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YES24에서, 소설을 한 편만 연재해도 쿠폰을 준다고 해 그제 1화를 올렸다. ‘e연재’라는 웹소설 파트를 키우려고 하는 것 같던데, 작가로 참여한 사람이 특별히 홍보하지 않는 이상 평균 조회수는 7정도 되는 것 같다.
어떤 이는 20편의 소설을 올렸는데 총 조회수가 131이다. 본인이 들어가서 올랐을 한 편당 하나의 조회수를 제외하면 총 조회수는 120정도가 되는 거고, 편당 조회수로 따지면 6이 된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거고, 글을 쓴 이도 자기 글을 읽기 싫었는지 조회수가 0인 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편씩, 30편씩 꾸준하게 연재를 하고 있는 그 작가들에게 프리허그를 해주고 싶다. 그런 환경에서 연재를 할 경우 ‘문장과의 싸움’보다 힘든 건 ‘무관심과의 싸움’일 텐데, 묵묵히 견디며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있다면 계속 글을 쓰겠습니다.”라고 프로필에 적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제 썩어버렸는지, 단 한 명의 독자만 있다면 그 독자에게 ‘우리, 이거 다 집어치우고 낚시나 갑시다’하며 낚싯대를 챙길 것 같다.
뜬금없이 소설 연재 이야기를 한 것은, 물론 내가 연재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 첫 번째다. ‘작가의 몫은 글을 쓰는 것까지가 아닌 자신이 쓴 글을 알리는 것’ 이란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 이렇게 매뉴얼에 묻어가는 홍보를 하기로 했다.
카테고리 분류가 다양하지 않아 ‘로맨스’로 분류했지만, 사실 내 글은 로맨스 소설과는 좀 거리가 멀다. 다른 로맨스 소설들을 보니 ‘팔뚝’이나 ‘엉덩이’, ‘키스’ 같은 단어들이 필수로 들어가야 하는 것 같던데, 내 소설엔 ‘겨드랑이’, ‘사타구니’같은 단어들이 나올 것 같다. 로맨스를 빙자한 성장소설에 가깝기에, 항의가 있을까봐 제목에 ‘로맨스’를 넣었다. 링크는 아래와 같다.
[집 나왔는데 로맨스]
도시에 살던 고등학교 학생들이, 시골로 가출하며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랭킹 선두에 있는 작가 분들은 이미 20화 이상의 글을 올린 데다 고정독자를 확보한 까닭에, 내가 순위권에 진입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1편만 올려도 쿠폰을 주니 그것만 받고 ‘무기한 휴재에 들어갑니다’하는 공지를 올리려다가, 자고 일어나서 보니 내 글이 BEST4위에 랭크 되었길래 연재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이건 이렇고. 이 이야기를 꺼낸 두 번째 이유도 있긴 한데, 그건 아래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출발.
1. 답장은 잘하지만 먼저 연락하진 않는 남자, 어쩌죠?
위에서 한 ‘조회수’나 ‘쿠폰’의 이야기를 다시 보자. 뭔가를 만들어 업로드 하는 입장에선 그런 보상이라도 있어야 다음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거다. 반응이라는 보상’이 있어야 고래든 상대든 춤을 추게 되는 것이지, 그냥 계속 ‘앞으로도 알아서 잘 하시오’라는 미션만 주어질 뿐이라면 삼천 개의 계단을 앞에 둔 기분만 들게 된다.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은
“만나서 영화보고 밥 먹고 들어온 날, 오빠에게 ‘잘 들어갔냐’같은 흔한 연락조차 없더라고요.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남자가 관심 있으면 먼저 연락하는데 저는 그냥 아웃 오브 안중이 된 거라서 연락을 못 받은 것 같다고들 했어요. 그냥 저를 좋은 동생 정도로 보는 것 같다고….”
라는 얘기를 했는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이 밥도 사고 영화도 보여줬는데, S양이 집에 들어가더니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군 거다.
