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두 사람이 ‘연애’를 한 게 아니라 ‘동업’을 했던 거라고 생각하면, 상대가 왜 이별통보를 했으며 이 연애가 왜 결국 이런 마지막을 맞이하게 된 건지를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동업이라고 가정하면, 우선 이건 ‘동업자인 상대의 허튼수작’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일해야 할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이 동업 외에도 투잡 쓰리잡을 계획했던 모습이 있었던 거라 할까. 그런 까닭에 J양은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으며, 점점 ‘끝장나도 괜찮을 작은 마음’만 연애애 할애하게 된 것이다.
보통의 경우, 저런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것에 대해 따져 묻거나 이쪽의 불안과 불신에 대해 말하기 마련인데, J양은 좀 이상한 이유들로 그걸 그냥 덮어두었다.
-그래도 상대가 내게 잘해주며, 나와 내 주변 사람들까지 챙겨주니까.
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는데, 그건 ‘상대가 인테리어나 자재 구입 등에 자기 돈을 더 쏟아부으니까’라는 이유로 둘의 사업이 망해가는 것에 대해, 또는 잘못 경영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저 침묵한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 문제는,
-상대가 우리 사업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니, 나도 나 혼자 그러진 않겠다.
라는 마음으로 임했던 부분이다. 동업을 하는 와중에,
-상대가 사업장에서 자면 나도 자고, 상대가 출근 안 하면 나도 출근 안 하겠다.
하고만 있었던 거라 할까. 물론 이것 역시 사업장에 나와 잠을 자거나 아예 출근을 안 해버리는 날도 있는 상대가 100% 잘못한 것이긴 한데, 이번 상대처럼 ‘놓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 ‘괜찮은 사람’을 만나 연애할 때에도 그냥 저렇게 ‘수동적이지만 복수는 확실하게 하는’ 방식으로만 갈등을 대하면, ‘아무도 돌보지 않아 결국 버려지는 관계’만 반복하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해두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짚어보고 싶은 문제는,
-동업의 성공까지 별로 고려하지 않은 채 적당히 괜찮은, 창업에 당장 도움이 되는 사람과 동업을 한 것.
이라는 지점이다. J양은 ‘상대가 잘해줘서 사귀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건 창업 과정에서 상대가 거의 모든 자본을 다 댄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이 사람과 함께 하면 뭔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당장 상대가 사업장 계약하고 인테리어까지 알아서 한다니까 같이 한 건데, 그러다 보니 그만큼 열정도 부족했으며 ‘창업을 했다’는 것에만 안주하게 되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상대에 대한 애정도 별로 없었으며, 그냥 그저 사귀는 사이이긴 하니 데이트를 하는 것 정도에만 마음을 두었던 것이다.
둘은 평균 주 2회 정도 만났으며 카톡으로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그냥 ‘일어났어융, 밥 많이 먹엉, 퇴근 집도착!, 뭐해융, 잘자융’ 정도의 이야기만 한 까닭에, J양은 신청서를 적으며 상대에 대해
“들은 게 없네요.”
“들은 정보 없음.”
“~인 것 같았어요.”
정도의 이야기밖에 할 수 없었다. 분명 자주 연락하며 애틋하게 사귀긴 한 것 같은데 헤어진 지금은 내가 그동안 연애했던 남자가 누군지도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 상황은 대개 그저 저런 ‘연애 역할극’만을 열심히 했을 때 벌어진다.
사실 이 연애는 올 여름에 이미 끝난 거라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이어져 온 건, 상대의 영혼 없는 대답과 무관심한 태도를 J양이 그저 침묵한 채 수동적으로 응대했기 때문이다. 폐업신고만 안 한 거지, 그 사업장엔 이미 두 사람 다 출근하지 않으며 어쩌다 한 번 들렀다 나왔을 뿐이었는데, 그렇게도 그냥 세월은 가니 딱히 누가 정리하자 먼저 말 꺼내지 않고 있다가 상대가 마침표를 찍은 거라 할 수 있겠다. J양은
“전 정말 이 사람 눈치 보느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던 건데….”
라는 말을 내게 했는데, 이번 연애에선 ‘눈치만 보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폐업하게 된다.’는 걸 배웠다 생각하기로 하며, 상대가 짐 다 빼간 빈 사업장에서 J양도 그만 나왔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 공감과 좋아요,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연애매뉴얼(연재중) > 연애오답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게 헌신하던 남자친구, 이젠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네요. (24) | 2018.11.28 |
---|---|
대화가 안 되는 남자친구, 계속 이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9) | 2018.11.19 |
나름 열심히 여친에게 헌신했는데, 이젠 이별 얘기가 나오네요. (21) | 2018.11.09 |
오랫동안 잘 사귀었는데, 결혼 앞두고 헤어진 이유는? (33) | 2018.10.02 |
욱하며 다혈질인 남친, 제가 참았어야 하나요? (25) | 2018.09.2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