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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나름 열심히 여친에게 헌신했는데, 이젠 이별 얘기가 나오네요.

by 무한 2018. 11. 9.

동완씨는 내게

 

“제가 이 연애를 온전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노력해야 할까요?”

 

라고 말했는데, 사실 이 사연에서 노력해야 할 사람은 동완씨의 여자친구이지 동완씨가 아니다. 굳이 ‘동완씨가 해야 할 노력’에 대해 말하자면

 

-그간 ‘노력’이라 생각하며 동완씨 혼자 했던 것들을, 이젠 여자친구도 당연히 분담하도록 노력.

 

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보기에 현재 동완씨가 하고 있는 건 머슴살이에 가까워 보이며, 동완씨의 여자친구가 요구하는 건 “입장을 바꿔서,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너는 나에게 그래 줄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볼 것 같은 불공평한 일이니 말이다.

 

나름 열심히 여친에게 헌신했는데, 이젠 이별 얘기가 나오네요.

 

 

또 동완씨는 내게

 

“제게 이 관계를 유지할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보통의 연애를 함에 있어 동완씨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 동완씨가 그간 이 연애를 버텨온 걸 보면, 동완씨에겐 보통 사람의 1.7배 정도 되는 이해와 헌신이 있으며, 누가 봐도 불공평할 이 관계를 두고도 여전히 ‘노력’을 해서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애가 어렵고 힘이 든 건, ‘보통의 연애’에 비해 관계가 상당히 많이 기울어져 있으며, 동완씨가 한 그간의 ‘노력’이라는 게 상대의 기대와 욕심만 살찌게 만들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동완씨는 첫 연애인 까닭에 어떻게든 이 관계를 지키고 싶어하며, 죽지 않을 정도라면 어떤 노력이든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같은데, 이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당연히, 그녀와 헤어질 수 있다. 헤어진다고 모든 게 끝장나는 건 아니다. 그녀와 헤어져도 내 삶은 남아 있으며, 즐거움보다 고난이 크다면 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거다.

 

라는 마음을 먹는 거다.

 

지금까지 둘의 관계가 유지되었던 건, 동완씨가 헤어짐은 아예 고려대상에 넣지 않은 채 어떤 상황에서든 여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주려 이해와 헌신과 양보를 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동완씨는 연애 중 자신이 억울하거나 기분 나쁜 일을 겪어도 감정대립을 종료하기 위해 결국은 자신이 사과를 해야 했으며, 여친의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되는’ 일도 참고 견뎌왔다. 동완씨는 그게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점점 그건 여자친구에게 ‘당연한 일’이 되었으며, 그녀의 요구 역시 계속 늘어 동완씨가 감당하기 벅찬 일이 되고 말았다.

 

 

헤어질 수 있다는 마음을 먹는 게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건 동완씨의 ‘이별은 전혀 고려하지 않기에, 여자친구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묵묵히 견디며 뒤치다꺼리만 하게 되는 모습’을 좀 교정하며 무엇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기 위한 거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 방법들로 난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 감정과 생각 얘기하기.

-‘그렇게 안 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님’을 말하기.

-다툼 시, 상대의 투명인간 취급이 내겐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얘기하기.

-평소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는 것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해보기.

 

등을 권하고 싶다.

 

위에서 ‘말하기, 얘기하기’가 세 개나 등장하는 건, 동완씨의 행동 패턴이

 

여친이 하는 말 듣기 -> 혼자 판단하기 -> 사과와 함께 결과를 말하기(또는 행하기)

 

이기 때문이다. ‘함께 논의하고 생각하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까. 경영이라고 치면, 무슨 목표를 함께 어떻게 이끌어갈지 토의하는 시간이 없이, 그냥 ‘불만카드’같은 것만 받아 다 고치겠다고 말하는 식으로 끌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니 카드만 써서 내면 어쨌든 다 들어주는 것에 상대는 익숙해지게 되고, 이쪽은 곤란하다거나 부담이 된다는 얘기도 없이 자기 뼈를 깎아내면서까지 들어주려는 노력만 하니 필연적으로 어렵고 지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해보기’를 권한 건, 동완씨의 경우 평소 상대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려고만 하다가, 축적된 불만을 나중에 갈등이 벌어진 후에나 말하기 때문이다. 이건 아홉 번 잘하다가 한 번 못해서 이전의 호의와 헌신을 전부 빛바래게 만드는 최악의 방법이니, 다 맞춰주려는 노력만 하지 말고 동완씨가 원하는 것들도(또는 불편한 것이나 부담이 되는 것들도) 말해봤으면 한다.

 

특히 생활에 지장을 겪으면서까지 상대의 말도 안 되는 요구와 애정능력시험에 응하려는 것은, 상대를 괴물로 동완씨를 노예로 만드는 일일 뿐이니, 뒤쫓아가며 다 들어주려 하지 말고 옆에 서서 나란히 걸었으면 한다. 상대를 모시기만 하며 자신은 아무렇게나 취급당해도 되는 것처럼 굴면, 결국 상대도 이쪽을 아무렇게나 취급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며,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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