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노멀로그 2009년 8월 결산
- 2009. 9. 15. 04:48
- Written by 무한™
더이상 선풍기가 필요 없는 계절이 오자 사슴벌레 유충들은 톱밥 깊숙히 파고들기 시작했다. 활발하게 톱밥을 갉아대던 녀석들이 보이지 않자 나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든다. 심술이 나서 통을 툭툭 쳐 보지만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은 긴 동면에 들어간다. 몸속에 비축해둔 영양분을 가지고 별 일이 없는 한 다음 봄이 올 때까지 깨지 않는 깊은 잠을 잘 것이다.
나에게도 겨울잠을 잘 수 있는 행운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부지런한가보다. 난 사실 사슴벌레로 태어났어야 했다. 먹이와 짝짓기 외에는 관심이 없는 그냥 보통의 녀석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수집벽에 납취를 당하지도 않고, 흔하고 흔해 나무에 매달려 있어도 지나가는 이들은 별 관심이 없는 애사슴벌레 정도로, 어느 참나무 수액에 혀를 꽂고 있으면 참 좋았겠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시간이 참 많아졌지만, 나는 괴테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잔디밭에 누워 구름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이 직업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쓰기엔 과분한 여유가 생겼지만, 통장의 잔고가 줄어드는 것 처럼 이 여유도 눈사람 녹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질거란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블로그에 자주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열명, 선물을 하기로 했던 것도 힘들어 질 것 같다. 내 갤로퍼는 서 있는 날이 더 많아졌고, 이제는 밖에 나갈 때 운동화 끈을 꽉 매게 되었다는 얘기로 설명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날은 춥고 불우한 이웃들은 겨울이 되면 더 불우해진다.
불우한 것은 형편뿐이 아니라 마음에도 찾아온다. 갈증이 나는 사람처럼 책을 읽어 댄다. 며칠을 굶은 듯 소설을 읽고 만화를 보고 시를 읽다 보면 잠이온다. 그러면 나는 영양분이 비축된 유충처럼 이불 깊숙히 파고 들어가 잠을 잔다.
내년엔 나도 어른 사슴벌레가 될 수 있을까?
더듬이가 날 자린지, 이마가 간지럽다.
나에게도 겨울잠을 잘 수 있는 행운이 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부지런한가보다. 난 사실 사슴벌레로 태어났어야 했다. 먹이와 짝짓기 외에는 관심이 없는 그냥 보통의 녀석으로 태어나 누군가의 수집벽에 납취를 당하지도 않고, 흔하고 흔해 나무에 매달려 있어도 지나가는 이들은 별 관심이 없는 애사슴벌레 정도로, 어느 참나무 수액에 혀를 꽂고 있으면 참 좋았겠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시간이 참 많아졌지만, 나는 괴테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거의 모든 시간을 살아가기 위한 일에 바친다. 그러다가도 약간의 한가한 시간이 생기게 되면 이를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잃어버린 채 기를 쓰고 그 시간을 없애려 든다.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중에서
잔디밭에 누워 구름 흘러가는 것을 보는 것이 직업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쓰기엔 과분한 여유가 생겼지만, 통장의 잔고가 줄어드는 것 처럼 이 여유도 눈사람 녹 듯 흔적도 없이 사라질거란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블로그에 자주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한 달에 열명, 선물을 하기로 했던 것도 힘들어 질 것 같다. 내 갤로퍼는 서 있는 날이 더 많아졌고, 이제는 밖에 나갈 때 운동화 끈을 꽉 매게 되었다는 얘기로 설명이 될 지 모르겠지만, 날은 춥고 불우한 이웃들은 겨울이 되면 더 불우해진다.
불우한 것은 형편뿐이 아니라 마음에도 찾아온다. 갈증이 나는 사람처럼 책을 읽어 댄다. 며칠을 굶은 듯 소설을 읽고 만화를 보고 시를 읽다 보면 잠이온다. 그러면 나는 영양분이 비축된 유충처럼 이불 깊숙히 파고 들어가 잠을 잔다.
내년엔 나도 어른 사슴벌레가 될 수 있을까?
더듬이가 날 자린지, 이마가 간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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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사는여자2009.09.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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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지기2009.09.1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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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직장 이전때매 6개월 정도 쉰 적이 있는데 이건 뭐..
'망중한'이라고 바쁜 중에 생기는 여유가 가장 달콤한거 같아요.
뚱스뚱스2009.09.1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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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힘을 내요~저희들이 있자나요(응?)웩~~~
마법부리는곰2009.09.1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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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처럼 더워지기도 하고
변덕쟁이 가을이죠
아오이2009.09.1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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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을 그만둔건 아니지만 다음 담당방송이 정해지지않아
반 휴직상태입니다(회사에서 인터넷하며 노는 중)
그렇지만 눈치보여서 넘 싫네요.
홧팅!
LuciD192009.09.1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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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그리고 저도!
덧. 제 목표는 장수풍뎅이지 말입니다.
♥LovelyJeony2009.09.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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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일하게 무서워하지 않는 벌레가-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인데 말입니다.=ㅂ=
그린애플2009.09.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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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상에서 발아래놓인 세상을 바라보면
또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질거에요 ^ ^
즐길수있는 시간이 주어짐에도 감사하고살아요 우리~~
zinsirano2009.09.1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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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겨울잠을 달라 (응?)
492009.09.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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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가
겨우 겨우 벗어나서 정상 궤도 진입 중
내년엔 소원대로 마이애미에서 서핑을 즐기고 있을듯(응??)
냐아옹2009.09.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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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좋은 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꼭 꼭 꼭 빛나는 작가로서의 2라운드가 새 봄처럼 다가올 겁니다.
♥LovelyJeony2009.09.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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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도 상황이시고,
시간까지 여유가 생기시니- 마음은 더 바빠지고 복잡해지시나 봅니다.
매일매일 무한님의 글로 위안받고, 공감하는 블로거들의 열렬한 지지정도로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심리적인 위안은 힘드신건가효?ㅎ
hungryalice2009.09.1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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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앞이 다 보인다면 재미 있지 않으니깐요!!
(알고 싶은건 알고 싶은거지만..)
잠시만 웅크리고 계시다가 일어나시면 좋은 일도 좋은것도 .. 많이생기실꺼에요!
화이팅!!!!!
Y양2009.09.1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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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나무위에토깽이2009.09.1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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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한님에게도 역시나 현실은 존재하나봅니다.ㅜㅜ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댓글도 남기고 응원을 하는 것 보니,
쓸쓸해하기보다 더욱더 힘을 내어 좋은 글을 많이 쓰셔야 겠어요^^
응원할테니 기운내세요~아자!빠샤! 아짜짜리자리자짜!!!^-^*
나나2009.09.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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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마음도 그리 불안하진 않는 걸 보니
이렇게 사는게 팔자인가 싶기도 합니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거잖아요~
하고 싶은 걸 하세요.
adish2009.09.1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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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2009.09.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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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bear892009.09.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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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구름을 지켜보는 것보다
잠이나 계속 자는 것이 소원이랄까 ㅋ
응원합니다!!화이팅이요!
James Hardie Boise2012.09.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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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James Hardie Boise2012.09.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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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