사연 속 S양의 심남에게선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의 모습이 많이 보이던데, 여린마음동호회 회원 입장에서 이 ‘무심한 태도’는 허무함과 상실감을 갖게 만든다. 회장인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난 공쥬님(여자친구)이 집에 들어가며 다시 한 번 나를 뒤돌아보지 않으면 괜히 시무룩해지곤 한다. 친구가 택시를 타고 집에 갈 때에도, 택시 타며 인사를 나눴지만 이후 출발하며 손 흔들어 다시 한 번 인사를 하지 않으면 단절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니 꼭 S양이 먼저 연락하고 챙기라는 건 아니고, 난
- 둘 다 수동적인 태도로 기대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S양과 상대의 카톡대화를 보면 두 시간씩 수다를 떨곤 하던데, 그럼 그것으로 ‘호감여부’에 대해선 ‘있음’판정을 내리자.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 뭘 어떻게 할 것인가이지, ‘저절로 연애가 시작되는가 아닌가’가 아니다.
현 상황에선, 상대가 ‘몸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으니 ‘헬스지식’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헬스를 막 시작한 사람들은 3대운동이네 3분할이네 하며 그 방면 지식에 눈을 반짝이는 경우가 많으니,
“오빠, 무산소랑 유산소 중에 어느 것부터 하는 게 좋아요?”
등의 질문을 던져보길 권한다. 사회체육과나 체육교육과를 나와야만 대답해 줄 수 있는 질문 말고 저런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면, 상대는 귀여운 수다쟁이가 되어 운동 스케줄표까지 짜줄 것이다. 그러면서 닭가슴살 얘기하고 보충제 얘기하고 하다 보면, 같은 헬스장 다니는 거 아니더라도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둘만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
또, 상대로부터 뭔가를 받았으면 그 보답을 구실로 약속을 잡길 권한다. 상대가 영화 한 편 보여줬으면, 그 다음엔 S양이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약속을 잡는 거다. 그리고 영화 본 뒤에 그걸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딴 소리만 하던데, 영화를 보는 건 이후 그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보는 거라고 생각하자.
“오빠, 우리 같이 봤던 거 지금 1위래요~”
“<사진> 빅마켓 왔는데 여기 아이언맨 엄청 큰 거 있네요. ㅋ”
“햄버거 사면 이 캐릭터 준대요. ㅋ 오빠 혹시 갖고 싶어요?”
정도로 영화과 관련된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그리고 뭔가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그것으로 끝나는 얘기 말고, 상대와 이어지는 얘기를 하는 게 좋다는 말도 해주고 싶다. 신발 사는 것에 대해 얘기를 한다면,
“오빠, 키높이 효과가 좀 있는 여자 신발 뭐가 있을까요?”
라고 묻는 것보다,
“오빠, <사진> 이거랑 <사진> 이것 중에 어느 게 더 나아요? 제가 신발을 잘 못 골라서….”
라고 말하는 게 낫다. 립스틱 같은 것도 사진 보여주며 어느 색이 더 나은지를 물어봐야지, 다짜고짜 어떤 립스틱이 좋을 것 같냐고 물어보면 남자는 할 말이 없다. 예시를 보여주며 상대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걸 기억해 두길 권한다.
지금처럼 지내면서 요 정도만 교정한다면, 보다 나은 관계로의 발전이 가능할 거라 난 생각한다. 아, 그리고 말할 때마다 ‘ㅋ’를 막 일곱 개씩 찍어 보내지 말고, 좀 릴렉스 한 상태에서 진지한 얘기도 나누길 권한다. 3월 15일 오후 11시에 나눈 대화 정도가 바람직하니, 카톡대화를 다시 한 번 찾아 읽어보며 참고하길 바란다.
2. 무한님, 연애라는 게 힘들어요.
나도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이나 음악,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견고한 세계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하기 버거운 경우가 많으며, 연애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글 쓰는 이, 또는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한 대원들이 연애에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두 지점은 아래와 같다.
- 자신이 부여한 의미들로만 가득 채운 까닭에 상대를 겉돌게 할 수 있다는 점.
- 자신의 연애를 본인 작품처럼 생각하며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써나가려 한다는 점.
특히 저 두 번째 지점, ‘1인칭 관찰자 시점’이라는 게 참 골치 아픈 부분이다. 갈등이 생기면 상대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묻거나 내 생각이 어떤지를 말해주면 되는 건데, 관찰자 입장에 있다 보니 자신이 능동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구경을 해버리고 만다.
