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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잠수로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들, 잠수이별의 이유는?

by 무한 2016. 2. 11.

잠수이별은 그 이별을 당하는 사람을 피 마르게 만든다. 잠수이별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 긴 침묵의 시간동안 온갖 부정적인 상상과 추측을 해야 하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그 침묵을 이별이라는 대답으로 받아들였다가, 뭔가 일이 있어서 그러는 것일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가, 무례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다가, 상대가 그냥 점 하나만 찍어서 문자로 보내줘도 이것보다는 덜 괴로울 것이라 생각했다가 하며 냉탕과 열탕사이를(응?) 오가게 된다.

 

그래서 나도 잠수이별을 당했다는 사연이 오면, 그저 같이

 

"그 사람 정말 조카 크레파스 같은 사람이군요. A양을 위해 노래 한 곡 띄어드립니다. 비틀즈의 <Yellow Submarine>."

 

등의 이야기를 하며 맞장구 치고, 같이 귤도 까먹고 하며 한풀이나 해주고 싶다.

 

하지만 잠수이별을 당했다는 대원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다음 연애에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헤어지게 되는 사례가 많기에, 그저 "무례하고 무책임한 사람 잘못 만나서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고 잊으세요."라며 위로만 하고 있다가는, '왜 나는 이런 남자들만 만나는가?'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발행할 매뉴얼에서는, 잠수이별이 그 이별을 당한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가에 대한 부분은 좀 한쪽으로 밀어두고, 무엇이 어떻게 잠수이별을 불러오며, 또 잠수이별을 택하는 남자들은 왜 그러는 것인지, 그리고 잠수이별을 막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알아봤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1. 잠수이별, 언제 누가 많이 할까?

 

내게 도착하는 사연 중 '잠수이별'과 관련된 사연을 보면, 그런 이별은

 

- 삼십대 남자가, 사과도 변명도 하지 않고 그냥 관계를 내려놓고 싶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속마음을 잠시 들여다보자면, 그들은 이십대의 연애처럼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연애 말고, 이제 좀 각자 할 거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즐기는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좀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편한 연애'를 하려는 거고,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어른스러운 연애'를 하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여자친구는

 

"날 정말 좋아한다는 감정이 잘 느껴지질 않는다."

"정말 보고 싶은 거라면 말로만 그럴 게 아니라 더 자주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

"확신이 들질 않는다. 내게 확신을 주지 않으면 난 떠날 것이다."

"나만 좋아하는 것 같은 이 연애가 힘들다. 헤어지자."

 

라는 이야기를 하니, 벅찬 거다. 그들은 일에 30%, 자신의 생활에 30%, 그리고 나머지 40% 정도를 연애에 할애하려고 했던 건데, 여자친구는 '어떻게 50%도 넘질 못 하는가'에 대해 강력히 항의를 하니 말이다.

 

더불어 서른 전후로 변하게 된 '연애관'의 문제로 인해 잠수이별을 택하기도 한다. 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지만 그 나이가 되면 그때까지 경험한 몇 번의 연애로 인해 연애나 여자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되고, 서로를 마주보며 푹 빠져 있는 연애보다는, 미래까지를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연애를 희망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 둘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을 근거로 미래까지를 그려보게 되는 것인데,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강력한 항의를 하는 여자친구를 근거로 미래를 그려보면

 

- 잔소리와 구박, 그리고 위협이 가득한 결혼생활.

 

이라는 결과가 도출되고 만다. 또, 연애 중 갈등이 생겼을 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가버리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훗날 함께 살게 되었을 때 집을 나가겠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2. 사귄 기간과 관계 유형에 따른 잠수이별의 형태.

 

사귄 기간이 한 달 내외일 경우, 연애를 시작하는 것에 있어 둘의 충실도는 합격점을 받았지만 그 이후의 충실도에 대한 서로의 생각이 달라 잠수이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남자 - '지금 이 정도로 쭉 이어가며 연애하다 결혼하면 되겠지.'

여자 - '자, 이제 연애가 시작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져봐야지.'

 

남자는 한 주에 두 번 만나고, 만나고 난 뒤엔 여자를 집까지 데려다 주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연락을 꾸준히 이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자는, 그걸 이제 겨우 '연애의 시작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빨리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얼른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길 희망한다.

 

여자는 남자가 할애하는 40%는 '연애의 시작 조건'으로 훌륭한 것이라 생각하며 이제 50, 60, 70으로 나아가길 바라는데, 사실 그게 그 남자에겐 최대치인 것이다. 그래서 결핍을 느끼게 된 여자가 '더더더더'를 주문하면, 남자가 더는 못 하겠다며 관계를 내려놓고 동굴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그러다 남자가 동굴에서 잠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있고, 때문에 아예 그쪽 동굴 출입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잠수이별을 하게 된다.

