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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회사의 연상 여직원, 저를 이성으로 봐줄까요?

by 무한 2018. 1. 9.

일단 냉정하게 현실부터 파악하자. 그녀가 승민군을 대하는 건 99.82% ‘동료’로서 대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직장에서, 특히 여직원이 훨씬 많은 직장에서는 원래 그렇게 누가 커피도 잘 쏘고 간식도 나눠먹는 일이 흔하다. 또한 거기서 경력도 좀 되는, 원래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여자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승민군에게 얼마든지 장난을 걸어올 수 있다.

 

“전 사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인 행동만 봤을 땐 호감도 10 중 7~8 정도는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켜보다 보니, 그녀가 그냥 친한 사람에게는 다 그러는 것 같아서 좀 고민입니다.”

 

아무래도 승민군은 ‘남고-공대’의 솔로부대 엘리트 코스를 밟았기에, 여자사람이 간식을 나눠줬다는 것 하나에도 32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퇴근하다 그녀와 마주쳤는데, 그녀가 A전철역까지 걸어 가냐며 같이 가자고 하면 ‘뭐지? 나 좋아하나?’ 하는 착각을 하기도 쉽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놀랍게도 여자들이 이쪽을 그다지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 더욱 편하고 자연스레 보이는 행동이기도 하다. 상대가 이쪽을 그냥 ‘돌봐줘야 하는 사촌동생’이라든가 아니면 ‘같이 밥 먹어도 스캔들이 일어나진 않을 대상’으로 생각할 때, 보통의 남자들에게 허용되는 호의가 50% 라면 이쪽에게는 70%까지 쉽게 베풀어주곤 한다.

 

그래서 쉽게 착각이나 오해를 할 수 있긴 한데, 그럴 땐

 

-그룹 내에서는 그렇게 지내지만 사적인 연락은 없음.

-다 같이 어울리는 걸 추구하며, 단독으로 만나고 싶어 하진 않음.

-카톡 등으로 사적인 대화를 나눌 때, 상대의 대화 집중도가 떨어짐.

 

정도를 살펴보면 금방 그게 어떤 관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이성과 친하게 지내는 것’의 허용범위가 넓어 같이 맥주 한 잔 하거나 어디 갈 때 같이 가는 것 정도까지 허용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에게서 선톡이 오는 일이 없거나 상대가 소개팅 등을 하며 자신의 연애사업을 따로 꾸려가고 있을 땐 ‘이성으로 생각하며 진지하게 만나는 건 아님’이라고 보면 되겠다.

 

승민군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물하기 위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응, 아니야.”의 느낌으로 하는 얘기라기보다는, 이게 승민군이 생각하는 것처럼 ‘호감도 7~8’ 정도가 아니라, 또 그렇다고 ‘호감도 3~4’의 문제도 아니라, 그냥 좀 뭐랄까, ‘친한 동료’보다도 한 레벨 아래인 ‘회사 동료’의 느낌이 더 강하다는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기 위함에 더 가깝다. 정리하자면, 앞으로 뭘 하더라도 일단 들고 있던 김칫국은 내려놓고 해보잔 얘기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만 적어두면 승민군이 시무룩해질 테니, 승민군이 원했던 ‘관계를 진전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현재 승민군이 사용하고 있는 ‘빙빙 돌려 말 걸다 시간 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는 참 별로다. 승민군은 ‘상대에게도 호감이 있다면 내 요청에 응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시도는 이미 ‘돌려서 거절하기’를 당한 적 있는데다 앞서 말한 대로 상대는 승민군을 ‘돌봐줘야 하는 사촌동생’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럴 때 사용하기 좋은 방법이 ‘사촌동생처럼 다가가기’라는 거다. 정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한 뒤 내게 마음이 있으면 문을 열어 달라고 얘기할 생각은 살짝 접어두고, 그녀와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옆문이나 후문으로 다가가자.

 

-회사 내 아무도 이 두 사람이 진지한 연애를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을 활용하는 거다. 승민군 스스로도 ‘누나동생 같은 사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좋다. 그러면 같이 밥을 먹거나, 어느 정도까지는 집에 가는 방향이 같으니 같이 가거나, 농담을 섞어 카톡을 주고받거나, 함께 뭘 보러 가거나 어딜 같이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승민이가 A를 잘 따른다’고 할 정도의 사이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면서 동시에, ‘누나동생 사이’에서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누나 칭찬’도 활용하길 권한다. 무작정 멋져요, 좋아요, 예뻐요, 대단해요 등의 단어만을 사용하기보단, 진짜 승민군이 느끼는 상대의 장점들을 확실하게 짚어 말해주는 게 좋다. 승민군은 상대가 회사에서 남들보다 높은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권위적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장난도 걸어가며 화기애애하게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는데, 바로 그런 지점들을 짚어내 상대에게 말해주면 된다.

 

또, 자꾸 뭔가 새로운 주제를 만들어 상대에게 말을 걸려 애쓰기보다, 그냥 대화할 때 상대가 한 말이나 상대가 보이는 특징들을 그때그때 활용해도 된다는 걸 기억하자. 예컨대 상대가 ‘남들이 잘 안 쓰는 이모티콘’을 쓸 때에는, 그거 어디서 난 거냐며 묻거나 대체 몇 개의 이모티콘을 갖고 있는 거냐고 물으면 된다. 그러면서 상대가 쓰는 이모티콘을 나도 하나 사서 쓰며 잠시 웃게 만들 수 있고, 돈 쓰기가 싫다면 열심히 짤방을 수집해선 ‘이모티콘 VS 짤방’의 구도를 만들어도 된다. 물론 짤방의 레벨과 수준은 승민군에게 달린 문제니, 괴랄하거나 아스트랄한 걸 사용하지는 않으리라 믿도록 하겠다.

 

 

끝으로 승민군에게 꼭 일러두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상대와 친해진다고 해도 상대는 상사이며, 공과 사의 구분은 되어야 한다는 것.

 

을 권하고 싶다. 상대는 유쾌하며 장난기 많은 타입인 까닭에 지적할 것이 있어도 농담처럼 건네곤 할 수 있는데, 그걸 드립이라 생각해 웃으며 받았다간 훗날 크게 한 번 데일 수 있다. 출결상황이나 업무와 관련된 상대의 농담엔 일단 긴장하자. 또, 사적인 이야기들을 하다가 공적인 이야기를 섞어 승민군도 상대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한다.

 

둘째,

 

-상대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며, 상대 위주의 대화를 할 것.

 

도 권하고 싶다. 승민군과 상대의 대화를 보다 보면, 상대가 ‘주제’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승민군이 그걸 ‘내 얘기’로 응대하며 그냥 거기서 대화가 마무리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지 말고, 대화 중 상대의 사촌 이야기가 나왔으면 그냥 그걸 주제로 해서 이어갔으면 한다. 반대로 ‘내가 아픈 얘기’에 상대가 ‘나도 아픈 얘기’를 할 때엔 ‘상대 아픈 얘기’로 자연스레 이어가면 된다. 내가 다른 매뉴얼에서는 이런 걸 권하지 않지만 승민군에겐 이러길 권하는 건, 승민군의 경우 너무 상대와 관련 없이 ‘대화를 위한 대화’만을 하기 때문이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꼭 상대와 연인이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부드러운 리더십 있으며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내는 건 행운이라고 난 생각한다. 내 경험 상 그런 사람은 3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사람이니, 승민군도 일단 상대를 ‘내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으로 두고 인간적인 친밀함을 키워가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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