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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대화가 안 되는 남자친구, 계속 이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by 무한 2018. 11. 19.

완전히 만족스러운 뷔페에 가보신 적 있습니까? 이건 제가 먹는 것에 욕심이 많아 그런 것일 수 있는데, 전 어느 뷔페를 가든 꼭 하나씩 아쉬운 게 있었습니다.

 

-여긴 장어가 없네.

-먹을만한 게 육회인데, 육회가 너무 짜.

-식혜가 없다니, 이거 실환가?

-소갈비 말고 스테이크!

-회가 없는 뷔페가 어떻게 뷔페야.

 

4인 가족이 외식할 수 있을 정도의 비용이 한사람 분의 식삿값인 뷔페에 가도,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늘 존재합니다. 물론 그걸 경험하곤 그보다 훨씬 저렴한 뷔페에 다시 가면, 이전의 그 뷔페가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뒤늦게 깨닫지만 말입니다.

 

‘내가 그땐 미쳐서, 두 종류의 스테이크와 양갈비도 나오고, 회도 직접 썰어주며, 대게까지 주는 곳에 가서도 불평을 했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겁니다.

 

대화가 안 되는 남자친구, 계속 이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뷔페에 대한 저런 제 마음이, 연애 중인 커플부대원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상대의 단점에만 너무 골몰한 까닭에 누굴 만나도 꼭 불만이 생기고 만다거나, 그 불만을 이유로 헤어진 후에야 구관이 명관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거나 하는 거랄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 번 사귀었으면 무조건 헤어짐 없이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유명한 뷔페라고 해도, 내 입맛에 맞는 게 없으면 굳이 또 갈 이유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음식은 훌륭하지만 웨이팅이 늘 1시간 이상이라거나, 뭘 얼마나 떠가나 눈치 주고 티 낸다거나, 아니면 인테리어만 그럴듯하고 안엔 회도, 장어도, 스테이크도, 심지어 그 흔한 치킨도 없으면 또 갈 필요는 없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게 참 점수를 매겨 몇 점 이하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 애매하긴 한데, 그래서 전 다른 건 몰라도 ‘존중과 책임감’의 측면은 꼭 보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게 된다면 아주 엉망이 아닌 이상 조율이 가능하며, 이쪽에게 바가지만 씌울 생각이 아니라 어쨌든 만족스러운 메뉴 구성에 최소한 신경은 쓰겠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저렇게 말한 후에도 여전히 애매함이 남아 있게 되는 게, 상대의 ‘존중과 책임감’만 보려 하고 이쪽의 그것은 별로 고려하지 않으면 역시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번 사연만 하더라도, 여자는 남자에게

 

-난 네가 진취적이며 계획성 있게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만남에 비전이 있는 건지 솔직히 고민된다.

 

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뭐, 할 수 있는 말이긴 한데, 반면 상대가 지적한 이쪽의 단점에 대해서는 이쪽은 그걸 ‘상처’라고 표현하는 괴상한 일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쪽이 일부러 좀 미루고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상대가 지적하자

 

-난 원래 건망증이 좀 심한 편이다. 그래서 잊고 있었던 거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사람인 네가 내 아픈 부분을 지적하니, 난 상처 받았다.

 

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저런 식이라면, 상대로서도 점점 존중과 책임감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상대는 혼나고 지적받아도 괜찮은 사람이며, 반대가 될 경우 ‘어떻게 나에게? 내 아픈 부분을?’ 의 반응이 나온다면, 결국 상대의 “됐고, 나 안 해.”가 등장하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래서 이 사연이, 참 어렵습니다. 상대의 단점을 지적한 것만 보면 그냥 헤어지는 게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이긴 한데, 그렇다고 그냥 잘라버리고 말 게 아니라

 

-10중 8은 좋고 2의 문제가 있는 건데, 그걸 확대한 건 아닌지?

-이쪽이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폭발해서 상대도 맞대응한 건 아닌지?

-불공평한 잣대로 상대를 지적해 상대도 화를 낸 것은 아닌지?

-몇 가지 지점에서 그냥 포기를 하곤, 다른 몇 가지에 더 기대를 건 건 아닌지?

 

등을 살펴볼 필요도 있기 때문입니다. 쌍방과실로 맞게 되는 이별 중 특히 이 사연은

 

-여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연애와 현실의 연애를 비교함.

-남자는 그 지점에 대해 억울함을 말해야 하는데, 다혈질이라 화를 냄.

-여자는 자기 변호만 하고, 남자는 그걸 논리적으로만 반박해서 대화가 어려워짐.

 

이라는 지점들이 얽혀있기에, 이걸 뭐 하나하나 물어가며 ‘누가 먼저 잘못했나’를 따지기도 좀 그렇고, 신청서에 ‘싸움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이야기’들은 각색해 달라고 한 까닭에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좀 어렵습니다.

 

상대는 뷔페를 준비하는 쪽이며 이쪽은 소비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같이 메뉴를 정해가며 뷔페를 운영하는 중이라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다며 불평만 할 게 아니라 그 가격대에서 최선인 것을 함께 찾을 수 있는 것이며, 요구를 다 맞추는 게 말처럼 그렇게 쉽진 않다는 걸 함께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나 둘 포기하고 실망해가며 혼자 점점 마음 정리해 결국 이별이란 선택지밖에 안 남는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 모자라거나 상처 받는 부분이 있으며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못 하는 부분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또 상대의 단점만 상대인 게 아니라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도 전부 상대라는 것까지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며, 그렇게 조율해 보다 안 되면 그때 정리하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는 둘 사이의 갈등이 완전히 곪아 더는 못 버틸 때가 되어서야 울며 화를 낸 것과 같으니, 이제는 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연습이라도 해본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대화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상대가 하는 말은 쳐내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며 그렇게 말했는데 상대가 물러서 주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한 거라 생각하지 마시고, 상대가 하는 말을 최대한 이해해 보려 애쓰며 대화해 보셨으면 합니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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