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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연애사연에 자주 등장하는 틀린 맞춤법 모음.

by 무한 2015. 10. 9.

사실 난 맞춤법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어제 발행한 글에서 소개했던 박준의 <마음 한철>만 하더라도, 검사기에 돌려보면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 우리에게도 있었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마음에) /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쥐여 주던) 때가 / 우리에게도 있었다"

 

라는 오류들이 발견되었다고 나온다. 게다가 내가 열심히 지켜 쓰던 '만날(맨날)', '너무(정말)', '삐치다(삐지다)', '자장면(짜장면)' 등도, 틀린 말이라고 했던 것들이 어느새 표준어로 인정받아 이젠 딱히 구별해서 쓸 필요가 없어졌다. '예쁘다(이쁘다)', '네가(니가)' 등은 표준어로 추가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 하고, 개인적으론 '애먼(엄한)', '설렘(설레임)', '바라(바래)' 등도 언젠가 표준어로 추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어느 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해도 어법에 맞지 않으니 틀렸다 하고, 또 어느 땐 어법에 맞지 않아도 사회에서 많이 쓰니 인정해 준다고 하는데,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다. 맞춤법 검사기에선 '첫사랑'은 붙여 쓰고 '첫 키스'는 띄어 써야 한다고 나오고, 워드에서는 '남자친구'는 붙여 쓰고 '여자 친구'는 띄어 써야 한다고 나온다. 여하튼 개인적인 빡침과 갑갑함은 이쯤만 적기로 하고, 연애사연에 자주 등장하는 '틀린 맞춤법'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아뭏든 / 아무튼

 

'ㅎ'을 붙이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ㅎ'을 붙이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맞춤법에 대한 확신은 없는데 틀리긴 싫을 때, 보통의 경우 '내가 생각한 그것과 다른 모양'으로 쓰면 맞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 '노아두다'대신 '놓아두다'라고 쓰거나 '너어두다'대신 '넣어두다'라고 쓰면 맞는, 뭐 그런 사례 말이다. 그래서 '아무튼'이라고 써야 맞는 걸, '아뭏든'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

 

 

2. 습기 없다, 숯기 없다, 숙기 없다 / 숫기 없다

 

저마다 다른 추측들로 맞춤법을 지키려다 틀리는 경우다. '습기'라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그걸 그대로 가져다 쓴다든지, 아니면 고기 먹을 때 쓰는 '숯'을 떠올려 쓴다든지, 또는 '미숙하다'등의 단어를 알고 있으니 그걸 가져다 '숙기'라고 적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3. 갈아앉다 / 가라앉다 & 갖어다 / 가져다

 

'갈아앉다', '갖어다'라고 쓰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때문에 나도 계속 틀린 맞춤법을 접하다 보니, 어느 땐 갑자기 나도 모르게 '갈아앉다', '갖어다'라고 쓴 적도 있었다. 역시나 '잘 모를 땐 그냥 어려워 보이는 단어로 적기'의 기술이 발휘되어 저렇게 적은 것 같다. 비슷한 사례로 '이래라 저래라'를 '일해라 절해라'라고 적거나, '건드리다'를 '건들이다'로 적는 경우도 있다.

 

 

4. 십문하듯이 말하지마 / 심문하듯이 말하지 마

 

이건, '신문'은 분명 아닌 것 같은 상황에서 '십문'이냐 '심문'이냐를 놓고 갈등하다 '십문'이라고 쓴 듯 보인다. 여자친구와 카톡으로 싸우다가, "십문하듯이 말하지마."라고 쓴 까닭에 여자친구가 지적 내상(응?)을 당한 사례가 있다. 여자친구 "뭐?"라고 되물었을 때,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말라고."라고 대답하면 그 데미지는 두 배가 된다.

 

 

5. 타에 추정을 불어했지 /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

 

맞춤법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소리 나는 대로 써서 틀리는 사례다. '사생활침해'를 '사생활치매'라고 쓴다거나 '안 헷갈려.'를 '안 핵갈려'로 쓰는 것, '고리타분한 성격'을 '골이 따분한 성격'으로 쓰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그 외에 '에어컨 시래기(실외기)', '티목(팀워크)', '침형타(치명타)' 등이 있다.

 

 

6. 앞만 봐도 모르겠다 / 암만 봐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그렇게 쓰는 경우도 많기에 좀 신비롭다. '흑인'을 '흙인'으로 쓰는 것에 대해 '흙과 같은 색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사내연애'를 '산외연애'라고 쓰는 것에 대해 '외(外)자를 써서 어딘가에서 벗어난 걸 말하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발암물질'을 '바람물질'이라고 쓰며 '바람을 타고 전염되는 물질인가보다'라고 생각하는 사례도 있었다. '앞만 봐도 모르겠다' 역시, '앞을 열심히 바라봐도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해 사용하기도 한다.

 

 

7. ~했다만은 / ~했지마는

 

요즘 들어 자주 보게 되는 오류다. 언젠가 미드를 볼 때에도 '~했다만은'이라고 쓴 자막이 나와 놀란 적이 있다. 난 '~했다만은'은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연을 보면 존대를 하다가도 저렇게 쓰는 경우가 있다. "무한님, 제가 먼저 잘못하긴 했다만은 그래도 저만 그런 건 아니거든요."라고 쓰는 것이다. 어디서 시작되어 이렇게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지 궁금한 오류다.  

