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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용기 내 번호까진 땄는데 짝사랑만 하는 여자들, 이유는?

by 무한 2018. 1. 12.

“그냥 이쯤에서 접을까요?”라든가, “발렌타인데이에 고백이라도 해보고 끝낼까요?”하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금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게 영어공부라면 고백은 시험응시라고 할 수 있는데, 공부를 제대로 안 하고 있으면서 ‘시험을 볼까요, 말까요?’만 하고 있으면 곤란한 것 아니겠는가.

 

자꾸 그렇게 결과만 점치려고 하거나, 비관적으로 생각하며 ‘포기하면 편하니까….’하고 있는 게 문제다. 게다가 상대와의 관계 밖에서 친구나 지인 찬스를 쓰며

 

“님 이제 우정루트 돌입한 듯. 다메요.”

“좋은 오빠동생 하지마루요!”

“심남이노 철벽이 단단데스네.”

 

하는 이야기들만 열심히 주워듣고 있으니, 정작 집중해야 할 관계에는 소홀한 채 뒤에서 수백 가지의 시나리오만 쓰게 될 수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혼자 서운함만 키워가거나, 이번에 상대가 먼저 연락 하나 안 하나 두고 보게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오늘은 요 지점에서 갈팡질팡하다 ‘이번 주말도 나가리네….’ 하고 말 대원들을 위해, 뽑은 칼로 무를 썰 때 알아둬야 할 세 가지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묻지만 말고, 말을 하자.

 

카톡을 뭐라고 보낼까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뭐해요?”“뭐하세요?”라고 보내는 건 참 바보 같은 짓이다. 나 역시 열네 살 모태솔로이던 시절에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는가?’로 한참 고민하다 “뭐해?”라고 보낸 적이 있긴 하다. 당시 그것 말고는 신박한 멘트가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 교회누나들의 구애를 독차지하던 고등학생 S형과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눴다.

 

무한 - 형, 여자랑 연락하면 첨에 뭐라 그래? 그냥 안녕?

S형 - 밥 먹었나 물어봐.

무한 - 아…. 그거 괜찮네. 근데 먹었다 그러면 뭐라 그래?

S형 - 뭐 먹었나 물어봐.

무한 - 그렇게 이어가는 거구나. 그럼 뭐 그냥 평범하게 밥 먹었다고 하면?

S형 - 왜 먹었나 물어봐.

무한 - 그게 뭐야? 배고프니까 먹었겠지.

S형 - 네가 그래서 안 되는 거야.

 

S형의 말이 뭔 소린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무튼 S형이 이성과 통화하는 걸 옆에서 관찰했을 땐 나와 달리 그냥 훅 들어가서 웃고 떠들며 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상대와 친해지려 10가지 정도의 질문을 생각한 후 그걸 차례대로 묻고 질문을 다 소진하면 어색해하다 전화를 끊는 것과 달리, S형은 그냥 이미 친한 사람과 대화하듯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보니 주제나 소재를 걱정할 것 없이 아무말대잔치를 해도 길게 통화가 가능했고 말이다.

 

남성대원이든 여성대원이든, 이성과의 대화가 낯선 대원들의 경우 과거의 나처럼 ‘질문 위주’의 대화를 하는 걸 볼 수 있다. ‘뭐해요?’로 시작해서는, 인터뷰하듯 상대에게 대여섯 가지의 질문을 한 뒤 도망가듯 대화를 마무리 하는 것이다. 그러다 운 좋게 상대가 말꼬리를 잡아 추가 질문을 할 때도 있긴 한데, 그런 순간이 찾아와도

 

‘뭐지? 내가 준비한 질문을 해야 하는데 왜 나한테 묻지? 안 돼. 빨리 내 질문해야 돼.’

 

하며 겁을 먹은 채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방금 나온 얘기에 상대가 한 발짝 더 다가와 질문을 해도,

 

“아 저는 이러이러해요. 그나저나 오빠는….”

“맞아요. 진짜 그렇죠. 아, 근데 혹시….”

 

하며 한 발짝 물러서서 주제를 돌리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일은 ‘혹시 내가 대답하고 마는 걸로 대화가 끊길까봐’라든가 ‘방금 전 내 대답이 너무 종결형이어서’라는 이유로 불안에 휩싸인 채 그냥 ‘질문을 위한 질문’을 이어가려다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대화는 겉돌게 되고, 상대는 상대대로 예의상 해줘야 하는 대답에 피곤함을 느끼며, 이쪽은 이쪽대로 한 일주일 그런 대화를 나눠도 별로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시무룩해지고 만다.

 

이걸 먼저 극복하자. 상대를 완전한 이방인으로 놓은 채 ‘어쩌면 내가 말을 거는 게 민폐일 수도 있어. 상대는 나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을 수도….’하며 경직된 채 질문만 하지 말고, 당연히 상대 역시 나와 대화하고 싶을 것이며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친구랑 이야기를 나눌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대화가 한결 편해질 것이며, 지금처럼 가족 얘기 잠깐 하다가 취미 얘기로 넘어가는 대신, ‘동생과의 나이차이’라든가 ‘가족여행’같은 소재로도 풍성하게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2.습관적 비관론, 팬클럽 회원의 태도에서 벗어나자.

