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도면 ‘아주 좋은’ 상황인 거다. 상대는 하늘씨에게 친절하고, 성실하게 대답해주며,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하고, 별 의미 없는 말들에도 웃으며 대답해주지 않는가. 하늘씨는 그간 적극적으로 대시 하는 남자들만 만나온 까닭에 이게 연애와는 거리가 먼 미지근한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는 사이’로 시작하는 관계는 원래 이렇게 진행되는 거다. 자주 대화하고, 얼굴 보고, 이것저것 같이하며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가 되는 방식으로.
내가 보기에 현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건, ‘상대가 하늘씨를 여자로 안 보는 것 같다’가 아니라, ‘하늘씨가 곧 부담스럽고 귀찮은 여자로 여겨지게 될 것 같다’는 지점이다. 어떤 부분이 왜 문제가 되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상대에게 하는 얘기가, 대부분 부정적이진 않은가.
딱히 할 말이 있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먼저 말을 걸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배고파, 힘들어, 짜증나, 졸려, 어려워, 이게 안 돼, 저거 모르겠어, 못하겠어.
등의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이건 특히 상대가 이쪽의 의미 없는 하소연이나 징징거림을 잘 받아줄수록 더 자주 하게 되는 일이라, 딴에는 ‘상대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생각한 부분도, 나중에 돌아보면 실제론 ‘상대에게 투정과 짜증을 많이 부렸다’에 훨씬 가까울 수 있다.
예컨대 하늘씨가 친구와 시험공부를 함께 하기 위해 같이 도서관엘 갔는데, 친구가 하늘씨에게
“나 놋북만 가져오고 마우스를 안 가져왔어 ㅠㅠ”
“자료 받은 거 보려고 했는데 내 놋북에 그 프로그램이 안 깔려 있네 ㅠㅠ”
“아 집중 안 돼 ㅠㅠ 자리 옮길까 ㅠㅠ”
“졸리다 ㅠㅠ 커피 한 반 마시고 해야겠어 ㅠㅠ 커피 마시자 나와”
라는 이야기들을 계속한다면, 하루 이틀은 받아주겠지만 이후엔 각자 알아서 공부하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좋아하는 상대가 내 말을 들어주고 내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도움을 주려는 모습을 보이면 나야 기쁘겠지만, 그게 너무 반복되거나 대화의 대부분이 그런 식이라면 상대는 지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2. 상대의 호의와 배려에는 칭찬과 감사로 답해야 한다.
하늘씨는 내게
“원래 이 오빠 성격이 남 배려 잘하고 다른 사람한테 뭐 해주는 거 좋아하고 그래요.”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렇게 상대의 호의와 배려에 대해 ‘원래 누구에게나 그러는 거니까’라고 여겨버리면 곤란하다. 아무리 상대에게 이타적 성향이 강하다 하더라도 그게 상대가 바보란 의미는 아닌 까닭에, 그가 베푸는 호의와 친절을 하늘씨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은 순간 그는 그걸 전부 다 거둘 수도 있다.
상대가 먹거나 마실 거 살 때 하늘씨 것도 같이 사고, 하늘씨가 뭔갈 빌려달라고 하면 사서까지 빌려주고, 이제까지 밥도 상대가 계속 샀으며 기프티콘도 보내지 않았는가. 이 정도로 잘 챙겨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당연히 고마워하며 보답할 생각도 해야 하는 법인데, 안타깝게도 하늘씨는 그것에 대해
“여자로서 관심을 가져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동생으로서 저를 챙겨주는 느낌이에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서 봤을 때 하늘씨는
짜증 나거나 곤란한 일에 대한 표현지수 – 87
고맙거나 감동적인 일에 대한 표현지수 – 32
정도로 상대를 대하고 있단 얘기를 해주고 싶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분명 있어야 하는데, 앞서 말했듯 ‘오는 것’에 대해 ‘여자가 아니라 동생으로 여겨서 그러는 듯’이라며 못마땅해할 뿐이며, ‘잘해주고 잘 챙겨주니 정말 고맙다’가 아니라 ‘잘해주고 잘 챙겨주니 이제 사귀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
때문에 상대의 호의와 배려와 친절에 대해 구경하듯 바라보고만 있으며, 상대를 ‘원래 남한테 잘하는 사람’으로 여기며 점점 당연하게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는 중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상대에게 갚지 않는 것에 대해
“전 제가 남자로 안 느껴지는 사람이 저한테 막 뭐 챙겨주고 잘해주고 그러면 부담스럽더라고요. 제가 오빠한테 그러면, 오빠도 절 부담스럽게 생각할까봐 무섭고 슬퍼요.”
