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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6)

도서관에서 늘 마주치는 남자, 카톡까진 텄는데 끝일까요?

by 무한 2018. 1. 30.

먼저 다가가 번호를 줄 때까지만 용감하면 곤란하다. 그렇게 번호를 주곤 상대에게 연락이 왔는데, 그때부터 혼자 부끄러워하며 대화도 막 얼른 끝내려 하면, 번호 받고 연락한 쪽에선

 

‘뭐지? 이럴 거면 왜 나한테 번호를 준 거지? 그냥 밑밥 같은 거 던진 건가?’

 

할 수 있다.

 

 

 

집 구하는 문제에 비유하자면, 다래양의 문제는 부동산에 찾아갈 때까지만 용감하고 적극적인 거라 할 수 있겠다. 혼자 문 열고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달라고 한 후 집 구하고 싶다는 얘기까진 꺼내는데, 그다음부터는 그냥 얘기를 듣기만 한다. 중개사가 얘기를 해도 고개만 끄덕끄덕, 집 보러 같이 가서는 오래 보면 민폐가 될 수 있으니 얼른 나오고, 이후 중개사가 그 집 어떠냐고 하면 뭐 나쁘지 않다고만….

 

중개사는 다래양이 계약할 의사도 별로 없어 보이고, 집을 보러 같이 가는 것도 좀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으며, 원하는 것이나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뚜렷하게 표현하지 않으니 더 뭔가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자신의 문제가 뭔지 모르는 다래양은,

 

‘뭐지? 지금까지 내가 집 구할 때 말고 집 팔 때는, 중개사가 다 알아서 해주고 난 도장만 찍으면 됐었는데? 왜 더 적극적으로 나한테 집도 안 보여주고 연락도 안 하는 거지?’

 

하는 생각만 할 뿐이다. 그러면서 며칠 기다리다 “괜찮은 집 나온 거 또 없나요?” 할 뿐이고 말이다.

 

 

내가 다래양의 사연을 읽으며 놀랐던 지점은,

 

-상대와 대화를 하게 되었을 때 떨린다는 이유로 자신은 별로 얘기 안 함.

-대화하다가도, 상대 시간 더 안 뺐겠다며 공부해야 하지 않냐고 물음.

-음료 같이 마시다가 상대가 다 마시면 공부해야 하지 않냐며 들여보냄.

-대화 중 얘기 안 한 부분을 다시 말하려 상대를 불러냄.

 

이란 부분이었다. 핵심 없이 그냥 빙빙 돌기만 하는 느낌이랄까. 집 구할 때, 나온 집을 중개사와 같이 봤으면 거기 수압은 괜찮은지, 결로는 없는지, 볕은 잘 드는지 등을 이야기해서 뭐가 어떻다고 결론을 지어야 하는데, 그래야 할 순간에 그냥 쭈뼛쭈뼛 머뭇머뭇하다가, 나중에 중개사에게 “아 근데 그 집 수압이…?”, “아 그리고 혹시 겨울에 결로는…?” 하는 느낌이다.

 

다래양은 내게

 

“심남이가 현재 저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처음부터 관심이 없던 걸까요? 아니면 저랑 몇 번 대화 해보고 제가 싫어진 걸까요? 잘 될 가능성은 있어 보이시나요?”

 

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다래양은 상대에게 민폐캐릭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상대의 어떤 부분에 실망해서 지금처럼 일부러 근처를 지나다가도 다른 곳 보는 척하며 예전처럼 눈인사도 안 하고 지나치거나, 공부하는데 방해하지 않겠다며 자리도 일부러 멀리 떨어진 곳으로 골라 앉아선 상대만 관찰하고 있으면, 역시나 상대는

 

‘뭐지? 번호 주고 카톡까지 하고 같이 자판기에서 음료도 뽑아 마셨는데, 이제는 그냥 피하는 건가? 이러는 이유가 뭐지?’

 

할 수 있다.

 

지금처럼 속으로 생각하는 걸 90으로 두고 나머지 10만 겉으로 드러내는 걸 그만두고, 최소한 절반 정도는 다래양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했으면 한다. 그래야 친구와 친해질 때처럼 할 얘기도 생기는 거고 서로의 존재와 의미도 커지는 거지, 그저 지켜만 보며

 

‘기지개 요즘 자주 펴네? 예전에 안 그랬는데, 나 보라고 그러는 건가?’

‘지금 쟤가 어제 나 앉았던 자리 쳐다봤어. 나 있나 확인한 건가?’

‘지금 뒷머리 만졌어. 목도 만지고. 무슨 의미지? 설마 나 때문에 신경 쓰는?’

‘어제는 문 바라보고 앉더니 오늘은 등지고 앉네. 눈 마주치기 싫다는 건가?’

 

하고 있으면 다래양의 마음만 괴로워질 수 있다. 혼자 의미부여하고 마음대로 해석한 걸 상대의 속마음이라 생각해 괜히 비뚤어지려 하거나, 눈 마주쳐도 못 본 척 지나가는 것으로 소심한 복수 같은 걸 하려 들 수 있고 말이다.

 

현 상황은 이미 다래양이 위에서 이야기 한 헛발질을 많이 한 까닭에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둘의 대화 끄트머리에 또 한 번 만날 약속을 잡아두었으니, 여기서부터라도 위의 문제점들을 수정하며 대화해 보길 권한다. 잘 다가갔다가도 갑자기 막 혼자 자존심 상한다며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거나 며칠씩 연락두절 하지 말고, 도서관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라 생각하며 다가가 봤으면 한다.

 

단, 지금처럼 자꾸 둘의 관계를 확인하고 싶어 잠깐 나와보라며 불러낸 뒤 상대가 대화를 리드하길 기다리는 건 그만둬야 한다. 그러지 말고, 열공하는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도전이 되는 관계를 만든다는 걸 목표로 가까워졌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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