 

너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으면 실망할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대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상대 동네 근처에 들를 일이 있다고 말했는데, 역시나 만나자는 말 같은 건 나오지 않네요. 먼저 말도 안 꺼내는데 제가 만나자고 들이댈 수도 없고…. 관심이 없어서겠죠? 저한테 관심이 있었으면 자기 동네 근처에 간다는데 보자는 말 안 하진 않을 테니까요.”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이쪽은 ‘친구 만나러’라는 목적을 가지고 그 동네에 오는 거고, 게다가 온다는 시간대가 상대의 스케줄과는 맞지 않으니 말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이쪽에서 “오빤 그날 뭐해요? 한 여섯 시 쯤에?” 정도의 말을 흘렸는데도 상대가 “아마 <6시 내고향> 보고 있을 것 같은데? 나 그거 애청자라 꼭 봐야하거든.”했다면 거절인 게 분명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쪽이 뭐가 어떻다고 제대로 말도 안 한 채 ‘나를 만나려고 하는 상대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반응’만을 너무 성급히 기대한 거라 할 수 있겠다.

 

자꾸 뭔가를 점치고 작은 증거로 나중을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되는 방향’으로 먼저 좀 이끌자. 일부 대원들 중에는

 

“여자가 먼저 연락하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겠죠? 그나저나 썸의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저쪽에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 속상하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도 있는데, 여자든 남자든 일단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기 시작하거나 최소한 우물은 팔 거란 얘기라도 해야지, 지나가는 사람 불러 놓고는 그가 알아서 우물 파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또, 이건 소제목 1번에서 이야기 한 ‘대화’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인데, 물개박수 치는 일에만 열중한 나머지 상대의 대답을 가지고 “오오~”, “이욜~”, “우와아아~” 같은 것만 하고 있진 말자. 자꾸 그렇게 팬클럽 회원이나 방청객처럼 “오오~ 이것은 경험자의 조언!” 하고 있으면 대화가 깊어지지 못할뿐더러 흐름도 거기서 끊기고 말 수 있다.

 

더불어 완벽주의자적 성격을 지닌 까닭에 ‘방금 나온 이야기들은 하나도 빼놓기 않고 다 대답하며 마무리 한다’고도 생각하진 말자. 어떤 대원은 막 넘버링까지 해가며

 

“1.아, 맛났겠네요. 2.아참 저는 어제 얘기한 그걸 하고 있답니다. 3.오빠는 저녁에 뭐 하실 건가요? 4.그나저나 오늘 정말 춥죠. 5.저 점심에 닭갈비 때문에 다이어트 실패한 건 비밀.”

 

하고 있던데, 저래버리면 상대도 저 다섯 부분에 대한 대답을 다 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며, 뭐 하나 제대로 대화하지 못한 채 서로 보고서 형식의 대화만 하다 끝날 위험이 높다. 저건 좀 특이한 경우고 대부분 두세 가지 항목에 대해 행 바꿔가며 대답하곤 하는데, 그러지 말고 한 번에 하나씩만 주고받길 권한다.

 

 

3.만날 약속을 잡는 기술, 그리고 만남.

 

빙빙 돌려 다른 이야기를 하다

 

“아 그런데 월요일에 혹시 시간 되세요?”

 

하지 말고, 차라리 ‘어디에 있는 뭐가 맛있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슬쩍 꺼내자. 그렇게 대화 주제에서 자연스레 만남으로 이어가면, 이쪽도 말 꺼내기에 부담 없으며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티 별로 안 나게 말할 수 있다.

 

저 ‘월요일에 혹시 시간….’이라는 말 한 마디를 하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던 것처럼 보이는 태도를 취하면, 상대가 월요일에 약속 있다고 할 경우 깊은 내상을 입을 수 있으며 빙빙 돌리느라 아무 거나 계속 묻던 앞의 이야기들이 대화를 진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같이 먹을 수 있는 것, 같이 볼 수 있는 것, 같이 할 수 있는 것 등을 주제로 잡았다가 자연스레 약속으로 이어가자.

 

만날 날짜를 잡는 건, 저 위에서처럼 ‘월요일’로 특정하지 말고 ‘다음 주’ 정도로 넉넉하게 기간을 잡고 말하자. 어떤 대원은 빙빙 돌리긴 하지만 집요하게 상대 스케줄을 캐내려는 듯 어느 날 뭐 하고, 또 어느 날은 뭐 하는지를 묻다가 ‘그래, 그렇다면 수요일이지!’하면서 수요일 날 보자는 얘기를 꺼내기도 하던데, 너무 그렇게 내 속내를 숨기고 자꾸 캐내려 하면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으니, 눈치로 파악하려고만 하지 말고 그냥 꺼내놓고 말하길 바란다.

 

또,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남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진 말자. 상대 앞에 두고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만 하고 있거나, 어색함에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며 눈도 못 쳐다보고 있지 말자. 그러고 있으면 상대는

 

‘이럴 거면서 얘는 왜 만나자고 한 거지?’

 

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 만남 이전까진 화기애애하고 좋았는데, 그 만남에서의 이미지 때문에 더 서먹서먹하고 미지근한 사이가 될 수 있고 말이다.

 

그리고 제발, 맥주를 마시면 얼굴이 빨개져서 치맥을 거절한다든가, 목소리가 별로 예쁜 편이 아니라서 전화통화는 피한다든가, 상대가 어색해 하는 걸 보니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런 것 같다며 실망해선 얼른 자리를 파하고 돌아온다든가 하는, 그런 건 하지 말자. 그 관계가 연애로 이어질 경우에도 그걸 계속 다 피하고 멀리할 것은 아니잖은가. 미스코리아 대회 나가거나 오디션 보러 가는 것 아니니, 자꾸 이미지 관리하거나 꾸며서라도 좋은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며 불편하게 있지 말자. 그러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도 불편해지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대라는 사람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니, 긴장한 채 얼어있지만 말고 하던 대로 그냥 편하게 하길 바란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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