한 남성대원이 아래와 같은 신청서를 보냈다고 해보자.
“함께 있으면서도 그녀가 폰을 보는 일이 늘어났을 때, 그때부터 우리 사이엔 균열이 생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온전히 그녀를 향해있는 것과 달리 그녀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집에 데려다 준 날도, 그녀는 열두 개의 계단을 오르는 동안 한 번도 저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을 때 맛있다고 했던 그녀의 모습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 버렸던 그녀의 모습, 그 모습 중 어느 것이 그녀의 모습일까 생각하다, 결국 전 방황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까.”
질식사 할 것 같은 감성이다. 삐쳤으면 그냥 좀 삐쳤다고 말하고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말하면 될 걸 가지고, 그 말은 하지 않은 채 홱 돌아앉아선 혼자 신음만 하는 것이다.
운전하다 앞유리에 새똥이 떨어지면 와이퍼를 동작시켜 닦아 내는 것처럼, 뭔가가 자신을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만들면 그걸 해소하기 위해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스스로 긍정의 증거를 찾을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작은 엇갈림이 난 채 계속해서 멀어지는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상대가 집에 와서 스파게티를 해주면 고맙게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걸 두고
“누군가에게 베풀며 몸에 익었을 그 친절을, 조금 다듬어 제게 내보이는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크만 좀 놔 달라는 그 말마저도, 어쩌면 똑같이 누군가에게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가 제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하는 동안 제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고, 결국 전 그에게 제 집에서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말았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가 되면, 보통의 사람으로선 ‘뭐야, 이거 왜 이러는 거야? 뭐가 어떻게 문제가 된 거야?’라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 이유도 없는데 다짜고짜 저런 생각부터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상대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거나 의심이 가는 부분이 생기고, 그 어긋남의 시점부터 제대로 된 조율은 하지 않은 채 혼자 상상하고 짐작해가며 그걸 사실로 믿어버리기까지 해 이만큼이나 벌어진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사연의 주인공인 K양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녀는 내게
“저라는 여자가 연애에 한쪽 발만 담근 채, 내가 덜 상처받기 위해 비겁하게 마음을 덜 주고, 가면을 썼기 때문에 이렇게 공허한 연애와 허무한 결말을 얻은 걸까요?”
라고 묻고 있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상대가 K양 집에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엄마랑 연락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다른 여자’와 연락했던 게 분명 더 치명적인 잘못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순간에 손 놓은 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그는 어떤 결정을 하려는 걸까?’ 따위의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묻고 말해가며 풀어가자는 거다. 청계천 걷다가 내 돈이 물에 빠져 떠내려가면 얼른 따라가 줍거나 남들에게 도움을 좀 요청해서라도 건져야지, 그걸 낭만과 감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나는 가엾고 불안한 운명을 타고 난 존재라서, 남들은 겪지 않아도 되는 이런 일들까지 겪게 되는 구나. 저 돈은 줍게 될 다른 사람은 그게 불운한 누군가의 조각이라는 사실을 모르겠지.’
하고 있으면 답이 없어진다. 연애 중 혼자 다 판단하고 결정하며 구경만 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 연애는 둘이 하는 게 아니라 이쪽 혼자 하는 것인 까닭에, 멀지 않은 곳에 이별이 준비되어 있을 뿐이다.
연애란, 상대를 ‘나’라는 범주 안에 모두 포함시키는 부분집합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말자. 부분집합이 아니라 교집합이 되어야 하며, 사귀는 과정은 그 교집합의 크기를 늘리는 작업이다. 교집합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혼자 상상하고 짐작하는 과정보다는 묻고 말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니, 그저 답을 맞히길 바라며 돌려 말하거나 떠보지 말고 힌트를 줘 상대가 더 잘 풀 수 있게 돕길 권한다.
소설 얘기를 배웅글로 할 걸, 마중글로 적어둔 까닭에 여기서 할 말이 없다. 다시 한 번 링크를 소개하며 이만 줄이기로 하자.
[집 나왔는데 로맨스]
하룻밤만 더 자면 불금이니, 다들 조금만 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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