신 부분들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말씀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남자를 움직이는 힘이 오로지 성욕 밖에 없는가?

-남자는 다 그렇다고 말하는 그도 '괜찮은 남자'의 경우를 따로 두고 있지 않은가?

-그럼 만약, 평생 잠자리를 안 하기로 약속하고 사귀면 그건 완벽한 연애인가?

-하반신을 못 쓰는 사람의 연애와 결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 글을, 글쓴이나 독자 분의 부모님에게 적용해도 합당한가?

-작은 가슴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일수록 좋은 남편감이라는 부분에서 뿜으면 되는가?

-여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건 좋지만, 도착증 환자 같은 남자의 사례를 들어 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한 번도 싸우지 않고, 한 번도 다투지 않고 연애하다 결혼하는 사례가 몇이나 되는가?

 

솔직히 전 글쓴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초고도비만녀가 취향인 남자들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또 남자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여자를 싫어하니 조건이 떨어진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얘기를 하고, 그러다가 또 갑자기 부자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아는 것이 많은 남자는 여자의 조건을 본다고 하고, 남자는 다 성욕과 관련해 침을 흘리는 존재처럼 말하다가 갑자기 결혼과 관련된 글에선 '정신적 매력'을 본다는 얘기를 하고….

 

차라리 <털 없는 원숭이>나 <이기적 유전자>를 한 번씩 읽어보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쓴이가 그 책들에서 나온 내용들 중 일부분을 가져다 확대시키거나 경중을 다르게 설명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가 인용하는 것들은 하루아침에도 뒤바뀔 수 있는 '연구결과'들인데, 그걸 '참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맹신'하게 되면 역시 위험합니다. 달걀만 해도 그게 완전식품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가, 나중엔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가, 아침에 두 개 먹으면 식욕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가, 심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가, 하며 막 바뀌지 않았습니까?

 

'남자'만을 따로 떼어내어 낯설게 만들고, 그것에 대한 갖가지 추측과 편견을 적어두면 당연히 이상해 보이게 됩니다. 그 낯섦을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착각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남자도 사람이고, 연애 역시 친밀한 형태의 대인관계인 것입니다. 사연을 주신 N양의 '우정'을 가지고 제가 따로 떼어내어 낯설게 만들면, 말 몇 마디로 그 친구가 역겹게 생각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연구결과'로 남자를 알려고 하기 보다는, 직접 만나며 알아가 보시길 권합니다.

 

 

3. 명문대 출신의 성공길이 열린 남자와의 연애.

 

진영씨가 전부 다 각색해 달라고 해서 사연을 가지고 무슨 얘기를 하기는 힘들 것 같고, 내가 그간 받은 사연 중에 진영씨 사연과 비슷한 레퍼토리의 사연을 소개해 줄게.

 

먼저, 남자는 명문대 출신이지만 '아직 성공의 고속도로에 올라서지 않은 사람'이야. 의대에 들어갔는데 아직 의사는 아닌 사람이라든가, 로스쿨 출신인데 아직 연봉 받고 일하려면 몇 년 남은 사람이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보면 될 거야.

 

그의 주변에 여자는 많지 않아. 이전에 들이대다가 '아는 여자'를 다 멸종시켰을 수도 있고, 아니면 여자를 만나 오만하게 굴거나 지적질만 한 까닭에 그의 인성을 확인하곤 떠나갔을 수도 있지. 그것도 아니면 그의 꾸러기 기질 때문에 주변 여자 네트워크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냥 이 정도의 상황만 놓고 보면 끔찍한 것 같지만, 저런 사람들이라 해도 신처럼 모셔지는 곳이 있어. 어딘지 알아? 바로, 진영씨가 상대를 만났다는 '만남 어플'이야.

 

일단, 화려하잖아. 프로필만 봐도 자연히 후광효과가 나타나니까. 이십대 초중반의 꼬꼬마들이야 그저 사진보고 끌리면 연락할 수 있지만, 저 나이 대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조건과 함께 보게 되잖아. 그래서 그가 현실에서는 30점짜리 남자라는 평가를 받아도, 어플로 가면 90점 이상의 남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어플에서는 그의 인간성이라든가 행적에 대해 설명하는 항목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들도 그걸 알아. 그래서 사람들이 혹할만한 프로필을 적어두거나, 가장 자랑할 만한 걸 내세우곤 하지. 그러면서 '젠틀한 남자'처럼 다가가면, 상대는 십중팔구 호감이나 호기심을 갖게 되거든. 생각해 봐봐. 살아가면서 의사에게 만나자는 얘기를 들을 일이 몇 번이나 되겠어? 그러니 그런 경험이 없거나, 이 정도의 사람이야 말로 내가 만나봐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일 때문에 그런데 지방까지 한 번 내려와 줄 수 없냐고 하면 얼른 기차표부터 예매하는 경우들이 있어.

