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이나 연애가 끝난 이유를
-내가 상대보다 학력이 높고 전문직이었기 때문
이라고만 여기는 건 위험하다. 그래버리면 자신의 모난 모습으로 인해 맞이하게 된 이별을 전부 ‘내 좋은 조건 탓’으로만 돌릴 수 있으며, 상대의 하소연을 오직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으로만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예컨대 “그거 해서 지금 한 달에 얼마나 벌어? 얼마 안 되는 거 계속 붙잡고 있지 말고, 차라리 우리 아빠 지인분 회사 연결해줄 테니 거기서….”라는 이야기를 남친에게 했다면, 저기엔 말하는 방법과 단어설정, 그리고 뉘앙스의 문제가 가득한 거다. 게다가 저 얘기에 남친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해서 그게 전부 열등감이나 자격지심 때문인 것만도 아니고 말이다.
오늘은 저런 함정에 빠져있는 대원들의 문제와 더불어, ‘학력 높고 전문직인 여자’들에게서 꽤 많이 보이는 특징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출발.
1.바보온달만 찾고 있진 않은가?
고학력 전문직인 여성대원들 중엔, ‘나보다 조건이 좋거나 나와 조건이 비슷한 남자’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오히려 자신이 학력과 경제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관계를 찾는 대원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걸 좋게 말하면
-상대의 조건을 보기보단 성향이 비슷하고 가치관이 잘 맞으며, 삶을 공유할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것
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또는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나보다 조건이 안 좋지만 지금 내게 구애하는 남자를 찾는 것
이라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이 지점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 되곤 한다. 자신보다 조건이 좋거나 비슷하다고 해서 ‘나쁜 남자, 불안성이 짙은 남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인 것이 아니며, 또 조건이 나쁘다고 해서 ‘좋은 남자, 안정적인 남자, 컨트롤이 가능한 남자’가 아닌데, 후자의 경우 바보온달과 같을 거라 생각하며 만나다 결국 그냥 바보인 거란 결론이 나기도 한다.
또, 그냥 상대라는 사람 자체로-또는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로- 감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상대가 개조되어야 하며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는 전제가 깔리는 것도 문제다. 상대 입장에선 자신이 그렇게 살아오던 것 중 이제 뭐는 하면 안 되고, 뭐는 억지로라도 해야 하며, 또 뭐는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에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존중받아야 하는 생활방식이나 가치관, 취향의 문제까지도 전부 ‘달라져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 부담을 느낄 수 있고 말이다.
심한 경우, 이상형이 그냥 ‘은둔형 외톨이에 가까운 온순한 남자’인 사례도 있다. 그런 사람과 만나면 아무 위험부담 없이 거의 화분에 물만 주면 되는 것처럼 연애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은 그런 사람 대로 또 센스가 전혀 없거나, 너무 고립된 생활만을 추구하거나, 어느 한 부분에서 이상한 피해의식을 보이거나, 코드가 전혀 맞지 않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조건으로 이쪽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관계만 시작하기보다, 조건을 보든 안 보든 마음 맞고 잘 통하는 사람과 만나봤으면 한다.
2.이쪽은 부모님과 세트로 연애하는 것 아닌가?
고학력이며 전문직인 대원들의 경우, 그렇게 되기까지 부모님의 영향과 지원을 받은 사례가 많다. 물론 그곳까지 도달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이었겠지만, 그 길을 제시한 것이 부모님이라거나, 도달할 때까지 지원해주신 것이 부모님인 것이다.
때문에 나이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모님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든가,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해 연애와 결혼에 까지도 부모님의 의사가 더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많이 배웠으며 능력도 인정받는 사람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 무력하게 부모님의 아바타로서만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부모님의 말씀에 무게를 두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만, 본인의 생각이나 주장 없이 그냥 맹목적으로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건 그닥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연애 중인 상대에 대해서는 이쪽이 더 잘 알고 많이 아는데, 그것에 대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상의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부모님의 질문 몇 가지에 답한 후 부모님께서 내리신 판정에 따라 움직이다간,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에 대한 부모님의 저평가로 인해 헤어지게 될 수 있다.
말씀드리고 상의하긴커녕, 혼자 먼저 부모님의 반응을 짐작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자기랑 사귀고 있는 거 말씀드리면, 엄마가 반대할 게 뻔해. 좀 심하게 반대하실 거야.”
아직 뭐 얘기를 꺼내본 것도 아니고 벌어진 일도 없는데, 혼자 저렇게 짐작해 집에는 사귀고 있다는 얘기를 절대 안 꺼내거나 상대에게 저런 식의 말을 해버리진 말자. 그냥 저래놓고는 상대 보고 알아서 우리 부모님을 설득해 보라느니 사귄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자신을 이해해달라느니 하는 얘기만 하면, 상대에겐 자기편 없는 그 연애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부터 들 수 있다. 둘은 연인이니, 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보는 게 먼저 아니겠는가.
더불어 아직 부모님으로부터 정서적 독립을 못한 까닭에, 둘 사이의 일을 부모님께 말씀드려 부모님이 상대를 호출하게 한다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둘의 갈등을 해결하려 하는 일 역시 옳지 못한다. 그런 대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에게 더 큰 자극을 주거나 경각심을 갖게 만들려고 했다고 말하는데, 그게 그 전투에서는 승리를 가져다줄지 몰라도 총체적인 전쟁에서는 패배를 부르는 방법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 외에
-난 조건 좋은 남자 말고 특별한 남자를 만나겠다
라는 생각으로 한량 같은 남자를 만나선 그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한다든가, 자기 인생 망해가는 건 모른 채 인류와 국제사회의 문제를 걱정하는 남자를 만나선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든가, 그냥 절반쯤 사기꾼인 사람을 철학자로 오해한다든가, 로맨티스트인 척 하는 이타주의자를 만나 그 밑 빠진 독 막다가 청춘을 다 보낸다든가 하는 일들을 벌이기도 하는데, 요 부분은 나중에 다른 매뉴얼로 따로 묶어 발행하도록 하자.
요즘 두부 사러 나가기가 겁날 정도로 날이 춥다. 난 환절기도 아닌데 비염이 찾아와 왼쪽 눈으로 눈물을 흘려가며 글을 쓰고 있다. 거기다 목감기까지 걸려 민간요법으로 담배도 잠시 화한 민트향 담배로 바꿨다(응?).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비염 조심하시고, 저온화상 조심하시길.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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