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열심히 여친에게 헌신했는데, 이젠 이별 얘기가 나오네요.
- 2018. 11. 9. 08:06
- Written by 무한™
동완씨는 내게
“제가 이 연애를 온전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서 노력해야 할까요?”
라고 말했는데, 사실 이 사연에서 노력해야 할 사람은 동완씨의 여자친구이지 동완씨가 아니다. 굳이 ‘동완씨가 해야 할 노력’에 대해 말하자면
-그간 ‘노력’이라 생각하며 동완씨 혼자 했던 것들을, 이젠 여자친구도 당연히 분담하도록 노력.
하는 거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보기에 현재 동완씨가 하고 있는 건 머슴살이에 가까워 보이며, 동완씨의 여자친구가 요구하는 건 “입장을 바꿔서, 너라면 할 수 있겠어? 너는 나에게 그래 줄 거야?”라고 묻는다면 그녀는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볼 것 같은 불공평한 일이니 말이다.
또 동완씨는 내게
“제게 이 관계를 유지할 역량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보통의 연애를 함에 있어 동완씨의 역량은 이미 충분하다. 동완씨가 그간 이 연애를 버텨온 걸 보면, 동완씨에겐 보통 사람의 1.7배 정도 되는 이해와 헌신이 있으며, 누가 봐도 불공평할 이 관계를 두고도 여전히 ‘노력’을 해서 극복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애가 어렵고 힘이 든 건, ‘보통의 연애’에 비해 관계가 상당히 많이 기울어져 있으며, 동완씨가 한 그간의 ‘노력’이라는 게 상대의 기대와 욕심만 살찌게 만들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동완씨는 첫 연애인 까닭에 어떻게든 이 관계를 지키고 싶어하며, 죽지 않을 정도라면 어떤 노력이든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 같은데, 이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당연히, 그녀와 헤어질 수 있다. 헤어진다고 모든 게 끝장나는 건 아니다. 그녀와 헤어져도 내 삶은 남아 있으며, 즐거움보다 고난이 크다면 이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는 거다.
라는 마음을 먹는 거다.
지금까지 둘의 관계가 유지되었던 건, 동완씨가 헤어짐은 아예 고려대상에 넣지 않은 채 어떤 상황에서든 여자친구의 기분을 풀어주려 이해와 헌신과 양보를 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동완씨는 연애 중 자신이 억울하거나 기분 나쁜 일을 겪어도 감정대립을 종료하기 위해 결국은 자신이 사과를 해야 했으며, 여친의 ‘나는 되지만 너는 안 되는’ 일도 참고 견뎌왔다. 동완씨는 그게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점점 그건 여자친구에게 ‘당연한 일’이 되었으며, 그녀의 요구 역시 계속 늘어 동완씨가 감당하기 벅찬 일이 되고 말았다.
헤어질 수 있다는 마음을 먹는 게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다.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건 동완씨의 ‘이별은 전혀 고려하지 않기에, 여자친구의 요구를 다 들어주고, 묵묵히 견디며 뒤치다꺼리만 하게 되는 모습’을 좀 교정하며 무엇보다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기 위한 거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 방법들로 난
-갈등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 감정과 생각 얘기하기.
-‘그렇게 안 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님’을 말하기.
-다툼 시, 상대의 투명인간 취급이 내겐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얘기하기.
-평소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는 것처럼, 나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해보기.
등을 권하고 싶다.
