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니! 호감 가는 여자에게 온라인 게임 대리 플레이를 시키다니! 라스베이거스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같은 게임을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친해졌으면 같이 플레이를 해야지, 게임 얘기 하다가 시간 날 때 대리 플레이 좀 해달라고 말하다니!
“무한님이 상대에게 부탁을 하라고 하셨잖아요. 부탁을 한 뒤에 고맙다며 보답을 할 계기를 만들어 다가가라고요….”
그것에 대해서는 전에도 말했지만, ‘부탁’을 해야지 ‘심부름’을 시켜선 안 된다. 생각해 보자. 내가 밖에 나가기 귀찮아 우리 동네 오는 썸녀에게
“혹시 올 때 담배 좀 사다줄 수 있어요? 디스 한 보루요. 편의점 말고 슈퍼에서 사면 라이터 줄 건데, 라이터도 꼭 받아 오시고요. 사다주시면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림. ㅎㅎㅎ”
이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부탁과 보답’을 통한 좋은 다가감의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 한번쯤이야 그녀가 너무나 어이없는 부탁에 당황해 거절도 못한 채 사다줄 수 있지만, 내가 이걸 ‘이 작전이 먹히는 군, 좋았어!’라며 다음엔 다이소 들러 또 뭐도 좀 사다달라고 하면, 그녀는 날 결국 차단하지 않을까?
S군이 사용한 ‘같이 게임을 하며 가까워지기’라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그럴 경우 게임은 수단일 뿐이고 중요한 건 게임 속에서 둘이 나누는 대화나 게임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다른 이야기로 이어가 서로에 대해 더 알아보는 게 목적 아닌가.
그런데 S군은 ‘본격 게임 같이 하기’가 목적인 듯 행동했고, 때문에 상대는
“이건 게임을 위한 연락?”
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물론 상대도 정말 그 게임을 좋아했기에 그런 연락이 아주 싫지만은 않았던 것 같긴 한데, 난 S군이
-내가 연락하면 상대가 접속을 하고,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
는 것에만 집중한 채 너무 거기서만 안도감을 찾으려 한 것 같다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게임 끝난 후 “내일 또 하자!”라는 얘기를 해서 상대가 “응!”이라고 하면 그냥 거기서 흐뭇함을 얻는, 그런 식으로만 말이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상대도 이쪽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으며 내 제안에 거절하지 않는다는, 그런 증거만을 수집하려 오랫동안 계속 빙빙 돌기만 할 경우, 상대는 멀미를 하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그건 마치, 내가 쓰던 카메라를 팔려고 중고장터에 올렸는데, S군이 연락해서는
“제가 이번 달에는 사기 어렵고 다음 달에 구입할 수 있는데, 괜찮나요?”
“정말 감사합니다. 꼭 구입할게요. 그런데 일부를 문화상품권으로 드려도 되나요?”
“제가 돈이 좀 부족할 것 같은데 가방은 빼고 구입해도 될까요?”
“직접 받으러 갈 테니 차비 좀 빼주시면 안 되나요?”
“딱 이만 원만 깎아주세요. 그럼 다음 달 1일에 딱 살 수 있어요.”
“이만 원 더 모아야 하니까 일주일만 더 기다려주시면 안 되나요?”
라는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는 것과 같다. 때문에 난 피로해지게 되며, S군이 진짜 살 거든 안 살 거든 “됐으니까 다른 거 구입하세요.”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수 있다.
저런 일이 다 벌어지고 난 뒤, 현재 S군이 말하듯
“처음엔 사이도 꽤 좋았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진짜 그린라이트 같았는데…. 이제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방법이 없을까요?”
라는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없을 수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S군과 다시 가깝게 지내봐야 또 게임 대리 플레이를 시키거나, 옷 살 건데 좀 봐달라고 한 후 그 옷이 품절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만 늘어놓을 거라 생각할 테니 말이다.
상대에게 확인 받는 기쁨만을 소소하게 맛보는 소심한 들이댐은 그만두고, 질러가자. 상대와 연애를 하고 싶은 거라면 친해진 이후 어떻게 만나갈 것인지를 베타서비스로라도(응?)보여줘야지, 연애는 나중일이니 지금은 ‘고백하면 받아줄 거라는 증거’를 찾겠다며
-나와의 대화를 귀찮아하진 않는가?
-내가 밥 먹자고 하면 같이 먹어줄 것인가?
-지금 그 어느 사람들보다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가?
따위만 알려고 들면 곤란하다. S군의 경우 아직 그래도 상대와 연락이 닿으며 만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은 상황이니, 다른 얘기로 빙빙 돌아가는 건 그만하고 지금 이미 관계가 시작된 거라 생각하며 ‘나중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바로 펼쳐보길 바란다. 이게 다짜고짜 고백하라는 게 아니라 데이트 하듯 만나보라는 거니 오해는 하지 말고, S군도 즐겁고 상대도 기뻐할 일들을 함께 해보길 권한다.
▼집에서 먹태 만들어 먹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만들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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