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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강아지와고양이

강아지 키우며 동물병원 응급실 간 기록들

by 무한 2014. 12. 4.

강아지 키우며 동물병원 응급실 간 기록들

그간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 이야기를 좀 올려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혹시 간디를 다른 곳에 분양한 까닭에 이야기를 더 안 올리는 게 아니냐고 묻는 분도 계셨는데, 그게 아니라

 

- 카메라 렌즈 고장.

- 장모님(진)의 간디사랑.

 

[여기서 '장모님(진)'이란 진급 예정인 상태를 말한다. 군대에서 쓰는 용어로, 상병에서 병장이 되기를 한 달 앞 둔 병사를 '병장(진)'이라 표현한다. 내 장모님(진)의 경우, 한 달만 지나면 예비 장모님 생활 9년차에 접어드시는 분이시기에 '장모님(진)'이라고 표현했다. 이하에서는 '장모님'이라 짧게 적도록 하겠다.]

 

때문에 이야기를 못 올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주력으로 쓰던 표준 줌 렌즈를 바보같이도 내가 분해했는데, 조립 후 찍어보니 광축이 틀어져 초점이 어긋나 버렸다. 그래서 표준 줌은 방치해두고, 광각렌즈로 별사진만 찍다 보니 간디 사진을 찍어 줄 틈이 없었다.

 

그리고 장모님께서 간디를 예뻐하시는 까닭에, 한 달 중 평균 20일 정도는 간디가 공쥬님(여자친구) 집에 가 있다. 거기 가면 간디를 위한 소고기, 황태, 과일 등이 준비된 까닭에 이제 간디도 나와는 별로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와 있을 때면 우울증에라도 걸린 것처럼 표정을 방심에 맡긴 채 한숨만 쉬고 있다. 그런데 이건 장모님도 마찬가지인 까닭에, 장모님께서는 내게 간디를 좀 데려다 달라는 요청을 종종 하신다. 직접 그러시는 건 아니고 나더러 뭐 먹으러 오라며 부르시는 건데, 그러면서 꼭

 

"올 때 간디도 데려와."

 

라고 하신다. 공쥬님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간디가 없는 날엔 장모님께서 마음이 휑하고 집이 텅 빈 것처럼 이상하다며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한다. 장모님께선 공쥬님이 꼬꼬마일 땐 강아지 키우자고 해도 결사반대 하시던 분인데, 이런 믿기지 않는 장모님의 변화에 공쥬님 식구들은 모두 놀라워하고 있다.

 

서두가 너무 긴 것 같다. 일단 간디 최근 사진 한 장 띄우고 출발해 보자. 내가 찍은 사진은 아니고, 공쥬님이 폰카로 찍은 사진이다.

 

 

 

▲ 이제 머리가 커서 눈치로 대충 다 커버하게 된 간디.

 

오늘 할 이야기는, 그간 간디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던 에피소드들이다. 난 가끔식 간디가 '강아지'가 아닌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간디는 정말 '강아지 같지 않은 행동들'로 인해 동물병원을 몇 번 찾았다. 그 이야기들을 소개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저녁시간, 공원에 울려 퍼진 외마디 비명.

 

강아지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직 어린 녀석들은 활발하다. 다섯 살이 넘은 강아지들

 

"아후, 뭘 또 산책을 해. 그냥 나 안고 가."

 

라며 권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아직 어린 녀석들은

 

"우왕 나뭇잎! 나뭇잎! 나뭇잎!"

"저기 고양이 있어! 고양이! 멍! 멍!"

"그림자가 날 따라와! 그림자로부터 도망가자! 후다다닥!"

 

하며 신나게 뛰어 논다. 간디도 아직 네 살인 까닭에 충만한 호기심을 발산하며 날뛰는 걸 즐긴다.

