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정운씨는
“이게 ‘연예인 쫓아 순간 다가가는’ 그런 건 정말 아닙니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그게 그거 같아 보일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전 개인적으로도 여태껏 그러한 부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도 이게 진실된 마음이 맞는지도 물어봤었고요.”
라고 내게 얘기하는데, 이쪽에서 아무리 그렇게
“난 다른 팬들과는 달라! 난 그저 그런 ‘그녀의 팬들 중 하나’인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난 팬이라기보다는 애청자이며, 진실된 마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려 하는 거야!”
라는 주장을 하더라도 그녀에겐 ‘내 방송을 보는 팬들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정운씨는 자신도 그런 걸 모르는 게 아니며 ‘그래서 그녀 방송을 안 보는 사람인 것처럼 다가가볼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정운씨가 계획했다는 ‘방법들’을 읽으며 ‘이건 또 무슨 섀도복싱 방법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운씨는 ‘이 방법들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일반적인 방법들이니,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방법이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들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어차피 실패할 게 뻔한 방법들에 내가 데코레이션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으니, 아래에서 이야기 할 세 가지 부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출발해 보자.
1.그녀는 정말 그런 사람일까?
정운씨는 내게
“그녀의 연애는 이러했고, 성격은 이러하며, 평소의 모습은 이러한 듯 보입니다. 전 그녀의 외모적인 것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녀가 하는 말들, 생각, 관념, 성격 등이 좋은 것입니다. 단기간 방송 보다가 이런 게 아니라, 일 년 넘게 봐오며 느낀 점들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난 그렇게 ‘방송으로 드러난 면’만 보고는 그녀가 그런 사람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게 큰 착각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남자를 약간 경계하는 듯 보인다.
-남자들과 별로 친하지 않다고 얘기한 적 있다.
-그녀가 농반진반으로 한 얘기들을 보면 순수한 것 같다.
등의 착각들이, 정운씨로 하여금
-그녀에게 다가가 볼 만 하다. 그녀는 아직 아무에게도 마음의 문을 안 연 것 같은데, 내가 진실된 마음으로 다가가면 열릴 것 같다.
라는 더 큰 착각을 불러온 건 아닌가 싶다.
이미지 관리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들, 그리고 아무래도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본래의 모습보다 좀 더 과장하거나 각색해서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정운씨가 여과 없이 받아들이며 사실로 믿어버린 건 아닌지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운씨는 그녀가 살짝 외톨이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연애에 실패한 경험들로 남자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 채 홀로 지내고 있는 사람일 거라 여기는 것 같은데, 여기서 보기엔 다수를 상대로 꾸준히 방송하며 여러 행사에도 참여하는 사람이 ‘그런 사람’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니 말이다.
2.정운씨는 좋은 관계로 지내는 이성이 있는가?
정운씨의 예상과 추측이 전부 맞으며, 그녀가 정말 ‘그런 사람’인 거라 해보자. 그렇다 해도 우리에겐 커다란 문제가 하나 남는데, 그건
-현실의 정운씨는 모태솔로이며, 친밀하게 지내는 이성이 없다는 점.
이다.
모태솔로라고 해서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평소 주변의 이성과 별 접점이나 친밀함 없이 지내오던 중, ‘방송하는 이성’의 방송을 보다 그녀와의 핑크빛 로맨스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판타지에 가깝다.
정운씨는 내게
“그녀가 참여하는 곳에 저도 가서는 첫 만남에서 어필해야 한다는, 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겨야 다음 만남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서로 사는 곳이 물리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좀 막막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서로의 감정엔 물리적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시작이 이런 경우엔….”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게 내 입장에서 보면 아직 방정식 문제를 잘 못 푸는 사람이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입상해야 한다는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특히 정운씨가 적어준 ‘계획’이라는 것 중
“종이봉투에 음료와 먹거리를 담아 건네면 어떨까 싶습니다. 거기엔 그녀가 평소 방송에서 말한 적 있는 캐릭터 선물을 넣고요. 그 선물에 ‘이 선물이 귀여우셨다면 연락주세요’라고 제 연락처와 함께 적을까 합니다. 첫 만남은 이렇게까지만 하고 응원한다는 인사로 마치는 것이죠.”
라는 부분을 보며 솔직히 난 할 말을 잃었다. 거기에 더해 정운씨는
“노멀로그 연애매뉴얼에서 보았던 수 많은 실패 원인 중 하나인 ‘고백하고 보자’는 식은 아닙니다. 진심으로 다가가는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만나보고, 이야기해보고, 그녀가 관심이 없음을 표현하면 아쉽더라도 깔끔히 정리할 것이고요.”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썸이든 연애든 어쨌든 ‘관계’인 거지, 상대의 승인을 한 번 받는다고 해서 나머지가 전부 저절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다음 만남이 기대되는 건 대개 대화가 즐겁고, 코드가 잘 맞고, 이번 만남이 즐거웠기 때문인 건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첫인상을 잘 남기고 그 후 상대가 내게 관심을 안 보이면 깔끔히 포기를 한다고 하니 난 뭐라고 말을 해줘야 좋을지 모르겠다.