라고 말하던데, 이 관계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니, ‘콜. 받고 더. 이번엔 내가 쏜다’하며 만남의 빈도를 늘려가길 권한다. 파란 불 들어와 있는데 노란 불로 바뀔 것 같아서 못 가겠다니 웬 말인가. 지금은 멈칫멈칫할 게 아니라, 악셀을 밟아야 할 때다.
3. 상대가 하는 말들을, 꿈쩍 않는 바위처럼 여길 필요 없다.
상대가 하는 말 중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라든가, 분위기 상 일단 뱉고 본 말이라든가, 아니면 그저 멋있어 보이려고 한 말이라든가, 당장 어떤 일을 겪고는 그것이 큰 영향을 끼쳐 한 말이라든가, 대답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한 말이라든가 하는 게 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상대가 하는 말이 꼭 앞으로 절대 변하지 않을 그의 철학이라든지, 그 말대로 살 거라는 걸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다.
특히 ‘이전 연애’라든가 ‘어느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더 그렇다. 거기엔 에누리가 포함될 수밖에 없으며, 사실 별로 심각하지 않으며 뭐가 없던 관계에 대해서도 부풀려 말하기 마련이다. 남자들에게 키를 물어보면, 자기 키에 2~3센티 정도를 더해서 대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상대도 근 30년을 살아왔는데, 그간 만난 이성도 없고 현재 친하게 지내는 이성이 하나도 없을 순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하늘씨가 매력을 느낄만한 상대가 단톡방에서 침묵만 지키거나 여럿에게 배척당할 리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이런 부분은 그러려니 하며 받아들이고 거기서부터 뭘 해야지, 상대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나랑만 잘 지내는 게 아니라 남들과도 잘 지낸다고 시무룩해져선 안 된다.
늘 얘기하지만, ‘지금 되는 부분’을 공략하자. 현재 상대와의 연락에 문제없고, 밥 같이 먹는 것 문제없고, 영화 보는 것도 문제없지 않은가. 그럼 그 부분을 통해 상대와 닿으면 되는 거다. 그렇게 상대와 접촉할 수 있는 창구가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창구를 이용하진 않고, 앞에서 ‘나만 드나들 수 있는 창구가 아니네? 속상해.’하며 ‘이 시점에 대시해서 승부를 보겠다. 차이면 마는 거고.’ 하는 건 너무 성급한 선택이다. 당장 잘 되는 것 아홉 가지가 있는데, 안 되는 것 한 가지에 꽂혀선
“오빠랑 저랑 안 될 거라는 건, 저도 지금 좀 알 것 같아요.”
하며 땅만 파지 말고, 지금 상대와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이 하며 좀 더 가까워지도록 하자.
끝으로 하나 더. 앞서 말한 ‘부정적 이야기’를 많이 하는 부분은, 하늘씨가 상대에게 말할 때 눈물 이모티콘(ㅠㅠ)을 사용해 말하는 걸 줄이는 걸로 쉽게 교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씨는 상대가 하늘씨를 동생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며 좌절하는 중인데, 하늘씨가 상대에게 보여준 모습이 대개 곤란해하거나, 어려워하거나, 당황하거나, 힘들고 피곤하단 얘기를 하는 동생의 모습이진 않은지도 돌아봤으면 한다. 다행히 말 놓고 난 뒤에는 동등한 입장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종종 하게 된 것 같으니, 그 여세를 몰아 ‘동생 같지 않게 어른스러운 모습’도 좀 보여줘 가며 만나보도록 하자. 자 그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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