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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좋은 오빠 하나 생긴 것 같다는 그녀, 어장관리일까?

by 무한 2017. 10. 3.

H씨는 재치도 있고, 순발력도 좋고, 유머러스하다. H씨는 20대 때까지는 이성에게 어필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자만심을 가질 정도였다고 하는데, 현재 상대에게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훅 들어가선 만나자는 말을 하는 걸 어려워하지도 않고, 어색하지 않게 금방 말 놓고 전부터 알던 사이인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왜 서른 이후에는 그 방법이 잘 통하지 않으며, 이번 소개팅녀 역시 주선자에게 ‘좋은 오빠 하나 생긴 것 같아서 좋다’정도의 이야기만 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상대로 하여금 ‘ㅋㅋㅋㅋ’하게 만드는 상황은 잘 만들어가지만, 그냥 그걸로 끝.

 

이기 때문이다. 축구공 묘기는 화려하게 보여주지만, 정작 축구경기는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화 중 드립은 잘 치기에 상대를 웃길 수는 있는데, 무게감 있게 진행되어야 하는 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내게 보낸 사연신청서에도 H씨는

 

“자신감이 살아나며 다시 한 번 흥을 돋우고….”

“혜리님이 광고하는 숙취해소 알약도 하나 챙겨서는….”

“너의 눈에서 하트가 나오게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라는 문장들을 사용하며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고, 사연 제목 역시

 

“무한님, 저 Go? Pause? No?”

 

라고 적으며 유쾌하고 쿨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너무 그렇게 들뜬 분위기만 유지한다면 좀 가볍게 느껴질 수 있으며, 진심은 그렇지 않은데도 늘 유쾌하고 쿨해 보이려 노력하다간 상대는 정말 그런 줄로만 알게 될 수 있단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건, H씨가 ‘팬서비스’의 느낌으로 상대에게 다가간다는 점이다. ‘내가 뭔가 보여주겠다!’라는 선언은 잘 하는데, 그 선언과 함께 곧장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게 보고 싶으면 날 찾으라는 식으로 마무리를 하고 만다.

 

“심심할 때 연락해요~”

“필요하면 얘기해요~”

“시간 날 때 톡해요~”

 

그러니까 그게, 그렇게 ‘듣고 싶다고 하는 노래 다 불러줌. 말만 해!’식의 선언만 하고 상대가 신청곡을 적어낼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상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을 불러주는 게 낫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날 보여주면 되는 건데, H씨는 본편보다 예고편에 더 공을 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만날 약속을 잡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대화는 ‘만나자는 말을 꺼내기 전 안부인사 겸 대충 물어보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문제도 있다. 대화를 보자.

 

H씨 - 뭐해요 날 좋은데.

상대 - 커피숍 왔어요.

H씨 - 커피숍! 커피숍 가면 주로 뭐 마셔요?
상대 - 단 거 싫어해서 그냥 아메리카노 마셔요.

H씨 - ㅋㅋㅋ 나도 그런데! 좋은 시간 보내고 심심할 때 연락해요~

 

이렇다 할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무리 되는 것, 사실 별 관심도 없는데 그냥 예의상 물어본 것 같은 것, 심심할 때 연락하라며 그저 상대에게 발신기를 주고 물러서는 것 등이 전부 보이는 대화다. 늘 얘기하지만 상대와 연락이 닿고 있는 지금도 둘의 관계는 진행 중인 것이며 무슨 이야기든 하나 둘 나눠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니, 그걸 그저 약속 잡을 수단으로만 쓰거나 출석체크 및 생존신고만 하는 창구로 만들진 말자.

 

상대 - 아 오늘 진짜 바빠 ㅠㅠ

H씨 - 응~ 알겠어~ 수고해~

 

이런 식이라면, 그냥 시간 있고 놀 수 있는 때에만 연락해 수다를 떨 수 있는 ‘재밌는 오빠’의 역할만 하겠다는 것과 같다. 같이 놀 준비 하고 있을 테니 힘든 거, 어려운 거, 바쁜 거 다 끝나면 연락하라는 이야기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말이다.

 

운 좋게도 H씨의 경우 현재 상대가 먼저 만남을 제의하거나 말을 걸어올 정도로 상황이 좋은 편이니, 위에서 말한 부분들을 참고해 H씨의 진중하고 속 깊은 모습도 좀 보여주고, 드립 쳐서 상대를 한 번 더 웃게 해주려는 것보다 상대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말들을 한 번 더 들어줘가며 상대의 안식처가 되어보길 바란다. 이십대에 연애할 때에야 당장 연애를 즐기고 싶으니 그저 방방 뜨기만 해도 문제없었겠지만, 삼십대의 연애엔 상대가 반평생을 걸고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보금자리도 반드시 마련되어 있어야 함을 염두에 둔 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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