위에서 ‘말하기, 얘기하기’가 세 개나 등장하는 건, 동완씨의 행동 패턴이
여친이 하는 말 듣기 -> 혼자 판단하기 -> 사과와 함께 결과를 말하기(또는 행하기)
이기 때문이다. ‘함께 논의하고 생각하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까. 경영이라고 치면, 무슨 목표를 함께 어떻게 이끌어갈지 토의하는 시간이 없이, 그냥 ‘불만카드’같은 것만 받아 다 고치겠다고 말하는 식으로 끌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니 카드만 써서 내면 어쨌든 다 들어주는 것에 상대는 익숙해지게 되고, 이쪽은 곤란하다거나 부담이 된다는 얘기도 없이 자기 뼈를 깎아내면서까지 들어주려는 노력만 하니 필연적으로 어렵고 지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해보기’를 권한 건, 동완씨의 경우 평소 상대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려고만 하다가, 축적된 불만을 나중에 갈등이 벌어진 후에나 말하기 때문이다. 이건 아홉 번 잘하다가 한 번 못해서 이전의 호의와 헌신을 전부 빛바래게 만드는 최악의 방법이니, 다 맞춰주려는 노력만 하지 말고 동완씨가 원하는 것들도(또는 불편한 것이나 부담이 되는 것들도) 말해봤으면 한다.
특히 생활에 지장을 겪으면서까지 상대의 말도 안 되는 요구와 애정능력시험에 응하려는 것은, 상대를 괴물로 동완씨를 노예로 만드는 일일 뿐이니, 뒤쫓아가며 다 들어주려 하지 말고 옆에 서서 나란히 걸었으면 한다. 상대를 모시기만 하며 자신은 아무렇게나 취급당해도 되는 것처럼 굴면, 결국 상대도 이쪽을 아무렇게나 취급할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길 바라며, 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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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마허도2018.11.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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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휴푸퓨2018.11.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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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me*2018.11.09 10: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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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티2018.11.0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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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앨빈2018.11.0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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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무한님
히힛2018.11.0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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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에게 연락 받으면서 모든 말에 대답을 해 줘 보세요. 무슨 말을 해도 기분나쁜소리 안 하고 참고 지내면 아침부터 춥다 졸리다 피곤하다 배고프다 퇴근하고싶다 오늘은 평소보다 똥을 많이 쌌다 이딴얘기를 합니다. 기본적으로 내 말은 안 듣습니다. 아무런 의미없는 하소연만 지속됩니다. 모든 말의 끝이 배고프다 피곤하다 퇴근하고싶다로 끝이 납니다.
그러고 퇴근하면 연락이 끊어지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면서 저 짓을 시작합니다.
저걸 대답을 안 하면 다음날 아침 출근할때 왜 대답을 안 하느냐는 말같지도 않은 연락이 옵니다.
좋게좋게 배고프다 피곤하다 이런 의미없는 소리 하지 말라하면 한 이틀정도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연락와서 똑같은 짓을 합니다. 이미 존중을 잃은거죠.
저 상황에서 저걸 고치려면 정색을 하면서 말을 하거나 찾아가서 때려야 합니다. 연락을 끊을 생각은 당연히 해야죠. 존중을 잃게 하지 마세요. 관계에는 항상 긴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 관계에 내가 목을 매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지 못하게 해야합니다.
사연자분 파이팅입니다.
ㅇㅇ2018.11.0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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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힛2018.11.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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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좋은 말로는 고칠수가 없다는 비유입니다만.
1112018.11.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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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2018.11.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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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정보창고2018.11.09 14: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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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모멍2018.11.09 15: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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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2018.11.0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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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2018.11.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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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들은 어떻게 항상 호구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고 낚아채는 걸까요.
호구들은 호구끼리 만나야 행복한 것 같아요. 내가 잘 해 주면 자기가 뭘 받은 줄 알고 고마워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죠. 대부분의 사람은 가만 있으면 가마니인 줄 알고 잘 해 주면 호구인 줄 아니..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잘 먹는다고, 존중도 받아 본 사람이나 존중받게 행동할 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조금 안타까워요.
002018.11.10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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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하고 싶은자가 있고,
지배받고 싶은자가 있으니까요.
SM이 한세트이듯이....
피안2018.11.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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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리아2018.11.12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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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2018.11.1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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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보려고 사랑해주려고 힘 닿는 데까지 닿아보려는 마음 조금 알거같아요 마음이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AtoZ2018.11.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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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서니2018.11.13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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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세2018.11.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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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2018.11.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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