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용품 판매의 여왕(콩고물 아줌마) 이야기
어제도 또 당했다. 이번만은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콩고물 아줌마의 '산파술'에 당하고 말았다. 콩고물 아줌마는 한 대형마트 애견코너에서 일하는 분이고, '산파술'은 소크라테스가 애용했다는 대화법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짧게 예로 들면 아래와 같다.
콩고물 아줌마도 저 '산파술'을 사용하는데, 그 산파술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이 글은 아줌마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2년간 애견용품을 구매하며 정이 든 아줌마에 대한 소개 정도로 읽어 줬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아줌마가 사용하는 산파술은 아래와 같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싶어 노력하는 판매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줌마가 소개해 준 사료를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가 먹지 않아 다 버린 적도 있으며, 아줌마가 소개했던 사료가 반값에 할인상품으로 나올 때도 있다는 거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아줌마가 사용하는 무(無)논리 대화법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대화를 설명하기 전 미리 알려두고 싶은 것이 있다. 아줌마가 늘 나를 '고객님, 고객님'하고 부르는데, 그건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날 기억 못해서 그러는 거다. 2년간 그 아줌마에게 애견용품을 구입했는데, 아줌마는 날 기억하지 못하신다.(어제 사료를 사 왔는데, 아마 오늘 다시 가서 사료를 사도 아줌마는 날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할 것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아, 제가요?"라며 좀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줌마는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내 말을 받아쳤다.
역시 이런 상황에서라면 "아, 그래요?" 라며 안타까운 표정이라도 잠시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줌마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지체 없이 말을 이어갔다.
난 내가 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내가 날린 결정타를 사뿐히 뛰어올라 잡았다. '공을 멀리 치긴 했지만, 내가 잡았으니 너는 아웃.'이라고 말하듯 웃으며 말을 꺼냈다.
시원한 답변을 들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면 어느 순간 나는 이미 아줌마에게 설득당해 구매를 하고 있다.
위의 대화를 보며 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아줌마의 '판매전술'은 대단히 단순하다. 그 단순한 전술들 중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인절미에 콩고물' 비유인데, 때문에 나와 공쥬님(여자친구)은 아줌마를 '콩고물 아줌마'라고 부른다. 아줌마가 지키는 애견코너에서 물건을 구입한 지도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줌마의 '레퍼토리'는 변함이 없다. 대표적인 레퍼토리 두 가지만 살펴보자.
A. 인절미에 콩고물
다른 사료들은 영양소를 콩고물 묻히듯 묻히기만 해 놓았다는 얘기를 할 때 쓰인다. 아줌마는 본인이 추천하는 사료를 제외하고 모든 사료를 '콩고물 사료'로 부른다. 안타까운 것은 아줌마가 추천했던 사료도 몇 달 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콩고물 사료'가 된다는 점이다.
B. 판매 1위. 하나 남은 제품.
애견용품 코너에 진입하면 아줌마가 왼편에 서 있다. 그 옆으로 사료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판매 1위 제품'은 늘 아줌마의 손이 닿는 왼쪽 끄트머리에 있다. 그리고 세일 상품은 중간쯤에 전시되어 있고, 세일 상품의 대형포장(12Kg)은 아줌마가 소개하는 제품 제일 밑 칸에 있다.
대개 고객들은 애견용품 코너에 진입한 후 왼편의 비싼 사료를 지나쳐 중간으로 접어든다. 그러다 세일품목을 볼 때 즈음 아줌마가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가 '판매 1위 제품'에 대한 긴 이야기를 끝낼 즈음, 가격이 두 배나 차이나는 것에 대해 고객들이 갈등을 한다. 바로 그 때, 아줌마는 오른팔을 뻗어 제일 아래 칸의 대형포장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가격으로 치자면, 이런 콩고물 사료가 훨씬 싸죠. 12Kg인데, 가격이 이것 밖에 안 하잖아요."라며 고객을 흔든다. 고객이 망설이면 '판매 1위 제품'을 밀어서 뒤로 넘어뜨린다. "보세요. 하나 밖에 안 남았잖아요."라고 말하면서. 보통 이쯤에서 아줌마에게 설득당해 그 제품을 구입한다.