현실에서의 정운씨가, 친밀하게 지내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이성이 있는지를 한 번 떠올려 보길 바란다. 주변의 이성과는 연락처도 알고 있고 가까이 살아 자주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만들지 못하는 친밀함을 아직 정운씨의 존재도 모르고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도 모르는 사람과 단번에 만들 순 없다. ‘이 선물이 귀여우셨다면 연락주세요’ 정도로 될 일 같으면 내가 솔로부대원들에게 나가서 매일 폰 케이스라도 돌리라고 하지 뭐하러 이렇게 긴 매뉴얼을 작성하고 있겠는가.
3.정석대로 다가가는 게 최선이다.
정운씨는 상대가 방송에서
-남친이 생긴다면 내 방송을 안 듣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시청자와 만나본 적 있는데 끝이 좋지 않았다.
등의 이야기를 한 까닭에 ‘시청자가 아닌 척’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팬이라는 걸 밝히더라도 자신의 다가감이 ‘팬의 일방적인 응원’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더욱 난감하다. 일반적인 경우 상대의 방송 애청자라면 꾸준히 소감을 남기거나 응원을 하며 자신을 어필하다 가까워지는 방법을 택하는데, 정운씨의 경우
-내가 그저 상대의 애청자 중 하나로 상대를 응원하는 사람은 아니다.
-여러 팬 중 하나로 여겨질 순 없다. 난 분명 일반 팬들과는 다르다.
-매번 댓글 남기고 선물하고 하는 저런 팬들처럼 다가갈 순 없다.
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난 정운씨에게, 고등학교 2학년 때쯤엔 나도 정운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어느 가수에게 “2집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000 00 보다 0000 00를 타이틀로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중략) 어쨌든 좋은 노래 잘 듣고 있습니다. 답장 기다릴게요.”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처참하게 씹혔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때는 내가 성심껏 써서 보낸 편지에 답장이 안 왔다는 것에 화가 좀 나기도 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땐 내가 그냥 살짝 미쳤던 것에 가깝다. 난 그때,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하는 다른 사람들을 좀 모지리로 생각하며 난 그들과 다르니 그 가수가 날 알아봐 줄 거란 미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사건을 생각하면 자려고 누웠다가도 이불에 하이킥을 하곤 한다.
현 상황에서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운씨가 꾸준하며 진실된 애청자라는 걸 상대도 알 수 있게 댓글을 남기기 시작한다거나, 그저 무조건적인 칭찬과 응원의 말이 아닌 정운씨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댓글을 남기는 것이다. 많은 댓글들 중 정운씨의 댓글이 흥미롭거나 빛난다면 그녀도 주목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녀도 정운씨의 존재를 알게 되며 관심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행사에 가서 그녀를 직접 보고 잠시나마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뭘 자꾸 얼마나 보여주고 어디까지 오픈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 없이 정운씨의 솔직한 생각을 그대로 다 말하는 게 낫다. 내가 정운씨라면, 선물과 연락처를 준 뒤 선물 귀여우면 연락 달라고 하는 대신, 차라리 내게 써서 보낸 사연의 내용을 전부 적어 상대에게 전달할 것 같다. 난 큰 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전부 해보다가 이렇게 전부 털어 놓기로 했다며 모두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진심을 앞세우는 게, 그 어떤 방법보다 그녀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이라 난 생각한다.
끝으로 하나 더. 정운씨는
“저도 전부 고민해봤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그녀에 대해 실제로 내가 아는 건 무엇인지, 내가 그녀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어쨌든 전 ‘그냥 지나간다면 나중에 후회 안 되겠어?’라는 생각을 했고, 이번엔 그냥 지나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그냥 포기하거나 대충 마음 접었던 것과 달리요. 그래서 방법을 찾고 있는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는 이쪽의 존재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혼자만 모든 용기를 끌어내 도전할 정도로 심각해진 건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마침 어느 행사에 참석한다고 하네. 난 그 방송 즐겨 들으니까, 거기서 마주치면 방송 잘 듣고 있다고 말하면서 인사해야지. 기회가 닿는다면 좀 더 대화하다가 조심스레 연락처도 물어보고!
정도의 마음이면 몰라도, ‘이후 잘 된다 해도 장거리가 되는데 그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건 김칫국 세 그릇 마시고 생각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나중 일까지 한 큐에 다 해결될 수 있는 다가감의 방법’같은 걸 찾지 말고, 일단 인사를 건네는 것 정도를 목표로 잡고 만나보길 바란다. 운이 좋아 연락처까지 알 수 있게 된다면, 그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상황에 따라 다시 고민해봐야 할 일이니 말이다. 자 그럼, 행운을 빈다.
▼ "무한님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죠?" 저라면, 방송을 시작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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