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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좋은 남자 만날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다는 구남친, 뭐죠?

by 무한 2017. 10. 2.

그런 이야기를 하며 가끔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사이로 지내자고 하는 경우, 그 의미는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우니, 일단 살림망에 넣어둔다.

 

라고 볼 수 있겠다. 공식적으로는 헤어진 사이니 연인으로서의 의무나 책임은 부담하지 않아도 되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내게 마음이 있는 상대’를 외롭거나 심심할 때 호출할 수 있는 까닭에 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으면,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날 때까지만 이럴 게 아니라 그냥 계속 사귀면 되는 거잖아? 지금은 상대가 꺼내놓은 이유들로 미래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망설이는 건가? 지금도 여전히 상대는 내 손을 잡아주고, 날 보며 웃어주고, 춥겠다며 이불까지 다정히 덮어주는데….’

 

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사실 상대 입장에서는 그런 팬서비스를 해줘야 이쪽이 살림망에서 탈출할 생각하지 않으며 계속 미련을 붙잡고 있을 것이기에, 120%의 호의와 배려를 베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애틋한 마음으로 좋은 마지막을 남기려 그러는 걸 수도 있잖아요. 왜 무한님은 부정적으로 단정 지으시는 거죠? 극복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만, 그런 와중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헤어지려는 것일 수 있잖아요. 아니면 갈등하고 있는 와중에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고 노력해 보는 것일 수 있고요.”

 

말로는 그걸 그렇게 예쁘게 포장하는 게 가능하긴 한데, 늘 얘기하지만 난 말은 접어두고 행동을 본다. 때문에

 

-가끔 만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하자는 게, 자기가 그러고 싶을 때만 가능함.

-진짜 헤어지려 연락 안 하면 서운하다고 하거나 붙잡긴 하지만, 이후엔 다시 무관심.

-뭘 같이 하자는 말에 약속까지는 잘 잡지만, 결국 파토내거나 핑계를 대며 피함.

-당분간 연애 안 할 거라지만, 폰에 소개팅 앱 깔려있거나 SNS에서 이성과 댓글놀이 중.

-스킨십 전에는 최대로 흔들리는 척 하지만, 후에는 언제나처럼 완고함.

-자신을 모질게 대해 떼어내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착한남자 코스프레 하며 여지를 둠.

 

등의 행동들이 포함된 그 관계를 ‘아름다운 이별 중’이라거나 ‘갈등의 순간에 노력하는 중’이라고 여기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좋은 사람 만나기 전까지는 옆에서 힘도 되어주고, 종종 밥도 같이 먹고, 보고 싶은 영화가 있거나 하면 같이 봐준다는 사람이, 결국

 

“그래, 같이 보러 가자.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애매해 언제 영화 보러 갈지 정확한 날짜는 말해주기가 힘들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살림망에 넣어둔 관계’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닐까.

 

이걸 이렇게 밖에서 보면 상대의 행동이 증명하는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를 쉽게 알 수 있는데, 상대에 대한 미련이 남은 당사자가 되어 그때그때 상대가 하는 말들에 휘둘리다 보면, 코앞의 일들이 벌어지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전체를 못 보고 부분만 보며 애먼 길로 접어들게 될 수 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이 또 앞장서고 마는 까닭에 ‘이번만, 딱 이번 한 번만 더….’하다가 저 멀리까지 가게 될 수 있고 말이다.

 

어쨌든, 거듭되는 실망과 상대의 언행불일치를 경험하며 대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내로 그 관계가 정리되긴 한다. 때문에 그냥 두어도 결국 그 살림망에서 벗어날 수 있긴 한데, 문제는 그러는 동안 이쪽이 재회요청을 하거나 재회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것에 대해 상대가 늘어놓는 변명과 핑계과 궤변에 내상을 입고 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다.

 

한 여성대원이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물었을 때 그녀의 구남친이 대답한 걸 보자.

 

“나를 제일 잘 아는 K형이 나더러 그러더라. 내가 헤어지자고 할 정도면, 드디어 여자 보는 눈이 생겨서 헤어진 거거나, 아니면 여자가 진짜 최악이라 헤어진 걸 거라고.”

 

저런 소리를 듣곤 그저 혼자 속으로 앓아가며 버텨봐야, 재회는커녕 스트레스성 탈모만 찾아올 뿐이다.

 

“내 친구들도 나한테 할 만큼 했다고 하더라. 딱 한 명이 그래도 좀 더 대화해 보라고 하던데, 내가 걔한테 나 예전에 바람피우던 구여친에게까지 헤어지잔 말 안하고 길게 만났던 거 모르냐고 했다. 그런 내가 헤어질 생각을 할 정도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라고 하니까, 걔도 이해하는 것 같더라.”

 

따위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실시간으로 무너지고만 있지 말자. 그까짓 연애가 뭐라고 ‘너랑 다시 만날 수 없는 이유’라며 쏟아내는 비난을 다 듣고만 있는가. 존중이 말소된 채 비난만 가득한 이야기를 다 들으며 참는다고 ‘예전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이번엔 내가 다 참고 이해해 보려 하는 노력’이 아니라 ‘이젠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일일 뿐이니, 고문을 견디는 이상한 노력을 하지 말고 어서 벗어나길 권한다.

 

상대가 이젠

 

“그러고 싶으면 네가 오든가. 우리 만날 때 매번 내가 갔잖아. 넌 또 나더러 오라고 하네?”

 

등의 이야기로 복수를 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 상대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오로지 반성하는 태도로만 상대의 눈치를 보고 마음 졸이는 건, 우스운 존재로 여겨지는 지름길을 걷는 일일 뿐이다. 을을 자처하며 상대의 고문까지를 참아내면, 그 보답으로 ‘다정했던 그 시절 그 사람’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의 노예나 포로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이 모든 상황을 다 겪어가며 몇 번이고 이제 끝났다는 것도 확인하고 상대에겐 재회의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도 확인했으면서,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과 미련 때문에 상대에게 연락을 해 다시 고문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 대원들은 그렇게 또 고문당하고 돌아와선 내게

 

“알아요. 제가 미쳤죠. 그런데 왜 그는 제 연락을 자꾸 받아주는 걸까요? 무슨 심리인 거죠? 그리고 전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하죠? 아, 그리고 전에 새벽 두 시에 제게 보낸 카톡 중에 자신이 차갑게 행동해야 제가 의지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이 있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답은 이미 수차례 확인하지 않았는가. 마냥 즐겁진 않더라도 며칠 푹 쉴 순 있는 이 좋은 연휴를, 구남친바라기 하며 폐허가 된 마음으로 다 보내진 말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내게 독설과 비난을 하고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할 땐, 그런 사람에게 무릎 꿇고 떠나지 말라며 애원할 게 아니라, 자신이 가장 앞장 서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 거다. 

 

좀 울퉁불퉁하거나 모난 부분은 천천히 다듬어도 된다. 꼬투리 잡아가며 자존감에 구멍 내고 있는 상대를 온 몸으로 견디지만 말고, 일단 연애가 내 삶 전체를 좀먹지 않게 잠시 거리를 두자. 이후의 대처는 나도 열심히 돕겠으니, 연애와 이별과 상대에게 함몰된 나날들에서 먼저 눈을 좀 돌릴 수 있게 애써보자. 그럼 내 주위엔 그것들 말고도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고,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것들이 잔뜩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그대가 발 딛고 있어야 할 그대의 삶이다. 폐허가 된 연애에서 이제 그만 나와, 거기에 발을 디뎌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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