 

 

8. 않하고 / 안 하고

 

이건 나도 꼬꼬마시절 많이 틀리던 부분이다. 특히 난 '싣다'와 관련해 많이 틀렸었다. '실어다 놓고'라고 써야 할 걸 '싣어다 놓고'라고 쓴다든가, 오히려 틀릴 걸 걱정해 '싣고 간다'라고 써야 할 걸 '실고 간다'라고 쓰기도 했다. 난 이걸 '걷다'의 변화를 참조하는 것으로 교정할 수 있었다. '걷다 / 걸어간다'를 참고해 '싣다 / 실어간다'라고 생각하면 쉽게 해결된다. '않다 / 안 하고'의 경우는, 발음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다. 받침에 'ㅎ'이 들어가면 뒷 말에 영향을 준다. '않다'가 '안타'로 발음되거나 '않지'가 '안치'로 발음되는 것처럼 말이다. '않다고'는 '안타고'로 발음되어 맞지만, '않하고'의 경우는 '안흐하고'로 발음되니, '안 하고'의 경우는 그냥 '안 하고'라고 쓰면 되겠다. 쓰고 보니 설명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미안하다.

 

 

9. 있다가 / 이따가

 

당연히 전자가 맞는 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후자가 맞는 경우다.('이따가 무엇을 한다는 의미에서) '먼지털이'나 '재털이'이가 맞는 말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먼지떨이'와 '재떨이'가 맞다든지, '유도심문'이나 '의례'가 맞을 거라 생각했는데 '유도신문'이나 '으레'가 맞는 말인 경우라고 보면 되겠다. 이 부분은 나 역시 지금도 종종 틀리곤 한다. '되갚음'이 맞는 말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갚음'이 맞다든지, '무릎팍'이 맞는 말일 거라 생각했는데 '무르팍'이 맞는 경우가 있다. '막내동생'도 '막냇동생'이 맞는 말이고, '생사여탈권'도 '생살여탈권'이 맞는 말이라 하니, 이건 그때그때 찾아가며 익히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10. 2틀 / 이틀

 

'하루'를 '1루'라고 쓰거나, '하나'를 '1나'라고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에 TV를 보다 보니 "킹크랩 5섯 마리를 무섭게 흡입"이라는 자막이 나오기는 걸 본 적도 있다. '2틀'은 소리 나는 대로 '이틀'로 읽을 수 있다 하더라도 '5섯'은 '오섯'이 되고 마는데, 아마도 자막을 만드는 사람이 '5 마리'라고 쓰면 '오 마리'라고 읽힐까봐, '5섯 마리'라고 쓴 것 같다. 신기한 건, 저렇게 쓰는 실수를 계속 접하다 보니 나 역시 무리 없이 읽힌다는 거다. 고백하자면, 그래서 매뉴얼을 쓰다가 '2틀 후'라고 적은 적도 있다.

 

 

한글날을 맞아 이렇게 몇 가지 사례를 적어두긴 했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여전히 사전을 옆에 끼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선 맞춤법을 지키면 아무래도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게 전달되는 부분이 있어 곤란할 때가 있다.

 

내게 사연을 보내실 땐, 맞춤법에 너무 얽매이실 필요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음으로 적어 내려가는 초고에는 틀린 맞춤법이 가득하기 마련이니, 일단은 마음 가는 대로 이야기를 전부 털어 놓으시길 권한다. 다만 내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맞춤법은 틀려도 괜찮으니 주어는 되도록 꼭 챙겨서 적어 주셨으면 하는 부분이다.

 

"전화를 해서 나갔는데 늦었어요. 그것 때문에 싸우다가 그 말을 했죠."

 

라는 문장을 예로 들면, 사연을 작성하신 분은 저게 무슨 일인지 잘 알고 있기에 저렇게만 적어도 이해가 가능하지만, 난 누가 전화를 한 건지, 누가 늦은 건지, 어떻게 싸움이 시작된 건지, 누가 그 말을 한 건지 등을 알 수가 없다. 물론 문맥을 살피며 유추하면 몇 가지는 알아낼 순 있지만, 그런다 하더라도 어느 부분에선 파악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니 '누가'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발 잊지 않고 적어주길 부탁드린다. 정말 단순한 문장으로 "제가 전화를 해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런데 그가 늦었어요. 그래서 제가 화를 냈어요."라고 적어도 괜찮으니, 주어는 꼭 챙겨주셨으면 한다.

 

내게는 비밀글로, 또는 공개글로 맞춤법과 오탈자를 지도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계시다. 이런 날 그 분들에게 따뜻한 쌍화프치노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음이 죄송하다. 난 맞춤법 지적에 전혀 불쾌하거나 부끄럽지 않으며 오히려 결초보은의 마음을 다져가고 있으니, 마음껏 채찍질을 해주셨으면 한다.

 

불금이다. 금요사연모음을 작성하려고 하다가, 한글날이기도 하고 해서 이렇게 맞춤법 관련 글을 적게 되었다. "I am love you."라고 해도 의미는 다 전달되는 것처럼, 맞춤법 조금 틀려도 마음은 전달 될 수 있으니, 오늘은 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해 보시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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