 

오래 한 연애가 잠수이별로 막을 내리는 경우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 상황이 변하자 흔히 말하는 '조강지처'를 버리는 것.

- 축적된 피로감으로 인해 상대의 한계를 정하고 이별을 결심하는 것.

 

전자는 고시나 취업에 성공하는 등의 상황변화에 마음까지 변하게 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그 변화를 신분상승 등으로 생각한 남자가 변하는 사례가 있고, 그런 변화에 여자가 지레 겁을 먹곤 계속 확인하려 들다가 '아쉬운 여자'가 되는 사례가 있다.

 

후자는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계속 하다가 정말 헤어지게 되거나, 반복되는 다툼으로 인해 그 한계를 설정한 거라 할 수 있겠다. 소제목 1번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처음엔 '사귄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상태였지만, 이후 시간이 지나며 '동반자로서 적합한가?'를 따지게 되다 점점 마음을 닫는 사례가 많다. 늘 한 쪽이 지적하고 다른 한 쪽이 사과를 해야 하는 관계였다거나, 한 쪽만 일방적으로 이해하고 양보해야 하는 관계였기에 그걸 자각한 쪽에서 이별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유형에 따른 잠수이별을 살펴보면,

 

-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하면, 엄청난 비난과 후폭풍이 몰려올 것이 분명할 때.

 

헤어지는 사례가 가장 많다. 이별을 말해 그대로 헤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잠수이별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비난할 것이 분명하다든가, 다른 부분에서도 늘 자신이 맞고 이쪽이 틀렸다고 말하던 상대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간 무슨 험한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든가, 어떻게든 이별을 안 받아들이고 설득하거나 당장 찾아와서 따지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잠수이별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더불어

 

- 평소에도 잠수가 생활화 되어 있거나 서로 별 교류가 없던 관계일 때.

 

에도 잠수이별을 하는 사례가 많다. 서로 헤어지지 않을 정도의 관심만 쏟고 있는 관계였다거나, 잠깐 불타올랐다 최근엔 서로 서먹서먹하게 지내던 관계였다거나, 둘 다 수동적인 태도로 '하면 하고, 아니면 말고'의 태도를 보이다 한 쪽이 연락을 끊자 자연히 인연까지 끊기는 지경이 된 관계인 경우가 있다.

 

 

3. 잠수이별을 방지하는 방법은?

 

우선, 널리 알려진 

 

-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

 

라는 말처럼, 남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방법은 '알아주는 것'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나 역시 남자인 까닭에 내게 절실히 도움을 요청하는 사연에는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살려내겠어!(응?)"라며 옷 입은 채로 뛰어들지만,

 

"당사자도 아닌 무한님이 뭘 알겠습니까마는, 답답해서 사연 보내봅니다."

"다른 연애칼럼과 달리 그래도 말이 되는 얘기를 한다고 생각해서 사연 보냅니다."

"제가 원래 이런 사연 같은 거 보내는 사람이 아닌데 보냅니다. 답장 주세요."

 

라는 멘트가 적힌 사연은 그냥 조용히 닫곤 한다. 읽고 싶은 마음이나 사연에 대한 애정도 생기지 않고, 열심히 사연에 빠져들어 매뉴얼을 써봐야 '본전'일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좀 유치하게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남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거 해! 이거 해!"가 아닌, "잘 한다! 잘 한다!"라는 걸 기억하자. 상대가 스마트 폰 터치가 안 되는 장갑을 선물했을 때, 터치 안 되는 장갑이라며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장갑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영수증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남자는 자신의 능력이 저평가 되고 애써 선물을 준비한 게 다 헛고생 되는 느낌에 시무룩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장갑을 받았더라도 일단 장갑이 필요했는데 정말 잘 되었다고 말하곤 거듭 고맙다는 말을 하면, 이후 터치가 안 된다는 걸 잠깐 보여줘 상대가 '문제해결'을 하려 애쓰게 만들 수 있다. 남자는, 선물을 다른 것으로 바꿔 더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알아서 영수증을 챙겨가 바꿔주기까지 할 것이다.

 

잠수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여성대원들을 보면, 바로 위 지점에서 전자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어느 여성대원의 사연엔

 

"오빠의 보고 싶다는 말에선, 정말 날 보고 싶어 한다는 감정이 느껴지질 않아."

