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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마음이 다했다는 연하 남친. 그 이유는?

by 무한 2015. 6. 18.

자꾸들 이러시면 카톡대화 추가할 때마다 장당 오백 원씩 받을 겁니다.(응?) 카톡대화 300페이지 읽고 막 그러면, 눈이 바짝바짝 마른다니까요. 카톡대화를 보내실 땐 초반 일주일, 중반엔 중요한 내용만, 그리고 후반 일주일을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지금도 300페이지 가까운 카톡대화 읽고 왔는데, 모니터 하얀 화면이 붉은 색으로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리해서 보내주셔요.

 

그건 그렇고. 제게 도착하는 사연이 아무래도 위기에 몰린 대원들의 사연이다 보니, 그걸 매일 읽는 전 노파심이 는 것 같습니다. 어제는 연하 남친과 교제를 시작한 지인에게,

 

- 연하 남친과 사귈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 문제에 따른 대처 방안.

- 상대가 변해갈 때 이쪽이 해야 할 일들.

- 만약 이별을 통보 받는다면 말해야 할 것들과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

 

따위의 이야기만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지인이

 

"저 지금 잘 사귀고 있는데 왜 그런 얘기들을…."

 

하며 의아해 하는 걸 보곤, 제게 직업병 같은 게 생겼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누구에게 부탁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조용히 맥주에 소주나 말고 있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참 바람직하지 않습니까? 어제 지인에게 했던 얘기 중 몇 가지를,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S양에게 들려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1. 상대가 부정해주길 바라며 한 말들.

 

연하인 남친에게,

 

"너도 또래랑 놀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건, 전혀 득이 되는 것 없이 자칫하면 독만 될 뿐인 일입니다. S양 입장에선 남친이 저런 얘기에 부정을 해주면 기쁘겠지만, 그런 식으로 확인을 받으려 할 때마다 그 말이 남친 마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꼭 둘의 나이 차이를 상기시키는 표현뿐만 아니라

 

"나랑 만나는 게 귀찮아?"

"내가 이런 상황에 있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나란 사람이 이 정도 밖에 안 돼서, 미안하네…."

 

등의 이야기들을 계속 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됩니다. 자꾸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진짜 그런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전 사연과 카톡대화로만 S양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도,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듯 느껴졌습니다. 남친이 관계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S양을 더 감당하지 않기로 한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S양도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런 생각들을 남친과의 대화 중 꺼내기도 했었고 말입니다. 정리하자면, "S양이 그린 그림대로 채색까지 완료되고 말았다." 라고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 나온 김에 조금 더 적겠습니다. S양은 분명 이십대 후반인데, S양의 말과 행동들은 오십대 후반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주머니들이 "이 나이에 무슨 그런 걸 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이상하게도, S양에게서 그런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살짝 보입니다. 상대가 연하남이었기에 그런 건지, 아니면 S양이 회의주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건진 확실히 알 수 없으나, S양 자신이 본인을 존중하지 않으면 남도 S양을 존중하기 힘들다는 걸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2. 배려? 응징?

 

이건, 고시생과 관련된 이전 매뉴얼에도 나왔던 부분입니다.

 

- 감정이 안 좋은데 남친을 만나면, 남친과도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다음에 보자고 하는 것.

 

무슨 얘긴지는 압니다. 그런데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누구라도 저런 이유로 약속 취소 통보를 받으면 기분이 더러울 것입니다. 상대 입장에선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러나?'

'왜 나중에 보자고 하는 건지 이유라도 말해주지….'

'나한테도 화난 게 분명하네.'

'왜 이러는 거지?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나랑 헤어지려고 이러는 건가?'

 

등의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며 불안해하거나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S양 사연을 보면, S양이 남친에게 저 응징의 기술을 사용하고 난 후, 시간이 지나 남친도 S양이 했던 응징을 그대로 따라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남친 역시, 감정이 안 좋으니 혼자 좀 있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그때 S양의 기분은 어떠셨습니까? 위에서 말한 대로 불안과 혼란과 실망과 허전함에 잠식당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저게 정말 순수하게

 

'내 감정이 지금 불안정하니, 이럴 땐 데이트를 미뤄가며 조심하는 게 좋지.'

 

라는 마음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닙니다. 상대와의 관계에서 크든 작든 빈정상하는 일이 하나 생겼고, 그러다 보니 마음이 엉망이 되어 '그럴 기분'이 아니기에 안 만난다고 하는 의미가 더 큽니다. '배려'라는 핑계를 대곤 있지만, 사실 '응징'인 것입니다. 이런 행동들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만큼의 실망감과 좌절감을 상대에게 안기게 되고, 반복될 경우 축적된 피로로 인해 무언가가 뚝, 끊어질 위험이 크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너 빼고 다 미워. 이제는 너도 미워?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외롭고, 괴롭고, 힘들고, 짜증나고, 버겁고, 지친다는 이야기를 달고 사는 사람은, 상대에게 환자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힘내라고 으쌰으샤 해주는 것도 길어야 1년 인 거지, 대화의 8할이 힘들다는 얘기가 되어 버리면 버팀목 역할을 하던 상대도 지치고 맙니다.

