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양의 사연이, 아직 딱 ‘그냥 오빠동생’으로 결정 난 사연은 아닌 것 같다. 현 상황은 2단기어로만 달려온 까닭에 지지부진했던 것 같으니, 여기서 변속만 잘 하면 4단, 5단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변속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함께 살펴보자.
1.‘우와 오빠 짱이에요’ 카드 집어넣기.
'오빠 짱!' 카드가 상대를 수다쟁이로 만드는 건 맞는데, S양의 경우 저 카드를 너무 많이 사용한 까닭에 상대가 공치사하며 자신감을 내뿜는 것에 너무 고착된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상대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뿐인데, S양이 자꾸 ‘우와 오빠 짱이에요’를 해주니 무슨 명예퇴직한 간부급 직원이 옛날영웅담 풀어주듯 자기 얘길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의 카톡에 ‘맞아요’, ‘진짜 맞아요’, ‘대박’이라는 반응만을 계속해주면, 뭘 하든 ‘기-승-전-내 자랑’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1)
S양 - 그거 어렵다고 하던데요?
상대 - 어렵지. 하지만 난 해냈지.
S양 - 우와 대박. 오빠 짱이에요.
(2)
S양 - 난 그게 힘들더라고요.
상대 - 나도 힘들었지만 그렇게 만들었지.
S양 - 대박.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군요.
하는 대화만 할 필요는 없다. 그래버리면 S양은 ‘썸녀’라기보다는 ‘인터뷰어’에 가까워지며, 은연중에 모든 부분에서 상대보다 지식이나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당장 어렵고 힘들어 상대에게 꼭 조언이나 충고를 구해야 하는 사람처럼 말고, 그냥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너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정도를 궁금해 하는 정도로 상대를 대해보자. 상대가 소시지빵좋아한다고 하면 나는 피자빵 좋아한다고 하면 되는 거지, 굳이 “어디 소시지빵이요? 그래요? 우와 오빤 일부러 빵집도 찾아가시는 군요! 대박.” 같은 리액션만 할 필요는 없다.
2.감성 여섯 국자 덜어내기.
사람은 그냥 사람으로 보며 다가가야지, 시작부터 혼자 너무 많은 상대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지거나, 감성을 과다 투여해 괴상하게 정의한 채 다가가면 안 된다. S양의 말을 보자.
“이전에 연애를 한 적 있지만, 전 상대에게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인위적인 말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죠. 확실하게 상대를 사랑해서 했던 연애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 분에게는 저 스스로 ‘첫 사랑’이라고 느낄 만한 감정이 들었으며….”
아직 단둘이 밥 한 번 먹은 적 없는데, 벌써부터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제 남은 건 ‘상대가 내 마음을 받아주느냐, 마느냐’의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래버리면 늘 기다리고 기대하는 입장이 될 수 있으며, 모임에 참석해 얼굴 보며 대화하면 그 날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도
‘나랑 별로 눈도 안 마주치네…. 나한테 한 마디라도 더 걸어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만 하다 망칠 수 있다.
더불어 이쪽도 상대에게 연락 안 했으면서,
“연락이 없는 그 기간 동안, 저는 이 상황이 제 호감표시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해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연말에 약속이 많아서 모임에도 잘 나가지 못할 텐데, 그렇게 볼 일이 없으면 자연히 좋아하는 마음도 사라지겠지 싶었습니다.”
하며 마음 접었다 폈다 하는 건 옳지 않은 태도다. 차라리 한 3주 상대와 연락하고 지내보며 상대의 태도를 보는 게 낫지, 3일 연락 안 했다가 상대에게 연락 오면 또 한 3일 대화하다 다시 상대가 먼저 연락하나 안 하나를 보는 건 스스로를 고문하는 일일 뿐이다. 그러니 이처럼 감성 과다 투여로 인한 의미부여와 실망을 반복하는 건 그만두고, 둘이 얘기했던 음식들부터 만나서 먹어보길 바란다.
3.카톡 그만하고, 만나서 대화하기.
남자 입장에서 S양을 봤을 때 살짝 안타까운 점 하나는,
-리액션하기 어려운 이야기로 말을 꺼낸다는 것.
이다. 이모티콘이 귀엽다는 얘기나, 지인이 키우는 강아지 사진을 보내며 귀엽다고 하는 얘기 등은 둘과 사실 별 관련이 없는 주제인데다 “응, 귀엽네. ㅎㅎ”하면 더 이어서 할 말이 없어지는 것들이다. 그러니 그런 거 말고, 일단 둘 다 아는 모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나 서로가 모임에 참석하게 된 계기, 또는 요즘 보고 싶은 영화나 먹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그래야 만날 약속 잡기도 편하지, 친구네 강아지 얘기만 하고 있으면 거기서 뭘 더 좀 이어가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만나자. S양은
“저희 모임이 꼭 뒤풀이까지 하거든요. 그래서 모임 끝나고 밥 먹자는 얘기를 하기도 어려워요.”
라고 했는데, 둘 다 일이 있어 뒤풀이 안 간 날은 상대가 S양을 데려다 준 적도 있지 않은가. 바로 그 날처럼, 그냥 둘이 사전에 협의해서 일 있다고 뒤풀이 빠지며 그 시간에 밥 먹어도 된다. 아니면 꼭 모임 있어서 둘이 만나는 날만 밥 먹으라는 법 없으니, 평일에 약속을 잡아도 되는 것이고 말이다.
또, 썸을 탈 때에는 상대와 만날 수 있는 ‘여유시간’을 좀 확보해두는 것이 좋다. S양의 경우 친구들과의 선약과 여행 등으로 촘촘하게 올해 일정을 다 짜놓은 것 같은데, 그런 까닭에 상대를 볼 수 있는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거나 같이 밥 먹을 시간을 내기도 어렵잖은가. 모임에서 늘 붙어 다니는 동성친구 때문에, 모임 내에서 상대와 말 한 마디 나누기도 힘들고 말이다.
이 날은 이래서 만나기 어렵고, 저 날은 저래서 만나기 어려운 일이 반복되면 그냥 흐지부지한 사이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앞서 말한 ‘감성’의 문제로 인해 “나중에 우리 ~해요”라는 이야기를 한 뒤 긍정적인 대답을 듣고도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 그게 그저 ‘지나가는 말’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니 카톡으로 서로와 별 상관없는 주제로 대화하거나 저 먼 미래의 일에 대해서만 얘기하려 하지 말고, 일주일 내로 둘이 만날 약속을 잡아 얼굴 보고 밥도 같이 먹으며 친해지기로 하자.
오늘은 DJ DOC의 <낚시 형제> 첫 방송을 하는 날이니, 배웅글은 생략하도록 하자. 우리 집 채널에 FTV가 없는 까닭에 멀리 원정 가서 보고 와야 한다. FTV같은 건 낚저씨(낚시하는 아저씨)들이나 대리만족 하려고 보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아무튼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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