 

그런데 어느 날 장모님께서 저녁에 간디 산책을 시키다가, 공원의 작은 나무들 사이로 들어갔던 간디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 나오는 걸 목격하셨다. 뭔가를 보고 놀란 듯 간디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간디가 한 쪽 눈을 뜨지 못 하고 있었다고 한다. 뭔가에 놀란 게 아니라, 막 뛰어다니다가 나뭇가지에 눈을 찔린 것이다.

 

 

 

▲ 나뭇가지도 못 피하고 눈을 찔리는 너, 강아지 맞니?

 

보통 강아지는 사람보다 반사신경도 좋고 어둠 속에서도 잘 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사람 같은' 간디는 좋아서 막 날뛰며 돌다가,

 

"앜ㅋㅋㅋ 내 눈ㅋㅋㅋ. 뭐야? 뭔가가 날 공격한 거야?"

 

라며 얼른 안아 달라고 매달렸다.

 

참 너무 어이 없이 다친 건데,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탄 뒤 결재를 하려고 보니 병원비는 더 어이가 없었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데다가 응급진료라서 비싼 거라고 하던데, 여하튼 망막인가에 조금 상처만 났을 뿐 시력에는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간디는 동물병원이 무서워 떨었고, 난 병원비에 놀라 떨었던 기억이 난다.

 

 

2. 내 몸에 손대지 마!

 

간디는 샘이 많다. 그래서 연하 수컷인 '별이'의 집에 놀러 가면, 방금 집에서 밥을 먹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이의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다 먹는다.

 

이건 별이네 집에 놀러가기 시작한 거의 초창기에 벌어졌던 일인데, 간디가 집에서 밥을 실컷 먹고 와서는 별이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다 먹었다. 그런데 별이 주인은 그걸 별이가 먹었는 줄 알고 다시 사료그릇을 채워줬고, 간디는 그 사료까지 다 먹어 버렸다. 그러니까 순식간에 세 끼의 사료를 먹고 만 것이다.

 

얼마쯤 지났을까. 간디가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눕지도 못 하며 몸만 바들바들 떠는 이상한 증상을 보였다. 장모님께서는 얘가 왜 그러는가 싶어 안아서 살펴보려고 하셨는데, 안으려고 몸에 손을 대자 간디는 자지러질 듯이 비명을 질렀다. 그걸 본 장모님께서는, 간디에게 급성으로 어떤 병이 찾아온 거라 생각하시며 간디를 들춰 안고 24시간 하는 동물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 글과는 상관없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온 간디에게 장모님께서 약을 발라 주고 있는 모습.

 

장모님께서는 간디가 자기 몸에 손도 못 대게 하는 걸 보시곤 갈비뼈 어딘가가 부러졌거나 장기에 어떤 손상이 있을 거라 생각하셨는데, 진료를 마친 의사의 말은 장모님의 생각과 달랐다. 엑스레이를 보며 의사가 설명했다.

 

"지금 여기가 꽉 차 있죠.

그러니까 이게…, 사료가 배에서 불어 꽉 찬 겁니다."

 

과식으로 인한 복통. 오래 전 일이라, 이때 소화제를 처방 받았는지 아니면 그냥 놔두면 소화 시키며 다 나을 거라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하튼 이 이후로 간디에겐 정량의 사료만 주어졌다. 너란 강아지, 식탐이 많은 강아지.

 

 

3. 피…, 피잖아!

 

어느 날 공쥬님 집에 있던 간디가 피를 토했다. 역시나 장모님께서는 놀라서 병원에 데리고 가셨는데, 수의사는 검사를 해봐야 하니 금식을 시킨 후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그렇게 다음 날 병원에 다시 갔는데, 검사 결과 '종양 의심 소견' 판정을 받았다. 수의사는 자신의 병원에선 정밀검사가 힘드니, 소개시켜 주는 큰 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아보라고 했다.

 

 

 

▲ 잘 먹고, 잘 뛰놀던 시절 간디의 모습….

