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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군대에 있는 남자와 썸 타는 중인데요. 외 1편

by 무한 2016. 6. 13.

한 달 전 구조한 새끼고양이 중 한 마리인 노랑이(대니)가, 며칠 내로 별이 될 것 같다. 난 녀석이 암컷이라 좀 더 조심스럽고 얌전한 줄로만 알았는데, 금요일부터 밥을 잘 안 먹고 한 자세로만 계속 있더니, 급기야 토요일엔 잘 걷질 못 하기 시작했다.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난 노랑이가 심각하게 아픈 줄 몰랐다. 놀다 지쳐서 자겠거니, 까망이는 수컷이라 기운이 남아도는 까닭에 계속 더 장난치자는 거겠거니 하고 있었다.

 

 

 

그래서 까망이 사진만 계속 찍어주고 있었는데, 다음 날부터 노랑이는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했다. 검색을 해보니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들의 병명이 ‘복막염’으로 나와 있었고, 주말에 24시간 하는 동물병원에 연락을 했더니

 

“변을 못 봐서 그런 건 아닐까요?”

 

라는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해서 그 병원엔 안 갔다. 냥이 배가 터질 것 같고 뒷다리를 못 쓰며 호흡도 못 하고 있다는데 “배변유도를 해보시고요, 자세한 건 병원에 와서 검사를….” 따위의 이야기만 해서 더 듣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오늘 다른 동물병원엘 다녀왔는데, 이곳 수의사는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 모드였다. 다리를 못 쓰는 걸 보면 신경계의 문제인 것 같으니 엑스레이, 피검사, 그리고 그 외 다른 검사를 해봐야 병명을 알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혹시 이런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들이 있냐고 물었더니, 비슷한 증상을 보여도 병명은 다 제각각이라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또, 치료를 하면 차도가 있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죠. 사람이든 동물이든, 치료를 한다고 나아질 거란 보장을 할 순 없잖아요.”

 

라는 대답을 했다. 계속 이것저것 물었더니, 그제야 수의사가 청진기를 끼고는 노랑이 숨소리를 들었다. 소리도 못 내고 숨도 힘겹게 쉬는 걸로 봐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사비용을 물었더니 ‘전부 다 하면 수 십 만원’이라고 대답하길래, 진료비만 내고는 병원을 빠져나왔다.

 

금요일엔 잘 먹지 않더니, 토요일엔 잘 움직이지 않았고, 일요일엔 뒷다리가 마비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고개를 잘 들지 못하며 아예 소리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어제까진 억지로라도 통조림을 먹이면 먹었는데, 오늘은 좀 핥기만 하다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무래도,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 안쓰러운 마음에 어머니께서 노랑이 배를 마사지 해주려다가, 노랑이가 고통스러운지 이빨이 박힐 정도로 어머니 손을 물어버렸다. 그래서 또 어머니는 주사 맞으려 병원엘 가시고….

 

주말에 매뉴얼을 발행을 예고했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생겨 건너뛰게 된 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정신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급한 사연들을 그냥 둘 순 없으니 매뉴얼 시작해 보자.

 

 

1. 군대에 있는 남자와 썸 타는 중인데요.

 

S양의 걱정과 불만은,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것들이다.

 

“다음 휴가가 월말쯤이니, 그 때가 되어야 볼 수 있겠네요.”

“상대가 금방 전역하는 줄 알았는데, 몇 달 후라네요….”

“원래 군대에 있으면 연락 안 하던 사람들에게도 연락한다면서요.”

 

저런 상황을 감수하고서라도 상대와 가까워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마음을 접길 권한다. 고민을 하더라도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있는 상황에서 고민을 해야지, 연애하고 싶은데 상대가 당장 연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고민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

 

S양은

 

‘이렇게 연락하다 사귀게 되더라도, 혹시 상대가 전역하고 나와서는 헤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가기 전에 이미 지금 둘의 관계는 흐지부지 되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S양의 ‘종결형 대답’으로 인해 상대는 S양과의 대화에 흥미를 잃었고, S양이 상대의 ‘본심’을 알아내려 선톡 절대 안 보내며 관찰만 하는 사이 상대는 그걸 ‘성의 없음’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이 관계가 제대로 이어지려면, 상대가 휴가 나오는 것에 대해 S양이 좀 더 기뻐해주고, 또 휴가 나오면 같이 이것저것 하자는 이야기들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건 거의 없었고, S양은 ‘상대가 휴가 나와서 만나자고 하나 안 하나? 몇 번이나 만나자고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말았다.