그런데 구입 후 매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와 보면, 그 자리에 '판매 1위 제품'이 한 봉지 다시 나타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마술일까?
콩고물 아줌마와 만난다면, 그대도 아줌마가 추천하는 사료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에 빤히 보이는 판매전략 따위는 둘째 치고,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아줌마와의 대화는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아니라, '녹음해 놓은 것을 듣고 있는' 느낌이다.
아줌마의 목소리가 큰 까닭에,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싸움이 난줄 알고 쳐다본다. 과장된 몸동작과 추임새처럼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고객님'이라는 멘트. 게다가 아줌마에게 질문이라도 한 번 했다간, 10분을 우습게 뛰어 넘는 '사료 강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정이 들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옆 원예코너의 아줌마가 다가와
라며 놀리듯 물어봤는데, 콩고물 아줌마는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 못하곤
이라며 길고 진지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아줌마 특유의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라 미워할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번에 사료를 사오기 전, 이 사료가 어느 회사 제품이냐고 물어봤을 때 아줌마가 잠시 멈칫 하곤 'D회사' 제품이라고 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E회사' 제품이었다. 또, 간디는 가정식 위주로 먹이는 까닭에 큰 상관은 없지만, 아줌마가 추천해 준 제품은 칼슘과 인의 비율 때문에 좋지 않은 평을 듣고 있던데, 다음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아줌마는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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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또 당했다. 이번만은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콩고물 아줌마의 '산파술'에 당하고 말았다. 콩고물 아줌마는 한 대형마트 애견코너에서 일하는 분이고, '산파술'은 소크라테스가 애용했다는 대화법이다.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짧게 예로 들면 아래와 같다.
소크라테스 - 용기가 무엇입니까?
라케스장군 - 전쟁터에서 후퇴하지 않는 것.
소크라테스 - 그럼 후퇴했다가 다시 참전해 이기는 경우는 용기가 없는 것입니까?
라케스장군 - 어쨌든 용기란 어려운 상황에서 참아가며….
소크라테스 - 무작정 참기만 하는 것은 무모함 아닙니까?
라케스장군 - …….
라케스장군 - 전쟁터에서 후퇴하지 않는 것.
소크라테스 - 그럼 후퇴했다가 다시 참전해 이기는 경우는 용기가 없는 것입니까?
라케스장군 - 어쨌든 용기란 어려운 상황에서 참아가며….
소크라테스 - 무작정 참기만 하는 것은 무모함 아닙니까?
라케스장군 - …….
콩고물 아줌마도 저 '산파술'을 사용하는데, 그 산파술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이 글은 아줌마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2년간 애견용품을 구매하며 정이 든 아줌마에 대한 소개 정도로 읽어 줬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1. 콩고물 아줌마의 산파술
아줌마가 사용하는 산파술은 아래와 같다.
아줌마 - 고객님, 다른 사료는 인절미에 콩고물 묻히듯 영양소를 묻히기만 한 거예요.
제가 지금 추천하는 사료. 이 사료야 말로 제대로 된 사료입니다. 고객님.
무한 - 그런데 세일하는 다른 사료랑 가격 차이가 두 배나 되네요?
아줌마 - 제가 말씀드렸죠, 고객님. 저건 콩고물이고, 이게 값은 조금 더 나가도 진짭니다.
싸다고 저런 사료 먹이시겠어요?
이걸 아셔야 해요, 고객님. 영양이 반밖에 안 되니, 가격도 반이겠죠.
요즘 사과가 한 알에 사천 원이에요, 고객님.
사과 두 알 안 먹는다 생각하시고, 이 사료로 하세요. 강아지를 생각하셔야죠.
무한 - 음….
아줌마 - 제가 강아지를 10년 키우다가 얼마 전 보냈어요. (아줌마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저도 교육 받기 전엔 몰랐거든요. 몰라서 아무 사료나 먹이고….
조금만 일찍 이 사료를 알았더라면….
