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사실 썸이고 연애고를 떠나,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기본’인 부분이라 생각해 별로 다루지 않았던 지점이다. 당연히 이 정도쯤은 그간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오며 체득이 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이 ‘당연한 부분’에서 실수를 하고 있는 대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심지어 카톡을 통해 상담을 할 때,
“무한님, 상대가 ***라고 한 건 ****라는 뜻이죠?”
라는 질문에 내가 대답을 하고 나면, 그냥 1이 없어져 ‘읽음’이 되었다는 걸로 응답을 대신 하고 마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 대원은 소개팅으로 만난 상대에게도 그런 식으로 대하고 있었다. 인사도 없이 그냥 자기 할 말 하고, 그러고 나선 대답 들었으니 이제 용건 없다는 식으로 침묵하는 게, 잘못된 일이라는 걸 모르는 걸까.
여하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하다 여기며 잘 하고 있는 걸 못 하는 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출발해보자.
1.생각이 너무 많아 말 할 타이밍 놓침.
카톡상담을 시작한 이후 내가 제일 충격을 받은 건,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거였다. 잘하고 못하고 정도의 그 수준을 넘어서, 그냥 물리적으로 아무 응답도 안 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경험하면
‘화가 나서 말을 안 하나? 아니면 다른 일을 하나? 1은 없어지는데, 왜 말을 안 하지? 연결상태가 좋지 않은가? 아니면 장문의 카톡을 쓰는 중인가?’
하는 생각이 자연히 드는데, 그래서 조심스레 ‘왜 말이 없는지?’를 물어보면,
“아…, 할 말 생각하고 있었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려운 걸 묻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누구나 나누며 살아가는 기본적인 대화의 패턴에 익숙치 않기에, 예컨대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라는 질문에도 두뇌 풀가동을 하며 고민만 하고 있는 것이다. 대답할 말 생각하느라 로딩이 길어지면 일단 ‘ㅎㅎㅎ’라도 찍어서 상대에게 내가 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면 좋을 텐데, 그냥 그 대화를 구경하며 여러 생각 하듯 가만히만 있는 게 안타깝다.
이건 평소 사람들과 별로 대화를 하지 않거나, 아주 친한 사람과만 대화를 하는 까닭에 낯선 이와 대화를 할 때 얼어붙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 처음 보는 사람과도 몇 마디 대화를 해보며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 내 주소록에 있는 친구나 또래에게도 말을 걸어보며 익히길 권한다. 상대가 나에게 해줬는데 기분 좋은 건 따라해 보면 되는 거고, 남이 무얼 묻고 어떻게 리액션을 하는지 보며 흉내내 보면 금방 좋아질 것이다.
2.사실관계만 대답하며, 되묻질 않음 + 친해지면(?)
이성과의 대화를,
-이성이 내게 하는 인터뷰
라고 생각하는 대원들이 종종 있다. 때문에 그들은 상대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며, 그냥 웃자고 한 말에도 진지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경직된 채 대답하는 게 자신도 힘드니 5분도 대화를 하지 못한 채 서둘러 끝인사로 마무리를 해버리기도 한다.
나아가 몇몇 대원들은, 그렇게 사실관계만을 대답하며 되묻질 않는 것에 대해
-아직 안 친해서 할 말이 없는 거라 생각함.
-상대에게 직접, ‘친해지면 말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함.
의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게 그렇게 ‘자 이만큼 친해졌으니 이제 시작!’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둘이 친해질 수 있는 멍석은 깔린 것이며 관계는 시작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어떤 여성대원은 여기에 더해 생각까지 많은 까닭에
“상대가 일하거나 다른 약속이 있어서 누굴 만나고 있을 땐 폰을 잘 안 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럴 땐 연락을 안 하고 있어요. 제가 안 보내는 게 상대에게도 더 나은 것 아닌가요? 상대가 다 마치고 연락해 오면 그때 대화하면 되죠?”
라는 질문을 하기도 하던데, 되도록 이쪽도 먼저 연락을 좀 하며 ‘이어져 있는 느낌’을 유지하길 권한다. ‘이따가 덥다고 맥주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시고요 ㅎㅎ’ 정도만 보내놔도 상대가 시간 날 때 확인하거나 친구 만나 맥주 마시는 동안 이쪽과 이어져 있는 느낌을 받을 텐데, 그걸 굳이 이쪽에서 ‘상대 스케줄이 있으니 연락하지 말아야지’라고 판단한 뒤 한 마디도 안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배려한답시고 한 행동이 상대에겐 아무 상관 없는 사람처럼 연락두절된 채 보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먼저 연락 할까, 말까?’할 때에는 그게 부정적인 얘기가 아닌 이상 먼저 하길 바란다.
