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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는데 남자들은 왜 다…? 외 1편

by 무한 2015. 6. 29.

한국에는 유명한 '떼창' 문화가 있지 않습니까? 내한한 외국 가수들 중엔 생각지도 못한 그 호응에 감격해, 한국을 '다시 가서 공연하고 싶은 나라'로 꼽기도 하고 말입니다.

 

언젠가 웹에서 한 외국가수의 한국 팬들이, 공연 중 '종이비행기 이벤트'를 한 영상을 본 적 있습니다. 처음엔 그 가수가 처음 겪는 상황에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엄지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기도 하고 큰절을 하듯 허리를 굽혀 답례하는 모습에 그걸 보는 제가 괜히 흐뭇했습니다. 저랑 아무 상관없는 일이지만, 저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말입니다.

 

꼭 저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호응을 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즐기려는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가야 콘서트가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 없이 객석에 앉아서는 앨범에 녹음된 것과 라이브에 얼마나 차이가 있나를 분석하려는 듯, 또는 공기 반 소리 반의 소리를 적당히 내는지를 평가하려는 듯 팔짱낀 채 매의 눈으로 쳐다만 보면, 공연 하는 가수도 벽을 앞에 두고 노래하는 것처럼 불편한 것 아니겠습니까?

 

 

1.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는데 남자들은 왜 다…?

 

사귀던 남자가 가수라면, L양은 비평가였습니다. 서두에서 한 이야기와 연관해서 생각해 보면, 뭐가 문제였는지 답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까?

 

둘 사이에서 벌어진 많은 일 중, 딱 하나만 봐도 이 관계가 이별을 향해 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습니다. L양이 한 말을 잠시 보겠습니다.

 

"하루 동안 연락이 안 되었는데도, 남친에게서 전화나 메시지가 없더라고요. 그때 드는 생각이, '아 이 사람은 내가 걱정되지도 않는구나.'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 전날의 메시지 확인 후 저도 연락하지 않았고요."

 

L양이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좀 황당한 일입니다. 그 전날 상대가 보낸 메시지 확인을 안 하고, 또 당일에는 아예 폰을 놓고 나와 버린 건 L양이지 않습니까? 상대가 연락을 해도 L양은 확인이나 대답을 안 했는데, 그래놓곤

 

'이 사람은 내가 걱정되지도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는 건 아무래도 좀 이상한 일입니다. 이건, L양은 일반적으로 연인들이 지키는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상대에겐 L양에게 헌신하고 올인 하길 바라는 태도이지 않습니까?

 

처음부터 풍덩 빠지는 게 아니라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겠다는 건 L양의 선택이니 존중합니다. 그런데, 그럼 거기에 맞춰 상대 역시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도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L양은 상대가 카톡 보내도 확인하지 않고 다음 날엔 아예 폰까지 집에 두고 나오면서, 상대 혼자만 걱정하며 계속 L양에게 연락하고 확인하길 바라는 건 이기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그가 저를 정말 좋아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 힘들었습니다."

 

둘은 아직 한 계절도 만나보지 않았고 만난 횟수가 열 번도 안 됩니다. 이런 와중에 정말 좋아하며 푹 빠져 헌신하는 건, 콩깍지가 씐 사람이거나 금사빠인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그냥 L양이 너무 좋다는 사람들과 만나 연애하면, (그냥 좋아한 것처럼)그냥 싫어지는 순간 연애가 끝날 수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더불어 상대 입장에서도 이 연애를 다시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톡을 보냈는데 하루 종일 확인도 안 하고 그 다음 날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평소 L양이 호감을 표현하는 등의 능동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L양의 바람대로 그는 '무슨 일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되는 건가?'하며 걱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 L양은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상대 말고도 다른 중요한 일이 많은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았습니까? 어디 가야해서 못 만난다, 친구 봐야 해서 그 날은 곤란하다, 라며 말입니다.

 

이러면 누구라도 그냥 관계를 정리하고 싶어지는 법입니다. 주말에 만나면 뭘 할까 함께 설레며 깨가 쏟아지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있을 텐데, 연락을 해도 들여다보지 않으며 '하면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과 굳이 함께 하려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L양은 자신이 마음을 조금씩 여는 동안 상대는 마음을 정리한 것 같다며 억울해 하시는데, 절대 억울해 할 일이 아닙니다. 택시도 손을 들어야 앞에 와서 서지 않습니까? 손도 들지 않고는 이쪽에서 택시 타려는 마음을 가지고 조금씩 일어나려 했는데 택시가 가 버렸다고 원망하면, 원망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고  말입니다. 앞으로는, 말 하지 않아도 상대가 다 알아주고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기대는 내려두고, L양의 의사부터 명확하게 표현하시길 권합니다.

 

 

2. 모임의 리더인 연하남을 좋아해요.