싸다고 아무 거나 먹이지 않고,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이 사료를 먹였더라면….
무한 - 음, 안 먹거나 그러진 않겠죠?
아줌마 -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도 이건 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고객님.
무한 - 그럼 그걸로 하나 주세요.
아줌마 - 네. 정말 잘 고르신 거예요, 고객님.
제가 지금 추천하는 사료. 이 사료야 말로 제대로 된 사료입니다. 고객님.
무한 - 그런데 세일하는 다른 사료랑 가격 차이가 두 배나 되네요?
아줌마 - 제가 말씀드렸죠, 고객님. 저건 콩고물이고, 이게 값은 조금 더 나가도 진짭니다.
싸다고 저런 사료 먹이시겠어요?
이걸 아셔야 해요, 고객님. 영양이 반밖에 안 되니, 가격도 반이겠죠.
요즘 사과가 한 알에 사천 원이에요, 고객님.
사과 두 알 안 먹는다 생각하시고, 이 사료로 하세요. 강아지를 생각하셔야죠.
무한 - 음….
아줌마 - 제가 강아지를 10년 키우다가 얼마 전 보냈어요. (아줌마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저도 교육 받기 전엔 몰랐거든요. 몰라서 아무 사료나 먹이고….
조금만 일찍 이 사료를 알았더라면….
싸다고 아무 거나 먹이지 않고,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이 사료를 먹였더라면….
무한 - 음, 안 먹거나 그러진 않겠죠?
아줌마 -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도 이건 정말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고객님.
무한 - 그럼 그걸로 하나 주세요.
아줌마 - 네. 정말 잘 고르신 거예요, 고객님.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좋은 제품을 소개하고 싶어 노력하는 판매원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줌마가 소개해 준 사료를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가 먹지 않아 다 버린 적도 있으며, 아줌마가 소개했던 사료가 반값에 할인상품으로 나올 때도 있다는 거다. 이런 애매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아줌마가 사용하는 무(無)논리 대화법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2. 논리의 뒤통수를 치는 달변
대화를 설명하기 전 미리 알려두고 싶은 것이 있다. 아줌마가 늘 나를 '고객님, 고객님'하고 부르는데, 그건 예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날 기억 못해서 그러는 거다. 2년간 그 아줌마에게 애견용품을 구입했는데, 아줌마는 날 기억하지 못하신다.(어제 사료를 사 왔는데, 아마 오늘 다시 가서 사료를 사도 아줌마는 날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할 것이다.)
아줌마 - 사료 찾으시나요, 고객님?
무한 - 네. 좀 보려고요.
아줌마 - 고객님, 그쪽은 일반 사료입니다. 이쪽을 보세요.
이 사료들이 진짭니다. 아이들 섭생이 중요한 건 아시죠?
일반 사료들은 인절미에 콩고물 묻히듯 영양소를 발라만 놓은 거고,
이쪽의 기능성 사료들이 정말 영양소가 풍부한 사료들입니다.
무한 - (일반사료 귀퉁이를 가리키며)근데 전에, 이 사료 권해주셨었는데….
무한 - 네. 좀 보려고요.
아줌마 - 고객님, 그쪽은 일반 사료입니다. 이쪽을 보세요.
이 사료들이 진짭니다. 아이들 섭생이 중요한 건 아시죠?
일반 사료들은 인절미에 콩고물 묻히듯 영양소를 발라만 놓은 거고,
이쪽의 기능성 사료들이 정말 영양소가 풍부한 사료들입니다.
무한 - (일반사료 귀퉁이를 가리키며)근데 전에, 이 사료 권해주셨었는데….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아, 제가요?"라며 좀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줌마는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내 말을 받아쳤다.
아줌마 - 물론 그 사료도 좋긴 좋습니다, 고객님. 그땐 이 사료가 나오기 전이였죠.
그 사료에도 부족한 영양소가 있어서 이 사료에 다 넣었습니다.
이 사료야 말로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도 다 잘 먹는 사료입니다.
무한 - 전에 다 잘 먹는다고 하셔서 사갔는데, 하나도 안 먹어서 다 버렸어요.