 

만나서 사귀기까지의 과정도 사실 좀 무의미해. 저 정도면 이미 처음부터 '사귀자는 말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볼 수 있거든.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쉽고, 연애를 시작해 진도를 나가는 것까지도 쉽지. 그 정도까지 만남이 진행되면 여자는 이제 자신도 남들처럼 알콩달콩 사귀게 되었다며 더욱 친해질 준비를 하는데, 상대는 생각이 달라. 자신이 이만큼까지 해서 사귀게 되었으면, 이제 넌 자동으로 여자친구의 역할이나 열심히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본색이 드러나는 거야. 이제 그는 대화 중 자신의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내놓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남들에 대해 멍청하다고 말하거나 냉소하고 있는 자신의 진심을 숨기지 않아. 나도 참 신기한 건, 이게 뭐 약속이나 한 듯이 대개 이렇게 흘러가더라고. 여자는 일종의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의 말을 경청하는 건데, 그는 그게 잘난 남자인 자신을 대하는 당연한 태도라 생각하며, 자신이 여자를 깨우쳐주고 있다는 식으로 대해버려. 애초부터 그가 자신이 '갑'이라 생각하며 관계를 시작했다는 게 드러나는 거지.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는 자신이 이 관계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는 것까지 생색을 내게 돼. '연인의 의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그가 지키지 않아 이쪽에서 불만을 얘기하면, '갑인 내가 이 정도까지 해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뭘 더 바라는 거냐.'라는 식으로 나와 버리지. 정말 악질인 상대를 만났다면, 이 과정에서 정신적인 문제가 일어날 만큼의 궤변을 들을 수도 있어. 논리를 가장한 억지와 '너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소몰이에 반박하지 못할 수 있거든. 주말에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된 걸로 뭐라고 하면,

 

"그럼 가족들이랑은 전혀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거냐. 난 네가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이해해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내가 널 잘못 본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따위의 말로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리거든. 대략 "믿으라고 하면 좀 믿어라. 나 못 믿냐. 날 못 믿는다고 하면 너랑 내가 왜 사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류의 전개인 거야. 이런 말에 완전히 말려 들어선, 말도 안 되는 걸로 이별통보를 받고도 혼자 반성만 하고 있는 선배대원들도 많아. '내가 오빠를 너무 들볶았던 것 같아. 나에게 믿음이 있었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텐데.' 같은 후회를 하면서 말이야.

 

난 진영씨의 연애가, 위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답습한 연애라고 생각해. 진영씨가 잘못한 건 없어. 연인이 어디 있는지도 확인이 안 되는 그 상황이 이상한 거고, 일주일 간 연인을 위해 10분도 할애하지 않는 그 남자가 분명 이상한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연에서 그를 위한 변호를 열심히 해주고 있는 진영씨가 난 참 안타까운데, 여하튼 그가 처음에 보인 호의와 친절, 그리고 달콤하게 한 말들 말고, 현재 보여주고 있는 태도를 봐봐. 어떤 사람인지가 딱 보이잖아.

 

그가 과거에 만났던 여자들이 멍청했었다는 얘기를 한다고 해서, 그게 진영씨는 현명하다는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마. 그는 또 다음 사람에게는 진영씨를 예로 들어 '멍청한 여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럼 그 얘기를 들은 그녀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으며 을의 입장을 고수하는 게 '현명한 여자'의 행동인 줄 알고 마음고생 참으려 열심히 노력하겠지. 그와의 결혼을 상상하지 말고 그 관계를 봐봐. 만나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그가 하는 말들이 헛소리라는 것도 금방 눈치 챌 수 있지. 둘이 친구가 될 수 없는데 어떻게 연인이, 부부가 될 수 있겠어? 내킬 때 파트타임으로 하는 연애 말고는 할 생각 없다는 남자에게선, 얼른 돌아 나오길 권할게.

 

 

예전엔 재미있는 사연이 많이 도착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진짜 '레알 심각한 사연'들만 오는 관계로 글 쓸 때 웃을 일이 별로 없어졌다. 예전엔 헬스클럽에서 좋아하는 트레이너에게 PT 받다가 방귀 뀐 사연 같은 것들이 오고 그랬는데, 요즘은 트레이너와 동거 하다가 그가 다른 여성 회원과 사적인 연락을 해서 고민하는 사연 같은 게 온다. 그래서 나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든까지 중2병>

 

같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예전부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두고 있는데, 경로당에서 벌어지는 연애사를 다루는 글이다. 새로 온 예쁘장한 할머니가 최영감에게만 커피 주고 나한테는 커피 안 줘서 삐치는 이야기, 경로당 노래교실에서 내가 노래 부를 때 박영감이 취소버튼 눌러서 멱살잡이 한 이야기 등이 있는데, 그만 묵히고 이젠 좀 공개할 생각이다.

 

연애소설도 하나 쓰고 있는 중이다. 가제를 <전갈자리>라고 정해두었는데, 제목만 봐도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른 제목으로 바꿀 예정이다. 좋아하는 여자애를 따라 가출한 외고생의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인데,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이 자신을 더 멋있게 써주지 않으면 소설로 쓰는 걸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공개하지 못 하고 있다. 주말에 만나서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볼 생각이다.

 

불금이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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