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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끼는 부리면서 사귀자는 말은 없는 연하남, 어떡해? 외 2편

by 무한 2016. 4. 22.

불금이다. 그래서 좋긴 한데, 난 첫 사연을 잘못 골라서 계속 고생중이다. 아무리 봐도 오답노트로 다뤄야 할 사연에 가까운데, S양이 ‘노멀’로 신청한 까닭에 애를 먹고 있다.

 

비유고 은유고 이전 글들에서 계속 하다 지쳐서, 이제 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여덟 시간째 이러고 앉아 있으면 누구든 나와 같은 마음이 되고 말 거라 생각한다. 굵고 짧게, 요점만 짚어보기로 하자. 출발.

 

 

1. 끼는 부리면서 사귀자는 말은 없는 연하남, 어쩌죠?

 

S양의 연애관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 S양에 대해 부정적으로 요약하자면

 

- 금사빠 육식녀. 터부시되는 얘기 나누는 걸 ‘솔직함’이라고 착각함.

 

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다 보니 연애를 시작해도 이성보다는 감정에 기반을 둔, 그리고 본능에 충실한 연애를 할 가능성이 높다. S양이 밝힌 자신의 연애관을 보자.

 

“저는 남녀 사이는 세 번이면 고인지 스탑인지 결정 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를 갖고 싶거든(자고 싶거든), 사귀어야 가능하다는 뉘앙스로 대답했어요.”

“제가 그에게 남녀 사이에 친구 없는데 그럼 우린 무슨 사이냐고 물었어요.”

 

상대에 대해 아무 것도 아는 게 없으면서 무슨 ‘세 번이면 고인지 스탑인지’인가. S양과 상대는 S양이 상대 SNS 구경하다 친추해 연락하고, 그 다음에 술 먹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연락해서 새벽에 한 번 보고, 그러고는 술 살 테니 나오라고 해서 또 한 번 본 사이다. 충격과 공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와중에 상대에게 ‘날 갖는 건 사귀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는 S양을 ‘누구에게든 그러는 여자’정도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S양은

 

“전 이도저도 아니게 만났던 사람들이 좀 되는 것 같네요.”

“주로 연하를 많이 만났어요.”

“맘에 드는 남자도 두 명 정도 있었는데, 두 번 만나고 끝이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위와 같은 태도로 연애에 임하면 그런 패턴의 반복은 필연적인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건 ‘상대와 잘 될 가능성’이나 ‘잘 될 수 있는 방법’같은 걸 고민할 게 아니라, 괴상한 방법으로 남자의 마음을 얻어내려 하는 심각한 문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게 만약 도로에서 차를 잡는 거라면, S양은 자신이 가고 싶은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게 아니고, 그냥 앞에 오는 아무 차에게나 손을 들어 나 좀 어디로든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저는 외모보다는 성격에 더 비중을 두는 편이고….”

 

외모고 성격이고 간에 이런 방식은 “너 내려.”하면 언제든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내려 다시 또 차를 잡아타야 하는 ‘연애 떠돌이’의 패턴일 뿐이다.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S양이 보는 건 상대의 성격이 아니라 ‘나랑 수다를 떨어주며 내 말에 반응을 잘해주는가’라는 것일 뿐이다. 이러면 흑심을 품곤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릴 위험이 높으며, 연애나 여자가 급해 들이대는 남자들에게 이용만 당하게 될 수 있다.

 

아무래도 S양의 과거 연애 어느 지점부터인가 단추가 잘못 끼워지거나 습관이 이상하게 든 것 같으니, 기회가 된다면 본인의 연애를 중간점검 한다 생각하며 ‘과거 연애사’를 적어 내게 보내주길 바란다. ‘오답노트’로 투고해 주시면 좀 더 자세히 함께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2. 바람 피운 걸 남친에게 걸려서 헤어졌는데요.

 

나도 도와주고 싶지만, 지나씨의 사연은 회생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하늘이 도와 재회를 한다 해도 상대는 계속 의심하며 지나씨를 용의자 취급할 것이고, 지나씨는 그런 취급만 받는 연애를 더는 할 수 없다며 결국 지치게 될 것이다.

 

남친이 현재 명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까닭에 지나씨가 계속 희망을 갖는 걸 수 있는데, 그건 그의 성격이 모질거나 냉정하지 않아서 그런 거지, 여전히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남친의 구여친이 바람을 피워 헤어진 관계로 그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데, 지나씨는 그걸 알면서도 바람을 피우고 말았다. 지나씨는

 

“양다리 같은 건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장거리 연애를 하다 보니, 외롭기도 하고 해서 썸을 탔던 거예요. 사귄 것도 아니고 스킨십도 전혀 없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안타깝게도 남친이 연 판도라의 상자 속 카톡대화엔 사랑 돋는 달달한 이야기들만이 적혀 있어서 빼도 박도 할 수가 없다. 남친이 문맹이거나 심한 난독을 앓고 있지 않은 이상 어떻게 읽든 그건 바람의 증거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남친의 배신감이 증폭된 건, 연애 중 지나씨가

 

“내게 남자 문제에 대해선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선천적으로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라는 식의 호언장담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지나씨가 남친과 휴가를 맞춰 놀러가서까지 썸남과 카톡대화를 하고 있었으니, 남친은 지나씨의 모든 것이 거짓과 가식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데 저도 휴가 갔을 때 남친 폰을 몰래 봤거든요. 비번이 걸려있어서 카톡대화는 못 봤는데, 소개팅 어플 같은 게 깔려 있었어요.”