그 사료에도 부족한 영양소가 있어서 이 사료에 다 넣었습니다.
이 사료야 말로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도 다 잘 먹는 사료입니다.
무한 - 전에 다 잘 먹는다고 하셔서 사갔는데, 하나도 안 먹어서 다 버렸어요.
역시 이런 상황에서라면 "아, 그래요?" 라며 안타까운 표정이라도 잠시 짓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줌마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지체 없이 말을 이어갔다.
아줌마 - 안 먹죠? 당연히 안 먹습니다, 고객님.
그 사료는 영양에만 신경 썼지 아이들 입맛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자 보세요, 고객님. 이거 하나 남았죠?
이게,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판매 1위입니다. 하나 남았어요.
거기다 또 지금 할인하고 있어서 그 사료랑 같은 가격입니다.
같은 가격에 영양소는 더 풍부하고, 아이들이 잘 먹기까지 하는데
어떤 걸로 선택하시겠어요, 고객님. 당연히 이걸로 선택하셔야죠.
무한 - 전에는 영양이 반이라 가격도 반이라고 하셨었잖아요?
그 사료는 영양에만 신경 썼지 아이들 입맛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자 보세요, 고객님. 이거 하나 남았죠?
이게, 아이들이 너무 잘 먹어서 판매 1위입니다. 하나 남았어요.
거기다 또 지금 할인하고 있어서 그 사료랑 같은 가격입니다.
같은 가격에 영양소는 더 풍부하고, 아이들이 잘 먹기까지 하는데
어떤 걸로 선택하시겠어요, 고객님. 당연히 이걸로 선택하셔야죠.
무한 - 전에는 영양이 반이라 가격도 반이라고 하셨었잖아요?
난 내가 결정타를 날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내가 날린 결정타를 사뿐히 뛰어올라 잡았다. '공을 멀리 치긴 했지만, 내가 잡았으니 너는 아웃.'이라고 말하듯 웃으며 말을 꺼냈다.
아줌마 - 고객님. 저희는 마트에 있는 애견코너잖아요.
돌아가면서 모든 제품에 할인을 하게 되어 있어요.
이 제품은 안 팔려서 세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판매 1위 한 제품이라고.
판매 1위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세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무한 - …….
아줌마 - 보세요, 고객님. 저희가 통조림도 팔아요.
그런데 전 통조림 구매하시라고 권하지 않잖아요.
아이들이 먹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그러는 거예요.
고객님. 제가 강아지를 10년 키웠어요.
지금은 보냈는데, 제가 영양에 대한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줌마 눈에 눈물이 핑 돈다.)
무한 - 그, 그걸로 주세요.
돌아가면서 모든 제품에 할인을 하게 되어 있어요.
이 제품은 안 팔려서 세일을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아까 말씀드렸죠? 판매 1위 한 제품이라고.
판매 1위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세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무한 - …….
아줌마 - 보세요, 고객님. 저희가 통조림도 팔아요.
그런데 전 통조림 구매하시라고 권하지 않잖아요.
아이들이 먹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 그러는 거예요.
고객님. 제가 강아지를 10년 키웠어요.
지금은 보냈는데, 제가 영양에 대한 걸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살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줌마 눈에 눈물이 핑 돈다.)
무한 - 그, 그걸로 주세요.
시원한 답변을 들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차리면 어느 순간 나는 이미 아줌마에게 설득당해 구매를 하고 있다.
3. '콩고물'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위의 대화를 보며 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아줌마의 '판매전술'은 대단히 단순하다. 그 단순한 전술들 중 가장 많이 쓰는 것이 '인절미에 콩고물' 비유인데, 때문에 나와 공쥬님(여자친구)은 아줌마를 '콩고물 아줌마'라고 부른다. 아줌마가 지키는 애견코너에서 물건을 구입한 지도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줌마의 '레퍼토리'는 변함이 없다. 대표적인 레퍼토리 두 가지만 살펴보자.