 

처음에야

 

"너랑 만나는 시간이 유일한 내 낙이야. 여긴 정말 너무 힘들고…."

 

라는 투정 정도이니 토닥토닥 해줄 수 있고, 만나면 재미있게 해주겠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계절이 네 번 바뀌어도 계속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나아가

 

"정말 막막하다. 난 네게 연락하는 게 안 될지도 모르겠어."

 

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으면, 상대는 포기하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희망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이제 그 불똥이 이쪽에까지 튀니, 더는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는 겁니다. 걸핏하면 주저앉기만 하는 사람과 도보여행을 하고 있는 느낌이니 말입니다.

 

이걸 S양도, 헤어지는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 같긴 합니다.

 

"그가 하는 이야기들을 듣곤, '아, 내가 이 친구에게 저렇게 외롭고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구나.'하는 걸 깨달았어요."

 

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평소에는 S양이 어려움을 얘기하면 상대가 위로해주는 식이었기에 몰랐던 겁니다. 차 트렁크에 있는 걸 빼내는 어떤 사람이, 옆에 있는 친구에게

 

"이것 좀 들고 있어봐. 이것도. 아, 이것도 들고 있어봐. 저것도 있었네. 이거 두 개도 들고 있고, 이것도 추가해서 들고 있어봐. 여기 있는 것도 꺼내야겠다. 이것도 들고 있어봐."

 

라며 계속해서 짐을 건네주고만 있었던 거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트렁크만 바라보며 눈에 보이는 대로 전달하다보니, 나중엔 친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들고 있으라고 한 것 아니겠습니까?

 

"헤어지는 판국에도 그 친구가 저를 그렇게 걱정하는 걸 보니, 정말 잘못 보여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나름 생활공유라고 생각하고, 또 내 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랬던 건데…. 그리고 희망적인 이야기도 함께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되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S양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덮인다는 문제입니다. 예컨대 제가, "그래도 힘내서 회사 다녀봐야지."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내가 여기 왜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비전 없는 회사에…."라는 이야기를 하면, 앞의 희망적인 이야기는 의미를 잃고 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다음으로는, S양이 '희망적인 이야기'라는 걸 할 때엔, 꼭 부정적인 예언도 함께 하고 마는 문제입니다.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일이 생길 거라는 기대도 해 보는 중이야. 물론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로 한 건 마음대로 잘 되지 않겠지만."

 

저게 S양이 말하는, '희망적인 이야기'의 최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런 태도는 S양이 제게 보낸 신청서에서도 드러납니다.

 

"(제가 사연을)무슨 하나님께 기도하듯 주저리주저리 써놓았네요. 여튼, 그렇습니다."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지만, 상을 차릴 땐 음식을 일회용 용기에 담고 나무젓가락을 내놓아 망치는 느낌입니다. 만약 제가 S양에게 생일선물을 주게 되었는데, 나름 열심히 고른 선물을 건네며

 

"생일 축하해. 자, 여기 선물. 마음에 안 들면 바꿔."

 

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 의미가 한순간에 가벼워지지 않겠습니까? "마음에 안 들면 바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상대를 배려하는 게 아닌데, S양은 안타깝게도 저런 말까지 붙이는 까닭에, 대부분의 순간을 미지근하게 만드는 느낌이 듭니다.

 

 

끝으로 하나만 더 적겠습니다. 사실 오늘 소제목 5번까지 적으려고 준비해놨는데, 밖에서 제초작업을 하는 까닭에 시끄러워서 더 적기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남친 - 그럼 이따 만나서 같이 가는 거 가능할까?

S양 - 난 좀 이따가 가고 싶어서. 같이 가는 건 어렵겠다.

 

위와 같은 대화가 이뤄지면, 상대 입장에선 애정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마음으로는 상대를 위해 희생해야 할 때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희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에선 기분 안 좋을 때 틱틱거리기만 하면, 상대가 이쪽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는 '틱틱거리는 여자'이지 않겠습니까?

 

S양이 상대에게 한 말과 행동만 놓고 보면, 신청서에 적어주신 것 절반의 애정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S양은 남친을 위해 요리도 많이 해주고 남친이 어려울 때 S양이 데이트 비용을 대부분 부담하기도 했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섬기듯 10년을 사귀어도, 기분 나쁠 때 "난 그럴 기분 아니야. 너 혼자 해. 네가 알아서 해."라며 선을 그어 버리면 남처럼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둘이 그저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함께 있기에 행복함을 느끼는 사이가 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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