 

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놀랍게도 저 말은 '남자가 보고 싶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저런 태도가 상대를 김빠지게 만든다는 것은, 입장만 바꿔 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성별을 바꾼 아래 대화를 보자.

 

여자 - 나 오늘도 늦게 끝날 것 같아.

여자 - 평일에도 좀 빨리 끝나야 오빠 만나서 놀 수 있을 텐데. 보고 싶다.

남자 - 정말 날 보고 싶어서 보고 싶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네. 감정이 느껴지질 않아.

 

물론 남자의 저런 말에 애교를 부려가며 "뭐야~ 느끼고 싶어? ㅎㅎㅎ"라고 넘기는 대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저 대답을 듣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듯한 기분에 빠질 수 있다. 최근 들어 남자가 저런 이야기를 빈번하게 한다면, 뭐라고 설명을 해 남자의 기분을 풀어주거나 그게 아님을 열심히 증명하기보다는, 그냥 관계를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고 말이다.

 

또, 남자는 쫓아가면 쫓아갈수록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다. 거의 대부분의 남자는 사냥꾼 본능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사냥감을 쫓는 것에 익숙하지 사냥감에게 쫓기는 것엔 익숙하지 않다. 때문에 여자가

 

"동굴에서 나와 자리에 앉으세요. 지금부터 청문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자, 난 지금 나만 이 연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나만 마음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답변하세요. 묵비권 행사하면 눈물 공격 들어갑니다. 답변하세요."

 

라며 남자를 궁지로 몰기 시작하면, 남자는 일단 당장 그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미안해'라고 말하면 '뭐가 미안한데?'라는 공격이 들어올 수 있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 '노력하는 게 이거야?'라는 공격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갈등이 벌어졌을 때 잘잘못을 따지며 상대를 몰아세우기보단, 이쪽은 어떤 기분이 드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길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기분에 빠져있지 않을 수 있게, 상대에게 도와달라고 말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내부적으로는, 그 연애에 사실 아직 큰 문제가 생긴 게 아닌데, 그저 이쪽의 바람대로 빨리 더 불타오르지 않는다고 재촉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살펴봤으면 한다. 그래버리면, 상대의 입장에서 봤을 땐 모든 연락이 '징징거리는 사람'을 달래줘야 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아프다는 상대에게 걱정의 말보다는 "그럼 우리 내일 못 만나는 거야?"라며 서운함부터 표현할 수 있고, 할머니 장례식장에 가 있는 상대에게 "화장실 가거나 밥 먹을 시간은 있을 텐데, 연락 한 통 안 하네…."라는 얘기를 해 상대로 하여금 인간적인 실망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난 잠수이별을 변호할 생각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게 절대 아니며, 저런 남자가 옳다거나 저런 생각을 하는 남자에게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위의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라는 걸 밝혀두고 싶다. 저런 남자는 여자로 하여금 결핍과 방치된 기분을 느끼게 만들 수 있고, 여자 입장에선 남자가 발만 살짝 담그고 있는 듯 보이기에 마음 놓고 믿기가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여자는 필연적으로 계속 확인하려 하고, 시험하려 하고, '더더더더'를 외치게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저 남자 순 나쁜 놈이래요."

 

라는 이야기만 하지 않고 '잠수이별사들의 속마음'을 이렇게 밝혀 적은 건, 계속 이십대 초중반에 하던 연애와 똑같길 바라는 마음으로 삼십대의 남자를 대하면, 상대의 잠수로 인해 이쪽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거나 잠수 트라우마가 생겨 다음 사람을 만나 연애할 때에도 연락이 안 될 경우 손발이 떨리고 가슴부터 내려앉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 중 상대에게 잠수의 징후가 보이면 주저 말고 moohan@normalog.com 으로 신고부터 하시길 바라며, 위의 이야기들을 참고해 잠수 걱정 없이 햄 볶는 연애를 하셨으면 한다. 현재 잠수이별을 겪고 있으며 그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 줄 몰라 발을 구르고 있는 대원들에게는, 솔로부대 선배대원이 만든

 

"대답 없음이, 대답이더라."

 

라는 명언을 소개해 드리고 싶다. 그 남자가 어떤 남자든, 잠수이별은 존중과 책임감 둘 모두가 없다는 증거임이 분명하니, 눈 짓무를 때까지 상대가 잠수해 들어간 곳만 보고 계시지 말고 뒤돌아 나오시길 권한다. 뒤 돌면 넓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으니 말이다. 마음 굳게 먹고 돌아 나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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