A. 인절미에 콩고물
다른 사료들은 영양소를 콩고물 묻히듯 묻히기만 해 놓았다는 얘기를 할 때 쓰인다. 아줌마는 본인이 추천하는 사료를 제외하고 모든 사료를 '콩고물 사료'로 부른다. 안타까운 것은 아줌마가 추천했던 사료도 몇 달 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콩고물 사료'가 된다는 점이다.
B. 판매 1위. 하나 남은 제품.
애견용품 코너에 진입하면 아줌마가 왼편에 서 있다. 그 옆으로 사료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판매 1위 제품'은 늘 아줌마의 손이 닿는 왼쪽 끄트머리에 있다. 그리고 세일 상품은 중간쯤에 전시되어 있고, 세일 상품의 대형포장(12Kg)은 아줌마가 소개하는 제품 제일 밑 칸에 있다.
대개 고객들은 애견용품 코너에 진입한 후 왼편의 비싼 사료를 지나쳐 중간으로 접어든다. 그러다 세일품목을 볼 때 즈음 아줌마가 말을 걸어온다. 아줌마가 '판매 1위 제품'에 대한 긴 이야기를 끝낼 즈음, 가격이 두 배나 차이나는 것에 대해 고객들이 갈등을 한다. 바로 그 때, 아줌마는 오른팔을 뻗어 제일 아래 칸의 대형포장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가격으로 치자면, 이런 콩고물 사료가 훨씬 싸죠. 12Kg인데, 가격이 이것 밖에 안 하잖아요."라며 고객을 흔든다. 고객이 망설이면 '판매 1위 제품'을 밀어서 뒤로 넘어뜨린다. "보세요. 하나 밖에 안 남았잖아요."라고 말하면서. 보통 이쯤에서 아줌마에게 설득당해 그 제품을 구입한다.
그런데 구입 후 매장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와 보면, 그 자리에 '판매 1위 제품'이 한 봉지 다시 나타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것은 마술일까?
콩고물 아줌마와 만난다면, 그대도 아줌마가 추천하는 사료를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눈에 빤히 보이는 판매전략 따위는 둘째 치고, 너무 웃기기 때문이다. 아줌마와의 대화는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아니라, '녹음해 놓은 것을 듣고 있는' 느낌이다.
"네 그렇죠, 고객님."
"안 먹죠? 안 먹습니다. 고객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콩고물이라고요, 고객님."
"안 먹죠? 안 먹습니다. 고객님."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콩고물이라고요, 고객님."
아줌마의 목소리가 큰 까닭에,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싸움이 난줄 알고 쳐다본다. 과장된 몸동작과 추임새처럼 빠지지 않고 이어지는 '고객님'이라는 멘트. 게다가 아줌마에게 질문이라도 한 번 했다간, 10분을 우습게 뛰어 넘는 '사료 강의'가 이어지기 때문에 정이 들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옆 원예코너의 아줌마가 다가와
"아니, 어쩜 그렇게 설명을 잘 해?"
라며 놀리듯 물어봤는데, 콩고물 아줌마는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 못하곤
"내가 설명을 잘 하긴 뭘 잘해.
그냥 난 제품에 대해서 공부하고,
강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떤 제품이 강아지에게 좋을 지 찾아보는 거지.
또 고객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직접 비교해 보고, 고객님들이 잘 아실 수 있도록…."
그냥 난 제품에 대해서 공부하고,
강아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어떤 제품이 강아지에게 좋을 지 찾아보는 거지.
또 고객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제품을 소개해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직접 비교해 보고, 고객님들이 잘 아실 수 있도록…."
이라며 길고 진지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아줌마 특유의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라 미워할 수가 없다. 그나저나 이번에 사료를 사오기 전, 이 사료가 어느 회사 제품이냐고 물어봤을 때 아줌마가 잠시 멈칫 하곤 'D회사' 제품이라고 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E회사' 제품이었다. 또, 간디는 가정식 위주로 먹이는 까닭에 큰 상관은 없지만, 아줌마가 추천해 준 제품은 칼슘과 인의 비율 때문에 좋지 않은 평을 듣고 있던데, 다음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아줌마는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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