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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결혼 반대하시는 남친 아버지, 남친은 갈팡질팡. 외 1편

by 무한 2016. 4. 28.

내게 사연을 주시는 분들 중 절반에 가까운 분들이, 신청서 상단에 있는 ‘세 줄 요약’을 작성하지 않는다. 혹시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를까봐 내가 ‘예시’를 적어두었는데, 그걸 그대로 놔두고는 그 아래부터 본인 사연을 작성하는 것이다. 뭐, 이건 내가 ‘이 부분을 지우고 작성해 주세요’라고 적어두면 해결될 일이니 수정하기로 하고.

 

‘성명(가명)’이라고 되어 있는 부분엔 이름과 가명을 적어주시면 된다. ‘무한(M군, 또는 한이씨)’정도로 적어주시면 되는데, 거기다 막 ‘섬집 고양이’, ‘길 잃은 방랑자’ 등의 이상한 닉네임을 적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곤란하니, 경조사 방명록에 적을 수 있는 가명을 적어주시길 부탁드린다. 장례식장 방명록에 ‘케르베로스’라든가 ‘귀여운 저승사자’라고 적으실 분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 그리고 ‘가족관계’란은 ‘엄마/아빠/나/여동생’식으로 적어주셔야지 ‘좋음’이나 ‘보통’으로 적으시면 내가 혼란스러워진다. 그 외에 몇 번이나 부탁드린 적 있는, ‘주어’도 꼭 빼놓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제가 ~라고 하자 상대가 ~라고 했고, 그래서 제가 ~라고 했습니다.”라고 적어주셔야지, “~라고 하자 ~라고 했고, ~라고 했습니다.”라고 적어주시면 난 누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오로지 추측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5월부터 다시 받을 사연 신청에 대한 공지는 이쯤 하고,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결혼 반대하시는 남친 아버지, 남친은 갈팡질팡.

 

C양의 남친이 아버지의 반대에 가로막혀 쩔쩔매고 있는 것만큼이나, 그가 C양에게도 쩔쩔매고 있음을 보길 바란다. C양은 남친에 대해

 

“친절하고 상냥해서 평이 좋음. 하지만 가끔 호구로 보는 애들이 있는 것 같음.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잘 못 내림.”

 

이라고 적었는데, 남친의 아버지 역시 남친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남친 아버지 입장에서 봤을 땐 그 ‘호구로 보는 애들’ 중 하나가 C양이 될 수 있으며, 남친이 C양과 만나는 걸 ‘우유부단해서 맺고 끊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게, C양은 2년 넘게 연애하면서 그의 아버지를 뵌 적이 없다. 타이밍이 안 맞고 남친이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있기에 그랬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몇 번의 명절이 있었음에도 C양은 얼굴을 비추거나 인사를 드리러 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들이 와서 한다는 말이, C양과 만나는 중인데 결혼을 할 테니 승낙해 달라는 것이었다. 남친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그건 경우 없는 짓이며, 당신을 둘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세우려는 일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 아들이 그럴 녀석이 아닌데 계속해서 ‘승낙’에 매달리는 걸 보면, 이건 분명 C양의 지시를 받고 와선 액션을 취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을 수 있고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C양은 남친이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하자 ‘이럴 거면 연애고 결혼이고 다 하지 말자’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고, 지금은 ‘우리 부모님이라도 허락해주시면 결혼하자’는 식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이다. 남친 어머니와는 한 번 밖에서 뵙긴 했지만, 참 좋은 분이지만 아버지께 반기를 들 분은 아니라는 생각에 체념한 상태고 말이다.

 

C양을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 C양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 관계를 바라보며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남친 아버지께서는 이렇게도 보실 수 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얘기다. 내가 그간 매뉴얼을 통해

 

“상대 부모님이 이쪽을 반대하는 건, 연인이 중간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고 말한 건 맞지만, C양의 경우는 남친의 ‘중간역할’ 문제보다, C양이 앞으로 나서지 않으며 남친에게 모든 책임을 떠맡기려는 문제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저도 노력을 안 한 건 아닙니다. 해외에 나갈 일 있을 때마다 작은 선물을 사서 보내기도 했고, 제철 과일을 보내기도 했으며, 생신 때 선물도 했습니다. 늘 감사하다고 문자는 주셨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더 나아지는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난, 그걸 들고 직접 찾아가는 편이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가서 얼굴 뵙고 인사도 드리며 C양이 ‘남친의 말’로만 전해들은 어떤 사람이 아니라 실재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보여드리고, 또 출신학교와 직업만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도 보여드렸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곤 남친을 통해, 또는 택배로 선물을 보내는 건, 나쁘게 보자면 오히려 무성의한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C양은 내게

 

“부모님의 허락 없이 결혼해도 괜찮을까요?”

 

라고 물었는데, 그랬다간 남친 아버지께선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C양을 ‘악의 축’으로 여기게 되실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해 주고 싶다. 억지로 진행한다 하더라도 남친 아버지께서 상견례 자리에 재를 뿌리실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남친 부모님 없는 결혼식’을 하게 될 수 있다.