 

신장 쪽에 종양으로 보이는 게 있다는 수의사의 말. 장모님도 공쥬님도 나도 그리고 나머지 가족들도, 어떻게든 간디를 살려야 한다고 말하며 웹에서 수술 잘 하는 병원을 찾기도 하고, 완치 사례들이 있는지를 검색하기도 했다.

 

대형 동물병원에 가서 한 검사 결과가 나오던 날. 그곳의 수의사는

 

"종양으로 의심되던 게…, 음식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금식을 시켰어야 하는데 금식이 안 되었던 것 같네요."

 

라고 말했다. 금식을 하던 날, 잠깐 별이네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또 간디가 별이의 밥을 몰래 먹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간 동물병원에서는 금식을 한 강아지의 장기에 이상한 게 보이니 종양으로 의심을 했고, 그렇게 대형 동물병원까지 가 정밀 검사를 받았던 것.

 

온 가족을 들었다 놨다 했지만 결국 해프닝으로 끝난 거라 참 다행이긴 한데, '속이 편안해지는 약'과 장기에 좋은 통조림, 그리고 소화기에 무리를 주지 않는 고급사료까지 사서 돌아오던 그날, 병원비를 결제하며 난 간호사에게 거듭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간호사 - 이십팔만 원입니다.

무한 - 네? '간디'꺼 맞나요?

간호사 - 네. 진료랑 검사, 그리고 약이랑 사료 통조림까지 해서 이십팔만 원이요.

무한 - 이십, 팔만 원이요?

간호사 - 네.

 

하루에 커피를 여섯 잔씩 내려 마시다 보니 커피 값이 너무 많이 들어 나도 지금 마트에서 만 몇 천 원짜리 저렴한 원두를 사다 마시고 있는데, 이건 한 방에 이십팔만 원…. 당시 거기서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강아지가 어림잡아 일곱 녀석은 되었다. 난 이십팔만 원 곱하기 칠을 해본 후, 지금이라도 수의과로 내 진로를 바꾸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아 그건 그렇고, 이후에 약을 한 주 정도 더 먹이고 싶어서 찾아갔는데, 수의사와 인사하고 약을 타는 것만으로도 오만팔천 원이 든 것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간디 덕분에 허리가 휘고 있다.

 

 

위의 에피소드 말고도 간디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다른 강아지를 보곤 흥분해서 뛰어내리다 턱을 다친 일, 가시를 밟아 다리를 절던 일, 돼지 등뼈를 먹다가 이에 껴서 고생하던 일, 호수공원에 처음 갔다가 물에 빠진 일 등이 있는데, 그 이야기들은 응급상황이 아니니 접어둘까 한다.

 

 

 

▲ 유화 느낌으로 편집해 본 간디사진.

 

몇 년 전부터 난, 크리스마스엔 간디에게 산타 옷을 입힌 뒤 루돌프 분장을 해서 사진을 찍고, 설이나 추석엔 고운 한복을 입힌 후 사진을 찍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웹에 있는 산타 옷이나 암컷 강아지 한복들도 보긴 했는데, 생각만큼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여전히 '계획'으로만 가지고 있다. 이젠 얼마 전 카메라 렌즈도 하나 구입했으니, 다시 옷도 좀 알아 본 후 간디 사진을 많이 찍어줄 생각이다.

 

나도 영양제 못 먹고 있는데 간디는 비싼 영양제 먹고, 난 집에 있으면 누가 소고기 한 번 사주지 않는데 간디는 소고기 먹고, 또 나도 친구 별로 없는데 간디는 혼자 있으면 외로울까봐 가족들이 인형도 사다주고…. 가끔 간디가 부럽다. 나도 못 먹어 본 양고기를 간디는 육포로 즐기고 있는데, 난 그게 샘이 나서 언젠가 간디의 양고기 육포를, 아니다, 이 얘기는 하지 말아야지.

 

여하튼 간디 잘 먹고 잘 놀며, 사랑 가득 받으면서 지내고 있다는 이 이야기가, 간디 근황을 궁금해 하셨던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었으면 한다.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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