3.대화에 집중하지 못 하고, 딴일 하거나 사라짐.
실시간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딴 일을 하는 건 기본적인 ‘대화 예절’에 어긋나는 일이다. 상대는 이쪽의 얘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 이쪽은 그냥 흥미가 느껴지는 부분에서 몇 마디 하다가 딴 짓을 하느라 대화를 방치하다니, 거꾸로 그걸 당하면 이쪽도 당연히 기분 나쁠 것 아닌가.
“제가 원래 폰을 붙잡고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전 문자 보내듯 카톡을 사용하지, 막 메신저처럼 사용하진 않아요. 그래서 그랬던 건데….”
무슨 얘긴진 알겠는데, 그렇다고 대화하다 말고 갑자기 막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 보고 돌아오는 건, 지나가는 사람 열을 붙잡고 물어봤을 때 분명 아홉 이상이 ‘뭐 그건, 별로 그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라는 대답을 할 정도로 상식을 좀 벗어난 일이다.
또, 뭘 하느라 지금 대화가 힘들면 좀 이따가 대화하자고 말하거나, 아니면 진짜 갑자기 일이 생겨 대화에서 빠져나왔으면 이후 다시 상대에게 ‘아까는 갑자기 이러이러한 일이 생겼다. 미안하다.’ 정도의 얘기는 해주는 게 맞다. 더불어 상대와의 대화를 오랜시간 정지해야 할 정도로 누군가에게 급한 연락이 온 게 아니면, 그 연락을 해 온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곤 다시 상대와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잠시 연락한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대에게 어떠어떠한 상황이 생겼다는 얘기를 하는 게 맞다.
난 이게, 스무 살 넘은 사람이라면 거의 다 기본으로 알고 있으며 실수할 일 없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십대 후반에도 모르고 있는 사람이 종종 있어 좀 놀랐다. 그들은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핑계를 대곤 하는데, 그건 자기 입장에서만 합리화한 것일 뿐이며, 그러는 동안 상대는 그냥 자기 마음대로인 것 같은 이쪽의 태도에 실망을 축적해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끝으로 하나 더! 위에서 말한 것과 더불어
-형식적인 카톡 하나 보내곤 바로 대화창에서 나가지 말기.
-‘감탄사+끝인사’로만 영혼 없는 리액션 하지 말기.
는 지켰으면 한다. 이쪽이 지금 방금 보낸 카톡의 1이 사라져 상대가 읽었다는 걸 분명 알게 되었는데도, 상대가 답장을 적는 시간에 나가버린 채 한참 후에나 말을 하는 걸 별로 좋지 않은 태도다. 내가 만약 썸남인데
12시 10분 – 점심시간이네요~ 오늘 메뉴는?
15시 50분 –오오오오!!! 맛있었겠네요 ㅎ
18시 3분 – 퇴근하셔야죠~ 수고 하셨어요~
21시 22분 – 헉 야근을? 저는 친구랑 한 잔 하고 이제 들어왔네요.
라는 멘트들을, 그냥 저 시간에 보내곤 그대가 대답을 하든 말든 확인도 안 하다가 나중에 확인하곤 이어서 질문한 뒤 다시 잠수해 버리면, 내 질문의 진정성도 의심이 되며 무슨 알림봇처럼 기계적으로 문답만 한다는 생각이 들 것 아닌가.
거기에 더해, 그냥 “우와아아아아. 멋지네요!” 하고는 이후 상대가 부연설명하는 거 확인도 안 한다거나, 한참 후에 대답하는 거면서 “헐 진짜요? 수고 많으셨어요. 주무세요~” 등의 자체종결형 멘트로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하진 말았으면 한다. 그런 식의 반응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게 끝난 대화가 더 이어지려면 상대로서도 또 ‘새 이야기 주제’를 힘겹게 떠올려 말을 걸어야 하는 부담을 느낄 테니 말이다.
분명 처음엔 좋았는데 갈수록 상대가 이유 없이 멀어지는 것 같거나, 어떤 이성과도 일정 수준 이상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땐 혹 위에서 말한 것들을 자신이 행하고 있지 않았나 한 번 체크해 보길 권한다. 물론 이게 꼭 이쪽의 잘못만은 아니고, 상대가 ‘받기 힘든 공’을 던지듯 괴상하게 던지는 까닭에 받다 보니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남성대원들을 위한 다른 매뉴얼에서 모아 소개할 예정이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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