 

C양의 입장에선 남친 아버지께서 반대하신다는 얘기를 들은 까닭에 자신이 없어 숨고 싶을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C양이 남친 뒤에 숨어 책사 역할만 하면 방법이 없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상황이 반대로 일어났다고 상상해 보면, 그럴 때 남친이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 C양에게 지시만 하는 게 얼마나 악수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친 아버지를 버리고 간다.”

 

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생각하지 말고, 정면으로 돌파하길 권한다. 선입금 한 10만원 못 돌려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당장 달려가 담판을 지을 거면서,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반평생 같이 할 사람과의 식을 올리는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진 말자. 누구 시켜서 문 열렸나 보고 오라고 하지 말고, 직접 가서 문을 두드리자.

 

 

2. 남친이 폭언을 하고 절 갱생시키려 해서 괴로워요.

 

‘넌 싸구려 같다’는 말을 하는 남자와 왜 만나야 할까? 이쪽은 정말 싸구려 같은 삶을 살고 있는데 상대는 값진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으니 그의 지도를 받아보기 위해? 아니면, 그가

 

“우리 형에게 네 얘기를 했더니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더라.”

“우리 엄마는 단번에 ‘이상한 애 아니니?’라고 하셨다.”

“구남친들에게 넌 *** 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니까?

 

언젠가 TV를 보다보니,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사람에게 세뇌당해 자기 자식들을 베개로 질식시켜 죽인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던데, K양이 현재 걸어가고 있는 길이 바로 그 길과 다를 게 없다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K양은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남친에게 세뇌되어 있으며,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 까닭에 그가 낭떠러지로 가라고 지시하면 무서워하면서도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남친이 저에게, 구남친에게 했던 걸 똑같이 다 하라고 시켰어요. 제가 끔찍했던 기억이라고 말한 것들까지도 다 하라고. 그래야 자신을 통해 정화되는 것이며, 새로 태어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있을 뿐이며, K양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이 죽으라고 하면 K양이 죽는 시늉까지를 하니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지시하고 있는 것이지, 그가 무슨 치료법을 알고 있어 K양을 치료하는 중인 게 아니다.

 

“남친은 자신이 제 과거의 아픔을 모두 가져갔는데 왜 아프냐고 했어요. 그러면서 과거의 얘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꺼내지 말라고 했고, 말하다 은연중에 제가 얘길 꺼내면 화를 냈어요. 그 기억은 이제 제게 없는 기억이라고요. 제가 과거에 겪은 일 때문에 약을 먹는 게 있었는데, 그것도 먹지 말라고 했어요. 자기가 있는데 왜 약이 필요하냐고요. 제 담당 선생님이 노발대발 하셔서 결국 약은 계속 복용하는 걸로 결론이 나긴 했는데….”

 

K양의 남친은, K양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하다. 그리고 난 그가 처음 K양에게 자신의 나이와 학벌에 대해 이야기 한 후, K양을 세뇌하고 난 뒤 그걸 정정했다는 것에서 믿음이 가질 않는다. 그는 사실 K양보다 나이가 많으며 자신이 사실은 명문대 출신이라고 자신의 말을 뒤집었는데, 이건 뒤늦게 진실을 밝혔다기보다는, 자기가 무슨 얘기를 하든 K양이 믿으니 아무렇게나 꾸며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살펴볼 것도 없이 이건 당장 인연을 끊는 게 맞는 일이다.

 

“하지만 독단적이고 폭언을 할 때가 있는 반면, 사랑해줄 때는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그런 게 있기도 하거든요.”

 

그가 한 말과 행동을 보면 그는 K양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낌없이 사랑’해줄 수 있겠는가. 실질적으로 그가 K양에게 뭘 어떻게 해줬는지를 보길 바란다. 그가 K양에게 약속한 건 K양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작업이 끝나면 꼭 결혼하겠다고 말한 것밖에 없다.

 

혹시 K양이 저걸 두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순간이 되면 사랑만 받게 될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라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의 태도는, 심해지면 심해지지 어느 순간 완전히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가 K양 눈앞에 매단 당근만 바라보며 채찍질을 견디지 말고, 서둘러 그곳에서 돌아 나오길 권한다.

 

그로 인해 이미 K양이 많이 망가졌고, 이제는 K양의 대인관계까지 그가 망치려 들고 있어서 하는 얘기다. 그는 감금하다시피 K양을 숙박업소에 두고는 ‘지금 가면 우리는 끝’이란 위협을 해가며 집에도 못 들어가게 했는데, 그 일로 인해 K양과 부모님의 사이는 멀어지고 말았다. 여기서 더 나가면 이제 그가 K양과 K양의 친구들의 관계에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시험하고자 장난을 칠 것인데, 그걸 다 따라가다 보면 K양의 인생은 남아나지 않을 수 있다. 내일이면 늦을 수 있으니, 지금 당장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인연을 끊어내길 바란다.

 

 

4월 말까지 사연신청을 받지 않고 5월이 되면 받겠다 했는데, 생각만큼 많은 사연을 다루지 못했다. 4월도 이제 내일하고 모레 이틀 밖에 안 남아 다시 초조해 지고 있는데, 초조함을 잠재우기 위해 얼른 또 사연을 읽으러 가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배웅글은 생략하는 걸로…. 하룻밤만 자면 불금이니, 달콤한 목요일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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