 

그래버리면, 상대에게 S양은‘상대가 휴가 나오든 말든 별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휴가 나오면 사회에서 뭐가 제일 먹고 싶고 어디가 제일 가고 싶냐 같은 걸 좀 물어보며 추임새를 넣어줘야지, 상대가 어딜 가겠다고 했을 때 “어, 그래. 잘 다녀와.”정도의 반응만 보일 뿐이라면 대화를 더 이어가기 힘든 것 아닌가.

 

친구네 집 놀러갔는데, 친구가 자기 방 안에 앉아서는 “어, 왔어?”라는 이야기만 하곤 컴퓨터만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겨우 그렇게만 반기고는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면, 누구라도 얼른 그 집에서 나오고 싶을 것이다. 소심해서든, 낯을 가려서든,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든, 다가온 상대를 반기지도 않고 챙기지도 않으면, 결국 상대는 곧 떠날 생각만 하게 된다는 걸 꼭 기억해두자.

 

 

2. 10년 지기 친구인 남자. 우정일까요, 사랑일까요?

 

우정이다. 그리고 이건, 두 사람이 가까워서 친해졌다기보다는 서로의 어머니들께서 친하신 까닭에 가까워진, ‘엄마 친구 아들, 딸’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N양이 현재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건 그가 가장 최근에 만난 이성이기도 하거니와, N양 주변에서 상대보다 더 나은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말 그가 N양 주변의 그 어느 이성보다 나아서 그런 건 아니다. 거기엔 ‘엄마끼리 아는 사이’인 까닭에 되도록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는 점, 또 두 사람이 ‘동네 친구’, ‘학교 친구’로서 무난하게 지내왔다는 점 등이 큰 작용을 해서 그렇다.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둘은 여러 조건으로 인해 거의 ‘사촌’처럼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상황이 이런 까닭에, N양이 그를 –어쩌면 실제보다 더-더 이상적으로 보고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길 권한다. 난 두 사람이 서로의 경조사나 출국·귀국 소식을 서로의 부모님들께서 알게 되시는 것보다 늦게 알게 되는 부분이나, 오랜만에 연락해 누구나 다 나눌 수 있는 가벼운 안부인사만 반복 한다는 부분을 앞세워 이 관계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N양은 자신을 모르는 다른 이성들보다는 그가 편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와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난 N양에게 그 친구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보다, 슬슬 부모님의 영향력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립하길 권하고 싶다. 부모님과 깊은 유대를 맺고 늘 가깝게 지내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 관계에만 너무 의존할 경우 밖에서 누군가를 찾을 필요를 못 느끼거나,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나 + 부모님 VS 상대’의 좀 애매한 관계로 만들 위험이 있다. 부모님의 둥지를 벗어나지 않은 채 친구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니, 우선 둥지 밖으로 나가 독립적으로 관계형성을 했으면 한다.

 

또, 이성을 너무 ‘결혼상대’로만 바라보며 찾진 말았으면 한다. ‘몇 살까지 우리 둘 다 솔로면 결혼할까?’같은 이야기는 농담 삼아 할 수 있는 얘기긴 하지만,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고 해도 상대의 화난 모습, 짜증난 모습, 귀찮아하는 모습 등을 본 적 없이 ‘얕게 알고 지낼 때의 모습’만을 근거로 결혼했다간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애로사항들이 꽃필 수 있다.

 

“저는 그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것 같은데, 그에겐 제가 여자사람친구 중 한 명, 엄마 친구 딸 정도로만 여겨지겠죠? 저에게 그가 중요한 존재인 것처럼, 저도 그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에게 사연을 보낼 때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그렇게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지금 N양과 상대의 대화를 보면 N양이 거의 ‘인터뷰’에 가까울 정도로 상대의 생활이나 일상에 대해 질문만을 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면 안전거리 유지하며 탈 없이 지낼 순 있겠지만, 불과 기름을 10미터 정도 떨어뜨려 놓은 것처럼 그냥 아무 일도 안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내게 보내는 사연 신청서에 진솔한 마음을 드러내며 살짝 무게 잡고 쓴 것처럼, 상대와도 그런 형태로 대화해 보길 권한다. 지금은 상당히 멀고, 알맹이가 없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고만 너무 애쓴다.

 

끝으로 하나 더. 연애를 할 경우 N양은 여자친구지 ‘엄마’가 아니다. 너무 챙겨주려 하지 않아도 괜찮고, 또 너무 보듬어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N양은 좀 더 자신을 먼저 생각해도 괜찮고, 상대가 좀 더 챙겨주길 바라도 괜찮다. 언제 돌아와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건 내가 하고 있을 테니까, N양은 지금 붙잡지 않으면 놓치게 되는, 깃털 같은 느낌으로 살랑살랑 나부끼길 바란다. 지금은 ‘과잉보호하려는 엄마’의 느낌이 좀 더 강하니 말이다.

 

 

사연 한 편을 더 다루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노랑이랑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럼 다들, 편안한 월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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