 

안녕하세요 J양. 우선, 너무 '누나'스러워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상대를 보며 그가 열정적으로 활동하느라 고생한다는 생각을 하거나, 대인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끼기도 할 텐데 열심을 내는 모습이 장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이십대 후반이면 상대도 알 거 다 아는 나이고, 친구들 중에는 이미 결혼을 해 가장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J양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너무 남동생처럼만 생각하진 마시고, 지금 펼치고 계신 모성애부터 다시 좀 접는다는 생각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나중에 뭐 먹고 싶을 때 말 해."

"연락하면 내가 커피 사줄게."

"밥 사줄 테니까 시간 되면 연락해."

 

라며 막연하게 얘기 하지 마시고,

 

"이번 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눈꽃빙수 먹으러 가자."

 

정도로 구체적인 얘기를 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선 약속을 분명하게 잡으면 만나는 게 어렵지 않은데, 두 사람 다 빙빙 돌려가며 '언제 한 번'으로 막연한 이야기만 하고 있기에 멀리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뭐 사주고 싶은데 시간 언제 되냐고 묻는 게 아니라, 언제 뭐 먹자고 말하면 되는 겁니다.)

 

J양이 하고 싶은 말도 못해가면서까지 상대를 너무 많이 배려할 필요 없습니다. J양도 시간과 돈이 남아 돌아서 상대에게 밥 사려는 거 아니잖습니까? 그러면 동등한 입장에서 초대를 하는 형태로 말을 하면 되는 건데, J양은 본인이 호의를 베풀면서도 상대에게 신세를 지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친구에게 커피숍 가자고 말을 할 때처럼 그렇게 제안하시길 권합니다.

 

또, 카톡으로 대화할 땐 상대에 대해서 묻기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J양의 대화를 보겠습니다.

 

J양 - 밥은 먹고 나왔어?

상대 - 바빠서 밥도 못 먹고 나왔네.

J양 - 토스트라도 하나 사먹지 그랬어.

상대 - 아침부터 현관문 번호키도 고장 나고 해서. 흑흑.

J양 - 번호키가? 에구. 고쳤어?

상대 - 응. 막 만지다 보니 어떻게 고쳐지더라고. ㅎㅎ

J양 - 다행이다.

상대 - 오늘 저녁엔 이러이러한 약속도 있는데 벌써부터 피곤하네.

J양 - 완전 바쁘네. 몸 돌봐가면서 해~

상대 - 응. ㅎ 그래야지. 오늘도 좋은 하루~

 

딱히 끼어들만한 곳이 발견되지 않는 애매한 예문이긴 합니다만, 상대가 "오늘 저녁엔…."이라며 말을 돌린 부분부터는 J양의 이야기를 해도 됩니다. 나도 오늘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데 벌써부터 피곤하다든가, 상대의 약속과 관련된 J양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걸 말한다든가, 곧 바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그 얘기를 한다든가 하면 됩니다.

 

물론, 상대가 먼저 'and you?'를 물어주는 게 맞는 것이긴 합니다만, 몰라서인지 못해서인지 안 묻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그땐 슬쩍 끼어들면 되는 겁니다. 계속 인터뷰 하듯 상대의 일과와 기분 등에 대해서만 묻지 마시고, J양의 이야기도 슬쩍 밀어 넣으시길 권합니다. 또,

 

"에궁. 정말 바빴을 것 같으넹."

 

이라는 반응엔 상대가 뭐라고 대답하기 어려우니, 그렇게 종결 짓는 뉘앙스의 이야기 대신 '다음 이야기'가 이어질만한 멘트를 하시길 권합니다. "완전 바빴겠네. 바쁜 거 알았으면 내가 좀 도와줄 걸." 정도로 이야기해도 되고, "정말 바빴겠네. 미드 보며 주말 내내 쉰 내가 괜히 미안해지네." 정도로 이야기해도 됩니다. 그럼 "무슨 미드 봤어?" 정도로 대화가 또 이어지지 않겠습니까? 한 걸음 뒤에서 상대의 어깨만 툭툭 두드려 가끔씩 돌아보게 만들지 마시고, 옆자리에서 마주본다는 생각으로 다가가 보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보다는 훨씬 높은 '가능성'이 만들어 지리라 저는 생각합니다.(현재 잘 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냐고 물으셔서 이렇게 대답해 드렸습니다.)

 

 

주말 내내 사연을 다루며 하얗게 불태우려고 했는데, 토요일에 쓰던 글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일요일엔 집들이가 있어서 포스팅을 거르고 말았습니다. 유월도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으니, 초인적인 집중력으로 밀린 방학숙제 하듯 밀린 사연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임시저장 해놨던 글 다시 손 봐서 저녁때쯤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월요병 잘 극복하시길!

 

----추가---

 

지금까지 열심히 다음 매뉴얼 쓰고 있었는데, 지인에게 급한 일이 생겼다는 연락이 와서 나갑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ㅠ.ㅠ 하얗게 불태우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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