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너와 사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난 널 오랫동안 지켜보며 나중엔 결혼까지 하고 싶다.” 라는 얘기는 개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보는 게 맞다. 저기에 영화나 드라마적 상상력을 더하면 뭔가 그럴듯해 보이며, ‘당장은 그도 날 좋아하지만 환경이 이러니 덜컥 사귀긴 힘들겠지.’라는 합리화까지 더해지면 아련한 듯 느껴지겠지만, 내가
“최근에 그 사람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던가요?”
라고 물었을 때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고 있다고 했어요.”
라는 대답을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그가 클럽에서 사용하는 레퍼토리라고 봐야 한다. 난 그가 N양과 외국 클럽에서 처음 만났을 때 했던 행동들을, 지금도 다른 이성에게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N양은 내게
“혹시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이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제가 그를 클럽에서 만나긴 했지만, 그는 젠틀했으며 솔직했습니다. 제가 거절하는 부분을 존중하며 더 요구하지 않았고요.”
라는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이런 판단을 하는 게 꼭 둘이 ‘클럽에서 만난 사이’라는 것 때문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가 N양에게 반복하고 있는 패턴이
-일단 N양을 움직이려 안심시켜 놓고는, N양이 움직이면 솔직함을 내세워 들이대는 것.
이라는 게 보이기 때문이며, 몇 번 볼 수 있었던 전과 달리 물리적으로 정말 서로 보기 힘들어진 지금은, 벌써 그가 무덤덤하며 심드렁해진 듯한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N양을 안심시키고자 했던 말과, 이후 실제 벌어진 결과를 보자.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많이 취한 것 같아 도와주려는 순수한 목적이다.
-> 스킨십 진도를 나가며 원나잇을 시도함.
전에 네가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냐. 그런 걱정은 하지 마라 널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좋다.
-> 오늘 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다가, 안 되면 다른 거라도 하자고 요구함.
저런 N양의 거절을 그가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걸 ‘이해와 존중’으로 보긴 힘들며, 염려하지 말라며 불러놓고는 분위기 조성 후 그 ‘염려하던 일’을 꺼내놓는 걸 ‘솔직함’으로 보기도 어렵다. N양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그가 제게 강요하진 않았어요.”
라며 그가 젠틀했다고 말하는데, 난 거기서 그가 강요하거나 마음대로 해버리면 범죄가 되는 거니 ‘강요하지 않는 것’은 ‘젠틀한 일’ 보다는 ‘당연한 일’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려면 그를 가까이 두고 겪어가며 두텁게 쌓아진 신뢰를 바탕으로 결론내야 한다. 그런데 N양은, 그가 스킨십 시도하다 보인 태도만을 근거로 그라는 사람에 대해 결론을 내려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그가 N양을 어리숙하게 보고 대충 던진
“이렇게 널 지켜보다가 결혼까지 하고 싶다.”
라는 말에 대해 N양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N양이 그에게 완전히 빠진 채 구애하는 중이라면 저런 수작에도 넘어갈 수 있겠지만, 다행히 N양은 ‘이건 특별한 로맨스인 게 아닐까?’ 정도로 다가가던 중이라 상대의 저 말에 ‘읭??’ 하며 당황했다.
더불어 앞서 말했듯, 현재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 만나기가 힘든 상황이라 어차피 수작을 부려봐야 당장 못 만난다는 걸 상대도 알기에, 심드렁한 본심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도 행운이다. 가까이 있으며 그가 어떻게든 ‘N양 무장해제 시키기’에 열을 올릴 경우 N양은 휘둘릴 수 있는데, 다행히 멀리 있으며 그런 이유로 점점 의무적인 연락이나 일방적인 자기 얘기만 하고 마는 상대를 보며, N양도 그에 대한 환상이 점점 깨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가 ‘서로 누군가를 만나 보며 우리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나중에 마음이 맞고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만나보자’며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다. 현재 N양은 이 관계를 운명적이고 낭만적인 관계라 생각하며 상대를 알아가 보고자 하는 까닭에, 다행히 이 수작에는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상대가 ‘널 볼 수 없기에 외롭고, 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견디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 N양을 불러내는 것이다. 이미 한 번 N양이 그를 만나러 간 적 있기에, 그는 자신이 좀 징징거리면 N양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는 ‘나도 널 보러 가고 싶지만 내가 당장 갈 수는 없는 101가지 이유’를 대며 어떻게든 N양이 오도록 만들 테니, 이 얘기를 꼭 유념하며 잘 분간해 내길 권한다.
상대가, 겉으로는 이쪽을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 여긴다 말하면서, 현실은 자기 남는 시간에 맞춰 와라가라 할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아닌지도 꼭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늘 얘기하듯 순간순간 바뀌는 그의 말이 아닌 행동의 축적을 보길 바라며, 이 핑계 저 핑계로 당장 사귈 수도 없고 만나러 갈 수도 없다는 사람에겐 분명 딱 그만큼의 관심과 호감밖에 없을 거란 얘기도 해주고 싶다. 그리고 연애는, 그렇게 핑계와 변명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그런 사람 말고, 지금 서로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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