 

뭐가 깔려 있었든 이제 아무 의미도 없는 것들이니, 그냥 접길 권한다. 이걸 뭐 ‘나나 너나 다를 거 없으니 퉁 칩시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와서 ‘나도 그때 네 폰 봤는데 거기 소개팅 어플이 깔려 있더라. 그건 뭐였냐.’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일 뿐이다.

 

서로를 믿지 못해 비밀번호를 걸어야 하고, 또 여보자기 하며 지내면서도 속으로는 서로를 의심하는 관계는 더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친이 아직 지나씨를 차단하지 않았다는 게 희망의 근거는 될 수 없으니, 더는 변명이나 사과로 가득한 메시지 보내지 말고 그냥 내려놓길 권한다. 지금은 상대와의 연이 끊길 것 같으니 지나씨도 다급해 진 거지, 사실 사귈 때를 돌아보면 전화는커녕 카톡대화도 하기 어렵지 않았는가. 다급함 때문에 맹목적으로 잡으려 하지 말고, 좀 더 크게 전체를 돌아보며 고민해보길 바란다.

 

 

3. 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어요.

 

민지씨의 사연을 읽고는, ‘이거 분위기 좋은데 뭐가 문제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상대가 따듯하게 대해주고, 마음 써주고, 리액션도 잘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가 되는 건, 상대의 반응이 아닌 민지씨의 반응이다. 물론, 짝사랑 중에는

 

- 대화 중 누가 제일 마지막으로 말했나.

- 누가 먼저 연락하는 빈도가 높은가.

- 내가 두 개 물어봤는데 하나는 왜 대답을 안 하는가.

- 내 말에 늦게 대답했는데, 그럼 나도 늦게 대답해야 하는 건가.

- ‘ㅋㅋㅋㅋㅋㅋ’만 찍어 보낸 건 대답하기 싫다는 건가.

 

하는 오만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에, 혼자서 냉탕과 열탕사이를 오가며 기대했다 실망하는 걸 반복할 수 있다. 그래서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닌데, 그렇다고

 

- 늦은 답장이 오면 나도 거기에 늦게 대답하기.

- 다른 남자와의 문제를 상대에게 상담해 질투심 유발해보기.

- 연애 안 하냐고, 전 여친이랑 어땠냐고 물으며 떠보기.

 

등의 일을 저질러 버리면 두 사람의 거리는 멀어지고 마음은 식게 될 수 있다.

 

내가 민지씨에게 권해주고 싶은 건 좀 많은데, 정리하자면

 

- 되도록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시점에 대화하기.

- 상대의 답이 조금 늦어도 개의치 않고 바로 대답하기.

- 이모티콘으로 대답 대신하지 말고 길게 말하기.

- 상대가 뭔가를 잘 했을 경우 구체적으로 칭찬해주기.

- 관심 가져주길 바라지만 말고 상대에게도 관심 갖기.

- 상대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걸 거절이라 생각하지 말기.

 

라고 할 수 있겠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느라 우물쭈물 하지 말고, 또 카톡할 땐 행간의 의미를 읽으려고 하기 보다는 상대가 보낸 메시지 그 자체를 읽길 권한다. 자꾸 그걸 더 해석하려 들며 실망하거나 상심할 필요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지씨가 용기를 내 영화 보자는 얘기를 했는데 상대가

 

“이번 주는 회사에서도 갈굼 당하고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 다음 주 어때?”

 

라는 대답을 한 걸, ‘거절’로 받아들여 시무룩해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저걸 단순히 ‘나랑 영화 보기 싫어서 그러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실망을 애써 숨기며 이제 먼저 영화얘기 꺼내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야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다음 주에 약속을 잡으면 된다. 상대가 저렇게 얘기한 건 자신의 사정을 민지씨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것이니, 고생이 많다고 대답하며 그럼 다음 주 언제쯤 보자고 말하길 권한다.

 

혼자 기대했다 실망하기 직전까지의 민지씨 모습. 딱 그 정도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관계는 잘 될 것이며 분명 상대도 민지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야지, 민지씨 본인이 먼저 ‘내가 이러는 건 민폐를 끼치는 것이며 상대는 날 이성으로도 안 보고 있는 것 아닐까’하고 있으면, 민지씨를 응원하는 사람은 지구에 한 명도 없게 된다. 그러니 매일 한 발짝씩 친해지고 있는 거라 생각하며, 긍정적인 태도로 다가가 보길 권한다.

 

 

인터넷 서점 이벤트 때문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남들이 보면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행동들을 하게 되었다. 담배 사러 나가는 길에 혼자 등장인물들이 나눌법한 대화를 소리 내서 해보기도 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걷다 갑자기 이야기 속 인물의 감정을 느끼며 울컥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괜히 소설을 쓰겠다고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이번 주말에 2편 쓰고 다음 주에는 3편 쓰며 어떻게든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이렇다 할 퇴고 작업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연재하는 글이라 다시 읽으면 고칠 부분들이 계속 보이는데, 크게 심각하지 않은 이상 고치는 건 일단 다 끝내고 고칠까 한다. 오늘 들어가 보니 3위로 올라섰던데, 읽어주시고, 하트 눌러주시고, 댓글 달아주시고, 거기다 코인까지 보내주신 분들게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2편 쓰러 가야하니, 배웅글은 생략하기로 하자.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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